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기록실에 남은 마지막 공동 보관함은 사람 키만 한 회색 금고였다. 세 갈래 원본의 회사 보관분, 법원 접수 확인, 감사팀 자체 징계 기록이 봉인돼 있었다.
한이겸은 과거 그 금고가 자신보다 오래 살아남기를 바랐다. 이제 금고를 독립 감사센터로 옮기기 전에 무엇을 계속 남길지 다시 물어야 했다.
민가온은 문서별 법정 보존기한을 표로 만들었다. 형사·민사 원본, 세무 기록, 인사 징계, 보호 자료, 접근 로그의 기한이 달랐다. 사건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모두 영구 보존하지 않았다.
윤해진은 접근 사유를 네 가지로 나눴다. 법적 의무, 당사자 권리, 제도 검증, 외부 감사. 연구와 일반 열람은 별도 독립 심사를 받아야 했다.
서다온은 판결이 확정됐어도 재심·후속 분쟁 가능성이 있는 일부 원본의 보존을 연장했다. 반대로 법적 목적이 끝난 무관 개인 자료는 삭제 기한을 확정했다.
보관함 목록에는 박시우·강승표·박재현 관련 진술이 있었다. 이름은 내부 보호번호로 바뀌었고 새 센터 운영자도 구체적 필요 없이는 신원을 볼 수 없었다.
강승표의 연락 중단 선택과 박재현의 공개 거부도 자료와 함께 인계됐다. 과거 동의를 다시 묻기 전에 새 운영자가 그 제한부터 보게 했다.
이겸의 수첩은 사건 원본 목록에 넣지 않았다. 미래 기억과 추측이 섞여 있어 사실 증거가 아니었다. 편향 관리와 조사방법 오류 기록으로 별도 봉인했다.
시민감시단은 보관함을 공개 전시해 태성 사건을 기억하자고 제안했다. 해진은 사건 교육은 공개본과 검증된 연표로 가능하다고 답했다. 사람의 원진술을 호기심을 위한 영구 박물관에 둘 필요는 없었다.
대신 센터 공개 자료실에는 판결, 감사 시정, 행위별 책임, 공개 매수 조건, 오류 이력이 전시됐다. 원본 위치와 접근 절차도 알 수 있었지만 내용 전체는 보이지 않았다.
직원 대표는 본사 직원의 평범한 업무 기록이 사건 서사에 묶이지 않게 해 달라고 했다. 보관함 속 자료에서 무관한 근태·가족 정보가 남았는지 다시 검사했다.
가온은 조합 식별 위험을 확인했다. 이름이 없어도 부서·날짜·직급으로 추정되는 항목은 검증본에서 더 줄이고 원본 접근 위험표에 표시했다.
독립 기록관리인은 가온의 분류를 다시 표본 검사했다. 한 보호번호에 현재 직무 코드가 남아 있는 오류를 찾았다. 이전 전에 수정하고 당사자 보호기관에 영향평가를 통지했다.
피해 확산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오류는 운영 기록에 남았다. 마지막 이관이라는 이유로 완벽한 성공처럼 꾸미지 않았다.
보관함 물리 운송은 두 대의 차량으로 나누지 않았다. 원본을 여러 개 만들지 않고 한 차량에 봉인해 외부 기록관리인과 법원 지정 운송자가 동행했다. 비상 시 대체 보관 장소를 미리 정했다.
한이겸은 운송 차량에 타지 않았다. 자신의 존재가 보안이 되는 시대를 끝내고 싶었다. 수령 확인은 센터 기록 책임자와 외부 위원이 맡았다.
운송 전날 한 기자가 금고 안에 공개되지 않은 새 장부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겸은 없다고 답했다. 확인된 사건 원본과 조사 오류 기록뿐이며 판결을 뒤집는 비밀은 없었다.
기자는 금고를 극적인 마지막 증거처럼 찍고 싶어 했다. 센터는 외부 모습만 촬영하게 하고 봉인 번호와 운송 시간은 보안상 나중에 공개했다.
다온은 접근 승인 절차를 시험했다. 법원 후속 질의, 당사자 자기 정보 열람, 외부 감사 표본, 연구 요청 네 상황을 넣었다. 각 요청이 다른 승인선과 열람 범위를 가졌다.
연구 요청은 가장 적은 자료만 받았다. 공개본으로 가능한지 먼저 심사하고, 부족할 때 검증본의 익명 통계만 제공했다. 원진술은 대체 불가능성과 당사자 절차가 확인돼야 했다.
당사자 열람은 자기 정보와 이용 이력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이름은 가려졌고 잘못된 사실에는 정정 의견을 붙일 수 있었다. 확인된 사건 행위를 삭제하는 권리는 아니었다.
외부 감사자는 센터 접근 로그와 가림 판단을 표본으로 봤다. 원본 내용보다 누가 왜 열었는지를 먼저 감사했다. 권한 행위가 기록의 첫 페이지였다.
보존기한이 끝날 자료는 자동 삭제되지 않았다. 당사자 이의, 진행 분쟁, 법적 연장 여부를 확인하고 다중 승인 뒤 폐기했다. 삭제 확인값과 근거만 남았다.
가온은 자동 알림 날짜를 설정했다. 기한이 다가오면 센터 책임자뿐 아니라 외부 기록관리인과 당사자 창구에 동시에 통지됐다. 한 사람의 받은편지함에 만료가 묻히지 않았다.
보관함 문에는 새 센터의 로고를 붙이지 않았다. 봉인 번호와 현재 보존 책임자, 다음 점검 날짜만 표시했다. 기관의 상징보다 책임 정보가 먼저였다.
운송 당일 비가 내렸다. 차량은 예정된 경로를 따라 센터 지하 보관실로 갔다. 위치 추적 기록은 운송 종료 뒤 필요한 보안 기간만 남겼다.
센터 기록 책임자는 봉인 외관과 무게, 번호를 확인했다. 내부 원본을 그 자리에서 모두 펼치지 않고 표본 봉인 하나만 검증했다. 나머지는 정기 점검 일정에 따라 확인했다.
해시값과 접수 확인이 맞자 본사 보관 책임이 종료됐다. 이겸은 멀리서 전자 수신증을 받았다. 종이 사본을 개인 수첩에 넣지 않았다.
직원 대표와 시민감시단은 수령 절차를 참관했다. 누구도 금고 내용에 접근하지 않았지만 책임 주체가 바뀐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본사 기록실에는 빈 금고 자국만 남았다. 해진은 그 자리를 기념 공간으로 만들지 않고 건물 인계 목록에 ‘보관함 반출 완료’라고 적었다.
센터는 첫 달에 접근 요청 세 건을 받았다. 두 건은 공개본으로 답했고 한 건은 당사자 열람으로 처리했다. 원본 봉인을 열 필요가 없었다.
가온은 열지 않은 요청도 처리 성공으로 보았다. 필요한 답이 더 적은 정보로 가능했다면 보관함은 책임을 지키면서 사람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었다.
다온은 보존 연장 한 건의 사유가 너무 넓다고 지적했다. ‘향후 분쟁 가능성’ 대신 구체적 사건번호와 검토 날짜로 고쳤다. 막연한 가능성이 영구 보관을 만들지 않게 했다.
이관 일주일 뒤 보관실 누수 경보가 울렸다. 실제 물은 배관 받침 아래에서 멈췄지만, 기록관리인은 금고를 바로 열지 않고 외부 습도와 봉인 상태부터 확인했다. 필요 없는 노출 없이 위험을 판단하고 설비를 고쳤다.
다음 날 직원 대표와 피해자 위원이 복구 기록을 함께 검토했다. 원본이 손상되지 않았다는 말만 믿지 않고 센서 값, 봉인 사진, 작업자 출입 시간을 대조했다. 이상이 없다는 결론에도 확인한 사람이 남았다.
보존기한이 가장 먼저 끝나는 상자에는 여섯 달 전 알림이 설정됐다. 연장 사유가 없으면 당사자 이의 기간을 거쳐 폐기하고, 사건의 공개 요약과 결정 근거만 남기기로 했다. 보관함은 들어오는 문뿐 아니라 나가는 문도 갖췄다.
가온은 접근 권한을 가진 자기 계정도 분기마다 재승인받게 했다. 설계자라는 이유로 열쇠를 계속 쥐지 않았고, 담당 업무가 바뀌면 권한이 자동으로 끝났다. 공동이라는 이름이 익숙한 사람의 영구 소유를 뜻하지 않았다.
이겸은 마지막 공동 보관함이 자신보다 오래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 그러나 오래 남는다는 말은 영원히 열리지 않는다는 뜻도, 모든 것을 영원히 갖는다는 뜻도 아니었다.
금고는 법정 보존기한과 접근 사유, 삭제와 이의 절차를 가진 공동 책임이었다. 복수의 유물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정당한 이유로 질문하고, 이유가 끝나면 놓아줄 수 있는 기록으로 이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