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심리 뒤 도담도시개발은 전면 중지가 한 달을 넘겼다며 재개 심의를 요청했다. 장마가 시작되면 오히려 남은 벽이 위험하다는 이유였다.
주민들도 멈춤이 영원한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피소와 임시 영업비는 매일 늘었고 노출된 외벽은 비를 맞고 있었다.
선우는 재개 찬반부터 묻지 않고 조건표를 펼쳤다. 구조, 노동, 점포, 유족, 감독 다섯 묶음이었다.
첫 조건은 독립 안전검증이었다. 무너진 구간뿐 아니라 연결 벽, 지반 진동, 임시 지지대와 인접 건물까지 다시 계산해야 했다.
검증자는 도담도시개발과 최근 삼 년 계약이 없는 두 기관에서 한 명씩 추천받았다. 가족과 주민은 이해관계 공개를 확인하되 구조 판정을 대신하지 않았다.
검증비는 원청이 선지급하고 결과가 불리하다는 이유로 계약을 중단할 수 없게 했다. 원자료와 수정 이력은 구청 보관소에도 제출했다.
둘째는 하청 직접 신고였다. 작업자는 반장이나 현장소장을 거치지 않고 중지 요청을 보낼 수 있어야 했다.
신고 접수 즉시 해당 출입권한이 임시 정지되고, 대기시간 임금은 원청이 먼저 지급하도록 했다. 신고가 틀린 경우에도 고의가 아니면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
태광철거는 허위 신고가 반복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노동자 대표는 조사와 교육 절차를 두되 현장 진입을 먼저 막는 순서를 지켰다.
셋째는 인접 상가 대피비였다. 숙소와 임시 점포뿐 아니라 물품 운반, 고객 반환, 노동자 이동과 돌봄 비용이 포함됐다.
대피비는 건물주에게 일괄 지급하지 않았다. 임대인, 세입자, 실제 노동자가 각자 접수하고 겹친 항목만 조정했다.
귀환 조건도 함께 적었다. 안전확인, 설비 점검, 임대 조건, 물품 복구와 통지 후 최소 이틀 준비가 필요했다.
넷째는 유족 지원이었다. 가족이 고른 단일 창구, 서면 질문, 법률·생활 지원과 자료 우선 제공이 조건이었다.
정은경은 공사 재개 동의권을 유족에게 떠넘기지 말라고 했다. 가족 요구를 이행해야 하지만 구조 재개 판단의 책임자는 사업자와 감독기관이었다.
다섯째는 작업중단권이었다. 현장소장, 안전담당, 하청 노동자 누구든 기준에 맞는 경고를 내면 즉시 효력이 생기게 했다.
본사 회의는 중지를 해제할 때 필요하고 중지를 시작할 때는 기다리지 않게 순서를 바꿨다. 출입장치와 장비 열쇠도 자동으로 묶였다.
윤태식의 복귀 여부는 조건표에서 제외됐다. 한 사람의 복귀나 해고가 안전 구조 전체를 대신하지 않게 했다.
그는 직무 배제 상태로 기존 도면 설명에만 참여했다. 새 감독자를 누가 선임할지는 공개 자격과 회피 기준으로 정하기로 했다.
도담도시개발은 조건 스물세 개가 과도하다고 반발했다. 특히 대기임금과 대피비를 원청이 먼저 내는 방식은 계약 질서를 바꾼다고 했다.
미라는 사고 전에는 아무도 먼저 내지 않아 가장 약한 사람이 위험 비용을 냈다고 답했다. 회사끼리 책임을 다투는 동안 사람은 기다릴 수 없었다.
구청 법무팀은 원청 선지급 뒤 하청·임대인과 정산하는 임시 협약안을 만들었다. 최종 민사 책임을 확정하는 문서는 아니었다.
박도경은 취임 첫 주에 재개 조건 공개를 행정명령으로 낼 수 있는 범위를 검토했다. 민간 계약을 넘어서는 항목은 조례와 협약으로 나눴다.
정유림 의원은 조례 수정안에 직접 신고와 임시 출입차단을 넣었다. 낙선 뒤 맡은 의회 역할이 기록과 이어졌다.
김원태 측은 조건부 재개도 반대했다. 주민들은 남은 벽의 위험과 장기 대피 비용에 대한 대안을 서면으로 요청했다.
독립 안전검증 첫 보고서는 동쪽 외벽 전면 철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남쪽 인접 점포 쪽은 보강 뒤 순차 작업이 가능했다.
전면 보존을 기대한 주민은 실망했다. 그러나 안전을 이유로 모든 구역을 한꺼번에 허무는 안과도 달랐다.
임소라는 철거 범위를 도면에 표시하고 대피 점포별 귀환 가능 시점을 다시 계산했다. 세탁소는 보강 뒤 먼저, 재봉 작업장은 외벽 철거 뒤였다.
두 번째 검증기관은 지지대 하중 계산 한 곳을 보완하라고 했다. 사업자는 하루 안에 수정했지만 최초 계산을 삭제하지 않았다.
검증 결과가 일치한 뒤에도 작업 방법서가 남았다. 사람이 들어가는 순서, 장비 진입, 수동 해체와 비상 퇴로를 그림으로 표시했다.
하청 노동자 세 명이 그림을 읽고 이해하기 어려운 표식을 지적했다. 설계자는 글자를 쉬운 말로 바꾸고 실제 동선에서 확인했다.
중지 신고 시험도 했다. 모의 경고가 들어오자 출입문이 삼십칠 초 뒤 잠겼다. 목표는 즉시였으므로 통신 지연을 고칠 때까지 재개 승인을 보류했다.
시험 중 내부 인원 확인표가 한 명 늦게 갱신됐다. 출입문을 잠그는 속도뿐 아니라 안에 남은 사람을 안전하게 빼는 절차가 필요해 대피 확인 단계를 추가했다.
두 번째 모의 경고는 하청 노동자가 자기 이름을 가리고 접수했다. 현장에는 접수번호만 보였고 안전담당은 필요한 경우에만 연락할 수 있었다.
반장은 누가 신고했는지 묻지 않고 작업 방법서를 다시 읽었다. 그 행동도 다음 배치표와 함께 삼십 일 동안 확인하기로 했다.
두 번째 시험에서는 열두 초가 걸렸다. 장비 열쇠 관리자는 중지 알림을 받고 시동키를 봉인함에 넣었다.
대기임금 지급 시험도 진행했다. 하청 작업자 한 명이 모의 중지 두 시간분을 다음 급여명세에서 확인했다.
인접 점포 대피비는 첫 이십일분이 선지급됐다. 미지급 세 건은 비공개 서류 보완과 회사 오류를 나눠 표시했다.
회사는 이 정도면 재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미지급 한 건이 야간 노동자 이동비라며 완료 전으로 남겼다.
정은경은 가족 지원 창구의 반복 연락이 줄었는지 확인했다. 공사 재개에 찬성한다는 문장은 쓰지 않았다.
공개 재개 심의 날 각 조건 옆에 이행 자료가 걸렸다. 충족, 부분 충족, 미충족 세 표시였다.
스물세 개 중 스무 개가 충족됐고 세 개는 남았다. 야간 이동비, 출입차단 외부 점검, 하청 배치 이의 절차였다.
주민들은 숫자 스무 개를 성공률로 바꾸지 않았다. 남은 세 조건 가운데 하나라도 사람의 신고와 생계를 막으면 다른 스무 개가 대신할 수 없었다.
사업자는 조건별 비용 합계를 공개했다. 점검과 출입장치는 일회성, 대기임금과 대피비는 공정 내내 계속될 비용으로 구분했다.
금액을 본 일부 주민은 공사를 끝내는 편이 낫다고 했다. 다른 주민은 장기 중지 비용을 우려했다. 회의는 두 의견을 안전 승인과 섞지 않고 사업 대안 검토로 넘겼다.
독립 점검자는 제한 작업만으로도 빗물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본 철거를 열지 않고 외부 보강을 허용하는 중간 선택이 가능했다.
구청은 전체 재개를 승인하지 않았다. 남은 벽의 추가 붕괴를 막는 외부 보강과 잔해 안정화만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도담도시개발은 공정 손실이 커진다고 항의했지만 조건별 이행 기한을 받았다. 주민도 무기한 지연을 요구하지 않고 자료 제출일을 확인했다.
장하늘은 `공사 재개 실패`라고 쓰지 않았다. 안전 목적 제한 작업과 본 철거 재개의 차이를 기사 첫 문장에 넣었다.
윤태식은 펜스 밖에서 새 출입차단 시험을 지켜봤다. 자기 이름이 조건표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기술 질문에만 답했다.
다시 열기 위한 조건은 사고를 없던 일로 만드는 열쇠가 아니었다. 누가 멈출 수 있고 멈춘 동안 누가 돈을 받으며 대피한 사람이 어디로 돌아오는지 고정하는 문턱이었다.
본 철거 문은 아직 닫혀 있었다. 다음 심의에는 조례 통과 여부와 남은 세 항목의 실제 이행이 함께 올라갈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