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2 펜스 앞 대기선에 굴착기 불빛이 나타난 시각은 오전 여섯 시 이십사 분이었다. 예약표보다 여섯 분 빨랐고 본사 검토회의보다 한 시간 반 넘게 빨랐다.
유급 관찰을 맡은 마틴은 차량 번호 대신 도착 시각과 정차 위치를 먼저 적었다. 운전기사는 밤새 다른 현장에서 넘어왔고 반입 보류표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했다.
경비실 새벽 근무자는 교대 장부를 펼쳤다. 윤태식이 남긴 `승인 전 대기` 문구는 있었지만 현장 부장의 확인 서명은 비어 있었다.
윤태식은 여섯 시 삼십 분 정각에 펜스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굴착기 엔진을 끄게 하고 열쇠를 기사에게 돌려줬다. 장비를 압수하거나 운전기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마틴의 관찰표에는 같은 시각이 `06시 30분 현장소장 도착·시동 정지 확인`으로 적혔다. 말로 전달된 시간과 나중에 맞춰 쓴 보고서가 섞이지 않게 원본 종이를 바로 봉투에 넣었다.
도담도시개발 현장 부장 권세문은 굴착기 반입과 작업 시작은 다르다고 말했다. 외부 대기장에 세워 두는 일은 작업중지 요청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해석이었다.
임소라는 외부 대기장이 균열 계측판에서 불과 열두 걸음 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엔진 진동과 차량 회전까지 안전 검토 범위인지 독립 점검자에게 물어야 했다.
전날 밤 열 시 사십일 분에 올라간 작업중지 요청은 본사 결재함에 그대로 있었다. 현장 부장, 안전실, 공정본부 세 칸 가운데 현장 부장 수신만 표시됐다.
태식은 두 번째 요청을 올렸다. 계측 변화 영점칠 밀리미터, 무통지 파쇄기 가동, 굴착기 도착을 같은 문서에 연결하고 임시 효력 조항을 적었다.
본사 당직자는 오전 여덟 시 회의 전에는 전 구간 중지를 승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만 남쪽 계측판 주변은 건드리지 말라는 구두 지시를 내렸다.
권세문은 그 말을 남쪽 구간만 중지됐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동쪽 외벽의 비계 해체와 폐기물 상차는 계획대로 하겠다고 작업반에 알렸다.
태식은 구두 지시의 범위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확인서에 썼다. 남쪽만 멈추라는 말과 다른 구간은 시작해도 된다는 말은 같은 문장이 아니었다.
태광철거 하청 반장 한규철은 일곱 시부터 노동자 여섯 명을 조회에 세웠다. 그들은 파쇄기나 굴착기는 쓰지 않고 비계와 방진막만 걷는다고 들었다.
정호진은 조회표에 서명하기 전 작업중지 요청이 왜 붙었는지 물었다. 반장은 자기 구간과 무관한 균열이라고 설명했다.
윤태식은 조회 중간에 들어가 전체 작업을 승인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에게 현재 허용된 일이 확정되지 않았고 대기 시간도 작업시간으로 적으라고 했다.
한규철은 하청 계약에는 대기임금 조항이 없다며 난색을 보였다. 태식은 원청 안전 별지가 우선한다는 의견을 일지에 남겼지만 지급 권한은 없었다.
노동자들은 펜스 안 휴게실에서 기다렸다. 굴착기 기사는 차 안에 머물렀고 마틴과 주민 관찰자는 대기선 밖에서 출입만 기록했다.
일곱 시 십이 분, 동쪽 구간에서 다른 작업자 두 명이 방진막을 접기 시작했다. 전날부터 현장에 있던 별도 미화 하청으로 조회 명단에 없었다.
태식은 그 작업도 멈추게 했다. 방진막을 걷으면 낙하물이 밖으로 튈 수 있어 단순 청소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권세문은 현장 전체가 마비되고 있다고 항의했다. 장마 전 굴착이라는 변경 공정표와 장비 대기료를 내밀었다.
임소라는 비용표를 감추지 말고 게시하자고 했다. 안전 중지에 돈이 든다는 사실과 승인 지연이 만든 돈을 같은 줄에 놓아야 했다.
일곱 시 사십 분, 독립 점검자가 현장에 도착했다. 그는 계측판 수치를 다시 재고 전날 사진의 촬영각도 차이부터 확인했다.
영점칠 밀리미터 가운데 일부는 온도와 촬영 오차일 수 있었다. 그러나 세탁소 벽의 새 가루와 파쇄기 가동 기록 때문에 바로 작업을 시작할 근거도 없었다.
점검자는 남쪽 벽과 동쪽 외벽이 연결된 조적벽이라는 도면을 찾았다. 현장에 비치된 도면은 개정 전 판이었고 보강 기둥 위치가 실제와 달랐다.
그는 전 구간 임시 중지와 도면 대조를 권고했다. 권고 시각은 일곱 시 오십삼 분으로 접수됐다.
본사 안전회의는 예정보다 일곱 분 늦은 여덟 시 칠 분에 시작했다. 주민은 회의에 들어갈 수 없었고 태식도 화상 설명 뒤 밖에서 기다렸다.
여덟 시 십삼 분, 본사는 남쪽과 동쪽 철거를 중지하되 폐기물 정리와 안전 보강 준비는 허용한다는 결정을 보냈다.
`안전 보강 준비`의 범위는 적혀 있지 않았다. 한규철은 비계를 걷어 통로를 내는 일이 준비라고 했고 점검자는 구조물을 건드리지 않는 자재 반입만 뜻한다고 했다.
태식은 모호한 문장을 그대로 시행하지 않고 세부 목록을 요청했다. 본사는 현장소장이 합리적으로 판단하라고 답했다.
권한을 준 것처럼 보였지만 공정 지연 책임도 함께 내려왔다. 태식은 허용 목록이 확정될 때까지 자재 하역만 하겠다고 일지에 썼다.
굴착기는 펜스 밖 임시 주차장으로 옮겨졌다. 이동 중 계측 수치는 변하지 않았고 운전기사 대기료는 원청 비용표에 따로 잡혔다.
정호진을 포함한 노동자 여섯 명은 오전 내내 보강재를 손으로 나르고 통로 밖에 쌓았다. 벽과 비계에는 손대지 않았다.
점심 무렵 한규철은 오후 일정이 없으면 다른 현장으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이동 시간이 임금에서 빠질까 걱정했다.
태식은 원청에 대기와 이동 비용을 보전하는 임시 확인서를 요구했다. 계약 담당은 사고가 나지 않은 중지에는 별도 항목이 없다며 검토를 미뤘다.
미라는 동화4에서 전화로 그 답을 들었다. 안전을 말한 노동자가 당일 품삯을 잃으면 다음 경고는 더 늦어진다며 조례 의견서에 중지시간 노동비를 추가했다.
오후 한 시, 본사는 보강 준비 세부 목록을 보냈다. 방진막 유지, 자재 반입, 접근 금지선 설치만 허용하고 비계 해체와 폐기물 이동은 금지했다.
아침 일곱 시에 시작하려던 동쪽 작업은 공식적으로 중지됐다. 하지만 방진막 두 장은 이미 접혔다가 다시 걸렸고 미화 하청 두 명의 출입은 뒤늦게 명단에 추가됐다.
선우는 그 차이를 `사고 없음`으로 닫지 않았다. 중지 요청 뒤 승인선이 늦는 동안 누가 어떤 해석으로 움직였는지 시각표에 남겼다.
박도경 당선자 인수팀은 본사에 안전 절차 준수를 요청한 공문을 공개했다. 공정 중지를 명령할 법적 권한까지 행사한 것은 아니어서 요청과 명령을 구분했다.
장하늘은 아침 현장을 기사로 썼다. 굴착기가 들어왔다고 공사가 전면 강행됐다고 과장하지 않고, 엔진 정지·부분 작업 시도·모호한 승인 문구를 순서대로 적었다.
기사 제목에는 죽음이나 붕괴를 예고하는 말을 넣지 않았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긴장감으로 빌려 쓰지 않기 위해서였다.
해 질 무렵 계측판은 같은 수치를 유지했다. 권세문은 경고가 과민했다고 말했고 임소라는 작업이 멈춰 있었던 시간을 함께 보자고 했다.
윤태식은 하루 일지 마지막에 자기 판단도 적었다. 전 구간을 물리적으로 봉쇄하지 못했고 모호한 `보강 준비` 문구를 받았다는 사실, 그 아래에서 어떤 일도 허용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정호진은 퇴근표에 오전 대기 네 시간과 자재 운반 세 시간을 나눠 썼다. 반장이 한 줄로 합치라고 했지만 원래 기록을 지우지 않았다.
다음 날 오전에는 독립 점검 결과에 따라 제한 보강이 예정됐다. 회사는 공정을 다시 맞춰야 한다고 했고 하청은 투입 인원을 줄이지 않겠다고 했다.
멈추지 않은 아침 작업은 큰 장비가 벽을 친 장면이 아니었다. 승인보다 먼저 도착한 차, 범위가 다른 구두 지시, 조회 명단 밖 손 두 개가 조금씩 중지선을 넘은 기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