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의 외부 계약 공개가 끝난 날, `마을연결 성장펀드`라는 곳에서 전자우편이 왔다. 조합의 현금 위기를 돕고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제안 금액은 삼천만 원이었다. 미수금 전부보다 두 배 넘게 컸고 다음 급여와 임대료를 넉넉히 낼 수 있는 돈이었다.
첫 장에는 지역을 살리는 인내 자본이라는 문장이 있었다. 미라는 칭찬 문구를 넘기고 수익과 권한 조항부터 읽었다.
펀드는 공동 창고와 향후 공공상가에서 생기는 임대수익의 이십 퍼센트를 오 년 동안 요구했다.
이사회 일곱 자리 가운데 두 자리를 펀드 추천 인사에게 주고, 천만 원 넘는 자산 계약에는 동의권을 갖는 조건도 있었다.
조합이 약속한 수익을 내지 못하면 지분을 더 받는 조항은 없었다. 대신 사업 자료와 회원별 이용 기록을 분기마다 제출해야 했다.
선우는 돈을 빌리는 계약이 아니라 장기 통제를 나누는 계약이라고 말했다. 상환 기한이 없다는 점만 보고 저렴하다고 할 수 없었다.
오복순은 삼천만 원이면 사람 월급부터 줄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미라는 받을 돈이 이미 있는 상황에서 의결권까지 넘길 이유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답했다.
펀드 담당자는 설명회에 와 자기들은 투기 자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역 전문가를 이사회에 넣어 경영을 돕는다고 했다.
마틴은 도움을 받지 않으면 수리 교실도 닫힐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투자자가 교실 수강료를 올리라고 할 수 있는지 물었다.
담당자는 이사회 두 표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자산 계약 동의권은 창고 축소나 임대 조건 변경을 막을 수 있었다.
미라는 투자 철회 조건을 물었다. 조합이 돈을 돌려주고 계약을 끝내려면 남은 기간 예상 수익의 일부를 지급해야 했다.
오 년 동안 예상한 수익은 아직 근거가 약했다. 펀드가 낸 계산에는 수리 교실과 외부 자문이 매년 두 배 가까이 성장한다고 적혀 있었다.
감사자 이나경은 현금 위기를 만든 낙관적 수입 가정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돈을 받는 계약에서도 같은 예측을 반복할 수 없었다.
펀드는 성장 목표를 낮출 수 있다고 했다. 대신 이사회 의결권과 임대수익 배분은 핵심 조건이라 양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합원들은 계약을 찬반 구호로 읽지 않고 조항별로 색을 칠했다. 현금 제공은 녹색, 수익 배분은 노랑, 의결권과 자료 접근은 빨강이었다.
이나경은 펀드의 최근 투자처 세 곳에 공개 질의를 보냈다. 투자 뒤 임대료·인건비와 이사회 표가 실제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한 곳은 답하지 않았고 한 곳은 시설 확장에 성공했지만 회원 이용료가 올랐다고 했다. 다른 한 곳은 수익 목표를 못 맞춰 계약 종료 비용을 협상 중이었다.
사례를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 한 줄로 평가하지 않았다. 조합 규모, 계약기간과 투자자 권한이 달라 동화4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었다.
펀드 담당자는 조합이 원하는 개인정보 제한을 수용할 수 있다고 새 부속안을 냈다. 대신 월별 사업 수입과 인력시간을 더 자세히 요구했다.
린은 인력시간표만으로도 누가 어느 날 일했는지 추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합계 시간과 업무종류만 주고 개인 일정은 제외하는 수정안이 나왔다.
펀드는 성과 검증이 어렵다며 거절했다. 돈을 받는 조건과 사람의 기록을 지키는 조건이 실제로 충돌한 지점이 공개표에 남았다.
현금 예측표에 삼천만 원을 넣어 보자 급여 안정은 커졌지만 성장 사업 의무도 함께 늘었다. 투자금을 받은 뒤 사업을 줄이면 계약 위반 소지가 있었다.
조합은 작아질 권리를 계약에서 확보할 수 있는지 물었다. 펀드는 최소 사업규모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고 그 기준은 두 번째 창고와 연간 자문 열 건이었다.
이미 포기한 확장을 투자금 때문에 되살리는 셈이었다. 주민들은 돈이 현재 위기를 해결하면서 같은 원인을 다시 만드는지를 비교했다.
회원 이용 기록 제출에는 실제 점유와 대피 정보가 포함될 수 있었다. 펀드는 이름을 가리면 된다고 했지만 누가 어떤 가게를 쓰는지 작은 골목에서는 추정할 수 있었다.
주민들은 수강생 수와 합계 매출만 제공하고 개인 기록은 제외하자고 수정했다. 펀드는 투자 성과 확인을 위해 상세 자료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은경은 화양2 사고 자료가 수익 모델 사례로 들어갈 수 있는지 물었다. 조합은 유족 공개 범위 밖 사용을 계약으로도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담당자는 안전 자료는 투자 검토에서 빼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계약 부속서에 넣기 전에는 합의로 보지 않았다.
박도경 구청장은 공공 대출 프로그램을 검토 중이니 서두르지 말라고 했다. 아직 예산과 금리는 확정되지 않아 대안 수입으로 계산할 수는 없었다.
정유림 의원은 민간 자본을 무조건 배척할 필요는 없지만 의결권 없는 대출·채권 방식과 비교하자고 제안했다.
김원태 측은 사업성을 인정받은 증거라며 투자를 받자고 했다. 주민들은 투자자의 성장 계산과 골목 생활의 지속 기준이 같은지 물었다.
펀드 담당자는 조합이 수익을 내야 지속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라는 지속 가능성에는 임금과 임대뿐 아니라 누가 거절할 수 있는지도 포함된다고 했다.
첫 설명회 뒤 비밀유지계약 서명 요청이 왔다. 조합은 회원에게 계약 조건을 숨겨야 하는 조항은 받을 수 없다고 거절했다.
펀드는 표준 양식이라며 조합 내부 공개는 허용하는 수정안을 보냈다. 언론 공개와 다른 골목 공유는 사전 승인을 요구했다.
장하늘은 제안이 있다는 사실을 취재했다. 조합은 금액과 핵심 조건을 공개하되 펀드 직원 개인 연락처와 다른 투자처는 제공하지 않았다.
기사가 나가자 펀드는 협상이 불리해졌다고 항의했다. 미라는 공동 의결권을 요구하는 계약을 조합원 몰래 협상할 수는 없다고 했다.
총회 전 모의 손익표가 나왔다. 삼천만 원으로 급여와 임대 열 달을 버틸 수 있지만 임대수익과 일부 의결을 오 년 내주는 비용이 있었다.
반대로 돈을 받지 않으면 당장 사업 축소와 채권 회수 압박을 계속해야 했다. 어느 쪽도 무료 선택은 아니었다.
마틴은 수리 교실 참가자에게 투자 찬반을 묻지 않았다. 이용자가 조합원인지, 제공한 개인정보가 투자 검토로 넘어가는지 먼저 설명했다.
외부 강사 린은 투자자가 수익을 이유로 강사비를 낮출 수 있느냐고 물었다. 계약에는 인건비 결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예산 의결 두 표가 있었다.
조합은 최소 유급 기준과 개인정보 제외, 투자자 회피 조항을 수정안에 넣었다. 펀드는 의결권이 약해진다며 검토를 요청했다.
미라는 수정안이 거절되면 협상 실패라고 숨기지 않겠다고 했다. 돈을 받지 못한 책임을 노동자에게 임금 양보로 돌리지도 않기로 했다.
펀드 제안은 이 주간 유효했다. 조합은 기한 압박 때문에 하루 만에 표결하지 않고 공공 대출, 회원 출자와 자산 축소를 비교하기로 했다.
감사자는 펀드 돈이 들어오기 전 계좌와 사업별 원가를 정리했다. 자본을 받으면 무엇을 살지보다 어떤 적자를 계속할지 결정해야 했다.
전시 사업은 이미 취소됐고 두 번째 창고도 해지 중이었다. 삼천만 원이 있어도 그 사업을 되살릴 근거는 없었다.
펀드 담당자는 조합이 너무 작아지면 투자 가치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 말은 투자자의 목표가 조합의 최소 생존과 다를 수 있음을 선명하게 했다.
총회 예비 토론에서 찬성 열, 반대 열둘, 수정 협상 아홉이 나왔다. 아직 최종 표결은 하지 않았다.
찬성자는 급여 안정과 성장 기회를 말했고 반대자는 의결권과 자료 접근을 걱정했다. 어느 쪽도 탐욕이나 배신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미라는 제안서를 금고에 넣지 않고 공개 자료함에 두었다. 계약 만료일까지 질문과 펀드 답변을 같은 표에 붙였다.
구해 주겠다는 민간 펀드는 실제 돈을 제안했다. 그래서 더 위험하거나 더 선한 것이 아니라 현금의 가격이 임대수익과 장기 통제라는 사실을 읽어야 했다.
조합은 삼천만 원을 아직 수입으로 적지 않았다. 다음 회의에서 돈이 아니라 표와 자료 접근을 어디까지 내줄 수 있는지 먼저 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