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감사 지적 이행표가 절반쯤 닫혔을 때, 센터 운영위원회는 창립 인력의 임기 종료 면담을 시작했다. 네 사람이 고른 다음 직함은 공로패보다 먼저 근로계약서와 권한표에 적혀야 했다.
운영위원장은 윤해진에게 상임 원장 자리를 제안했다. 정치 로비 조사와 본사 폐쇄 감사를 이끈 사람이 기관의 얼굴이 되어야 후원과 협력이 안정된다는 이유였다.
해진은 원장 후보 추천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조사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과 예산·채용을 쥔 사람이 같아지면 보호 사건의 이견이 인사 문제로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그가 고른 자리는 센터 조사 책임자였다. 임기는 두 해, 한 차례만 연장할 수 있고 사건 배당은 독립 위원과 함께 정했다. 자기 지휘가 포함된 사건은 다른 책임자가 맡았다.
직원 한 명은 명칭만 낮춘 원장 아니냐고 물었다. 해진은 권한표를 펼쳐 예산 거부권과 채용 최종권, 기록 보관 열쇠가 자기에게 없다는 것을 보여 줬다.
첫 시험은 청소업체 채권 재심이었다. 해진은 이겸이 원래 판단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그를 재심 결정석에서 빼고, 자료 설명만 맡겼다. 오래 함께 일한 신뢰가 회피 규칙을 넘지 않았다.
민가온에게는 센터 전산총괄 자리가 제안됐다. 분석 서버와 보관함, 접근 기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계속 관리하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가온은 한 사람이 시스템 설계와 원본 접근, 오류 판정을 모두 맡았던 시절의 가림 실패를 떠올렸다. 그는 독립 포렌식 감독을 선택하고 실제 운영 계정은 후임 관리자에게 넘겼다.
감독 역할은 분석 목적과 최소 자료 범위를 검토하는 일이었다. 가온은 결과를 고치거나 원본을 직접 내려받을 수 없었고, 표본 열람에도 두 번째 승인자가 필요했다.
후임 분석가들은 그가 만든 산식을 그대로 물려받지 않았다. 가정, 실패 사례, 사용 중단 조건을 읽은 뒤 재현 시험을 했다. 맞지 않는 모델은 창립자의 이름과 상관없이 폐기할 수 있었다.
한 후임은 사업장 위험 점수에서 지역 교통비가 빠진 옛 오류를 찾아냈다. 가온은 자기 설계를 변호하지 않고 수정 제안의 검증자로 물러났다. 발견자의 이름이 변경 기록 첫 줄에 들어갔다.
서다온은 센터 법률책임자 제안을 받았다. 그는 상근 자리를 가지면 옛 검찰 조직이 관련된 사건마다 센터 전체가 회피 논쟁에 묶일 수 있다고 했다.
다온은 외부 위원을 택했다. 임기는 짧고 표결 사유를 공개하며, 옛 동료·기관이 연결된 안건에서는 자료를 받기 전부터 빠지는 조건이었다.
그는 법률 의견을 내더라도 유일한 답으로 쓰지 못하게 했다. 노동·기록·개인정보 위원이 다른 법익을 함께 적고, 이견이 있으면 결정문에 나란히 남겼다.
첫 분기회의에서 다온은 감독기관 지연 제재 안건을 보자 회피 버튼을 눌렀다. 대체 위원이 회의를 이어 갔고 그는 복도에서 결과를 기다렸다. 자리를 비우는 것도 맡은 직무의 일부였다.
한이겸에게는 명예 자문위원장이라는 자리가 준비돼 있었다. 의결권은 없지만 주요 보고서에 의견을 붙이고 센터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남는 역할이었다.
그는 계약서의 ‘기한 없음’ 문구에 오래 시선을 두었다. 첫 생에서 권력을 쥔 사람들은 직함을 책임이 아니라 떠나지 않을 이유로 사용했다. 복수를 끝낸 뒤 같은 의자를 다른 이름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이겸은 일반 감사 실무자 지원서를 냈다. 사건 배당을 받고 동료 검토를 거치며, 자기 오류는 다른 직원과 같은 절차로 이의 대상이 되는 자리였다.
운영위원장은 그의 경력 때문에 후임들이 자유롭게 반대하지 못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겸은 자기 검토 의견을 익명화하고, 신규 직원이 참여한 사건에서는 최종 결재를 맡지 않겠다는 조건을 먼저 제시했다.
급여표도 다른 선임 실무자와 같았다. 강연이나 홍보 명목의 별도 수당은 받지 않았고, 태성 사건 기록을 설명할 때도 업무시간과 범위를 남겼다.
첫 배정은 중견기업 구매 감사였다. 화려한 비자금 의혹이 아니라 반복 납품 지연과 승인 누락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이겸은 자료 요청 목록부터 동료에게 검토받았다.
신입 감사원 김유라는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면담 첫날 그는 “그 사건처럼 큰 걸 찾으려면 어디부터 봅니까”라고 물었다. 이겸은 큰 것을 찾겠다는 목표부터 내려놓으라고 답했다.
“현재 승인과 실제 물건이 맞는지부터 봅시다. 이름이 유명하다고 자료 범위가 넓어지지는 않습니다.” 이겸은 자기 초안을 유라에게 건넸다. 유라는 중복 요구 두 줄을 지웠다.
해진은 두 사람의 조회 범위를 승인하면서 이겸의 경력에 특별 표시를 붙이지 않았다. 대신 당사자 연락과 협력사 부담을 줄이는 조건을 확인했다.
가온의 후임 분석가는 거래 원장을 열기 전 목적 코드를 입력했다. 가온은 옆에서 키를 잡지 않고 감사 로그만 확인했다. 감독과 실행이 다른 손에 있었다.
다온은 분기회의에서 구매 사건 법률 질의가 올라오자 해당 기업과 과거 관계가 없음을 공개했다. 의견을 낸 뒤 표결은 다른 위원들과 같은 한 표였다.
네 사람은 다시 같은 사건 주변에 있었지만 예전처럼 한 팀 이름으로 묶이지 않았다. 조사 책임, 포렌식 감독, 외부 위원, 감사 실무가 서로 다른 기관과 임기에 속했다.
센터 홍보 담당은 창립 네 사람의 단체사진을 걸자고 했다. 해진은 사진 대신 역할별 이의 경로와 임기 종료일을 게시하자고 했다. 누가 세웠는지보다 누가 그들을 멈출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직원 휴게실에는 해진의 다음 선발 공고가 붙었다. 조사 책임자 후보는 내부와 외부에서 함께 받았고, 현 책임자가 후임을 단독 지명할 수 없었다.
후보 설명회에서 한 조사관은 해진이 빠진 뒤 민감한 사건을 누가 보호하느냐고 물었다. 해진은 자기 연락처를 남기는 대신 긴급 중지 권한과 보호기관 당직표, 대체 결재 순서를 보여 줬다. 믿을 사람 한 명이 아니라 비어도 움직이는 자리를 넘겼다.
운영위원회는 네 사람의 직함 변경을 공지하기 전 실제 권한 종료 시험을 했다. 해진의 예산 화면, 가온의 운영 계정, 다온의 회피 안건, 이겸의 최종 결재가 각각 막히는지 확인했다. 명함보다 시스템이 먼저 새 역할을 알아보게 했다.
직원 대표는 창립 인력이 다른 자리로 옮겨도 과거 결정에 대한 이의가 계속 가능한지 물었다. 센터는 결정자 이름이 아니라 사건번호에 이의를 연결하고 새 담당자가 기록 전체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사람이 떠난다는 이유로 잘못된 결정이 굳어지지 않았다.
가온은 자신의 감독 계약 종료 뒤 분석 로그 접근이 자동으로 끊기는 시험을 했다. 종료 시각이 지나자 화면이 닫혔다. 그는 관리자에게 예외를 부탁하지 않고 공개 자료로 결과만 확인했다.
다온은 임기 끝에 남길 인수인계 양식을 만들었다. 개인 인맥 목록은 넣지 않았고 회피 판단, 미완료 법률 쟁점, 다음 검토 날짜만 적었다.
이겸은 명함을 새로 받았다. 이름 아래에는 ‘감사 실무’ 네 글자만 있었다. 누군가는 너무 작은 직함이라고 했지만 그는 처음으로 그 크기가 편안했다.
저녁에 네 사람은 센터 회의실에서 각자의 권한 종료 조건을 다시 읽었다. 감정으로 맺은 동맹이 아니라 서로를 대체할 수 있는 절차가 남아 있었다.
해진은 이겸에게 다음 날 기록보존위원회에 참석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초기 조사 때 그의 개인 수첩 보존기한이 끝나 당사자 의견을 들어야 했다.
이겸은 명예 자문위원장이었다면 결정을 설명하는 쪽에 앉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평범한 실무자인 지금은 자기 기록의 당사자로서 답해야 했다. 그는 참석 확인란에 한 번만 서명했다.
센터 불이 하나씩 꺼질 때 네 명은 서로 다른 문으로 나갔다. 다음 직함은 그들을 갈라놓지 않았고, 한 사람에게 다시 모으지도 않았다. 각자 떠날 날이 적힌 자리에서 일이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