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인 명부 열람 기간이 시작되자 마틴은 주민센터에서 자기 이름을 찾지 못했다. 예상한 결과였지만 빈 줄을 직접 보는 일은 달랐다.
그는 동화4에서 살고 일했지만 지방선거 요건에는 닿지 않았다. 세금을 내고 임대료를 내는 사실도 그날 표 한 장을 만들지는 못했다.
조합 회의에는 마틴 말고도 투표권 없는 주민이 여럿 왔다. 열일곱 살 제빵 견습생, 주소를 옮기지 못한 야간 재봉사, 다른 구에 사는 점포 노동자가 있었다.
오복순은 투표도 못 하는데 후보 질의에 시간을 쓰는 것이 억울하겠다고 했다. 제빵 견습생은 당선자가 정한 버스 시간과 야간 조명이 자기 퇴근길을 바꾼다고 답했다.
마틴은 그들의 말을 모아 대신 제출하겠다고 했다가 멈췄다. 한국어를 읽는 데 익숙하다는 이유로 모두의 대리인이 되면 다른 목소리가 한 사람 억양으로 줄어들 수 있었다.
서미라는 공식 선거와 별도로 생활권 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후보를 선출하는 모의투표가 아니라 정책이 미칠 영향과 우선 질문을 기록하는 자리였다.
선거관리기관에도 경계를 물었다. 담당자는 공식 투표용지와 비슷한 형식, 투표소를 연상시키는 장소, 실제 후보 선택 집계는 피하라고 안내했다.
주민들은 종이 이름을 `별도 의견표`로 정했다. 후보 이름 대신 임대, 통지, 안전, 운영 노동 네 의제를 두고 직접 겪을 영향과 원하는 답변 기한을 적게 했다.
첫 생활권 회의는 토요일 저녁에 열렸다. 낮에는 일하는 사람을 위해 다음 월요일 새벽에도 같은 설명을 반복하기로 했다.
반복 설명은 마틴 한 사람에게 맡기지 않았다. 미라가 한국어 원문을, 소라가 현장 사례를, 통역 노동자가 두 언어 설명을 맡고 모두 급여표에 시간을 적었다.
마틴은 참가자로 앉았다. 자기 점포의 새 임대료와 배송차량 진입 시간을 썼고 옆 사람의 칸은 비워 뒀다.
제빵 견습생은 야간 버스와 보행 조명을 첫째로 골랐다. 후보 공약표에는 없던 항목이라 새 질문으로 등록됐다.
주소를 옮기지 못한 재봉사는 현황조사 통지가 집 주소로만 가는 문제를 적었다. 이름 공개는 원하지 않아 접수번호만 붙였다.
다른 구에 사는 점포 노동자는 공공상가 임대료보다 휴업 중 임금 보전 방식을 물었다. 사업주 보상과 노동자의 생계가 자동으로 같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회의 중 한 후보 지지자가 별도 의견표에도 후보 선호를 쓰자고 주장했다. 투표권이 없는 사람의 정치 의견을 숨기는 것이 차별이라는 이유였다.
미라는 개인이 말하는 것을 막지 않되 공동 표에는 정책 영향만 적자고 했다. 공식 선거와 혼동되면 가장 먼저 공격받는 것은 투표권 없는 참가자들이었다.
마틴은 자기가 정유림 공약을 선호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 발언은 개인 의견란에 남고 통역문이나 회의 결론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박도경 캠프는 생활권 회의에 후보가 직접 방문하겠다고 했다. 다른 두 캠프도 같은 시간과 형식으로 참여할 수 있을 때만 받기로 했다.
세 캠프에는 의견표 원문과 네 질문이 동시에 전달됐다. 참가자 이름 대신 당사자 유형과 비공개 선택만 표시했다.
김원태 캠프는 법적 유권자가 아닌 의견을 공약에 얼마나 반영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주민들은 선출 권한과 생활 영향의 증거는 다른 것이라고 답했다.
정유림 캠프는 모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선우는 모두라는 말 대신 어느 조례와 예산에 넣을지 구체적으로 적어 달라고 요청했다.
박도경 캠프는 외국인 주민 자문석을 만들겠다고 했다. 마틴은 자신을 추천하지 말고 공개 모집과 임기, 통역비를 먼저 정하라고 했다.
두 번째 생활권 회의에는 건물주도 왔다. 그는 세입자 의견표가 재산권을 침해하는 사전 결론이 될까 걱정했다.
소라는 의견표가 보상액이나 철거 동의를 대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확인해야 하는지 알려 주는 질문 목록일 뿐이었다.
건물주의 공실 부담과 보수비도 새 칸에 들어갔다. 생활권은 세입자만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서로 다른 비용을 공개적으로 다투는 범위였다.
제빵 견습생은 어른들이 자기 말을 교육 의견으로만 줄이는 것을 거부했다. 그는 매일 밤 열한 시 횡단보도를 건너는 실제 이용자였다.
회의록에는 나이 대신 이용 시간과 경로가 적혔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보호 대상만 되지 않고 안전 설계의 관찰자로 남았다.
통역 노동자는 몇몇 행정 용어가 다른 언어에서 뜻이 갈린다고 알렸다. 원문 번호와 쉬운 설명, 질문받은 횟수를 함께 남겼다.
오역이 발견된 한 문장은 수정 전후를 공개했다. 통역자가 잘못했다고 이름을 내거는 대신 어떤 선택에 영향을 줬는지 참가자에게 다시 확인했다.
별도 의견표는 모두 서른여덟 장 모였다. 숫자가 많다고 주민 전체 의견이 된 것은 아니어서 참여 시간과 알려진 미참여 집단을 주석으로 붙였다.
야간 청소 노동자와 이동이 어려운 거주자의 의견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주민들은 대표값을 추정하지 않고 다음 방문 시간을 정했다.
하늘은 `투표권 없는 사람들의 투표`라는 제목을 쓰려다 바꿨다. 공식 표와 섞일 수 있어 `선거 밖 생활권 의견`이라고 썼다.
기사에는 마틴 얼굴만 크게 싣지 않았다. 빈 접수번호, 야간 버스 지도, 임금 질문을 같은 크기로 배치했다.
일부 댓글은 외국인이 선거에 개입한다고 비난했다. 마틴은 댓글에 답하지 않고 후보에게 보낸 질문과 자기가 사는 시간표를 공개했다.
선거관리기관은 의견표가 공식 투표를 모방하지 않았다는 회신을 보냈다. 주민들은 허가장처럼 자랑하지 않고 다음 회의에도 같은 경계를 지키기로 했다.
회의 참여자들은 자기 의견이 후보 홍보물에 인용될 경우 다시 연락받을 선택란을 만들었다. 공개 회의에서 한 말이라도 `투표권 없는 주민이 지지했다`는 선거 문장으로 옮기는 데는 별도 동의가 필요했다.
세 캠프 모두 집계 숫자보다 개별 질문을 인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주민들은 인용 전 문맥 확인 담당을 순환제로 두고 그 검토 시간도 유급 노동표에 적었다.
공식 투표일 안내문과 생활권 회의 일정은 다른 색과 다른 게시판에 붙었다. 투표소 위치와 의견 제출 장소도 겹치지 않았다.
유권자인 미라는 자기 한 표가 마틴 의견보다 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후보를 뽑는 법적 권한은 자신에게 있고 그 구분도 감추지 않았다.
마틴은 그 말을 듣고 안도하면서도 서운하다고 했다. 골목은 두 감정을 합의문으로 정리하려 하지 않았다.
후보 답변이 돌아왔을 때 주민들은 공식 공약표와 별도 의견표 대응표를 나란히 놓았다. 반영, 미반영, 권한 밖, 답변 없음 네 칸이었다.
제빵 견습생의 야간 버스 질문은 세 후보 모두 비용 추계 중이었다. 재봉사의 통지 질문에는 두 후보만 다중 연락 경로를 약속했다.
마틴이 요청한 공개모집 자문석에는 박도경과 정유림이 동의했고 김원태는 답하지 않았다. 누구도 마틴 개인에게 자리를 약속하지 않았다.
생활권 회의 마지막에 사람들은 후보 이름에 손을 들지 않았다. 대신 선거가 끝난 뒤 다시 확인할 질문에 각자 서명하거나 접수번호를 붙였다.
투표권 없는 주민의 표는 투표함으로 가지 않았다. 그 표가 선거 결과를 대신하지 않았기 때문에 임대료와 안전, 통지에 관한 증언으로 오래 남을 수 있었다.
마틴은 회의록을 닫으며 자기 목소리가 모두를 대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골목은 한 명의 선의보다 여러 사람이 서로 다른 자격으로 말한 흔적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