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안 최종 회의 날, 해진은 회의실 바닥에 네 줄의 색 테이프를 붙였다. 화면 속 표만으로는 자료가 어디로 가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각 줄 끝에는 원본, 검증본, 공개본, 당사자 열람본이라는 팻말이 섰다.
한이겸은 첫 줄에 사건 원본 보존함을 놓았다. 법원·기관에서 받은 그대로의 파일과 종이, 변경 이력, 해시값이 있는 갈래였다. 누구도 편집하지 않으며 법적 보존 기간과 독립 승인 아래서만 열렸다.
민가온은 두 번째 줄에 검증본을 놓았다. 외부 검증자가 결론의 맥락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필요한 발언과 결재 흐름을 담되, 무관한 사생활과 보호 대상 식별자는 분리한 자료였다.
윤해진은 공개본을 세 번째 줄에 놓았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권한자 결정, 기관 간 시각, 감사팀 오류와 시정, 행위별 결론이 들어갔다. 가림 이유와 변경 이력도 함께 공개됐다.
서다온은 네 번째 갈래를 설명했다. 당사자 열람본은 자기 정보가 어떻게 쓰였고 무엇이 가려졌는지 확인하기 위한 자료였다. 다른 사람의 정보는 보이지 않으며 정정·삭제·이의 신청 경로가 붙었다.
시민감시단 대표는 원본과 검증본의 차이를 회사가 정하면 결국 선별 공개라고 비판했다. 해진은 검증본 선별자가 감사팀이 아니라 외부 위원과 시민·노동자 추천 검증자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검증자는 정해진 기간마다 교체되고 이해충돌을 신고했다. 어떤 원본을 제외했는지 목록도 공개했다. 본문을 보여 주지 못해도 제외된 자료 종류와 사유는 감출 수 없었다.
직원 대표는 인수 후보가 검증자 자격으로 들어올 가능성을 물었다. 다온은 입찰 관계자, 대리인, 투자자는 해당 기간 검증자에서 제외하고 별도 실사 자료만 보게 하는 조항을 넣었다.
이겸은 원본 접근이 지나치게 좁아지는 것을 우려했다. 외부 위원이 공개본 결론을 만든 사람과 가까우면 같은 해석만 반복할 수 있었다. 검증자 추천 주체를 여러 곳으로 나누고 무작위 배정 일부를 섞자고 했다.
가온은 무작위만으로 전문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법률, 기록, 데이터, 노동 관점 중 필요한 역량을 먼저 정하고 각 분야 후보 안에서 추첨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네 갈래 공개안의 어려운 부분은 가림 해제 시각이었다. 진행 중 심리가 끝나면 공개할 자료, 보호 위험이 줄면 재심사할 자료, 보존기한 뒤 삭제할 자료가 서로 달랐다.
다온은 날짜가 아니라 조건으로만 쓰면 영원히 미룰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든 제한에 다음 검토 날짜를 넣고, 유지할 때마다 새 사유를 의결하도록 했다.
해진은 당사자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자동 해제하지 않는 조항을 붙였다. 검토 날짜는 질문을 다시 여는 날이지 공개 확정일이 아니었다. 보호 위험과 대체 원본을 다시 평가해야 했다.
시민감시단은 이의 신청을 누구나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팀은 자료 당사자, 언론, 연구자, 시민 모두 공개 확대나 축소를 요청할 수 있게 했다. 다만 목적과 근거를 적어야 했다.
가온은 이의 신청서에 개인 신원을 과도하게 쓰지 않도록 별도 안내를 만들었다. 누군가 보호 대상의 이름을 이의 근거로 적으면 접수 과정에서 다시 유출될 수 있었다.
첫 모의 이의는 시민감시단이 냈다. 국장실 회의 참석자의 실명을 공개하라는 요청이었다. 검증자는 권한자의 직위와 결정은 이미 공개됐고 개인 이름 추가가 공익을 크게 늘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시민감시단은 재심을 요구했다. 두 번째 검증자 집단은 고위 공직자의 공적 책임에는 실명 공개 가치가 있다고 보았다. 의견이 갈리자 독립 위원회가 최종 판단하고 이유를 공개했다.
결론은 당시 국장과 과장처럼 공식 징계 심리 대상이 된 고위 권한자는 실명을 공개하고, 단순 참관 실무자는 직위만 남기는 것이었다. 직급이 아니라 공적 권한과 확인된 행위가 기준이 됐다.
두 번째 모의 이의는 보호 대상자가 냈다. 자기 진술 요약도 모두 내리고 싶다는 요청이었다. 대체 원본이 충분한 부분은 삭제하고, 판결 구조에 꼭 필요한 사실은 신원 없는 공적 기록으로 남겼다.
이겸은 모든 원본이 공개되지 않아도 결론 검증이 가능한지 시험했다. 외부 검증자에게 공개본과 검증본만 주고 결재 사슬을 재구성하게 했다. 원본 목록과 일치 여부를 독립 기록관리인이 확인했다.
검증자는 한 결재 시각의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원본 전체를 열지 않고 필요한 한 페이지의 제한 열람을 신청했다. 승인과 열람 이유가 기록되고 해당 부분만 추가됐다.
그 과정을 본 이겸은 단계적 접근이 단순한 비공개가 아님을 인정했다. 질문이 생기면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지만 처음부터 모든 사람의 삶을 펼치지 않는 구조였다.
해진도 검증자가 원본 접근 확대를 요구할 권리를 명시하는 데 동의했다. 보호 기본이 결론 보호로 변하지 않게 했다. 거부할 경우 외부 이의와 공개 사유가 필요했다.
가온은 네 갈래 파일이 서로 복사되지 않게 저장소를 분리했다. 공개본에서 원본 경로로 직접 이어지는 링크를 없애고, 검증 요청은 별도 접수함을 거치게 했다.
당사자 열람본에는 자기 정보 수정이 사건 사실을 지우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 붙었다. 잘못된 연락처나 직장 정보는 고칠 수 있지만, 확인된 당시 행위는 이의 기록과 함께 보존됐다.
직원 대표는 글을 읽기 어려운 사람을 위한 대면 설명과 종이 신청도 요구했다. 시스템에 접속하지 못한다고 권리를 잃지 않게 회사 밖 보호기관에서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운영 비용을 두고 이사회가 반발했다. 네 개 저장소와 외부 검증자를 유지하면 사건 종결 뒤에도 돈이 든다는 이유였다. 이겸은 원본 독점의 비용이 보이지 않았을 뿐, 과거에도 사람의 위험으로 지불됐다고 말했다.
예산은 감사팀이 아니라 독립 기록센터 항목으로 편성됐다. 인수나 조직 개편 뒤에도 특정 임원이 줄일 수 없게 최소 운영기간과 외부 감사 의무를 계약에 넣기로 했다.
다온은 법원 봉인 명령과 네 갈래 상태가 충돌하지 않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봉인 자료는 원본 갈래에만 남고, 법원 허가 없이 검증본으로도 이동하지 않았다. 공개 재심사 신청만 가능했다.
가온은 삭제 대상 무관 자료의 목록을 만들었다. 보존 의무가 끝나면 당사자에게 알리고, 삭제 확인값과 승인자만 남겼다. 모든 것을 영원히 쌓는 것이 기록 책임은 아니었다.
네 사람은 통합안에 각자 유보 의견을 붙였다. 이겸은 검증자 확대, 해진은 재식별 보호, 다온은 진행 절차, 가온은 파생 데이터 삭제를 계속 점검하겠다고 썼다.
독립 위원회는 네 갈래 공개안을 시범 운영으로 의결했다. 석 달 뒤 오류, 처리 지연, 당사자 피해, 검증 성공 건수를 외부 감사받는 조건이었다. 완성된 규칙이 아니라 점검받을 규칙이었다.
회의실 바닥의 네 줄은 문 앞에서 다시 하나로 모였다. 자료는 다른 길을 가지만 모든 결정 기록은 공동 운영표에 남았다. 누구나 어느 갈래에 있고 언제 다시 검토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겸은 원본 팻말을 혼자 들지 않았다. 해진은 공개본, 다온은 당사자 열람본, 가온은 검증본을 들고 함께 기록실로 걸었다. 각자의 원칙은 사라지지 않았고 하나의 통제 안에서 서로의 과잉을 막는 역할을 얻었다.
기록실 문에는 네 갈래 공개안과 첫 재검토 날짜가 붙었다. 전부 열거나 전부 잠그는 선택은 사라졌다. 자료마다 목적과 사람과 시간이 다른 만큼, 공개도 네 개의 책임 있는 길로 나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