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성지주 법인 해산 결정은 비가 그친 아침 법원 전자문서로 도착했다. 채무 정리, 직원 임금·퇴직금, 기록 이관, 소송 승계와 해산 관리 보고가 모두 확인됐다는 내용이었다.
윤해진은 결정문을 본사 폐쇄 대시보드에 올렸다. 법적 상태는 ‘해산’으로 바뀌었지만 후속 채권과 외부 감사 항목은 그대로 남았다. 법인이 사라진다고 질문 창구까지 닫히지 않았다.
한이겸은 오래전 차준석과 장승민이 지배하던 태성이라는 이름이 문서에서 말소되는 것을 보았다. 첫 생에서 바라던 붕괴와 닮았지만 실제로 무너진 것은 지주사의 법적 이름이었다.
살아남은 사업은 서로 다른 새 회사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동해 공장은 설비 개선을 시작했고 남부 물류센터는 직원 전환을 협의했다. 협력사들은 새 지급 창구를 사용했다.
민가온은 해산일 기준 마지막 데이터 접근 로그를 확인했다. 옛 본사 계정은 모두 닫혔고 독립 감사센터와 새 회사의 목적별 계정만 남았다.
서다온은 미결 채권 세 건과 세무 질의 두 건의 책임 번호를 점검했다. 신탁과 담당자가 있었고 법원 결정문에도 승계 사실이 붙었다. 빈칸은 없었지만 처리는 계속됐다.
본사 직원들의 마지막 근무일은 같지 않았다. 일부는 기록센터와 새 회사로 옮겼고 일부는 다른 직장을 찾았으며 일부는 휴식 뒤 진로를 정하기로 했다. 팀은 전환율만으로 성공을 평가하지 않았다.
직원 대표는 해산 보고서에 재취업 실패와 소득 공백도 넣어 달라고 했다. 좋은 결과만 세면 떠난 사람의 어려움이 사라질 수 있었다. 외부 노무 감사가 여섯 달 뒤 추적하기로 했다.
한 직원은 전환 지원을 받았지만 새 회사 임금이 낮아 거절했다. 회사는 선택을 실패로 분류하지 않았다. 약속된 퇴직금과 교육비를 지급하고 연락을 끝냈다.
다른 직원은 독립 감사센터의 기록 보조로 채용됐다. 과거 사건 협조 여부는 심사에 쓰이지 않았다. 필요한 기록 관리 경험과 시험 결과만 남았다.
이사회는 해산 완료식을 열자고 했다. 옛 태성 깃발을 내리고 새 회사 대표들이 서명하는 행사를 계획했다. 직원 대표와 해진은 실무자에게 참석을 강요하지 않는 조건을 붙였다.
이겸은 연설 요청을 거절했다. 자신이 태성을 무너뜨렸다는 이야기는 법인 해산의 실제 비용과 사람들의 선택을 한 사람의 복수로 축소할 수 있었다.
행사는 짧은 공개 보고회로 바뀌었다. 해산 비용, 매각 손실, 퇴직금 오류, 협력사 채권, 안전 사고, 기록 인계와 남은 감사 일정이 화면에 나왔다.
정전과 삭제 지시, 허위 완료도 숨기지 않았다. 폐쇄가 잘 관리됐다는 결론 옆에 어떤 실패가 있었고 누가 고쳤는지 적었다.
시민감시단은 독립 감사센터가 본사 책임을 대신 떠안는 구조가 되지 않는지 물었다. 다온은 센터가 조사·보호·기록을 이어 가지만 금전 채무는 신탁과 새 법적 주체가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협력사 대표는 아직 미확정 채권 한 건이 있다고 공개했다. 해산 완료라는 말이 그 채권을 종결시키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대시보드의 미결 상태는 유지됐다.
가온은 본사 서버 폐기 인증서를 발표했다. 필요한 데이터는 이전됐고 무관 개인 데이터는 삭제됐으며, 삭제 기한이 남은 자료는 센터의 독립 목록에 있었다.
해진은 폐쇄 감사 책임자 권한 종료일을 그날로 정했다. 후속 이행은 독립 감사센터 운영위원회로 넘어갔다. 자신도 새 직위를 자동으로 얻지 않았다.
본사 건물 소유권은 새 관리회사로 이전됐다. 로비와 12층은 공사 구역이 됐고 직원 안내판은 센터 임시 창구로 옮겨졌다.
옛 태성 간판을 내리는 작업도 안전관리자가 지휘했다. 이겸은 멀리서 보았지만 사진을 찍지 않았다. 금속 글자는 재활용 목록에 들어갔다.
기자 한 명이 “복수가 끝났습니까?”라고 물었다. 이겸은 잠시 생각했다. “판결은 오래전에 끝났고, 오늘은 법인 해산이 끝났습니다.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은 계속됩니다.”
그 답은 제목으로 쓰기에는 심심했다. 그러나 그는 더 극적인 말을 만들지 않았다.
새 계열사 대표들은 첫 분기 이행 감사를 준비했다. 고용 조건, 협력사 지급, 기록 접근, 보호 불이익이 점검 대상이었다. 새 주인이라는 이름도 검증 면제권이 아니었다.
독립 감사센터는 첫 달 신고 결과를 공개했다. 지연 이자 정정 한 건, 근거 부족 종결 한 건, 보호 상담 두 건. 거대한 비리가 없어도 센터는 정상적으로 일했다.
이겸은 그 작은 숫자를 보며 안도했다. 감사 조직이 존재하려면 계속 악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 잘못된 한 줄을 고치고 근거 없는 의심을 닫는 일도 책임이었다.
직원 대표는 본사 해산 신탁 잔액을 확인했다. 남은 금액은 외부 감사와 미결 채권에 보존되고 목적이 끝나면 법정 순서로 정산됐다.
차준석과 장승민 이름은 해산 보고서의 현재 행위자 목록에 없었다. 확정 판결 참고란에만 있었다. 그들을 다시 움직이는 흑막으로 만들 필요가 없었다.
이겸은 첫 생의 장부를 떠올렸다. 그 장부에서 회사는 범죄자들의 성처럼 보였고, 무너뜨리면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다. 이번 결산표에는 성 대신 급여와 서버와 채권과 사람의 다음 일정이 있었다.
그룹을 무너뜨리는 것과 사람을 살리는 것이 같은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는 늦게 배웠다. 법인의 이름은 지울 수 있었지만 사람의 생계와 기억은 새 길을 만들어야 이어졌다.
해진은 마지막 폐쇄 회의를 진행했다. 미결 항목과 담당 센터, 다음 감사 날짜를 읽고 본사 사건번호를 ‘해산 완료·후속 이행’ 상태로 바꿨다.
다온은 외부 위원 자리에 앉아 법적 승계 확인에만 서명했다. 가온은 데이터 인계 확인, 직원·협력사 대표는 자기 범위를 확인했다. 이겸은 자문 종료란에 서명했다.
서명 뒤 아무도 서로를 안거나 축하하지 않았다. 긴 일을 마친 사람들의 조용한 숨과 종이 넘기는 소리만 있었다. 다음 회의는 독립 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마지막 출입카드를 반납한 총무 직원은 다음 주부터 동네 제조업체 경리로 출근한다고 말했다. 동료는 기록센터로 옮기고, 다른 한 명은 몇 달 쉬기로 했다. 그들은 남은 선택을 성공과 실패로 줄 세우지 않고 서로의 새 연락처만 나눴다.
협력사 대표에게는 미확정 채권 담당자와 심리 날짜가 적힌 문자가 도착했다. 법인이 사라진 뒤에도 답을 받을 번호가 남았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빈 로비에서 발길을 돌렸다. 해산 서명은 그의 청구를 끝내는 도장이 아니었다.
피해 회복 신탁은 첫 분기 지급표와 아직 다투는 금액을 같은 날 공개했다. 지급된 돈만 자랑하지 않고 늦어진 사유와 다음 검토일을 적었다. 피해자는 무너진 간판 대신 자기 사건이 어느 손에 넘어갔는지 볼 수 있었다.
해진은 본사 열쇠를 건물 소유자에게 넘기고 폐쇄 감사 책임자 명찰을 떼었다. 권한 종료 시각이 회의록에 찍혔고 남은 이의는 독립 센터가 받았다. 끝까지 책임진다는 말이 자리를 영원히 차지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본사 문이 잠긴 저녁, 새 계열사 공장과 물류센터의 불은 켜져 있었다. 태성지주는 없어졌지만 살아남은 사업과 노동자는 다른 이름으로 일을 이어갔다.
이겸은 건물 유리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았다. 복수자도 그룹의 승리자도 아니었다. 해산 과정에서 한 표와 자문을 맡고, 사람을 살리는 것을 늦게 배운 감사 실무자였다.
무너진 것은 이름이었다. 책임은 판결과 계약과 센터로 건너갔고 사람은 각자의 선택으로 흩어졌다. 이겸은 빈 본사를 떠나며 더는 무너뜨릴 적을 찾지 않았다.
독립 감사센터 창문에는 늦은 불이 켜져 있었다. 첫 외부 감사 일정이 벽에 붙었고, 세 해 뒤 제도 전체를 다시 검수할 날짜도 이미 정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