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선거운동 첫날 아침, 동화4 골목에는 후보 얼굴이 가게 간판보다 먼저 줄을 섰다. 전봇대마다 색은 달랐지만 문장은 짧았다.
박도경 구청장 후보는 `검증된 골목 보존`을 내걸었다. 정유림 후보는 `강제 철거 제로`, 김원태 후보는 `전면개발로 임대료 절반`이라고 썼다.
오복순은 세 포스터를 보고 셋 다 자기가 원하는 말을 한다고 했다. 남은 가게에는 보존이 좋고 새 점포에는 임대료가 낮아지면 좋았다.
오선우는 포스터를 찢지 않고 생활권 공개표 옆에 붙였다. 구호 아래에 근거와 비용, 권한을 묻는 빈칸을 달았다.
박도경의 보존 공약에는 어느 건물을 남기고 안전등급이 낮은 곳을 어떻게 처리할지 없었다. 동화4도 남쪽은 보존했지만 북쪽 두 동은 철거했다.
정유림의 강제 철거 제로 공약에는 구조 위험 건물과 합의된 이주를 어떻게 구분할지 없었다. 거주자의 선택만큼 인접 보행자의 안전도 필요했다.
김원태의 임대료 절반 공약에는 기준 임대료, 적용 기간, 건축비와 공실 부담 주체가 없었다. 새 건물이라고 자동으로 싼 가게가 되지는 않았다.
서미라는 각 후보에게 같은 여섯 질문을 보내자고 했다. 보존 찬반이 아니라 임대료, 이주 기간, 점유 확인, 안전 예산, 운영비, 불복 절차였다.
첫 질문은 공공상가 임대료였다. 얼마로 제한하고 그 차액을 어떤 예산에서 낼지, 제한이 끝나는 시점을 적게 했다.
둘째는 이주 기간이었다. 통지에서 퇴거까지 최소 며칠을 보장하고 야간 영업자와 주소 없는 점유자에게 어떻게 알릴지 물었다.
셋째는 안전 예산과 작업중단권이었다. 균열이나 미고지 작업이 발견되면 누가 멈추고, 독립 점검 비용은 누가 내며, 인접 점포 생계는 어떻게 다룰지 적게 했다.
넷째는 보상 산정이었다. 동화4 금액을 따라 쓸 것인지가 아니라 실제 장비, 휴업일, 거주와 영업의 겹침을 어떤 자료로 확인할지 물었다.
다섯째는 운영 노동이었다. 회의와 통역, 기록, 안전 관찰을 주민 봉사로 볼지 유급 업무로 둘지 답하게 했다.
여섯째는 공약 권한이었다. 구청장이 할 수 있는 일과 구의회, 중앙정부, 민간 사업자의 동의가 필요한 일을 나눠 쓰게 했다.
후보 캠프들은 질문이 너무 길다고 불평했다. 유권자가 읽지 않을 것이고 짧은 영상 토론으로 답하겠다고 했다.
미라는 짧게 말하되 답변 원문과 근거를 남겨 달라고 했다. 선거용 한 문장과 실제 이행표가 이어질 수 있어야 했다.
화양2의 임소라는 후보 포스터가 철거장 펜스에 붙은 것을 발견했다. 균열 계측 공개표 일부가 얼굴 사진에 가려졌다.
주민들은 포스터를 떼지 않고 게시 위치를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 캠프 연락처와 선거관리기관에 같은 사진을 보냈다.
박도경 캠프는 곧 이동했지만 다른 후보 포스터가 빈자리를 차지했다. 특정 후보의 악의가 아니라 선거 게시가 생활 안전 정보를 밀어내는 공통 문제였다.
철거장 앞에는 안전표를 가리지 않는 게시선이 새로 그어졌다. 모든 캠프가 같은 선 밖에 포스터를 붙였다.
첫 답변은 김원태 캠프에서 왔다. 임대료 절반은 `시장 안정 시까지`라고 적혀 있었다. 종료 시점과 재원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선우는 거짓 공약이라고 단정하지 않고 필요한 숫자 칸을 다시 보냈다. 후보가 답하지 않으면 `미응답`으로 표시할 뿐 선우가 대신 계산하지 않았다.
정유림 캠프는 강제 철거 제로를 `동의 없는 퇴거 금지`로 고쳤다. 구조 위험 때 임시 대피와 영구 이주를 구분하는 절차도 추가했다.
박도경 캠프는 동화4에서 사용한 단계 이주와 공공상가를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화양2에 필요한 예산과 실제 후보 상가는 확인 중이라고 썼다.
주민들은 `확인 중`을 감점할지 논쟁했다. 선우는 빈 숫자를 솔직히 적은 것과 빈칸을 화려한 말로 덮은 것을 구분하자고 했다.
장하늘은 후보 답변을 표로 기사화했다. 찬반 점수 대신 답변, 근거, 미응답, 후보 권한 밖 약속을 나눴다.
기사 댓글에는 기자가 개발 반대 편이라는 비난과 박도경을 봐준다는 비난이 동시에 달렸다. 하늘은 어느 쪽에도 제목을 바꾸지 않았다.
마틴은 지방선거 투표권이 없었지만 질문 회의에 참여했다. 한 후보 캠프는 유권자도 아닌 사람이 공약에 관여한다고 항의했다.
미라는 선거 표와 생활권 당사자 의견은 다른 통로라고 답했다. 마틴은 후보를 선출할 표는 없어도 공사 뒤 임대료와 통행을 감당할 사람이었다.
후보 토론 주최 측은 질문 중 세 개만 골라 달라고 했다. 방송 시간이 짧다는 이유였다.
생활권 회의는 임대료, 안전, 이주를 본 질문으로 고르고 점유·노동·권한 답변은 서면 공개 조건으로 남겼다.
오복순은 너무 점잖게 묻는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가게 월세가 얼마가 되냐고 물으면 되잖아.”
선우는 그 말을 첫 질문 맨 위에 넣었다. 전문 용어 뒤에도 실제 낼 돈이 보여야 했다.
토론 전날 후보 포스터 일부가 비에 젖었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큰 글자는 번졌지만 생활권 공개표의 작은 숫자는 투명 덮개 안에 남았다.
박도경은 골목 유세에서 자신이 동화4를 지켰다고 말했다. 정유림은 동화4도 북쪽을 잃었다고 반박했고 김원태는 낡은 골목을 박제했다고 비판했다.
주민들은 세 말을 모두 기록했다. 지켰다는 말 아래에는 철거·보존 범위, 잃었다는 말 아래에는 선택 이주, 박제라는 말 아래에는 새 상가와 공공임대가 붙었다.
첫 공개 질의회에서는 포스터 문장부터 읽지 않았다. 화양2 세입자들이 낸 최근 월세 고지서의 변동 폭, 작업중단 이틀 동안 멈춘 납품, 독립 점검 견적을 먼저 펼쳤다.
박도경 캠프는 공공상가 백 개를 약속했지만 후보지와 연간 운영비가 비어 있었다. 정유림 캠프는 임시 대피 주택을 말했으나 야간 상인의 장비 보관 장소를 정하지 못했다.
김원태 캠프는 민간 분양 수입으로 임대료를 낮춘다고 답했다. 선우는 분양이 늦거나 가격이 내려갈 때 누가 차액을 맡는지 물었다. 캠프는 재정 검토 뒤 보완하겠다고 적었다.
오복순은 세 후보 모두 모르는 것이 많다고 했다. 미라는 모른다고 쓴 칸은 다음에 물을 수 있지만 아는 척한 숫자는 계약이 된 뒤 주민에게 돌아온다고 답했다.
질의표에는 수정 횟수도 남았다. 처음 답변이 부족하다는 사실보다 어떤 근거를 받아 무엇을 고쳤는지가 선거 뒤 이행을 추적하는 출발점이었다.
주민들은 후보별 색 대신 접수 순서로 답변을 묶었다. 지지하는 사람만 자기 후보의 좋은 문장을 골라 읽지 않도록 원문, 보완 요청, 수정본을 한 묶음에서 떼지 않았다.
답변을 읽는 순서도 회의마다 바꿨다. 첫 후보의 문장만 길게 검토하고 마지막 후보의 빈칸을 서둘러 넘기는 일이 없도록 각 항목에 같은 시간을 배정했다.
화양2 안전 게시선은 유세 차량에도 적용됐다. 후보가 연설하는 동안에도 펜스 출입구와 계측표 앞 한 칸은 비워 두었다. 캠프 자원봉사자들이 교대로 그 선을 확인했다.
마틴은 후보 답변을 세입자 모임에서 읽어 주고 자기 의견은 마지막에 따로 말했다. 통역과 정치적 지지는 같은 행위가 아니었다.
선우는 어느 후보의 표현을 금지하지 않았다. 대신 포스터가 잘라 낸 사람과 돈, 시간을 같은 표로 되돌렸다.
선거 포스터는 골목 위에 붙었지만 골목을 한 문장으로 소유하지 못했다. 각 후보 얼굴 아래에는 답변 시한과 공개 원문 위치가 따라다녔다.
첫 토론 종이 울릴 때 주민들은 응원 피켓 대신 여섯 칸 질의표를 들었다. 어느 구호가 큰지보다 빈칸을 누가 끝까지 설명하는지가 선거의 첫 기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