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 급속히 진화하는 금융 사기 범죄가 국내 금융 안보에 중대한 도전으로 떠올랐다. 사이버 기반의 국제적 사기 네트워크가 산업화·지능화되면서 단일 국가의 수사 역량만으로는 대응의 한계가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금융범죄예방협회가 공동 주최한 정책세미나에서는 초국경 사기 범죄에 대한 공공과 민간의 협력 체계 구축 필요성이 중심 의제로 다뤄졌다.

이번 세미나에는 금융위원회, 경찰청을 비롯해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영국 내무부 등 해외 기관의 전문가들도 참여하며 글로벌 공조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특히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피싱 피해액은 2024년 1조7304억원에서 2025년 2조3755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으며, 범죄 조직이 베트남 등 사법 공조가 어려운 지역으로 거점을 이전하고 소규모 점조직으로 분산됨에 따라 단속 난이도가 한층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딥페이크 기술의 악용도 심각한 위협 요소로 지적됐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 관계자는 사이버 범죄 도구가 ‘서비스형 범죄(Crime-as-a-Service)’ 형태로 유통되며, 접근성과 전문화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내무부의 정책 자문관도 국내 사기 피해 규모가 연간 144억 파운드에 달하며, 정부만으로는 대응 불가능하다며 민간과의 공조 강화를 촉구했다.
이에 맞춰 국내에서도 민관 협력 기반의 대응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보이스피싱 분석 플랫폼 ‘ASAP’은 4개월 만에 21만4000건의 이상 거래 정보를 공유하며 약 347억원의 피해를 사전 차단하는 성과를 냈다. 또한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은 가상자산을 악용한 범죄에 대해 즉각적인 계좌 지급 정지를 가능하게 하며, 신종 사기 대응 체계를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일선 금융기관의 능동적 역할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지급 정지 조치에 법적 부담 없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무과실 책임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금융 거래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금융권의 긴밀한 협력뿐 아니라, 국제적 정보 공유 메커니즘도 조속히 정착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