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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1화]

안주머니의 날짜

작성: 2026.04.03 11:03 조회수: 36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보험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며 실제 상품 추천이나 보장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월요일 아침, 세탁소는 언제나 코트로 시작된다. 겨울 내내 입다가 봄이 오면 한꺼번에 들고 오는 손님들 덕에, 3월 말에서 4월 초는 행거가 가장 무거워지는 시절이다. 강민주는 검은 울 코트 두 벌을 먼저 기계에 걸고, 옆에 따로 빼놓은 옷을 올려다봤다. 한서영이 맡기고 간 베이지색 더블 코트였다. 지난주에 인수증을 끊어줬지만 얼룩이 워낙 까다로워 일주일 더 봐야 한다고 전화로 알려뒀다. 서영은 괜찮다고, 오히려 천천히 봐달라고 했다. 그 말이 조금 묘하게 걸렸다. 급하지 않다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맡겨 둔다는 건지.

민주는 코트를 작업대 위에 펼쳤다. 안감을 살살 뒤집어 봉제선 쪽 얼룩을 확인하다가 안주머니 쪽이 불룩하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저번에 손으로 눌러봤을 때는 얇은 종이 몇 장 같았다. 손님 물건 건드리는 거 좋아하지 않는 민주지만, 세탁 전에는 주머니를 비워야 한다. 내용물을 봉투에 담아 보관하는 건 이 집 세탁소의 오랜 규칙이었다. 그녀는 손가락 두 개를 넣어 조심스럽게 꺼냈다. 영수증 두 장, 면봉 세 개, 그리고 반으로 접힌 노란 메모지 하나.

메모지는 그냥 두었다. 면봉도 봉투에 넣었다. 영수증을 펴는 건 세탁 전 이물질 확인이니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나는 편의점 영수증이었고, 다른 하나는 업체 이름이 인쇄된 좀 더 두꺼운 용지였다.

'서일 전기설비 수리 — 출장 및 배선 점검 1식.'

금액은 삼십이만 원. 아래에는 날짜가 찍혀 있었다. 2023년 11월 14일.

민주는 그 숫자를 한 번 읽고,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내려다봤다. 가슴 어딘가에서 뭔가가 살짝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세탁소 화재가 났던 날. 11월 14일이었다. 직접 외우고 다닌 날짜가 아닌데 몸이 먼저 기억하는 것들이 있다.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넣으면서, 명자에게 전화를 하면서, 그 날짜를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른다. 민주는 영수증을 작업대 위에 내려놓고 손을 천천히 뗐다.

"엄마, 아침밥은?"

준수가 부엌 쪽에서 소리를 질렀다. 세탁소와 살림집은 뒤쪽 문으로 이어져 있어서, 아침에는 종종 이런 식으로 목소리가 오갔다. 민주는 작업대 위의 영수증을 손바닥으로 눌러 반듯하게 펴놓고 나서야 대답했다.

"냉장고에 반찬 있어. 밥은 솥에."

"솥에 밥이 있으면 미리 좀 말해줘야지. 어제부터 편의점 삼각김밥 먹었잖아."

"어제 저녁에 해뒀다고. 본인이 안 봤겠지."

"……봤는데 뭔지 몰랐어."

민주는 피식 웃었다. 아들은 냉장고를 열면 뭐가 있는지 못 보는 인간이었다. 열아홉 살이 되도록 그 버릇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냉장고 문을 두 번 열어서 못 찾으면 없는 거라고 판단하는 것이 준수의 세계관이었다. 민주는 그게 답답하면서도 왜인지 오늘은 웃음이 먼저 나왔다.

영수증 쪽으로 눈이 다시 갔다.

'서일 전기설비.'

민주는 이름을 기억해두려고 입 안에서 한 번 굴렸다. 한서영이 이 건물 근처에서 전기 수리를 맡겼다는 건지, 아니면 다른 장소에서 있었던 일인지. 주소가 찍혀 있어야 했는데 영수증 아래쪽이 습기를 먹었는지 글씨가 뭉개져 있었다. 숫자는 보였지만 도로명이 반쯤 지워져 있었다.

'——로 3가 ——번지.'

이 동네 주소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때 셔터 쪽에서 슬리퍼 끌리는 소리가 났다. 박명자였다. 명자는 세탁소 앞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오늘은 비닐봉지 두 개를 손에 들고 있었고, 안에는 대파 한 단과 요구르트 여러 개가 보였다.

"민주야, 오늘 아침에 나 잠깐 봤어? 옆 점포 셔터 앞에 누가 서 있었잖아. 나는 처음 보는 사람인데."

명자가 셔터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며 말했다. 빈 점포, 그러니까 지난달부터 문을 닫은 두 칸짜리 옆자리 말이었다.

"몇 시요?"

"여덟 시쯤? 나는 시장 갔다 오는 길이었는데. 남자였어. 키 크고 점퍼 입고. 셔터 손잡이를 막 잡아당겨보더라고."

"건물주 쪽 사람 아닐까요."

민주는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손은 영수증 위에 올려놓은 채였다.

"건물주 쪽이면 나한테 말을 했겠지. 나한테 말 안 하고 셔터를 건드리는 사람이 어디 있어?"

명자가 코를 한 번 훌쩍이더니 봉지를 흔들었다.

"파 줄까? 오늘 너무 많이 샀어."

"괜찮아요, 저도 있어요."

"있어? 어제 냉장고 열어봤어?"

민주는 대답 대신 피식 웃고는 고개를 돌렸다. 명자는 세탁소 앞에서 요구르트 하나를 빨고는 '그래, 잘 지내봐'라는 뜻의 발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그 참견이 밉지 않은 건, 명자의 말이 틀린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셔터를 건드린 사람. 민주는 그 말을 가슴 한편에 넣어두고 다시 코트 쪽으로 손을 뻗었다. 영수증을 다시 들어 날짜를 확인했다. 2023년 11월 14일. 이 코트가 그날 입혀졌는지, 아니면 훨씬 전부터 주머니에 넣어뒀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서영이 이 코트를 3월에 가지고 이 동네에 나타났고, 코트 안감에는 그을음 자국이 있었고, 안주머니에는 화재 당일 날짜가 찍힌 전기 수리 영수증이 들어 있었다.

우연일 수 있다. 우연이 세 번 겹치면 우연이 아닐 수 있다. 민주는 영수증을 한서영 인수증 봉투 안에 함께 넣어두었다. 손님 물건이니까 따로 두는 게 맞고, 아직 돌려줄 기회가 있으니까. 그리고 그 기회가 생기면 한서영의 얼굴을 한 번 더 보면 된다는 생각을 하며 봉투 입구를 접었다.

오후에 준수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민주는 일부러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준수의 눈 밑에 거뭇한 그늘이 졌다는 걸 봤지만, 지금 그걸 들어다 보이면 아들은 또 뭔가를 숨길 것이었다. 준수는 가방을 내려놓고 냉장고를 두 번 열었다가 닫더니 라면을 꺼냈다. 민주는 모른 척하고 다리미를 들었다. 스팀이 올라오는 소리 사이로 냄비에 물 붓는 소리가 섞였다.

"나 오늘 저녁에 잠깐 나가."

"어디."

"친구들이랑."

민주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준수가 친구들이라고 말할 때의 어투와, 아르바이트를 숨길 때의 어투가 이제는 조금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번 건 후자였다. 하지만 지금 그걸 잡아채면 둘 다 밤새 불편해질 거였다. 민주는 다리미를 밀어 구김을 폈다.

"밥은 먹고 나가."

"라면 먹으면 되잖아."

"라면은 밥이 아니야."

준수가 잠깐 멈추는 기척이 났다. 그러다 냄비 뚜껑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이 집에서 라면은 밥이 아니라는 건, 민주가 이십 년 동안 지켜온 원칙이었다. 준수도 알고 있었다. 아들은 결국 냄비를 불에서 내리고 밥솥 뚜껑을 열었다. 딸깍, 소리가 났다. 민주는 그 소리를 들으며 다리미를 계속 밀었다.

저녁이 지나고 준수가 나간 뒤, 세탁소에는 민주 혼자였다. 봉투 속 영수증을 다시 꺼낼 생각은 없었다. 한 번 본 걸로 충분했다. 날짜는 이미 머릿속에 박혔으니까. 민주는 한서영 코트를 행거에 조심스럽게 걸면서 그을음 자국이 있는 안감 쪽을 잠깐 들여다봤다. 완전히 빠지지 않은 자국이 빛 아래에서 희끗했다. 이 코트가 어디에 있었는지, 한서영이 왜 이 동네에 들어왔는지. 질문은 두 개였고, 지금 민주에게 있는 건 날짜 하나뿐이었다. 그게 전부라도, 어딘가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만은 지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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