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서버실에는 계열사 매각 뒤에도 불빛이 줄지 않았다. 공통 메일, 급여, 법무, 조달, 사건 기록이 오래된 저장장치에 뒤섞여 있었다. 민가온은 마지막 서버 이전 목록을 펼쳤다.
첫 분류는 사건 기록이었다. 확정 판결 원본, 외부 조사, 공개 매수 감사, 보호·이의 기록은 독립 기록센터로 옮겼다. 법정 보존기한과 접근 사유가 각각 붙었다.
두 번째는 일반 업무였다. 새 계열사가 이어서 쓸 계약과 설비 자료는 해당 회사로 보냈지만 다른 계열사 정보는 분리했다. 공통 구매 자료는 계약 승계에 필요한 항목만 검증본으로 만들었다.
세 번째는 개인 데이터였다. 병가 사유, 가족 연락, 오래된 인사 메모는 새 회사가 자동으로 받을 수 없었다. 법적 의무와 당사자 선택을 확인하고 필요 없는 항목은 삭제 대상으로 분류했다.
한이겸은 모든 자료를 기록센터에 보존하면 안전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가온은 보관도 이용이라고 답했다. 필요 없는 사생활을 영구히 쌓으면 언젠가 새 목적의 분석 요청이 들어올 수 있었다.
윤해진은 보호 대상자의 연락 중단 상태가 서버 이전 과정에서 풀리지 않는지 확인했다. 새 시스템의 기본값은 모든 관련자에게 인계 통지를 보내도록 돼 있었다. 보호번호는 자동 통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다온은 삭제와 소송 보존 명령의 충돌을 점검했다. 개인 메일 중 사건 범위 밖 자료라도 진행 중 분쟁과 직접 연결되면 법원 허가 전 삭제할 수 없었다. 범위를 문서별로 판단했다.
가온은 파일 이름만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개인’ 폴더 안에 공식 계약이 있었고 ‘업무’ 폴더 안에는 가족 사진이 있었다. 자동 분류는 후보를 만들고 사람이 표본과 맥락을 확인했다.
전수 내용 열람은 하지 않았다. 메타정보와 권한, 작성 시스템을 먼저 보고 위험한 혼합 폴더만 독립 심사관이 제한 열람했다. 이전 작업이 새로운 사생활 조사가 되지 않게 했다.
첫 시험 이전에서 급여 파일 한 묶음이 새 계열사 세 곳에 동시에 복제됐다. 공통 직원번호가 남아 있어 다른 회사의 과거 급여를 추정할 수 있었다. 가온은 전송을 중단하고 이미 받은 시험본을 폐기했다.
새 회사들은 급여 이력 전체가 연차·퇴직 정산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독립 노무 검토자는 총 근속과 법정 정산 값은 필요하지만 다른 계열사의 세부 수당 내역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가온은 정산 증명서와 원본 보관 위치를 제공하고 세부 급여는 당사자 요청 때만 열람하게 했다. 새 회사가 필요한 숫자를 얻으면서 과거 전체를 소유하지 않았다.
기술팀은 파일을 잘게 나누느라 이전 일정이 늦어진다고 했다. 본사 폐쇄 날짜에 맞추려면 일괄 복사가 가장 안전하다는 의견이었다. 가온은 일정 연장 비용과 과잉 이전 위험을 함께 보고했다.
이사회는 서버 계약 종료일을 바꾸기 어렵다고 했다. 해진은 저비용 임시 보존 장비를 빌리고, 본사 전원 철거와 서버 이전을 분리하자고 했다. 건물을 닫기 위해 데이터를 서둘러 퍼뜨리지 않았다.
사건 원본은 복제 없이 독립 기록센터의 새 보관함으로 이동했다. 이동 전후 해시값과 봉인 번호, 운송자, 수령자가 모두 기록됐다. 이겸에게 별도 사본은 주어지지 않았다.
공개본은 누구나 접근할 새 주소로 옮겼다. 링크가 바뀌어 과거 정정 이력이 끊기지 않도록 이전 주소에서 상태와 새 위치를 안내했다. 삭제된 버전은 다시 검색되지 않게 했다.
당사자 열람본은 새 회사가 아닌 독립 센터에 남았다. 사람들은 법인이 사라져도 자기 정보 이용과 정정을 같은 창구에서 물을 수 있었다.
가온은 파생 분석 데이터를 점검했다. 폐쇄 위험 시험, 재식별 영향평가, 입찰 점수표의 중간 결과가 있었다. 재현에 필요한 산식과 최종 검증본은 보존하고 사람별 임시 점수는 삭제했다.
기술 담당자는 나중에 연구 가치가 있을 수 있다고 아쉬워했다. 가온은 확인되지 않은 미래 연구를 현재 보존 사유로 쓰지 않았다. 새 연구는 필요할 때 새 동의와 자료로 시작해야 했다.
삭제 대상 목록은 독립 위원과 직원 대표에게 공개됐다. 본문은 보이지 않았지만 자료 종류, 기간, 삭제 근거, 이의 기한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원들은 자기 자료가 포함됐는지 당사자 열람으로 물었다.
한 퇴직자는 오래된 징계 기록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적 보존기간은 끝났고 진행 분쟁도 없었다. 기록은 삭제되고 확인서만 당사자에게 전달됐다.
다른 퇴직자는 자기 감사 협조 기록을 경력 증명에 쓰고 싶다고 했다. 원본을 넘기는 대신 당사자 동의 아래 역할 확인서를 발급했다. 보호 상태나 다른 사람 이름은 빠졌다.
이전 셋째 주, 본사 백업 테이프 한 상자가 목록과 맞지 않았다. 가온은 숨은 장부라고 추정하지 않고 보관 이력부터 찾았다. 오래된 재해복구 연습용 복제본이었다.
테이프에는 이미 보존기한이 끝난 개인 자료가 일부 있었다. 폐기 승인서는 작성됐지만 물리적 파쇄 확인이 없었다. 관리 실패가 확인됐다.
독립 기록관리인은 테이프를 봉인하고 현재 소송 보존 대상이 없는지 검사한 뒤 전문 업체에서 파쇄하게 했다. 가온은 파쇄 현장을 두 사람과 확인하고 결과를 공개했다.
누군가 마지막 비밀을 찾으려 테이프를 열지 않았다. 내용 목록과 보존 상태만 확인해 필요한 삭제를 했다. 호기심은 접근 사유가 아니었다.
서버 이전 대시보드에는 보존, 이전, 삭제, 이의 대기 네 상태가 있었다. 완료율만 높이려고 이의 대기 자료를 이전으로 바꾸지 않았다. 사람의 답을 기다리는 시간이 일정에 포함됐다.
본사 직원 중 일부는 새 기록센터로 전환됐다. 나머지는 이전 작업 뒤 직무가 끝났다. 가온은 그들의 지식을 매뉴얼과 모의 시험으로 인계하고, 퇴직 뒤 비공식 연락에 기대지 않게 했다.
모의 시험에서는 퇴직자가 자기 인사기록 정정을 청구하는 상황을 넣었다. 새 담당자는 원본을 통째로 내려받지 않고 본인 확인과 접근 범위를 먼저 검토해 필요한 두 장만 열람했다. 이전 직원은 옆에서 답을 알려 주지 않고 기록된 절차만으로 처리되는지 지켜봤다.
정정 결과가 옛 시스템과 새 센터에 다르게 표시되자 이전 완료 표시는 다시 대기로 돌아갔다. 가온은 양쪽 수령자가 같은 수정본과 사유를 확인할 때까지 장비 반출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전송 성공 화면보다 당사자가 같은 답을 받는지가 마지막 검사가 됐다.
마지막 밤, 공통 메일 서버가 읽기 전용으로 전환됐다. 새 메일은 각 회사 시스템으로 갔고 과거 메일은 목적별 요청으로만 열렸다. 한 관리자가 전체 받은편지함을 검색할 수 없었다.
이겸은 자기 옛 메일함도 같은 규칙을 적용받았다. 조사 책임자였다는 이유로 영구 보존되지 않았고, 법적 기록과 개인 메일이 분리됐다. 그는 삭제 예정 개인 메일에 이의를 내지 않았다.
가온은 마지막 서버 이전 버튼 앞에서 수령기관 네 곳의 확인값을 다시 읽었다. 독립 기록센터, 새 계열사들, 세무 보관소, 삭제 인증기관. 파일마다 갈 곳이 달랐다.
버튼을 누른 뒤 불빛 하나가 꺼졌다. 데이터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고 불필요한 것은 정해진 절차로 끝났다. 모든 것을 가지지 않아도 책임은 이어질 수 있었다.
다음 날 서버실 벽에는 삭제 기한과 이의 종료일, 원본 보관 위치가 붙었다. 옛 본사 장비는 비어 갔지만 공동 기억은 무차별 복제가 아니라 목적과 기간을 가진 기록으로 남았다.
가온은 이전 완료 도장을 혼자 찍지 않았다. 각 수령기관과 외부 기록관리인, 직원 대표가 자기 범위를 확인했다. 마지막 서버는 한 사람의 기술보다 여러 사람이 확인한 빈칸 없이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