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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2화]

불 꺼진 집에 불이 켜졌다

작성: 2026.04.13 11:30 조회수: 28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보험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며 실제 상품 추천이나 보장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세탁소 문을 닫는 시각은 저녁 여덟 시였다. 정확히는 여덟 시 오 분쯤. 마지막 손님이 나가고 카운터 불을 끄고 행거에 걸린 옷들을 한 번 훑고 나면, 그 사이에 오 분이 어딘가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강민주는 그 오 분이 아깝지 않았다. 행거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들여다보는 것은 습관이었고, 습관은 어느 날 갑자기 유용해지는 법이었다. 오늘도 다림질 끝에 남은 수증기 냄새가 좁은 공간에 은근히 배어 있었다. 민주는 그 냄새가 싫지 않았다. 적어도 이 안에서는 하루가 마무리되는 냄새였으니까.

그날 밤도 그랬다. 앞치마를 개어 카운터 서랍에 밀어 넣고 막 뒷문 자물쇠를 잠그려는데, 벽 너머에서 뭔가 둔탁하게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쾅 하는 것도 아니고 쿵 하는 것도 아닌, 마치 무거운 물건이 바닥에 닿았다가 다시 끌리는 소리. 민주는 손을 멈췄다. 옆 점포는 지난 2월부터 비어 있었다. 주인이 건강 문제로 갑자기 폐업했다는 이야기를 명자한테 들었고, 그 뒤로는 셔터가 내려간 채 그대로였다. 임대료가 밀렸다는 말도 들었고, 건물주가 아직 새 세입자를 못 구했다는 말도 들었다. 어느 쪽이든 빈 점포는 그냥 비어 있어야 했다.

민주는 잠깐 서 있다가 뒷문을 잠갔다. 고양이겠지, 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 골목에는 고양이가 많았다. 생각보다 무거운 고양이도 있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나서야 발이 떨어졌다.

다음 날 아침, 셔터 손잡이를 잡기도 전에 명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시장 봉투를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은 허리에 얹은 채였다. 봉투에서 대파 꼭지가 삐죽 나와 있었다. 명자는 민주가 셔터를 다 올리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

"민주 씨, 어젯밤에 옆에 불 켜진 거 봤어요?"

"불이요?"

"어젯밤 열한 시쯤. 나 화장실 갔다가 복도 창으로 내다봤더니, 저기 옆 점포 문 틈 사이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거야. 흰 불빛. 형광등 같은 거. 근데 아침에 보니까 셔터는 그대로 내려가 있고."

명자는 말하면서 대파 봉투를 들어 올려 민주 앞에서 한 번 흔들었다.

"어제가 처음도 아니라고요. 그 전날도 봤어요. 내가 말 안 했지, 그냥 넘길까 싶어서. 근데 이틀 연속이면 그냥 넘기는 게 아니잖아요."

민주는 셔터를 다 올리고 나서 옆 점포 쪽으로 눈을 돌렸다. 셔터는 완전히 내려가 있었다. 바닥에 닿는 부분에 먼지가 두텁게 쌓여 있었고, 가운데 자물쇠는 녹이 슬어 있었다. 누가 드나든 흔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명자 씨, 혹시 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 복도 창에서 보면 각도가 이상하게 들어올 수도 있잖아요."

민주가 말했지만 목소리에 확신은 없었다.

"내가 눈은 아직 멀쩡해요. 칠십 전까지는."

명자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덧붙였다.

"그리고 나만 본 게 아니에요. 이 층 세탁소 옆 복사집 사장도 비슷한 시간에 봤다고 했어요. 어제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는데 먼저 물어보더라고, 혹시 옆 점포에 누가 들어온 거 아니냐고."

민주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빈 점포 셔터를 한 번 더 봤다. 자물쇠 옆에 작은 틈이 있었다. 셔터 하단 레일이 바닥과 완전히 밀착되지 않은 부분. 불빛이 새어 나올 수 있는 정도의 틈이라면, 안에서 빛이 있을 때 밖에서 보일 수 있었다. 명자가 틀린 게 아닐 수도 있었다.

그날 오후는 손님이 뜸했다. 봄비가 오다 그쳤다 반복하는 날이라 사람들이 밖에 잘 나오지 않았다. 빗물이 골목 바닥을 적시고 상가 처마 밑에 고이는 냄새, 아스팔트가 물을 머금는 그 눅눅한 냄새가 열린 문 사이로 들어왔다. 민주는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카운터에 앉아 있다가 준수한테 문자를 보냈다.

'오늘 몇 시에 와?' 라고 보냈더니 '늦을 것 같아. 친구들이랑'이라고 돌아왔다. 민주는 화면을 한 번 더 봤다가 내려놓았다. 친구들이랑. 그 말이 어디서 끝나고 어디서 시작하는지는, 이제 굳이 확인하지 않기로 했다. 확인하면 뭔가 나올 것 같아서가 아니라, 확인하고 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어서였다.

저녁 여섯 시쯤, 세탁기에서 건조가 끝난 신호음이 울렸다. 민주가 드럼 문을 열고 옷가지를 꺼내는데,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상가 복도는 낮에도 조명이 약했고 저녁이면 더 어두워졌다. 민주는 일부러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발소리가 멈추는 위치가 어딘지 귀가 먼저 알아챘다. 빈 점포 앞이었다. 건조 바구니를 카운터에 내려놓고 세탁소 문 쪽으로 걸어가서 유리 너머를 내다봤다.

복도는 어두웠고, 빈 점포 셔터 앞에 남자가 하나 서 있었다. 나이는 사십대쯤 될까. 점퍼를 입고 한 손에 서류 봉투 같은 걸 들고 있었다. 셔터 자물쇠를 바라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서 있는 것도 아닌, 뭔가를 가늠하는 것처럼 서 있었다. 민주는 문을 열었다.

"저기요."

남자가 돌아봤다. 표정은 놀란 것도 아니었다. 그냥 봤다는 듯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복도 쪽으로 걸어갔다. 계단 쪽으로 사라지는 데까지 십 초가 채 안 걸렸다. 민주는 복도에 서서 그 자리를 봤다. 셔터 자물쇠 옆에 뭔가 닿은 것 같은 흔적이 있었다. 먼지가 닦인 것처럼 가로로 선 하나. 손가락 너비였다. 아침에는 없던 것이었다.

민주가 세탁소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명자가 계단 쪽에서 내려왔다. 장 봐온 봉투는 이미 없었고 손이 비어 있었다.

"그 사람 봤어요?"

명자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민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명자는 잠깐 입술을 오므렸다가 말했다.

"건물주 쪽 사람이면 낮에 그냥 들어가면 되지, 왜 저러고 서 있어요. 이상하잖아요."

민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상하다는 말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이상하다고 말하면 그다음에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날 밤 열한 시, 민주는 잠을 자다가 일어났다. 딱히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눈이 떠졌다.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거실 창 쪽을 봤다. 상가 건물 복도 창이 희미하게 보이는 각도였다. 명자가 본 것도 이 각도였을 거다. 민주는 커튼을 조금 열었다. 빈 점포 쪽 창문 사이로 빛이 새어 나왔다. 가늘고 흰 빛. 형광등 같은 빛이었다. 민주는 한동안 그 빛을 봤다. 뛰어나가야 하나, 경찰에 전화해야 하나 같은 생각이 스쳤다가 지나갔다. 빛은 조용했다. 뭔가를 뒤지는 사람은 소리가 없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민주는 커튼을 닫았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서 누웠다. 천장을 올려다봤다. 한서영의 코트 안에서 나온 그 영수증. 서일 전기설비. 2023년 11월 14일. 그리고 오늘 오후 복도에서 마주친 남자의 서류 봉투. 그것들이 같은 선 위에 있는지 아닌지를, 민주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빈 점포에 불이 켜진다는 사실은, 이제 모른 척할 수 없는 일이 됐다. 준수는 자정이 넘어서 들어왔다. 민주는 자는 척했다. 준수가 샤워하고 방에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민주는 눈을 뜬 채로 천장을 봤다. 걱정과 피로가 한꺼번에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내일 아침에 셔터를 올리면서, 옆 점포 셔터 상태를 한 번 더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물쇠 옆 먼지 닦인 자국이 오늘과 같은지 다른지. 그게 지금 민주가 할 수 있는 전부였고, 그것만으로도 오늘 밤은 버텨낼 이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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