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로 확대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2일 경북대병원을 찾아 대구·경북 지역 응급의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지역 맞춤형 이송 지침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이송 체계의 시연 및 논의를 진행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광주·전북·전남 지역에서 먼저 시행됐으며, 시범 기간 동안 일평균 사망자 수가 줄고 응급실 미수용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현장 평가를 받았다. 정부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오는 9월까지 전국 모든 시·도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간담회에서는 먼저 '응급의료 AX(인공지능 전환)' 기술 시연이 진행됐다.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된 이 시스템은 구급차에 환자가 탑승하는 순간부터 응급실 치료까지 전 과정에 AI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AI가 환자의 활력징후와 심전도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중증도를 자동 분류한 뒤, 가장 적합한 병원을 추천함으로써 이송 지연을 방지하고 응급실 의료진의 진료 결정을 돕는다.
시연은 두 가지 사례로 나뉘어 진행됐다. 첫 번째는 심근경색처럼 '시간이 생명'인 환자를 위한 시연으로, 구급대원이 말로 환자 상태를 입력하면 AI가 활력징후를 수집하고 심전도를 분석해 중증도를 분류한 뒤, 적합한 병원에 환자 정보를 미리 전송하고 필요한 진료 자원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는 상태가 악화된 '문제환자'를 상급 병원으로 재이송해야 할 때, AI가 최적의 이송 병원을 재추천하고 상급 병원 도착 후에는 복잡한 임상 결정을 지원하는 기술이 시연됐다. 참석한 응급의학과 의료진들은 이러한 AI 시스템이 실제 현장에 도입되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크게 줄이고, 한정된 응급실 병상과 인력으로도 더 많은 환자를 안전하게 돌볼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어서 대구와 경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이송 지침 개정안이 논의됐다. 대구는 영남권의 핵심 의료 거점으로서 인근 시·도와 환자 수용 및 진료 연계를 강화하고, 응급의료기관 간 소통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로 했다. 중증응급환자(Pre-KTAS 1~2단계)는 지역 내 6개 권역·지역센터에 동시에 이송을 의뢰하는 '다중이송전원협진망'을 가동하고, 수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우선수용병원'을 선정해 이송한다. 그조차 원활하지 않을 때는 초광역 이송체계로 전환해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중앙 119 구급상황관리센터와 협력해 병원을 물색한다.
경상북도는 넓은 면적에 비해 의료기관 분포가 고르지 못하고 산악지형과 울릉도 등 지리적 여건이 까다로운 점을 고려해 헬기 이송과 이송-전원 연계 등 중증응급환자의 장거리 이송 계획을 별도로 마련했다. 119 구급대가 우선 현장에서 병원을 선정하고, 이송이 지연될 경우 구급상황관리센터와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공동 대응한다. 특히 해당 권역 내 권역·지역센터가 '우선수용병원' 역할을 수행하며, 의료취약지의 응급환자는 닥터헬기나 소방헬기를 활용하기로 했다. 응급분만 같은 전문 질환에 대해서도 진료 협력 체계를 반영했다.
대구와 경북 모두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지역 내 대응이 어려운 환자의 이송 병원 선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날 논의된 이송 지침 개정안은 이달 내 시행되며, 시행 이후에도 구급대와 응급의료기관 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조정해 나갈 예정이다.
정은경 장관은 "대구·경북이 그리는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확인하고 고민을 나누는 좋은 시간이었다"며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른 시·도의 시범사업 확대 상황을 면밀하게 챙기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AI 기반 응급의료 이송체계를 현재 수립 중인 'AI 기본의료 전략'에 반영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