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마감 사흘 전, 해진의 독립 접수함에 여섯 장짜리 문서가 들어왔다. 제목은 ‘인수 후 운영 유연성에 관한 비공개 부속서’였다. 북해파트너스와 태성 매각 실무팀의 로고가 함께 찍혀 있었다.
첫 장에는 공개 제안서와 같은 고용 유지 약속이 있었다. 둘째 장부터 조건이 달라졌다. 인수 뒤 이 년 동안만 현재 인원의 일정 비율을 유지하고, 그 이후에는 수익성 기준에 따라 사업장 통폐합과 정리해고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윤해진은 파일을 바로 언론에 넘기지 않았다. 원본 출처와 작성 상태를 확인하지 않으면 협상 초안이 확정 계약처럼 퍼질 수 있었다. 접수자의 신원을 묻지 않고 파일 속성부터 독립 보존했다.
민가온은 문서 해시값과 매각 자료실의 파일 목록을 대조했다. 공개 자료실에는 없었지만 태성 실무팀 서버에 같은 이름의 파일 생성 기록이 있었다. 본문은 접근 권한 때문에 아직 볼 수 없었다.
서다온은 보존 명령을 요청했다. 실무팀이 협상 기밀을 이유로 파일을 지우거나 덮어쓰지 못하게 하고, 열람자는 독립 위원으로 제한했다. 내부 감사팀도 원본 본문을 먼저 보지 않았다.
한이겸은 누가 문서를 보냈는지 찾으려 하지 않았다. 과거라면 유출 경로를 따라 책임자를 세웠을 것이다. 지금은 문서가 진짜인지, 누가 협상 권한으로 만들었는지가 먼저였다.
북해파트너스는 문서가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이라고 답했다. 태성 매각 실무팀은 외부 자문사가 만든 검토 초안이며 공식 협상안이 아니라고 했다. 서로 책임을 한 단계씩 밀었다.
독립 위원이 서버 원본을 열었다. 접수된 파일과 해시값이 같았고, 변경 기록에는 북해파트너스 법무팀과 태성 매각 실무책임자의 의견이 번갈아 남아 있었다. 단순 외부 자문 초안은 아니었다.
마지막 수정은 공개 제안서 제출 하루 전이었다. 실무책임자가 ‘공개본에는 이 년 고용 보장만 기재’라는 댓글을 남겼다. 비공개 부속서를 의도적으로 분리한 정황이었다.
실무책임자는 협상력을 지키기 위한 내부 검토였다고 해명했다. 실제 계약에 넣기로 합의하지 않았으니 공개 의무도 없다고 했다. 직원 대표는 공개 고용 약속의 의미를 바꾸는 조건이라면 평가 전에 알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다온은 법적 공개 의무와 입찰 공정성 기준을 나눴다. 최종 계약 전 초안을 모두 공개할 의무는 없을 수 있지만, 평가 항목인 고용 유지의 실질 조건을 심사자에게 숨긴 것은 별도 문제였다.
북해파트너스는 이 년 뒤 구조조정 가능성은 어느 인수자에게나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구 고용 보장은 현실적이지 않았다. 해진도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정리해고가 가능한가가 아닙니다.” 해진이 말했다. “공개 평가표에는 장기 고용 점수를 받으면서 실제 협상에서는 이 년 뒤 자유를 요구했다는 겁니다.”
가온은 공개안과 부속서의 고용 비용을 비교했다. 공개안은 다섯 해 동안 단계적 인력 전환 비용을 반영했지만 부속서는 이 년 뒤 일시에 비용을 줄이는 가정을 썼다. 인수 가격도 그 가정 덕분에 높아졌다.
이겸은 최고가가 직원들의 미래 비용을 뒤로 미룬 숫자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만 비교하면 이 년 뒤 정리해고의 사회·지역 비용은 평가표 밖에 남았다.
직원 대표는 즉시 북해파트너스를 탈락시키자고 요구했다. 독립 위원은 문서의 성격과 입찰 규정 위반 정도를 심리할 때까지 평가를 중지했다. 성급한 처벌도 절차 공정성을 해칠 수 있었다.
문서를 보낸 사람에 대한 보호가 필요했다. 해진은 접수함 메타정보조차 보지 못하게 분리하고, 원본 확인에 충분한 자료가 확보됐으니 신원 조사 금지 명령을 냈다.
독립 보호기관은 제보 접수 기록의 보존기간도 짧게 정했다. 서버 원본으로 문서 진정성이 확인되면 발송 경로 정보는 더 이상 공익 판단에 필요하지 않았다. 법적 이의 기간만 지나면 식별 단서를 삭제하기로 했다.
매각 실무팀은 영업 비밀 유출자를 찾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다온은 범죄 혐의가 있으면 별도 독립 절차로 요청하되, 입찰 공정성 제보의 신원을 협상 당사자가 직접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북해파트너스는 다른 후보도 비슷한 구조조정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선택적 공개라고 주장했다. 독립 위원은 모든 후보에게 장기 고용 조건과 예외를 같은 양식으로 다시 제출하게 했다.
직원 컨소시엄은 사업장 폐쇄에 노동자 특별 동의를 요구했고, 지역 연합은 최소 다섯 해 고용 계획을 냈다. 다른 후보 하나는 삼 년 뒤 인력 조정 권한을 명시했다. 숨기지 않은 위험도 평가표에 들어갔다.
북해파트너스는 부속서를 공식 협상안으로 전환해 공개하겠다고 제안했다. 실무책임자는 자기 댓글이 표현상 부적절했음을 인정했지만 고의 은폐는 아니었다고 했다.
독립 심리에서는 실무책임자가 공개 평가 자료를 작성하는 동시에 비공개 협상을 맡았다는 이해충돌이 지적됐다. 높은 가격을 만들 동기와 고용 평가를 정확히 알릴 책임이 한 사람에게 겹쳐 있었다.
그는 입찰 심사 업무에서 배제되고 외부 매각 관리인이 협상을 이어받았다. 문서 삭제나 조작은 확인되지 않아 형사 혐의로 키우지 않았다. 행위는 공정성 위반과 내부 징계로 판단됐다.
북해파트너스에는 감점과 수정 제출 기회가 동시에 주어졌다. 완전 탈락은 다른 직원들의 단기 자금 위험을 키울 수 있었다. 그러나 최고가 점수는 부속서의 실제 비용을 반영해 다시 계산됐다.
가온은 정리해고 비용을 단순 위로금으로만 잡지 않았다. 지역 소비 감소, 협력사 매출, 재교육 기간, 시설 폐쇄 비용을 포함했다. 불확실한 값은 범위로 공개했다.
새 계산에서 북해파트너스의 가격 우위는 크게 줄었다. 펀드 측은 회사가 비재무적 가정을 과도하게 넣었다고 항의했다. 가온은 가정마다 출처와 민감도 표를 제공했다.
이겸은 부속서 공개 설명회에서 “정리해고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지 않았다. 어느 인수자도 영구 고용을 확정할 수 없었다. 대신 변경 조건과 심사, 대체 고용, 지역 영향평가를 계약 안에 넣겠다고 했다.
한 직원은 이 년이라도 고용을 보장하면 지금 당장 회사를 살릴 수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직원 대표는 그 선택을 직원 전체가 알고 해야 한다고 답했다. 위험을 숨긴 높은 가격과 위험을 공개한 낮은 가격은 같은 제안이 아니었다.
문서 제보자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해진은 찾아내지 못한 것을 미해결로 표시하지 않았다. 원본의 출처는 서버와 변경 기록으로 확인됐고, 제보자의 삶은 결론에 필요하지 않았다.
매각 실무팀은 모든 비공개 부속서 목록을 독립 위원에게 제출했다. 기술·가격 비밀은 보호하되 공개 평가 항목의 의미를 바꾸는 조항은 후보 모두에게 같은 방식으로 공개됐다.
가온은 자료실에 원본 출처와 변경 이력 요약을 붙였다. 누가 파일을 보냈는지가 아니라 누가 작성하고 검토하고 숨기기로 했는지가 책임선이었다.
북해파트너스의 수정안은 삼 년 고용 유지, 이후 폐쇄 전 공개 협의와 대체 계획, 독립 위원 승인으로 바뀌었다.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비공개 부속서 안에 있지 않았다.
이겸은 부속서를 봉인한 채 사건철에 넘겼다. 공개본에는 필요한 조건과 책임만 남겼다. 은밀한 종이 한 장을 새 흑막의 증거로 키우지 않고, 공개입찰에서 누가 어떤 약속을 평가받았는지 고치는 원본으로 썼다.
평가 재개일, 모든 후보의 고용 유지 조건이 같은 표에 올랐다. 이 년 뒤 정리해고라는 문장은 더 이상 작은 글씨가 아니었다. 직원들은 불편한 미래를 처음부터 보고 어느 손실을 감수할지 물을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