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리표는 보기 좋게 한 장에 들어갔다. 아이, 성인, 노인 세 줄과 숫자 세 개. 배식 당번은 이대로면 계산이 빨라지고 남은 곡물이 며칠 가는지 누구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첫 배식에서 드러났다. 외벽 급수관을 고친 노동자 한 명이 자기 몫을 먹고도 손이 떨렸고, 박미숙은 같은 양의 죽을 절반도 넘기지 못했다. 나이만 다른 몸처럼 취급한 표가 실제 필요를 놓쳤다.
차유리는 칼로리 숫자 자체가 틀렸다고 말하지 않았다. 지금 가진 식재료의 무게와 조리 뒤 양도 정확하지 않아 한 끼의 실제 열량은 추정이었다. 숫자는 비교 도구였고 사람에게 붙이는 처방이 아니었다.
새 입소자 서지연은 의료 구역에서 임신 가능성을 조용히 알렸다. 그는 아직 다른 주민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가족 대표 등록표에 그 사실을 쓰면 배식 줄 전체가 알게 될 수 있었다.
유리는 공개 배급표와 개인 조정표를 나눴다. 공개표에는 모든 사람의 기본량과 추가 배식이 가능한 범주만 쓰고, 조정 이유의 세부 의료 정보는 당사자와 의료 담당·지정 확인자만 봤다.
서지연의 공개 표식은 ‘의료 조정’이었다. 임신이라는 말은 들어가지 않았다. 조정량과 다음 확인 시각은 기록되지만 왜 필요한지는 배식 담당이 캐묻지 못했다.
박미숙은 회복기라 한 번에 많이 먹기 어려웠다. 총량을 줄이는 대신 작은 양을 여러 번 받을 수 있게 했다. 남긴 그릇을 낭비로 세지 않고 언제 얼마나 먹었는지 의료표에 남겼다.
박무성은 호흡이 가빠 긴 배식 줄에 서기 어려웠다. 은별이 음식을 대신 받되, 맵기와 농도, 먹을 시각은 무성이 손가락 신호로 선택했다. 대리 수령이 대리 결정이 되지 않았다.
강태민은 야외 경비와 운반 노동을 한 사람에게 추가량을 주자고 제안했다. 누군가는 일을 못 하는 사람의 몫을 줄이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태민은 기본량을 깎자는 뜻이 아니라 실제 소모가 큰 작업의 회복분을 별도 작업표에 넣자는 것이라고 고쳤다.
노동 추가분은 일을 많이 한 사람이 더 가치 있다는 상이 아니었다. 추위 속 활동 뒤 안전하게 회복하고 다음 교대가 이어지게 하는 자원이었다. 작업을 거부하거나 못 한다고 기본 식량이 줄지 않았다.
최규식은 노인 줄의 양이 왜 일괄 적은지 물었다. 어떤 노인은 활동량이 적을 수 있지만 자신은 물통과 기록을 옮기며 하루 종일 걸었다. 나이가 몸의 필요를 자동으로 말해 주지 않았다.
나루는 아이 줄에 들어가 있었다. 정확한 나이와 본명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식 담당은 가장 작은 양을 주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나루는 오전 내내 천막 단열 작업을 도왔다.
은별은 나이를 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양을 낮추지 말라고 했다. 나루에게 기본 성인량과 청소년량의 차이를 그림으로 보여 주고 원하는 양을 물었다. 나루는 처음에는 작은 그릇을 골랐지만 오후 추가 배식 신호에는 손바닥을 두 번 폈다.
민세온은 식량 원장에 ‘연령 추정’ 칸을 없앴다. 공개 기본량, 당사자 요청, 의료 조정, 작업 회복, 섭취 어려움, 다음 확인을 따로 뒀다. 어떤 칸도 영구 등급으로 쓰지 않는다고 적었다.
배식 당번은 이렇게 복잡하면 곡물 소진을 계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린은 사람 이름 대신 조정 범주별 총량을 집계하면 개인 정보를 드러내지 않고도 다음 재고 시각을 계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첫 집계에서 이상한 차이가 나왔다. 창고에서 꺼낸 마른 곡물 무게와 조리된 죽의 그릇 수가 맞지 않았다. 누군가는 추가 배식을 숨겼다고 의심했다.
조리조가 사용하는 국자의 크기가 두 종류였고, 물 부족 때 농도를 바꾸며 표시를 갱신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같은 한 그릇도 날마다 양이 달랐다. 칼로리표보다 먼저 조리 단위를 맞춰야 했다.
조리조는 마른 재료 무게, 넣은 물, 완성된 솥 수, 국자 규격을 적었다. 정확한 열량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전날과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비교할 수 있었다. 그릇 수만으로 누가 더 먹었다는 혐의를 만들지 않았다.
박선묵은 중앙 배식표를 만들면 오류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모든 조정 요청을 한 사람이 모아 경로를 짜자는 제안이었다. 유리는 효율은 인정했지만 개인 의료 이유까지 중앙 기록원이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배식 담당에게는 코드와 양만 전달됐다. 의료조정 하나, 다회 소량 둘, 작업 회복 셋 같은 표식은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코드표를 의료조와 기록 담당이 나눠 보관해 한 사람이 전체를 해석하지 못하게 했다.
서지연은 코드가 자신을 다른 사람처럼 표시할까 걱정했다. 은별은 공개 줄에서 누구나 추가 요청과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하면 의료 조정만 특별한 표식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날부터 배식대 옆에 빈 회색 돌과 흰 돌이 놓였다. 회색은 양이 부족하거나 맞지 않음, 흰색은 먹기 어려운 방식이라는 뜻이었다. 글을 쓰거나 이유를 공개하지 않아도 재확인을 요청할 수 있었다.
첫 점심 뒤 회색 돌이 열일곱 개 나왔다. 배식 당번은 사람들이 더 먹으려는 것이라며 당황했다. 세온은 돌을 요구량으로 계산하지 않고 질문의 수로 봤다.
확인해 보니 여섯 명은 실제 양이 부족했고, 네 명은 식사가 너무 차가웠으며, 세 명은 씹기 어려웠고, 나머지는 줄이 길어 자기 차례를 놓쳤다. 부족이라는 한 단어 안에 다른 해결이 있었다.
조리조는 죽 일부를 더 묽게 하고 따뜻한 보관 시간을 짧게 나눴다. 추가 곡물 사용은 생각보다 적었다. 모든 문제를 더 많은 음식으로만 해결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형태와 전달을 고쳤다.
야외 수리조의 추가분은 작업 종료 확인 뒤 곧바로 지급됐다. 작업 시간을 부풀리거나 혼자 서명하지 못하게 시작·종료·동행을 적었다. 추가분을 얻기 위해 위험한 일을 자청하는 사람에게는 중단 기준이 먼저 적용됐다.
태민은 스스로 추가분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가 유리에게 제지당했다. 지도자가 양보하는 장면이 기준이 되면 다음 사람도 피로를 숨길 수 있었다. 태민은 작업 시간을 원장에 쓰고 다른 사람과 같은 회복분을 받았다.
최규식은 저녁 기본량을 다 먹은 뒤 회색 돌을 놓았다. 나이를 이유로 적게 주지는 않았지만 오후 물 운반 뒤 허기가 남았다고 말했다. 작업표를 확인해 회복분이 누락된 것이 드러났다.
나루는 흰 돌을 놓았다. 음식이 아니라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선택을 설명하는 일이 힘들다는 뜻이었다. 은별은 돌 확인 장소를 줄 앞에서 옆 천막으로 옮기고 지정 확인자를 고를 수 있게 했다.
하린은 범주별 총량을 공동 방송에 읽었다. 기본량, 의료 조정 총량, 작업 회복 총량, 다회 소량 조리분, 남은 재고와 다음 계산. 개인 이름이나 몸의 이유는 방송하지 않았다.
곡물 지속 예상은 처음 표보다 하루 짧아졌다. 더 정확해졌다는 사실은 풍요를 늘리지 않았다. 그러나 어디를 줄이거나 교환해야 하는지 다음 선택을 현실에 맞게 만들었다.
서지연은 자기 조정표를 다시 읽고 공개 범위를 유지했다. 임신 여부를 말하지 않아도 필요한 식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다음 의료 확인 시각에 동의했다.
유리는 칼로리표를 버리지 않았다. 종이 위 숫자 옆에 큰 문장을 붙였다. ‘이 표는 기본량을 계산하는 출발점이며 몸의 상태와 당사자 요청을 끝내는 결론이 아니다.’
저녁 배식이 끝난 뒤 빈 그릇의 크기와 남은 음식도 기록됐다. 누가 다 먹었는지로 성실함을 평가하지 않았다. 몸은 표를 따르지 않았고, 표가 해야 할 일은 몸을 꾸짖는 대신 차이를 다음 조리와 배급에 돌려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