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을 나는 꿀벌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월동할 수 있도록 온도와 습도를 적절히 관리하면 스트레스를 줄이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농촌진흥청은 2026년 3월 27일, 겨울 동안 꿀벌이 겪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온습도 관리 요령을 발표하며, 벌군의 건강 유지와 봄철 활동력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지침을 제공했다.
꿀벌은 겨울철 기온이 낮아지면 벌통 내부에서 덩어리 형태로 뭉쳐 겨울잠을 잔다. 이 기간 동안 벌군은 외부 활동을 멈추고 저장된 꿀을 먹으며 체온을 유지하며 생존한다. 그러나 온도가 너무 낮거나 습도가 높거나 낮아질 경우 꿀벌의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이는 봄철 활동 개시 시 건강 악화나 집단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꿀벌 월동 중 최적의 환경 조건을 연구해 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월동 중 꿀벌이 가장 쾌적하게 견딜 수 있는 벌통 내 온도는 4~8℃ 사이이며, 상대 습도는 50~70%를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온도가 0℃ 이하로 떨어지면 꿀벌이 동사할 위험이 있으며, 10℃를 초과하면 활동을 시작해 꿀을 과도하게 소비하게 된다. 또한 습도가 80%를 넘으면 벌통 내 곰팡이 발생 위험이 커지고, 40% 이하로 떨어지면 꿀벌의 수분 손실로 인해 생존율이 낮아진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벌주들에게 벌통 위치 선정과 보온 관리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벌통은 바람이 잘 통하지만 직사풍을 막을 수 있는 남향의 건조한 장소에 두는 것이 좋으며, 필요 시 볏짚이나 폴리스티렌 보온재를 활용해 외부 온도 변화를 완충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특히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는 눈이 벌통 입구를 막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습도 관리도 중요하다. 벌통 내부에 과도한 수분이 응결되지 않도록 통풍구를 적절히 조절하고, 내부에 흡습제를 소량 배치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시됐다. 다만 흡습제는 꿀벌이 직접 닿지 않도록 격리된 공간에 두어야 하며, 벌통 내 공기 순환이 원활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또한 농촌진흥청은 월동 전 벌군의 건강 상태 점검과 충분한 먹이 저장을 강조했다. 월동에 앞서 벌군 내 약충이나 질병 여부를 확인하고, 개체 수가 적절한지 점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월동을 위한 최소 벌군 규모는 약 2만 마리 이상이며, 이에 맞춰 약 15~20kg의 꿀 또는 당시럽을 저장해야 겨울 동안 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연구를 주도한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월동은 꿀벌 사육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중 하나로, 이 시기의 관리 여부가 봄철 벌군 회복과 꽃가루 매개 활동, 나아가 농작물 수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단순히 추위만 막는 것이 아니라 온도와 습도를 과학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농촌진흥청 홈페이지와 농업기술소식지 등을 통해 벌주들에게 안내될 예정이며, 지역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현장 교육과 컨설팅도 병행된다. 특히 겨울철 기후 변화가 심해지는 최근 추세를 고려해, 기상 예보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관리 요령도 제공할 계획이다.
꿀벌은 전 세계 농업 생산의 약 35%를 담당하는 꽃가루 매개 생물로, 국내에서도 사과, 배, 복숭아, 블루베리 등 다양한 과수와 채소류의 수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기후 변화와 서식지 감소, 농약 사용 등으로 인해 꿀벌 개체 수가 감소하면서 농업 생산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꿀벌 보호 및 사육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온습도 관리 가이드라인이 꿀벌 월동 성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며, 향후 스마트 벌통 개발과 센서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벌주들이 벌통 내 환경을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벌주들을 대상으로 월동 기간 중 발생할 수 있는 이상 징후에 대한 점검표도 함께 배포했다. 예를 들어 벌통 입구에 꿀벌 사체가 많이 쌓이거나, 벌군의 덩어리 크기가 급격히 줄어든 경우,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경우 등은 질병이나 환경 스트레스의 징후일 수 있으므로 즉시 점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꿀벌 보호가 단순한 축산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와 식량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한다. 꿀벌 한 마리가 하루에 방문하는 꽃의 수는 약 100송이에 달하며, 벌군 전체는 수천 헥타르의 농지를 수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다. 따라서 꿀벌의 건강은 곧 농업 생산성과 직결된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도 꿀벌 사육 기술 개발과 보급에 지속적으로 힘쓸 계획이며, 벌주들의 현장 애로사항을 반영한 실용적인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반 국민들에게도 꿀벌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전개해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여 나가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