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기관 청사 출입 기록을 대조하던 민가온이 화면을 확대했다. 태성의 첫 이상 거래 신고가 보류된 주간, 방문자 명단에 서다온의 이름이 있었다. 목적란에는 ‘업무 협의’, 방문 대상에는 당시 금융수사 조정관의 직함이 적혀 있었다.
다온은 화면을 한 번 본 뒤 자기 지갑을 열었다. 오래되어 모서리가 닳은 방문 출입증이 투명 칸 안에 남아 있었다. 검찰을 떠난 뒤 반납해야 할 상시증은 이미 없었지만, 그날 받은 일회용 카드만은 사건 메모와 함께 보관해 온 것이었다.
“내가 먼저 신고했어야 합니다.” 그가 말했다. “날짜를 기억하지 못했다고 해서 접촉이 없던 게 되지는 않습니다.”
한이겸은 누구를 만났는지 물으려다가 멈췄다. 사실 확인보다 앞서 필요한 것은 다온이 어느 자료에서 손을 떼야 하는지 정하는 일이었다. 그는 외부 위원에게 이해충돌 긴급 검토를 요청했다.
다온은 자기 접촉 기록을 직접 정리하지 않았다. 휴대 기록과 일정표, 청사 출입 내역을 가온에게 봉인 상태로 넘기고 열람에서 빠졌다. 사적인 대화가 포함될 가능성도 함께 신고했다.
외부 위원은 다온에게 별도 면담을 실시했다. 그날 그는 다른 기업의 수사 공조 문제로 옛 상급자를 만났고, 태성 건은 회의 끝에 짧게 언급됐다고 진술했다. 상급자는 태성 신고가 감독기관 검토 중이라는 말만 했다고 했다.
“그 말을 팀에 전달했습니까?”
“아니요. 당시에는 태성 조사를 맡기 전이었고 중요하다고 판단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그 사람에게 연락해 확인할 수 있습니까?”
다온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번호는 압니다. 하지만 제가 연락하면 진술을 맞췄다는 의심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공식 소환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그 선택은 느렸다. 옛 동료에게 한 통만 걸면 회의 내용과 내부 사정을 금세 들을 수 있었지만, 그 정보는 출처와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비공식 인맥이 열어 주는 문은 나중에 닫을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위원은 임시 조치를 내렸다. 다온은 감독기관 관련 면담, 자료 선별, 법률 의견 작성에서 빠지고 기존 사건 구조와 보존 위치만 외부 변호사에게 인계한다. 태성 내부 후속 조언은 계속하되, 해당 기관과 겹치는 판단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다온은 결정문을 읽으며 입술을 굳혔다. “내가 쌓은 구조를 모르는 사람이 중간에 들어오면 놓치는 게 생길 겁니다.”
해진이 말했다. “그래서 구조를 넘기는 거예요. 판단까지 넘기지 않으려고요.”
다온은 인계서를 쓰기 시작했다. 사건 연표, 적용 법령, 이미 닫힌 형사 책임, 새 검증의 범위, 다시 열어서는 안 될 판결 사항을 항목별로 나눴다. 옛 상급자에 관한 자신의 기억은 ‘확인되지 않은 개인 진술’로 표시했다.
외부 변호사는 인계서에서 한 문장을 지적했다. ‘해당 조정관은 당시 사건을 결정할 권한이 없었다.’ 다온은 직제표를 근거로 썼다고 설명했지만, 변호사는 실제 구두 영향력까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다온은 문장을 고쳤다. ‘공식 결재 권한은 확인되지 않음. 비공식 관여 여부는 조사 대상.’ 자기 옛 상급자를 방어하지도, 의심으로 먼저 유죄 취급하지도 않는 표현이었다.
한편 기자들은 다온의 옛 출입증 사진을 입수했다며 회사에 확인을 요구했다. 홍보실은 일회 방문일 뿐이라고 축소하자고 했다. 다온은 반대했다. 방문 사실, 신고 시각, 회피 범위, 독립 면담 여부를 함께 공개하자고 했다.
“괜히 의혹만 키울 수 있습니다.” 홍보실장이 말했다.
“숨겼다가 나오면 의혹이 아니라 통제 실패가 됩니다.” 다온은 자기 이름이 들어간 공개문을 직접 검토하되 승인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공개 뒤 반응은 거셌다. 어떤 사람은 검찰 출신이 결국 옛 조직을 지키려 했다고 비난했고, 어떤 사람은 사소한 만남을 과장한다고 했다. 다온은 어느 주장에도 개인 해명을 더하지 않았다. 공식 조사 질문에만 같은 기록으로 답했다.
옛 상급자는 독립 조사 면담에 출석했다. 그는 다온과의 만남을 인정했지만 태성 건을 상세히 논의한 기억은 없다고 했다. 청사 회의록에는 태성 신고 번호가 참석 자료 목록에 포함돼 있었다. 말과 문서 사이의 차이는 즉시 결론이 아니라 추가 확인 항목이 됐다.
가온은 회의 자료가 그날 실제 열렸는지 서버 접근 기록을 찾았다. 옛 상급자의 계정에서 열람 흔적은 없었고, 비서 계정의 출력 기록만 있었다. 누가 읽었는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외부 변호사는 비서에게 면담 요청을 보냈다. 답변 기한과 동행인 권리, 거부할 수 있는 사적 질문의 범위를 함께 안내했다. 다온은 요청서 초안을 볼 수 없었고, 면담 장소에도 출입하지 않았다.
비서는 출력 지시가 회의 준비용이었다고 진술했다. 출력물은 여러 안건과 함께 봉투에 담겼고, 누가 실제로 읽었는지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조사팀은 그 말을 책임 회피로 단정하지 않고 봉투 배포표를 찾았다.
배포표에는 옛 상급자 사무실과 정책조정실 두 곳이 적혀 있었다. 어느 쪽에도 수령 서명은 없었다. 다온이 과거 근무할 때부터 관행처럼 비워 둔 칸이었다. 개인의 기억보다 오래된 기록 부실이 새 질문이 됐다.
다온은 그 관행을 알고 있었다고 자진 진술했다. 그러나 당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함께 썼다. 지금의 회피가 과거의 묵인을 지워 주지는 않았다. 외부 위원은 그 부분을 직업윤리 검토에 별도로 넘겼다.
그 결정에 다온은 변명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사건을 해결하는 데 기여한 사실과, 옛 조직의 느슨한 기록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사실이 동시에 남아야 한다고 했다. 공로는 통제 면제권이 아니었다.
외부 위원은 과거 접촉 범위가 확정될 때까지 매주 회피 상태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필요 이상으로 오래 배제하지도, 불편하다는 이유로 성급히 복귀시키지도 않기 위한 날짜였다. 다온은 재검토표의 당사자 확인란에 서명했다.
해진은 팀 회의에서 다온의 빈자리를 억지로 채우지 않았다. 법적 질문이 생기면 외부 변호사에게 보내고 회신 시각을 기다렸다. 시간이 더 걸렸지만, 그 지연은 이해충돌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비용으로 기록됐다.
이겸은 다온에게 진행 상황을 알려 주면서 의견을 묻지 않았다. 회피한 사람이 비공식 조언자가 되면 결정문은 껍데기만 남는다. 다온도 질문을 삼키고 인계 누락 여부만 확인했다.
며칠 뒤 외부 변호사는 다온의 접촉이 조사 대상 사실은 맞지만 은폐나 자료 조작 정황은 없다고 중간 판단했다. 회피는 유지됐다. 무혐의 가능성과 독립성 확보는 서로 다른 이유로 움직이는 절차였다.
다온은 옛 출입증을 개인 지갑에서 꺼내 증거 봉투에 넣었다. 카드 자체는 범죄의 표식도 결백의 증명도 아니었다. 그가 언제 어디에 있었는지를 현재 기록과 맞춰 볼 수 있는 작은 원본이었다.
“불편합니까?” 이겸이 물었다.
“많이.” 다온은 봉투의 접수 번호를 확인했다. “그래도 내가 열 수 있는 문을 스스로 닫아 보는 게 맞겠죠. 남의 이해충돌에는 늘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날 저녁 다온의 시스템 권한에서 감독기관 폴더가 사라졌다. 팀은 한 사람의 양심을 믿는 대신 접근 통제로 거리를 만들었다. 다온은 빈 화면을 한참 바라보다가, 외부 변호사에게 인계된 사건철의 수신 확인을 받아 기록에 붙였다.
옛 출입증은 더는 특권의 열쇠가 아니었다. 투명 봉투 안에서 카드의 자석 띠는 아무 문도 열지 못했다. 대신 이해충돌을 숨기지 않았다는 기록이, 다온 없이도 조사가 앞으로 갈 수 있는 정식 통로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