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권 토론회 안내문이 도착했을 때 서미라는 자기 이름 옆의 설명부터 보았다. `동화4 사고 유가족·피해자 대표`라고 인쇄돼 있었다.
그는 주최 측에 전화를 걸어 누가 그 직함을 정했는지 물었다. 담당자는 오래된 기사와 후보 캠프가 보낸 참석자 소개를 참고했다고 답했다.
미라는 자기가 피해를 겪지 않았다고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사고 유가족이 동화4 모든 사람을 대표한다는 위임을 받은 적은 없었다.
현재 그가 맡은 자리는 상인·세입자 순환대표였다. 임기는 이달 말까지였고 다음 사람은 화양2의 임소라가 아니었다. 두 골목은 별도 회의에서 각자 대표를 정했다.
주최 측은 감동을 주는 소개가 토론 참여를 높인다고 말했다. 미라는 누군가의 죽음을 관객을 모으는 제목으로 쓰기 전에 범위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수정된 이름표에는 `동화4 상인·세입자 순환대표 서미라`라고 적혔다. 과거를 지운 것이 아니라 오늘 발언의 권한을 정확히 쓴 것이었다.
토론 첫 질문은 여전히 남편 사고에 관한 것이었다. 사회자는 안전 제도의 필요성을 개인 경험으로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미라는 남편의 사고 기록은 기존 기사 범위 밖에서 다시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신 화양2에서 지금 필요한 작업중지 통지와 독립점검 비용을 설명했다.
객석 일부가 아쉬워했다. 구체적 비극이 없으면 후보가 형식적인 답만 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미라는 후보가 사람의 가장 아픈 장면을 보아야만 숫자를 답한다면 그 공약이 먼저 문제라고 했다. 현재 임대료와 장비 대기비만으로도 충분히 구체적이었다.
그는 네 가지 요구를 펼쳤다. 첫째는 공공상가 임대 상한과 종료 전 재협의, 둘째는 실제 점유자 확인 기간이었다.
셋째는 안전 경고 접수 뒤 작업중지 결정 시한이었다. 넷째는 회의, 통역, 기록을 유급 노동으로 인정할 운영 예산이었다.
박도경은 동화4 경험을 제도화하겠다고 답했다. 미라는 어떤 경험인지 고르라고 했다. 공동 주최만 말할 것인지, 점유자 누락과 뒤늦은 복구까지 포함할 것인지 물었다.
정유림은 피해자 중심 절차를 약속했다. 미라는 피해자라는 단일 이름이 임차상인, 거주자, 야간 노동자의 서로 다른 선택을 대신하지 않게 해 달라고 했다.
김원태는 새 건물이 상처를 끝낸다고 말했다. 미라는 새 건물의 월세와 퇴거 기간이 적히지 않으면 건물이 기억을 치료한다는 말은 비용을 감춘다고 답했다.
토론 뒤 취재진이 미라 주변에 몰렸다.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남편이었다. 그는 오늘 공개에 동의한 네 요구만 다시 읽었다.
하늘은 다른 기자들에게 동의 범위를 설명했지만 통제하려 들지는 않았다. 미라가 직접 거절한 질문과 답한 질문을 기록해 기사에 표시했다.
한 방송은 오래된 사고 사진을 배경으로 쓰려 했다. 미라는 재사용에 동의하지 않았고 방송은 현장 공개표와 빈 토론석을 대신 촬영했다.
그 빈 토론석에는 다음 순환대표 이름표가 놓였다. 대표 자리가 개인의 서사가 아니라 넘겨야 할 업무라는 장면이었다.
동화4 회의에서는 미라가 너무 많이 거절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오복순은 남편 이름을 꺼내면 사람들이 더 듣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미라는 그 효과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고, 듣게 만드는 힘이 당사자의 다음 선택까지 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대표 소개문 작성 규칙을 만들었다. 현재 역할, 임기, 발언을 위임받은 항목, 공개하지 않는 항목을 네 줄로 쓰게 했다.
피해 경험은 본인이 원할 때만 덧붙였다. 다른 사람이 회의 참여를 설득하려고 과거 사건을 먼저 적을 수 없었다.
순환 대표에게 지급하는 노동비도 공개됐다. 주당 회의 네 시간과 자료 읽기 두 시간, 주민 전달 두 시간이었다.
미라는 자신이 받은 금액을 숨기지 않았지만 대표의 고통을 사는 돈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현재의 준비와 전달, 반론 정리가 대상이었다.
임기 마지막 주 그는 회의록의 미완 항목을 후임에게 넘겼다. 후보별 임대 재원, 화양2 야간 통지, 조합 운영비 약속이 남아 있었다.
후임은 미라의 남편 사고 파일을 인계받지 않았다. 그 파일은 기존 보존 범위에 남고 현재 정책 검증 자료와 섞이지 않았다.
대신 질문을 거절할 때 쓸 공동 문장과 비공개 면담 요청 서식을 받았다. 대표가 바뀌어도 경계를 처음부터 싸우지 않게 하는 도구였다.
화양2의 임소라는 자기 구역 회의에서 미라를 영구 자문위원으로 두자는 제안을 냈다가 거둬들였다. 필요할 때 유급으로 요청하되 결정권을 자동으로 주지 않기로 했다.
동화4의 야간 상인 박씨는 미라에게 자기 휴업 사정을 대신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미라는 자료 정리는 도울 수 있지만 금액과 공개 범위는 박씨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답했다.
박씨는 회의에 나오기 어려워 음성 설명 대신 서면 질문을 택했다. 순환대표는 그것을 읽되 찬성이나 반대 표정을 덧붙이지 않았고 답변은 박씨에게 먼저 돌려보냈다.
공공상가에 들어간 새 상인은 미라가 옛 세입자만 챙긴다고 비판했다. 주민들은 대표 의제에 기존 점포의 이전비뿐 아니라 신규 점포의 임대 갱신과 공용 관리비도 추가했다.
미라는 새 요구가 자기 경험과 다르다고 빼지 않았다. 대표의 현재성은 과거 사건을 덜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해관계도 같은 표에 올리는 일이었다.
후임 대표 선정 때 미라는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출석과 발언 기록, 이해관계 공개를 보고 회의가 뽑게 했고 자신은 투표권 한 표만 사용했다.
마틴은 미라에게 피해자라는 말을 완전히 버려야 하느냐고 물었다. 미라는 자신이 필요할 때 자기 경험을 부를 수 있지만 남이 자기 명패로 고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 구분은 기사 정정문에도 들어갔다. 과거 사고와 현재 요구를 연결하되 한 사람이 주민 전체를 대표한다고 쓰지 않는 원칙이었다.
박도경 캠프는 수정 전 토론 안내문을 이미 지지자들에게 보냈다. 주민들은 삭제만 요구하지 않고 수정 전후와 정정 시각을 함께 알리게 했다.
정유림 캠프는 미라의 거절 발언을 여성 당사자 존중 공약에 인용하고 싶어 했다. 미라는 공개 발언의 정확한 문장은 쓸 수 있지만 지지처럼 편집하지 말라고 답했다.
김원태 캠프는 답을 보내지 않았다. 공개표에는 반대나 찬성이 아니라 사용 문의 미응답으로 남았다.
선우는 대표 규칙이 발언을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을 들었다. 그는 천천히 말해도 권한을 정확히 밝히는 편이 빠른 오해를 나중에 고치는 것보다 비용이 적다고 했다.
임기 마지막 날 미라는 조합 도장 열쇠와 회의 연락망을 후임에게 넘겼다. 개인 취재 연락처는 넘기지 않았고 필요한 사람은 다시 동의를 구하게 했다.
그날 저녁 그는 처음으로 대표석이 아닌 가게 의자에서 공개표를 읽었다. 후임의 결정에 반대 의견을 냈지만 과거 공로로 회의를 뒤집지 않았다.
하늘의 기사 제목은 `피해자가 말한다`가 아니었다. `순환대표가 묻고, 대표 자리가 넘어간다`였다.
기사에는 미라의 과거 사진 대신 네 요구의 비용 칸이 실렸다. 덜 극적인 화면이었지만 후보가 답하지 않은 숫자를 더 선명하게 보여 줬다.
미라는 피해자 대표가 아니라고 말함으로써 피해를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통을 한 번 쓴 뒤에도 현재 노동과 선택을 가진 사람으로 남겠다고 정했다.
선거판이 그의 남편을 다시 불러 세우려 할 때 골목은 그 이름으로 표를 모으지 않았다. 순환 대표, 유급 노동, 임기와 위임 범위가 오늘의 말을 지키는 울타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