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배식이 끝났을 때 그릇은 쉰둘 개였다. 전날 북문을 넘은 쉰세 명 가운데 환자식을 받은 사람은 따로 셌으므로, 빈 그릇 하나는 단순한 수량 차이로 넘길 수 없었다.
은별은 배식대를 닫지 않고 세 구역 원장을 펼쳤다. 실내 열여덟, 차고 스물다섯, 천막 열. 합계는 쉰세였지만 이름 옆 응답 표시는 쉰한 개뿐이었다.
“가족 대표가 한꺼번에 등록한 줄부터 다시 읽어야 해요.”
체육관에서 가져온 출석부는 가족 이름 아래 인원수만 적힌 곳이 많았다. 북문 기록 당번은 밤새 각 이름을 옮기려 했지만, 혼자 온 노인 한 명을 옆 가족의 친척으로 묶었고 말을 하지 않는 청소년에게는 임시 번호를 붙였다.
은별은 번호가 적힌 줄을 보자 손을 멈췄다. 자신도 영상보관실에서 구조됐을 때 본명을 말하지 않았지만, 은별이라는 이름을 직접 골랐다. 말하지 않는 것과 이름이 없는 것은 달랐다.
민세온은 배식 수량부터 맞추자고 재촉하지 않았다. 급수 당번에게 다음 배식을 십 분 늦추겠다고 알리고, 기록을 확인하는 동안 먹지 못한 사람이 있으면 먼저 따뜻한 물과 식사를 보관하라고 했다.
차고 구석에서 노인은 젖은 신발을 말리고 있었다. 그는 어젯밤 자기 이름을 분명히 말했다고 했다. 최규식, 예순아홉. 체육관에 들어간 적은 없고 붕괴 뒤 길에서 줄에 합류했다.
기록 당번은 규식을 어느 가족 곁에서 봤기 때문에 그 집 인원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규식은 그 가족을 알지 못했다. 줄이 좁아 잠시 손수레를 같이 밀었을 뿐이었다.
“혼자 왔다고 쓰면 자리가 뒤로 밀립니까?” 규식이 물었다.
은별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지만 규식은 곧장 믿지 않았다. 체육관에서는 가족 대표가 배급을 받아 나눴고 혼자인 사람은 마지막에 남기 쉬웠다고 말했다. 서류 한 줄이 아니라 그 경험 때문에 남의 가족 옆에 서 있었던 것이다.
세온은 규식의 진술을 기록하되 가족에게서 떼어낸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최규식, 본인 확인, 독립 배식과 확인 필요, 도움을 함께 받을 사람은 이후 직접 선택’이라고 적었다.
말하지 않는 청소년은 천막 입구에 앉아 있었다. 누가 이름을 물어도 손목에 적힌 체육관 번호만 보여 줬다. 유리는 먼저 목과 호흡, 의식 상태를 살폈다. 말을 못 하는지 말하지 않는지는 지금 단정하지 않았다.
은별은 종이와 굵은 연필 세 자루를 바닥에 놓았다. 이름, 부를 때 할 응답,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을 글이나 그림으로 고를 수 있다고 설명한 뒤 한 걸음 물러났다.
청소년은 오래 움직이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답을 대신하려 하자 태민이 조용히 뒤로 물렸다. 기다리는 동안 배식이 늦어졌지만 누구도 시간을 줄여 대답을 만들어 내지 않았다.
마침내 청소년은 종이 위에 강을 닮은 선을 그리고 그 아래 ‘나루’라고 썼다. 본명인지 원하는 호칭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은별이 “나루라고 부르면 돼?”라고 묻자 손바닥을 두 번 폈다.
두 번 편 손이 동의인지 확인하기 위해 다른 질문을 섞었다. 싫으면 주먹, 맞으면 손바닥 두 번. 따뜻한 물이 필요한지, 천막에 머물고 싶은지 차례로 물으니 나루의 반응은 일관됐다.
원장에는 ‘나루, 본인 선택 호칭, 손바닥 두 번 동의·주먹 중단’이 들어갔다. 침묵을 동의로 읽지 않고, 대답할 수 있는 방식을 당사자와 함께 만든 기록이었다.
가족 대표 등록표를 다시 읽자 다른 오류도 나왔다. 아이 둘의 이름이 한 줄에 붙어 있었고, 부부로 적힌 두 사람은 실제로는 이동 중 서로를 도운 이웃이었다. 가족 관계를 배급 단위로 쓰면서 관계가 사실보다 먼저 만들어진 셈이었다.
차유리는 의료 정보도 가족 대표에게 한꺼번에 묻지 않았다. 임신 가능성, 복용하던 약, 최근 부상처럼 공개되면 부담이 되는 내용은 당사자와 지정 확인자만 보는 표로 분리했다. 공개 원장에는 필요한 지원과 확인 시각만 남겼다.
정윤호는 행정 서식이 길어지면 이동 중 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은별은 상세 원장과 호출표를 나눴다. 호출표에는 선택 이름과 응답 방식, 현재 구역만 넣고, 관계·의료·과거 주소는 필요한 담당자에게만 보였다.
규식은 자기를 독립 배식으로 적으면 물통을 혼자 옮겨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재현이 운반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나섰지만 은별은 누가 계속 도울지 규식에게 고르게 했다. 규식은 전날 손수레를 같이 민 서지연이라는 여성을 선택했다.
서지연도 동의했다. 둘은 가족이 되었다고 등록하지 않고 ‘상호 확인 동료’로 표시했다. 한 사람이 배식에 오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상태를 확인하되 식량을 대신 결정하지 않는 역할이었다.
그때 차고 쪽 배식 담당이 그릇 하나를 더 발견했다. 빈 그릇은 도난당한 것이 아니라 난방 덕트 아래 받침으로 쓰고 있었다. 수량 차이는 풀렸지만 이름 두 개가 빠진 사실까지 없던 일이 되지는 않았다.
세온은 그릇이 맞았으니 조사를 끝내자는 의견을 받지 않았다. 수량 감사와 사람 확인은 다른 절차였다. 그릇은 쉰셋으로 맞았고, 응답은 규식과 나루를 포함해 쉰셋이 됐다는 두 결론을 따로 적었다.
배식이 시작되자 나루는 줄에 서지 않았다. 은별이 손바닥 신호로 이유를 물었고, 나루는 천막 안쪽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발목을 다친 여성이 잠들어 있었다. 나루는 그 사람 몫을 먼저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유리는 여성을 깨워 의식과 통증을 확인했다. 배식을 대신 받을지 직접 고르게 했고, 나루가 그릇을 옮기는 데 동의하는지도 물었다. 선의라는 이유로 관계와 대리 권한을 자동으로 만들지 않았다.
최규식의 그릇은 서지연이 가져오지 않았다. 규식이 직접 줄 끝까지 걸었고, 돌아갈 때만 물통을 함께 들었다. 도움은 필요한 순간에만 나뉘었고 혼자 온 사람이라는 표시는 무능력 표가 되지 않았다.
하린은 새 호출표를 공동 방송에 시험했다. 이름을 불렀을 때 음성, 손짓, 지정 확인자 중 어떤 방식으로 응답하는지 차례로 읽었다. 나루의 차례에는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고 천막 당번이 손바닥 두 번을 확인해 답했다.
박무성의 기존 손가락 신호와 나루의 손바닥 신호가 헷갈릴 수 있다는 문제가 나왔다. 같은 구역에서는 이름을 먼저 부르고, 신호를 두 확인자가 보며, 다른 사람의 신호를 대신 쓰지 않기로 했다.
오후 원장 교육에는 새 입소자 가운데 여섯 명이 자원했다. 은별은 자신의 과거를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이름을 말하지 못했던 사람이 어떤 줄에서 사라지는지만 보여 주고, 번호는 중복 방지에 쓸 수 있어도 호칭을 대신할 수 없다고 했다.
한 주민은 재난 중에 호칭까지 고르는 것이 사치라고 말했다. 규식이 먼저 반박했다. 남이 붙인 가족 칸에 들어가 보니 물 한 그릇을 받기 위해 그 가족의 허락을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부를 이름이 없으면 누가 빠졌는지도 못 묻소.”
나루는 그 말을 듣고 종이에 자기 호칭을 한 번 더 썼다. 글씨는 처음보다 컸다. 은별은 원장 글자를 고치지 않고 두 번째 확인 표시로 그대로 붙였다.
저녁 점검에서는 쉰세 이름 모두가 한 번씩 응답했다. 체육관 출석부와 새 원장은 다른 숫자를 숨기지 않았다. 출발 전 쉰한 명, 길에서 합류 두 명, 현재 쉰세 명. 관계는 당사자가 확인한 것만 적혔다.
세온은 빈 그릇을 창고에 돌려놓고 원장 마지막 칸을 읽었다. 사람을 찾게 만든 것은 그릇 하나의 부족이었지만, 되찾은 것은 두 사람의 이름과 선택이었다.
은별은 나루에게 내일 호칭을 바꾸고 싶으면 같은 자리에서 말해도 된다고 했다. 나루는 손바닥을 두 번 펴고, 최규식은 자기 이름 옆 철자가 맞는지 다시 확인했다.
명부가 커질수록 사람은 숫자 사이에서 저절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거점은 더 빠른 등록보다, 누락을 발견한 사람이 배식을 멈추고 다시 부를 수 있는 권리를 먼저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