고용노동부가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법 준수를 지원하고 잘못된 고용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6월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 DMC타워에서 사업주 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 간담회를 열고 영세 사업장의 어려움을 청취했다.
이날 간담회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노동법 미준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많은 영세 사업주가 노동법을 몰라서 지키지 못하거나, 노무 담당 전문가를 둘 여력이 없고, 사회보험료 부담까지 겹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AI 상담 서비스부터 사회보험료 지원까지 다각적인 지원책을 내놨다.
먼저 노동법을 몰라서 어기는 사업주를 위해 AI 기반 상담 서비스를 대폭 강화한다. 지난해 11만 7000건의 상담을 처리한 'AI 노동법 상담'을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지원 플랫폼 '소상공인24'와 연계해 더 많은 소상공인이 밤늦은 시간에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 하반기에는 기능이 더욱 고도화돼 사업주가 근로계약서나 임금명세서를 업로드하면 AI가 위반 사항을 자동 진단하고 개선 방안까지 제시하는 '영세 사업장 자율점검' 기능이 추가된다.
찾아가는 노무교육도 확대한다. 고용노동교육원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는 지역 거점별 사업장 노동교육과 별도로, 음식업 등 청년 노동자가 많은 업종을 대상으로 맞춤형 노무교육을 새로 추진한다. 온·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외식업중앙회 등 11개 식품위생교육기관과 협의해 교육 경로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노무 담당 전문 인력이 없는 사업장을 위해서는 공인노무사가 직접 찾아가는 '근로조건 자율개선 서비스'를 지원한다. 올해부터는 방문 횟수가 기존 1회에서 3회로 늘어나 기초 점검과 후속 점검을 받을 수 있다. 소상공인 업종별 협단체가 요청하면 하반기 추가 컨설팅 대상에 우선 선정해 사업장 개선을 적극 돕기로 했다.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을 호소하는 사업주를 위해서는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 사업을 계속 시행한다. 10인 미만 사업장의 월평균 보수가 270만 원 미만인 사업주와 노동자의 고용보험·국민연금 보험료를 최대 80%, 최장 3년 동안 지원한다. 올해 예산은 9409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늘었다. 고용보험에 미가입한 사업장이 특별 자진 신고 기간에 신고하면 과태료를 면제해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올해 신설된 '소상공인 경영안정 바우처'도 주목할 만하다. 연 매출 1억 400만 원 미만인 영세 소상공인에게 1개사당 25만 원 한도로 바우처를 지급해 4대 보험료, 공과금, 차량 연료비 등 고정비용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또 자영업자 고용보험에 가입한 소상공인에게는 월 납입 보험료의 최대 80%를 최대 5년간 지원한다.
잘못된 고용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단속도 강화한다. 올해 상반기 사업장 감독에서 적발된 '가짜 3.3' 계약이 대표적이다. 이는 근로자임에도 프리랜서처럼 위장해 사업소득세 3.3%만 원천징수하는 편법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다. 정부는 최근 제보가 들어온 반도체 제조 분야 의심 사업장에 대해 6월 중 기획 감독을 실시하고, 앞으로도 의심 사업장을 지속 점검할 방침이다. 법을 지키려는 사업주는 적극 돕되 의도적인 편법 행위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근로자가 사업소득자로 잘못 분류되지 않도록 국회에서 논의 중인 '근로자 추정제' 입법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사회보험 가입 기준도 '월 60시간 이상 근로'에서 '월 보수'로 전환하는 '고용보험 소득기반 전환'을 추진해 고용 형태가 다양해진 현장을 반영하고 취약 노동자를 보호할 계획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사업주 단체 대표들은 노사 상생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경영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정부는 이날 나온 의견을 토대로 관계 부처와 협의해 소규모 사업장 지원 방안을 지속 마련할 예정이다.
김영훈 장관은 "소규모 사업장의 사업주와 노동자, 특히 첫발을 내딛는 청년 노동자와의 관계가 '을들의 전쟁'에서 벗어나 동행과 상생으로 나아가려면 영세 사업장의 복합적인 어려움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며 "현장 목소리를 바탕으로 함께 일하고 함께 사는 소중한 일터를 만드는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