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문 밖 사람들의 그림자가 먼저 길어졌다. 해가 담장 아래로 내려갈수록 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선두에 선 여자는 젖은 출석부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있었다.
“남부 체육관 천장이 무너졌습니다. 나온 사람은 쉰세 명이에요.”
경비 당번은 문을 열지도 닫지도 않은 채 공동 호출을 보냈다. 의료, 급수, 기록 당번이 각자 열쇠 봉투를 들고 모이는 동안 누구도 민세온을 찾지 않았다. 세온은 광장 배식 줄 끝에서 그 방송을 듣고 다른 사람들과 같은 속도로 북문에 갔다.
강태민은 담장 위가 아니라 길 양쪽을 먼저 살폈다. 추격 흔적은 없었고, 뒤처진 사람 둘이 손수레를 밀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쉰세 명을 한 덩어리로 들이지 않고 마지막 사람이 시야에 들어올 때까지 도착 방향과 걸음 상태를 기록하게 했다.
차유리는 문틈으로 체온계를 내밀지 않았다. 넘어져 무릎을 다친 사람, 숨을 몰아쉬는 사람, 젖은 옷을 입은 아이가 어디 있는지 당사자와 곁의 사람에게 물었다. 증상 하나로 감염을 붙이지 않고 즉시 필요한 도움부터 표시했다.
체육관 출석부에는 쉰한 줄만 있었다. 선두 여성은 붕괴 직전 화장실 쪽에서 두 사람이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하린은 총원을 고쳐 쓰기 전에 뒤쪽 두 사람에게 직접 이름과 출발 장소를 물었다. 둘의 대답이 맞았고, 서로를 처음 본 시각도 비슷했다.
“쉰세 명, 현장 대조 완료. 다만 체육관 원장 쉰한 명과 현장 합류 두 명은 경로를 나눠 둡니다.”
하린의 말은 문 안팎 스피커로 동시에 나갔다. 숫자가 늘었다는 사실을 누군가 명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바꾸지 않았다. 반대로 두 사람이 말했으니 무조건 맞는다는 도장도 찍지 않았다.
급수 당번이 계산표를 들고 왔다. 현재 탱크와 정화 속도로는 기존 배분을 유지할 경우 사흘 뒤 최저선에 닿았다. 쉰세 명을 더하면 하루 반이 채 되지 않았다. 그는 그 수치를 숨기지 않았고, 물이 없으니 돌아가라는 결론도 대신 내리지 않았다.
문 안 주민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번졌다. 한 남자는 지난 마흔여드레 동안 지킨 거점을 한밤에 잃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은 자기 가족도 예전에 문밖에 있었다며 걸쇠를 풀라고 소리쳤다.
세온은 두 목소리를 잠재우지 않았다. 공개 원장 첫 칸에 ‘현재 수용 공간’, 둘째 칸에 ‘대기 중 필수 지원’, 셋째 칸에 ‘다음 재평가 시각’을 썼다. 모두를 당장 같은 방에 넣는 약속과 누구도 돌보지 않는 거절 사이에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을 놓았다.
북문 안쪽 창고를 비우자 바닥 난방이 닿는 공간은 열여덟 자리였다. 환기되는 차고에는 스물한 자리를 만들 수 있었지만 밤 기온을 버틸 담요가 부족했다. 나머지 열네 명은 문 옆 천막을 보강해야 했다.
“자리 순서를 누가 정합니까?” 체육관에서 온 여자가 물었다.
유리는 걸을 수 있느냐만 보지 않겠다고 답했다. 저체온 징후, 호흡 변화, 최근 수술이나 부상, 스스로 말한 필요, 함께 있어야 안전한 보호 관계를 따로 본다. 어느 한 항목도 사람의 가치를 매기는 점수가 아니며 여섯 시간 뒤 다시 본다고 설명했다.
박미숙은 창고 안 자리를 살폈다. 자기는 이제 짧은 거리를 걸을 수 있으니 의료 구역 가까운 의자를 한 자리 내놓겠다고 했다. 유리는 그 선택을 받되 미숙의 통증 확인을 건너뛰지 않았다. 양보가 앞으로의 치료를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박무성은 산소 장비 옆에서 손가락으로 의사 표시를 했다. 새로 온 호흡 곤란자를 같은 구역에서 볼 수 있게 자리를 넓히자는 뜻이었다. 내부 의료조는 이동 동선이 좁아지면 장비 줄이 걸릴 수 있다고 반론했다.
이재현과 조성우가 빈 선반을 옮겨 폭을 만들었다. 최인서는 문 고정표를 새로 달았다. 은별은 침상에서 의견을 내기 어려운 사람에게 찾아가 대기 장소와 재평가 시각을 읽어 줬다. 기존 열두 사람은 새 입소자를 돕는 영웅으로 서지 않고 자기 역할표를 이어 갔다.
천막을 세우려던 순간 바람이 강해졌다. 낡은 방수포 한쪽이 찢어져 기둥을 때렸다. 태민은 사람부터 뒤로 물리고, 천막이 완성됐다는 표시를 원장에서 지우게 했다. 잠자리를 빨리 늘리려다 무너진 체육관의 실수를 반복할 수 없었다.
박선묵이 발전기실 작업표를 들고 나타났다. 권한 배제 기간이 남은 그는 지시하지 않고, 창고 뒤 폐열 덕트를 차고 쪽으로 돌리면 온도를 조금 올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재현과 급수 담당이 도면과 실제 밸브를 함께 확인했다.
선묵의 계산은 맞았지만 덕트 안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다. 바로 가동하면 차고 전체에 분진이 퍼질 수 있었다. 유리는 먼저 외부로 시험 송풍하고 필터를 갈자고 했다. 시설 기술은 쓰되 한 사람의 확신만으로 쉰세 명을 들이지 않았다.
북서 구조 릴레이에서는 접이식 담요 서른 장을 보낼 수 있다고 답했다. 대신 운반차가 다른 진료소를 거쳐야 해 도착은 자정 무렵이었다. 하린은 ‘담요 확보’가 아니라 ‘운반 예정, 도착 미확인’이라고 방송했다.
작은 학교 대피소에서도 응답이 왔다. 빈 교실은 없지만 방수포와 단열판을 빌려 줄 수 있고, 그 대가로 다음 물 배분 때 정화 필터를 요청했다. 세온은 사람의 입장을 물건 거래와 묶지 않고 지원 협의를 별도 원장에 열었다.
체육관 사람 가운데 세 명은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했다. 북서 진료소에 가족이 있다는 이유였다. 문 안 주민 한 명이 자리가 부족하니 그들을 먼저 보내자고 하자 은별이 반대했다. 당사자의 목적지 선택과 거점의 수용 편의를 같은 결정으로 만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구조 릴레이의 실제 수령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이동을 다시 선택하기로 했다. 그때까지는 쉰세 명 원장 안에 남고, 행방이 정해지면 수령자와 시각을 붙이기로 했다.
저녁 일곱 시, 북문은 사람 하나가 지날 만큼 열렸다. 가장 아픈 사람부터가 아니라, 실내 자리를 준비한 순서와 의료·보호 동선을 함께 맞춘 열여덟 명이 들어왔다. 가족을 갈라야 할 경우에는 당사자에게 이유와 다음 합류 시각을 설명했다.
차고로 들어간 스물한 명에게는 난방 시험 중이라는 사실과 중단 신호를 읽어 줬다. 필터 압력이 오르면 즉시 덕트를 끄고 공동실로 이동한다. 누구도 따뜻해질 거라고 약속하지 않았다.
문밖 천막에는 열네 명만 남았지만 ‘외부 대기자’라고 뭉뚱그리지 않았다. 담요 우선, 따뜻한 물, 화장실 통로, 경비 교대, 의료 확인자를 원장에 적었다. 문은 잠그지 않았고 안쪽 공동실로 이어지는 통로에 두 명이 번갈아 섰다.
한 아이가 엄마에게 왜 우리는 밖이냐고 물었다. 엄마가 대답하지 못하자 세온이 대신 변명하지 않았다. 은별이 아이 눈높이에 앉아 지금 실내에 먼저 들어간 사람의 이유와 자정에 다시 자리를 바꿀 계획을 설명했다.
“그럼 우리가 잊힌 건 아니에요?”
은별은 천막 입구에 붙은 이름과 확인 시각을 가리켰다. “네가 잠들어도 다음 사람이 이 줄을 읽어. 틀리면 네가 고칠 수 있고.”
여덟 시 재평가에서 차고 덕트는 쓸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온도는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바람을 막을 만큼은 됐다. 천막의 네 가족이 차고로 옮겼고, 호흡이 불편해진 두 사람은 의료 구역으로 들어갔다. 자리는 고정된 특권이 아니라 상태에 따라 움직였다.
체육관 원장을 들고 온 여성은 자기 역할이 끝났다고 종이를 넘기려 했다. 하린은 원본을 빼앗지 않고 사본을 만들었다. 기존 기록을 아는 사람도 새 등록 확인자와 함께 밤 교대를 맡아야 숫자의 배경이 사라지지 않았다.
급수 배분은 그날 밤부터 낮아졌다. 기존 주민만 이전 양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표결에 올리지 않았다. 먼저 온 순서로 필수 물을 늘리는 규칙은 조례의 기본 권리를 다수결로 바꾸는 일이었다.
대신 조리와 세척용 물을 줄이고, 마시는 물과 의료용 물의 기준을 지켰다. 북서 급수장에 다음 운반을 요청하고 작은 학교와 필터 교환을 준비했다. 부족함의 비용을 문밖 사람에게만 지우지 않았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담요 운반차의 불빛이 북쪽 길에 나타났다. 태민과 새 입소자 두 명이 표찰과 적재 목록을 함께 확인했다. 서른 장 가운데 한 장은 젖어 있었고, 쓸 수 있는 수량은 스물아홉 장으로 고쳐졌다.
쉰세 명은 그 밤 한 공간에 다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누구도 닫힌 문 뒤에서 자기 순서를 모른 채 기다리지 않았다. 실내, 차고, 천막의 원장에는 같은 크기의 이름과 같은 재평가 시각이 적혔다.
세온은 새벽 교대 전에 북문 걸쇠를 점검했다. 어제까지 여러 손으로 문을 여는 일은 익숙한 일상이었다. 이제 그 문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받을지보다, 받지 못하는 동안 무엇을 함께 책임질지를 묻고 있었다.
마지막 천막의 등불이 꺼질 때, 세온은 쉰세 번째 이름 옆에 ‘확인 완료’ 대신 ‘다음 확인 새벽 두 시’라고 썼다. 들어온 사람의 수보다 다시 물어야 할 시간이 거점의 첫 확장 기록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