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물수레는 안전지대를 떠난 지 이십 분 만에 되돌아왔다. 수레 바닥에서 물이 가느다란 줄로 새고 있었고, 오도혁은 운반을 계속하면 북서 급수장에 빈 통만 도착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혼자 지름길로 돌지 않았다. 공동 채널로 누수 위치와 현재 적재량을 알리고, 뒤따르던 작은 학교 수레와 안전지대 기록원에게 동시에 멈춤을 요청했다.
세 거점의 첫 교환은 물을 사고파는 일이 아니었다. 북서 급수장은 정화한 물을 내고, 안전지대는 남은 의료 소모품과 펌프 패킹을, 작은 학교는 모래 여과통과 단열판을 내기로 했다. 각자 없으면 멈추는 것을 필요한 만큼 잇는 계획이었다.
민세온은 출발 전에 교환표 제목을 세 번 고쳤다. ‘대가’라고 쓰면 물 한 통의 값을 약품 몇 개로 계산하게 됐고, ‘지원’이라고 쓰면 주는 쪽이 조건을 숨길 수 있었다. 결국 ‘공동 운용 인계표’가 됐다.
누수가 생긴 통은 안전지대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봉인은 온전했지만 바닥 이음새가 벌어져 있었다. 도혁은 자기가 적재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 책임 때문에 혼자 수리하겠다고 나서지 않고, 학교 기술자와 북서 운반원이 함께 통을 비웠다.
남은 물은 작은 통 세 개에 나눴다. 원래 용기 번호, 옮긴 양, 받는 사람, 오염 가능성을 각각 적었다. 바닥을 흘러온 물은 아깝더라도 식수 통에 다시 담지 않았다.
강태민은 다음 경로를 살폈다. 도혁이 익숙한 강변 길은 짧았지만 다리 난간 하나가 기울어져 있었다. 북쪽 도로는 멀어도 운반차 두 대가 나란히 설 수 있었다.
“나는 강변으로 수십 번 다녔어요.” 도혁이 말했다.
태민은 그 경험을 무시하지 않았다. 다만 빈 수레와 두 확인자가 먼저 건너고, 하중이 실린 수레는 결과를 본 뒤 움직이기로 했다. 도혁이 길을 제시했지만 통과 여부와 배정 순서는 다른 사람들이 확인했다.
빈 수레가 다리 중간에 닿자 판자 한 장이 아래로 휘었다. 겉보기보다 부식이 깊었다. 도혁도 그 변화를 처음 봤다. 길을 잘 안다는 말에는 마지막으로 본 시각이 붙어야 했다.
세 수레는 북쪽 도로로 돌아갔다. 도착이 마흔 분 늦어진다는 방송이 나가자 급수장은 펌프 시험을 미뤘고 학교는 배식용 물을 더 줄이지 않았다. 거짓 도착 시간을 믿고 자원을 비워 두지 않게 했다.
북서 급수장 앞에는 커다란 물탱크가 있었지만 눈금이 절반 아래였다. 주민들은 안전지대에 얼마나 줄지 공개 회의 중이었다. 먼저 도착한 수레가 먼저 채우는 방식은 쓰지 않았다.
급수 담당 권수진은 세 거점의 마시는 물 최저선, 의료용 물, 정화 속도를 같은 단위로 바꾸자고 했다. 작은 학교는 아이가 많아 조리 횟수가 달랐고, 안전지대는 의료 구역 세척량이 컸다. 머릿수 하나로만 나누면 실제 필요가 보이지 않았다.
개인 질환이나 나이를 공개하지 않고도 구역별 필수 사용량을 설명할 수 있었다. 학교는 조리와 위생, 안전지대는 의료·음용, 급수장은 정화 과정에서 자체 소비하는 양을 따로 냈다.
하린은 세 표를 같은 화면에 올렸지만 자동으로 정답을 계산하지 않았다. 단위가 맞는 부분만 합치고, 측정 방식이 다른 양에는 물음표를 붙였다. 급수장 눈금은 수평 탱크, 안전지대는 세로 통이라 오차도 달랐다.
그때 학교 대표가 약품 상자 수량이 약속보다 적다고 말했다. 안전지대 인계표에는 소독 거즈 여덟 묶음, 해열용 기본 물품 네 묶음이 적혔지만 상자에는 거즈 일곱 묶음만 있었다.
오도혁에게 시선이 몰렸다. 그는 상자를 실은 사람이었지만 봉인을 열 권한은 없었다. 상자 봉인은 끊기지 않았다. 출발 전 수량표와 창고 반출 기록을 다시 읽었다.
창고 기록원이 ‘여덟 묶음 보유’와 ‘여덟 묶음 반출’을 같은 줄에 적은 것이 원인이었다. 실제 반출은 일곱이고 한 묶음은 의료 구역에 남아 있었다. 기록 누락은 확인됐지만 도난이나 거래 변경은 아니었다.
세온은 안전지대 몫에서 다른 물품을 즉시 더 내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학교가 필요한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다시 물었다. 그들은 거즈 수량보다 상처 세척에 쓸 깨끗한 물과 보관 용기가 더 급하다고 답했다.
급수장은 학교 몫 가운데 의료 세척용 작은 통을 따로 봉인했다. 안전지대는 다음 운반 때 거즈 한 묶음을 보내되 현재 의료 구역 사용량을 먼저 공개하기로 했다. 사과가 과도한 선물로 바뀌어 다른 환자 몫을 지우지 않았다.
펌프 패킹 시험에서는 안전지대가 가져온 부품 하나가 규격에 맞지 않았다. 이재현이 오래된 도면 치수를 잘못 읽은 탓이었다. 박선묵은 맞는 패킹을 만들 수 있는 고무판이 학교 창고에 있다고 기억했다.
학교 기술자는 고무판을 전부 내놓지 않았다. 난방 배관 수리에 일부가 필요했다. 세 곳은 급수 펌프에 필요한 크기를 실제로 재고, 남는 부분만 잘라 쓰기로 했다. 공동 사용은 소유 출처와 남은 양을 지우는 일이 아니었다.
오후 세 시, 정화 물이 첫 통에 들어갔다. 권수진과 학교 대표, 안전지대 급수 당번이 냄새·색·봉인 상태와 정화 기록을 확인했다. 확인할 수 없는 성분까지 안전하다고 말하지 않고 기존 정화 절차와 보관 책임을 넘겼다.
수레 적재 순서는 거점 서열이 아니라 경로와 도착 뒤 필요에 맞췄다. 학교 수레는 배식 전에 돌아가야 했고, 안전지대 수레는 의료 구역 비축이 최저선 위라 조금 늦어도 됐다. 급수장 자체 통도 정화 장비 세척을 위해 남았다.
도혁은 가장 먼저 출발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모든 수레의 경로표를 공개 게시판에 붙이고, 갈림길마다 오래된 표식을 새 천으로 바꿨다. 어느 거점이든 다음 운반원이 자기 없이 길을 찾을 수 있게 했다.
태민은 강변 다리를 접근 금지로 봉쇄하지 않고 하중 미확인 표식을 달았다. 가벼운 보행까지 막을 근거는 없었다. 다음 날 기술조가 판자와 받침을 검사할 때까지 물수레만 북쪽 도로를 쓰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 학교 수레의 바퀴 축이 흔들렸다. 안전지대 수레가 앞질러 가지 않고 함께 멈췄다. 조성우가 예비 핀을 건넸지만 학교 운반원이 직접 교체할 수 있게 순서를 읽어 줬다.
수리는 십 분이 걸렸다. 그동안 물통은 그늘로 옮겨졌고 봉인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 늦어진 시각은 세 거점 방송에 동시에 나갔다. 작은 고장은 물이 사라진 소문으로 변하지 않았다.
학교에 도착하자 아이들이 수레 주변으로 모였다. 대표는 물이 충분히 왔다고 환호하지 않았다. 받은 양, 다음 정화 시각, 의료 세척 통, 사용 후 빈 통 반환을 큰 글씨로 읽었다.
안전지대에서는 급수 담당이 새 물을 기존 탱크에 곧장 붓지 않았다. 원래 물의 상태와 섞인 뒤 추적이 어려워지므로 음용·의료 통을 나눠 보관했다. 박미숙과 새 입소자 확인자가 봉인 번호를 대조했다.
저녁 공동 방송에는 교환의 성공보다 차이가 먼저 나왔다. 새는 통 하나, 거즈 기록 한 묶음, 맞지 않은 패킹 하나, 흔들린 바퀴 축. 그 네 문제를 누가 발견했고 어떻게 다음 인계에 반영했는지 읽었다.
세온은 첫 교환을 완성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다음 운반 때 같은 단위와 같은 용기, 같은 경로를 다시 쓸 수 있을 때 비로소 비교가 시작된다고 했다. 세 거점의 원장은 첫 장을 얻었을 뿐이었다.
도혁은 공동 기록실에 자기 경로표 원본을 걸었다. 비밀 길이 자리를 얻는 거래 수단이던 때와 달리, 이번에는 누구나 틀린 지점을 표시할 수 있었다. 강변 다리 옆에는 학교 기술자의 붉은 수정선이 이미 하나 그어져 있었다.
밤이 내려오자 북서 급수장, 작은 학교, 안전지대에서 같은 시간에 빈 통 수량을 읽었다. 숫자는 완전히 같지 않았지만 차이의 이유가 이어졌다. 물은 한 거점의 선물이 아니라 서로의 다음 아침을 확인하는 첫 공동 자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