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판단 회의 첫날, 독립 조사실 중앙에는 사람 이름이 적힌 연결도가 놓여 있었다. 정책재단, 전직 관료, 감독기관, 국회 보좌진, 태성 대외협력실이 수십 개 선으로 이어져 있었다. 언론이 부르던 로비선의 모양이었다.
한이겸은 연결도를 벽에서 떼어 탁자에 눕혔다. “선 하나가 무엇을 뜻하는지부터 다시 씁시다.” 전화, 식사, 자료 전달, 일정 조정이 같은 굵기로 그려져 있으면 접촉이 곧 범죄처럼 보였다.
민가온은 모든 선에 번호를 붙였다. 확인된 접촉 마흔여섯 건, 내용 일부 확인 열한 건, 단순 행사 동석 열일곱 건. 날짜가 겹친 것만으로 연결한 추정선은 별도 회색 목록으로 옮겼다.
윤해진은 첫 행위표를 펼쳤다. 박준명이 감독기관 국장에게 태성 검사와 정책 일정의 충돌을 전달한 접촉이었다. 보수를 받고 특정 사안을 언급했으며 등록과 결과 보고가 없었다.
외부 변호사는 등록 의무 위반 가능성과 특정 결정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분리했다. 전자는 문서로 상당 부분 확인됐고, 후자는 구체적 보류 요구와 대가 약속이 부족했다. 등록 심리는 행정 절차로, 청탁 혐의는 추가 수사 판단으로 보냈다.
두 번째는 정책담당자의 재단 만찬 반복 참석이었다. 비용은 행동강령 상한 안이었고 대가 연결은 없었다. 그러나 감독 대상 후원 단체와의 관계를 신고하지 않았다. 행위별 결론은 미신고 이해충돌에 대한 징계와 규정 개선이었다.
세 번째는 국장실 회의 기록 누락이었다. 누가 로비 요청을 했는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보존 의무와 최종 책임자는 확인됐다. 독립 위원은 기록 의무 위반 심리와 시스템 통제 개선을 각각 의결했다.
네 번째는 국회 보좌진의 공개 정책 자문 참석이었다. 비용 지원이 없고 의정 보고와 공개 자료에 남아 있었으며 태성 관련 후속 결정도 확인되지 않았다. 조사팀은 정당한 정책 접촉으로 종결했다.
시민감시단은 종결이 너무 많다고 반발했다. 같은 사람들과 반복해서 만난 사실 자체가 권력의 통로라고 주장했다. 이겸은 관계망의 위험을 인정하면서도 개별 행위 판단을 흐릴 수는 없다고 답했다.
“관계가 쌓이면 영향력이 생깁니다.” 시민감시단 대표가 말했다.
“맞습니다. 그래서 누적 접촉 공개 규정을 권고합니다.” 해진이 말했다. “하지만 누적됐다는 이유로 기록된 정책 토론까지 청탁으로 바꾸지는 않겠습니다.”
다섯 번째는 재단 연구자의 의견서 전달과 사후 용역 계약이었다. 정책 의견을 내는 행위는 합법일 수 있었지만, 비용과 전달 업무를 계약에서 숨긴 부분은 확인됐다. 계약 위반과 접촉 등록 심사, 일부 비용 환수 검토로 나뉘었다.
여섯 번째는 이수현의 구두 이의와 외부 신고 미사용이었다. 그는 보류 결정 권한이 없었고 상급 지시를 따랐지만, 위험을 알고도 다른 보존 경로를 찾지 않았다. 경미한 직무상 책임과 제보 채널 부실을 함께 적었다.
기관은 수현에게 중징계를 요구했다. 독립 위원은 권한·압박·대안의 실제 가능성을 고려해 감경 의견을 냈다. 수현 사표 압박에 관여한 과장의 인사 책임은 별도 심리로 넘겼다.
일곱 번째는 과장의 검사 초안 반려와 일정 연기 제안이었다. 시장 파장이라는 정책 사유는 존재했지만 위험 보고를 읽고도 대체 보존 조치를 하지 않았다. 재량 남용 여부와 기록 누락 책임이 징계 심리로 갔다.
여덟 번째는 김태욱의 국장실 회의와 박준명 통화였다. 접촉 뒤 검사 일정 쟁점이 회의에 들어온 사실, 보고서 접근, 회의 기록 부재는 확인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가나 태성 측의 직접 보류 명령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겸은 자신의 초기 문구를 바라봤다. ‘조직적 로비 가능성.’ 여러 접촉이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의심은 일부 남았지만, 하나의 중앙 지시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그는 최종 보고서에서 그 표현을 결론으로 쓰지 않기로 했다.
대신 ‘기록되지 않은 유급 접촉과 기관의 재량·보존 실패가 결합해 감독 지연을 가능하게 함’이라고 썼다. 사람과 규정이 만난 결과를 설명하되 확인되지 않은 지휘자를 만들어 내지 않는 문장이었다.
해진은 그 문장에 서명했다. 예전의 이견 기록은 삭제하지 않았다. 이겸이 무엇을 의심했고 어떤 증거가 부족해 표현을 바꿨는지 변경 이력으로 남겼다.
아홉 번째는 태성 임원의 합법 후원이었다. 출처와 신고, 의정 활동을 대조해 대가 연결이 없다고 판단했다. 후원자의 정치 성향은 기록에서 제거됐고 추가 조사 대상에서도 빠졌다.
열 번째는 재단 만찬의 일반 연구자와 수행 직원들이었다. 의사 결정 권한도 비용 수수도 없었다. 그들의 이름은 공개 연결도에서 삭제되고 직군별 참석 통계만 남았다.
가온은 삭제된 이름에도 변경 번호를 붙였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우지 않고, 왜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는지 당사자가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낙인을 풀어 주는 절차도 결론의 일부였다.
외부 변호사는 모든 행위를 네 개의 출구로 나눴다. 수사 의뢰, 징계·행정 심리, 제도 개선, 사실 확인 후 종결. 하나의 접촉이 둘 이상의 출구로 갈 수도 있었지만 어떤 조치가 어떤 근거인지 분명해야 했다.
박준명의 특정 사안 접촉은 등록 심리와 추가 수사 검토로, 일반 정책 보고서는 종결로 갔다. 김태욱은 기록 의무 심리와 관리 책임 징계로, 대가성 청탁 혐의는 증거 부족으로 종결했다.
일부 위원은 증거 부족 종결에 ‘잠정’이라는 말을 붙이자고 했다. 해진은 구체적 재개 조건을 적지 못하면 끝없는 의심만 남는다고 반대했다. 새 원본이나 직접 진술 등 재개 요건을 명시하고 현재 판단은 종결로 표시했다.
이겸은 그 원칙에 동의했다. 닫지 못한 의심은 살아 있는 사람을 영원한 피의자로 만들 수 있었다. 장부가 죽지 않는다는 것은 모든 이름을 지우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었다.
직원 대표는 회사 대외협력 실무자들의 처분을 물었다. 상급자의 지시로 행사 자료를 전달했지만 계약과 비용을 조작하지 않은 사람들은 교육과 절차 개선 대상으로 분류됐다. 거부하기 어려운 지시와 자발적 은폐를 나눴다.
재단 이사회 책임은 사후 계약 관행과 공직 접촉 미관리로 확정됐다. 이사 개인의 정치 성향이나 친분은 판단 근거에서 제외됐다. 이사회는 과거 용역 전수 점검과 결과 공개를 의무로 받았다.
최종 연결도에서 굵은 선은 사라졌다. 각 선 옆에 행위명과 판단, 근거 번호가 붙었다. 멀리서 보면 덜 극적이었지만 가까이서 보면 책임의 자리가 더 정확했다.
언론 발표에서 기자는 “결국 거대한 로비 조직은 없었다는 뜻이냐”고 물었다. 이겸은 거대한이라는 말에 기대지 않았다. “중앙 지휘 구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유급 미등록 접촉, 이해충돌 미신고, 기록 누락과 부당한 지연은 각각 확인됐습니다.”
다른 기자는 처벌 대상이 적다고 지적했다. 해진은 수사와 징계 숫자를 성과로 세지 않겠다고 답했다. 종결된 접촉도, 보호된 실무자도, 고쳐진 규정도 조사 결과였다.
다온의 회피는 김태욱 관련 판단이 의결될 때까지 유지됐다. 최종 결론이 나온 뒤 독립 위원은 그가 조사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접근 기록을 확인하고 회피 종료를 승인했다.
다온은 회의실로 돌아와 완성된 행위표를 처음부터 읽었다. 그는 옛 상급자의 결론에 의견을 덧붙이지 않았다. 대신 인계 과정에서 빠진 법률 항목이 없는지만 확인했다.
해진은 보고서 서명 페이지에 네 사람의 이름을 같은 줄에 놓지 않았다. 작성, 사실 검증, 데이터 범위, 법률 검토가 각각 다른 칸이었다. 누구도 전체 결론의 단독 소유자가 아니었다.
한이겸은 오래된 연결도 복사본을 폐기하지 않고 오류 기록철에 넣었다. 접촉을 한 줄로 묶었던 초기 가설과 그것을 해체한 근거가 함께 남았다. 미래 조사자가 같은 유혹을 반복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날 밤 사건 대시보드의 마흔여섯 접촉이 저마다 다른 상태로 바뀌었다. 빨간 점 하나로 보이던 로비선은 수사, 징계, 개선, 종결의 서로 다른 문을 통과했다. 그제야 책임 있는 행위는 숨지 않았고, 죄 없는 만남은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