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사무실 절반이 빈 날, 재무팀은 해산 배분표를 가져왔다. 남은 현금과 건물 매각 계약금, 계열사 매각대금 일부를 퇴직금·세금·담보채무·협력사 채권·피해 회복 신탁에 나누는 표였다.
첫 합계부터 돈이 모자랐다. 모든 청구를 즉시 지급하려면 예정된 건물 잔금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 직원 직무 종료일과 협력사 지급일이 먼저 왔다.
서다온은 법적 순위를 설명했다. 임금과 퇴직금, 담보채권, 조세, 일반 채권은 법이 정한 우선순위가 있었다. 공정해 보이는 임의 배분으로 그 순서를 바꿀 수 없었다.
협력사 대표는 법적 순위가 낮다는 이유로 작은 업체가 먼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해진은 법적 순위와 공개 합의로 추가 지원할 수 있는 범위를 구분하자고 했다.
피해 회복 신탁은 과거 정산 이의와 보호 조치를 위해 이미 떼어 둔 돈이었다. 이사회는 확정 청구가 적으니 일부를 퇴직금에 먼저 쓰자고 제안했다.
한이겸은 목적 신탁을 다른 구멍에 쓰면 이후 피해자가 다시 회사 없는 곳에서 기다리게 된다고 반대했다. 신탁 잉여를 판단하려면 이의 기한과 예상 비용을 독립 검토해야 했다.
민가온은 확정 채무, 추정 채무, 이의 가능액을 나눴다. 최대 금액을 전부 현금처럼 묶으면 현재 지급이 멈추고, 최소 금액만 남기면 뒤의 사람을 보호하지 못했다.
독립 재무위원은 범위 중간값이 아니라 위험별 준비금을 계산했다. 법적 의무와 과거 처리 통계, 새 회사의 승계분을 대조했다. 불확실성은 범위로 공개했다.
직원 대표는 퇴직금을 분할 지급하는 대신 잔류수당을 먼저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다온은 퇴직금 법정 기한을 지키면서 다른 보상을 앞세우면 결과적으로 권리 포기를 유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사회는 직원에게 자발적 지급 연기 동의를 받자고 했다. 해진은 직무가 끝나는 사람이 회사 요청을 자유롭게 거절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동의율을 성과로 삼지 않고 외부 상담과 철회 기간이 필요했다.
직원들은 연기 동의 대신 임원 보수와 해산 성과급을 먼저 유보하라고 요구했다. 재무표를 확인하니 임원 성과급은 일반 관리비로 분류돼 있었다.
해진은 성과급 지급을 모든 임금·퇴직금·확정 협력사 채권이 정리될 때까지 미뤘다. 기본 임금과 법적 퇴직금은 임원도 같은 순위로 받되 추가 보상은 뒤로 보냈다.
협력사 채권 중 일부는 금액 확인이 끝나지 않았다. 본사 담당자가 떠나 정산 서류를 찾기 어려웠다. 가온은 새 기록센터의 검증본과 납품 원장을 연결해 사실 확인을 지원했다.
작은 인쇄업체 한 곳은 계약서보다 실제 납품 수량이 많았지만 추가 주문이 구두였다. 본사 직원의 메일과 수령 기록으로 일부가 보강됐다. 전액 인정도 전액 거부도 하지 않고 확인된 수량만 먼저 지급했다.
업체 대표는 남은 금액 때문에 버티기 어렵다고 했다. 독립 신탁에서 긴급 생계와 운영 위험을 심사해 무이자 선지급 일부를 제공했다. 최종 채권 판단과 분리했다.
다른 협력사는 규모가 커 현금 여력이 있었다. 같은 비율로 조기 지급하기보다 실제 위험과 법적 근거를 보았다. 큰 업체는 차별이라며 이의를 냈다.
재무위원은 법정 배분은 동일 순위를 지키고, 긴급 지원은 별도 기금의 목적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의 결과도 공개됐다.
피해 회복 신탁에서는 예상보다 이의가 적어 일부 잉여 가능성이 나왔다. 독립 위원은 즉시 전용하지 않고 이의 마감 뒤 필요한 보존·지원 비용을 확정하자고 했다.
이겸은 기다리는 동안 본사 건물 매각 잔금 담보로 단기 자금을 조달하자고 했다. 이자 비용은 늘지만 퇴직금 법정 기한을 맞출 수 있었다.
재무팀은 높은 금리를 우려했다. 지역 금융기관과 새 계열사들이 공동 보증을 제공해 금리를 낮췄다. 매각 과정에서 승계한 사업들이 본사 해산의 마지막 고용 책임 일부를 나눴다.
새 계열사 주주들은 자기 회사 돈을 옛 본사에 쓰는 데 반발했다. 다온은 법적 의무는 아니므로 공개 이사회 승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각 회사는 지원 한도와 회수 조건을 의결했다.
직원 대표는 지원을 미담으로 발표하지 말라고 했다. 새 회사도 본사 공통 서비스와 직원의 노동으로 가치를 넘겨받았고, 보증에는 사업 연속성 이익이 있었다.
퇴직금 지급일 아침, 빈 사무실 책상마다 개인 정산 내역이 보안 우편으로 도착했다. 직원들은 금액, 근속, 세금, 이의 방법을 확인했다. 다른 사람 금액은 볼 수 없었다.
오류 신고가 열한 건 나왔다. 계열사 전환 기간이 누락된 사람이 있었고 휴직 기간 산식이 잘못된 경우도 있었다. 지급 완료율을 높이기 위해 이의를 닫지 않았다.
가온은 오류 원인을 공통 급여 시스템 분할에서 찾았다. 새 회사로 넘어간 날짜가 중복 또는 공백으로 들어간 기록이 있었다. 직원 개인 탓이 아니라 이전 규칙의 결함이었다.
정정금은 이자와 함께 지급됐다. 퇴직금 지급이 늦어진 사람에게 법정 지연 보상도 적용했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면제받지 않았다.
협력사 채권 대시보드에는 실명 대신 규모와 상태가 표시됐다. 미지급 건수, 확인 중 금액, 긴급 지원, 이의 기한을 누구나 볼 수 있었다.
한 기자가 피해 회복 신탁을 퇴직금으로 돌리지 않은 것이 직원보다 과거 사건을 우선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해진은 두 권리 중 하나를 희생시키지 않기 위해 단기 자금과 임원 보수 유보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이겸은 복수의 피해자와 현재 직원을 경쟁시키는 질문을 경계했다. 피해 회복과 생계는 모두 회사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었다. 부족한 돈의 순서를 공개하되 사람을 더 정당한 피해자로 줄 세우지 않았다.
이사회는 건물 잔금이 들어오면 단기 대출과 협력사 확정 채권을 먼저 갚고, 남은 금액을 법정 순서로 배분하기로 했다. 순서를 바꾸려면 공개 재의가 필요했다.
해산 성과급은 끝까지 지급되지 않았다. 관리자들은 목표 달성 보상이 사라졌다고 불만을 냈다. 독립 위원은 안전·채권·기록 인계 미완료가 남은 상태에서는 성과를 확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한 달 뒤 퇴직금 이의가 모두 처리됐고 협력사 확정 채권 대부분이 지급됐다. 미확정 건은 신탁과 담당자를 갖고 법인 해산 뒤에도 이어지게 했다.
설비 세척업체 대표는 작업 확인서 한 장이 없어 채권이 미확정으로 남았다. 폐쇄된 층의 출입 기록과 현장 사진, 당시 시설 직원의 확인을 함께 대조하자 실제 작업은 인정됐지만 계약보다 줄어든 범위도 드러났다. 대표는 전액이나 기각 중 하나가 아니라 확인된 금액을 먼저 받고 나머지에 이의를 제기했다.
퇴직 예정 직원 박선우는 체불된 시간외수당과 잔류수당이 서로 다른 순위로 분류된 사실을 설명회에서 처음 알았다. 다온은 법적 우선분과 약정분을 한 줄에 합친 표를 고쳐 지급 날짜를 따로 적었다. 선우는 받을 총액뿐 아니라 어느 돈을 언제 기다려야 하는지 알게 됐다.
피해 회복 신탁의 대표는 직원 몫을 늘리기 위해 자기 배분을 양보하라는 제안을 받지 않았다. 직원 대표도 협력사에 포기를 요구하지 않았다. 부족한 재산의 책임을 권리가 약한 사람들끼리 선의로 나누게 하지 않고, 남은 자산 매각과 임원 보수 환수 가능성을 먼저 검토했다.
빈 사무실의 캐비닛에는 더 이상 급여 서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급받지 못한 사람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책임 번호와 이의 창구가 독립 센터에 남았다.
이겸은 최종 배분표에 서명하지 않고 자문 의견만 붙였다. 법적 순위는 다온과 외부 재무위원이 확인했고, 직원·협력사 대표가 공개 합의를 검증했다.
돈은 모두를 만족시키기에 부족했다. 그래도 누구의 권리를 조용히 포기시키지 않고 부족한 금액과 기다릴 시간을 같은 장부에 적었다. 빈 사무실에서 마지막으로 지킨 것은 회사 간판이 아니라 떠나는 사람의 정산 날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