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주 뒤 새벽 다섯 시, 오복순의 떡집에서는 팥 삶는 냄새가 골목까지 번졌다. 오선우는 큰 찜솥 뚜껑을 들다가 김에 손등을 데일 뻔했다. 복순이 행주로 그의 손을 밀어냈다.
“서울에서 도시계획 했다는 애가 아직도 솥 하나를 제대로 못 드네.”
“도시에는 이런 솥 없어요.”
“사람 사는 데는 다 있어.”
말은 예전처럼 짧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더 이상 급히 끊어야 할 전화가 놓여 있지 않았다. 오전 열 시 구청 최종 검토회의 전까지 떡 백이십 개를 맞춰야 했다. 골목생활협동조합 준비모임의 첫 공동 장터에 낼 주문이었다.
가게 유리문 옆 빨간 딱지는 아직 붙어 있었다. 복순은 떼지 않았다. 대신 옆 투명판에 수정 현황표와 대안계획 접수증을 나란히 넣었다. 철거 절차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고 보상액도 정해지지 않았다. 그 한계를 숨기지 않는 두 장이었다.
아홉 시 반, 사람들은 구청 소회의실에 모였다. 서미라는 상인회 대표석에 혼자 앉지 않고 마틴, 이정훈과 좌석을 나눴다. 회의 진행도 세 사람이 차례로 맡았다. 박 씨는 뒤쪽이 아니라 자기 이름표가 놓인 자리에 앉았다. 최봉수는 독립 상담자와 함께 왔다.
구청 책임자는 시정 결과표부터 화면에 띄웠다. 명부 밖 실제 점유자 다섯 명은 현황표에 복구됐다. 실체를 확인하지 못한 세 점포는 본 보상 기초표에서 빠져 별도 검증 부록으로 옮겨졌다. 그중 한 곳은 뒤늦게 계약금 자료를 내 추가 심사 중이었고, 두 곳은 당사자 연락과 산정 근거 확인이 계속되고 있었다.
“복구된 다섯 명의 보상도 확정된 겁니까?”
마틴이 물었다.
“아닙니다.” 책임자가 답했다. “점유 사실을 기준표에 바로잡은 것이고, 각자의 법적 지위와 산정 금액은 개별 자료와 절차에 따라 심사합니다.”
마틴은 실망을 감추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돌아온 것과 돈이 결정된 것은 다른 일이라는 말을 이제 누구도 작은 글씨로 숨기지 않았다.
개별합의 절차 점검도 보고됐다. 조합과 가람개발은 사본 제공, 최소 사흘 검토, 동행인 허용 문구를 안내서에 넣었다. 박 씨의 임대차 갱신은 아직 별도 분쟁 중이었다. 구청은 공동행동 참여 정보가 임대인에게 전달됐다는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고, 박 씨는 독립 법률 상담을 받아 대응하기로 했다.
최봉수는 새 합의서에 당장 서명하지 않았다. 단계 이주 두 번째 묶음에 참여하되 금액과 점포 이전 시점은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 “안 한다는 것도 아니고, 오늘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그가 말하자 회의록에 그대로 들어갔다.
가람개발과 하청업체의 거래는 별도 감사 항목으로 남았다. 현황조사비와 현장 협조비 지급 사실, 일부 산정 숫자의 반복은 확인됐다. 다만 돈이 허위 명부 작성의 대가였는지와 누가 숫자를 복사했는지는 최종 판단되지 않았다. 관련 원자료는 보존됐고 외부 조사 요청이 진행 중이었다.
윤태식은 현장 업무에서 빠진 상태로 조사에 출석했다. 원 배치표를 알고도 민재 이름이 빠진 수정본을 전송한 행위와, 점유 조사 완료 결재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올린 행위가 책임 기록에 적혔다.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은 조사 대상이었지만 그의 실행 책임을 없애는 문장으로 쓰이지 않았다.
박도경에 관한 표도 따로 있었다. 은평 안전 간담회 참석과 사무실의 사고 요약 보고 수신은 확인됐다. 지역사무실에서 윤태식에게 전화한 기록도 남았다. 그러나 박도경 개인이 민재 이름 삭제나 동화4구역 허위 점포 기재를 지시했다는 증거는 확보되지 않았다. 의원실의 관리·설명 책임과 개인의 법적 책임을 같은 결론으로 묶지 않았다.
서미라는 그 문장을 읽고 발언을 신청했다. “미확정이라고 쓰는 게 면죄부는 아니죠?”
구청 책임자가 답했다. “아닙니다. 확인된 범위 밖을 확정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추가 자료가 나오면 검토가 이어집니다.”
“그 문장까지 회의록에 넣어 주세요.”
은평 사고 보충 기록은 박인숙과 서미라가 앞줄에서 함께 확인했다. 민재의 현장 배치와 사고, 다음 날 수정 명단에서 이름이 빠진 사실이 기록됐다. 그가 하청 반장으로 작업자를 데려간 책임과 위험 통로를 적어 둔 사실도 함께 남았다. 피해자라는 말 하나로 그의 선택을 지우지 않았고, 하청 책임이라는 말로 그가 당한 사고를 지우지도 않았다.
박인숙은 자기 증언 옆 문장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작업일지와 현장 목격 범위를 제공한 기록 보관자.’ 그는 그 표현을 그대로 두겠다고 했다. 주소와 가족 정보는 비공개 부록에 남았고, 공개 기록에는 동의한 이름과 증언 범위만 들어갔다.
“이제 셔터 종이 떼도 되겠네요.” 장하늘이 낮게 말했다.
박인숙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떼되 버리지는 마세요. 처음엔 종이 한 장밖에 없었다는 것도 남겨야죠.”
장하늘의 마지막 보도는 회의가 끝난 뒤 당사자 교정을 거쳤다. 제목은 ‘동화4구역 현황표 시정, 보상·책임 판단은 계속’이었다. 실제 점유자 복구와 유령 점포 분리만 크게 쓰지 않고, 남은 심사와 임대차 분쟁, 자금 목적 미확정도 같은 크기로 다뤘다. 이전 기사에서 불분명했던 민재의 역할은 정정 상자에 따로 설명했다.
오후에는 대안 도면에 대한 답이 나왔다. 공공상가 후보 세 곳 가운데 두 곳이 임시 사용 안전심사를 통과했고, 한 곳은 전기 보강 뒤 다시 보기로 했다. 배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구청과 준비모임은 여섯 달 시범 운영 조건을 협의하기로 했다.
재정표에서는 공동창고 면적을 줄인 덕분에 부족액이 낮아졌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승인된 소액 지원과 첫 공동 장터 선주문이 들어왔고, 나머지는 점포별 이용료와 추가 모금에 달려 있었다. 사람들은 시작 가능한 범위만 열고, 돈이 모이지 않은 공간은 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박 씨는 회의가 끝난 뒤 협동조합 준비모임 가입서를 꺼냈다. 일곱 주 동안 두 번 설명을 듣고 독립 검토 의견까지 읽은 뒤였다. 서미라는 펜을 건네지 않고 책상 위에 놓았다.
“오늘 안 해도 돼요.”
“알아요.” 박 씨가 말했다. “그래서 오늘 하는 거예요.”
그는 생활 협력에 참여한다는 칸에만 서명하고, 재개발 합의와 임대차 권리는 별도라는 문장을 다시 확인했다. 처음 공동행동 문서에 서명하지 않았던 선택도, 지금 가입하는 선택도 모두 박 씨 자신의 것으로 남았다.
해 질 무렵 골목으로 돌아오자 마틴은 공동 장터에 쓸 손수레 바퀴를 고치고 있었다. 이정훈은 수정 현황표 작은 사본을 뽑아 점포마다 나눴다. 최봉수는 분식 통을 들고 와 일하는 사람들에게 국물을 돌렸다. 박인숙은 자기 이름이 적힌 셔터 종이를 떼어 투명 파일에 넣고 마틴에게 보관을 맡겼다.
서미라는 상인회 사무실 벽에서 대표 명패를 내리고 회의 진행 순번표를 붙였다. 한 사람이 모든 연락과 결정을 쥐지 않도록 마틴, 이정훈, 박 씨와 주마다 역할을 바꾸기로 했다. 선우는 도면과 문서 정리를 맡되 누구의 대리인처럼 서명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오복순의 떡집 앞에는 공동 장터 첫 손님이 일찍 찾아왔다. 인근 공공상가를 보러 왔다가 골목 냄새를 따라 들어온 젊은 부부였다. 문 앞 빨간 딱지와 수정 현황표를 번갈아 보던 사람이 물었다.
“여기 아직 장사해요?”
복순은 막 꺼낸 시루떡을 썰며 대답했다. “문 열려 있으면 장사하지.”
선우는 쇼케이스 유리를 닦다가 웃었다. 예전 같으면 언제까지 열 수 있는지, 사업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부터 설명했을 것이다. 지금도 그 질문의 답은 필요했다. 다만 오늘은 먼저 떡을 담고 값을 받고, 영수증을 건네는 일이 있었다.
아침에 만든 백이십 개는 저녁 전에 다 나갔다. 그것이 골목의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았다. 건물 일부는 결국 사라질 수 있었고, 합의하지 못한 금액과 조사받을 책임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사라질 수 있다는 말이 이미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었다.
선우와 복순은 함께 셔터를 반쯤 내렸다가, 늦은 손님 하나가 뛰어오는 것을 보고 다시 올렸다. 골목 끝에서는 마틴의 공구 소리와 이정훈의 인쇄기 소리, 서미라가 회의 순번을 읽는 목소리가 겹쳤다. 민재와 박인숙의 이름은 봉인된 서랍이 아니라 공개 범위를 합의한 기록 속에 있었다.
빨간 딱지는 밤바람에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 옆의 수정표와 젖은 자국 남은 대안 도면도 함께 흔들렸다. 골목은 이겼다고 외치지 않았다. 대신 누가 여기 있었고, 무엇을 확인했으며, 아직 무엇을 모르는지 말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그 아침부터 이어진 하루가 끝날 때까지, 골목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넉 달 뒤, 빨간 딱지는 마침내 유리문에서 떨어졌다. 오복순은 그것을 손으로 찢지 않고 수정 현황표, 젖은 도면과 함께 기록 상자에 눕혔다. 그날 구청이 보낸 것은 중간 회신이 아니라 작품 속 동화4구역의 최종 조정서와 사업 변경 고시 사본이었다.
오전 공개회의에서 구청 책임자는 먼저 행정 시정 결과를 닫았다. 명부에서 빠졌던 실제 점유자 다섯 사람은 최종 기초표에 남았고, 실체 미확인 세 점포는 각각 결론을 받았다. 칠 번 점포의 계약 당사자는 보증금과 실제 입점 준비비만 정산받고 영업손실 항목에서는 제외됐다. 네 번 점포는 끝까지 당사자와 계약 근거가 확인되지 않아 지급액 0원으로 삭제됐다. 다른 구역 카드매출이 붙었던 점포도 주소 정정 뒤 지급액 0원으로 닫혔다. 세 칸 모두 ‘추가 검증 중’이 아니라 최종 처리일과 사유가 적혔다.
가람개발의 현황조사 하청 계약은 부실 확인을 이유로 종료됐고,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현장 협조비 칠백팔십만 원은 조합 계좌로 반환됐다. 윤태식이 확인 없이 수정 명단을 전송하고 완료 결재를 올린 행위는 조합의 인사 조치와 구청 시정 기록에 남았다. 박도경 개인이 이름 삭제를 지시했다는 자료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론도 확정란에 들어갔다. 의원실의 설명 부족과 윤태식의 실행 책임을 기록하되, 입증되지 않은 개인 지시를 새 의혹으로 남기지 않는 것으로 조사가 종결됐다.
은평 사고 기록에는 민재의 현장 배치와 사고, 위험 통로 메모, 하청 반장으로 사람을 데려간 책임이 함께 확정됐다. 박인숙의 증언 범위와 서미라의 보충 자료는 약속한 공개·비공개 구분대로 보존됐다. 누가 셔터에 박인숙의 이름을 붙였는지는 확인 불가로 종결 기록에 한 번만 적혔고, 그 이름으로 다시 사람을 추적하지 않기로 했다.
보상표를 읽기 전, 독립 검토자는 이 기준이 작품 속 당사자들이 동화4구역 조정에서 합의한 개별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재개발이나 다른 점포의 권리를 대신 판단하는 표가 아니었다. 기준일 전 실제 영업이 확인된 점포에는 증빙된 장비 이전비와 실제 휴업일을, 실제 거주가 확인된 공간에는 이사비와 임시 거처 비용을, 계약만 있고 영업하지 않은 점포에는 보증금·입점 준비 증빙만 적용했다. 같은 사람이 영업과 거주를 함께 한 경우에는 기간과 비용을 겹치지 않게 나눴다.
관리번호 A-1, 마틴은 수리점 오 년과 거주 이 년을 따로 인정받았다. 바닥층 공공상가로 오토바이 리프트와 공구를 옮기는 비용, 여섯 영업일의 실제 휴업분을 합쳐 구백팔십만 원, 공공임대주택으로 옮기는 이사·임시 거처비 이백사십만 원이 확정됐다. 그는 열 주 단계 이주의 첫 묶음을 선택했고, 지급액 절반이 이전 계약일에 선지급됐다.
A-2 뒤편 반지하 거주 가구는 이름과 호수를 공개하지 않은 채 삼백십만 원과 공공임대 입주일을 받았다. A-3 낮에 일하고 저녁에 돌아오던 거주자는 백구십만 원을 받고 같은 생활권의 임시주택으로 옮겼다. A-4 야간 재봉 점포는 재봉기 이전과 나흘 휴업분 오백사십만 원을 받아 두 번째 공공상가로 이동했다. A-5 박 씨의 가게와 임차 공간은 보존 구간에 있어 이주비 대신 닷새의 공사 휴업분 백이십만 원이 적용됐다. 그의 계약은 보복 문구 없이 이 년 갱신됐고, 임대인과의 분쟁도 그 서면 합의로 종결됐다.
기존 명부에 있던 점포도 같은 표에서 빠지지 않았다. 최봉수는 독립 상담 뒤 칠백이십만 원과 두 번째 묶음 이주일에 동의해 새 공공상가로 옮겼다. 이정훈의 인쇄소는 보존 구간에 남되 방진 공사로 쉰 사흘과 인쇄기 보호비 백십만 원을 받았다. 오복순의 떡집도 남는 쪽을 택했고, 냉장고를 움직이지 않은 대신 나흘 휴업과 재료 폐기 증빙 팔십만 원이 정산됐다. 각 행에는 당사자의 선택일, 지급일, 입금 확인이 있었고 빈 금액이나 대리 서명은 없었다.
재개발은 전면 취소도, 골목 전체 철거도 아니었다. 변경된 사업은 안전등급이 낮은 북쪽 두 동과 비어 있던 안쪽 대지에서만 시행하기로 확정됐다. 오복순의 떡집, 이정훈의 인쇄소, 박 씨의 점포가 있는 남쪽 가로변은 보존·보강 구간이 됐다. 북쪽 철거는 최종 조정 여덟 달 뒤인 시월 첫째 월요일에 시작하고, 그날부터 열네 달째 되는 달의 마지막 금요일에 공사를 끝내는 일정이 고시에 적혔다. 그 범위를 넓히는 유보 문구는 없었다.
착공 전 열 주 동안 단계 이주가 계획대로 진행됐다. 먼저 마틴을 포함한 주거 세 가구가 움직였고, 다음으로 야간 재봉 점포와 최봉수가 옮겼다. 남는 점포들은 공사 기간의 통행로와 영업시간을 확정받았다. 조합은 공동 배송비와 안내 표지 비용을 부담했고, 구청은 공공상가 두 곳의 여섯 달 시범 운영을 갱신 가능한 정식 일 년 단위 계약으로 바꿨다.
착공일부터 열네 달째 되는 달의 마지막 금요일, 북쪽 공사 가림막이 걷혔다. 새 건물의 1층 일부는 이전한 점포가 원하면 공개된 임대 조건으로 돌아올 수 있는 소규모 상가였지만, 돌아오지 않아도 이미 받은 보상이나 공공상가 계약을 토해 내는 조항은 없었다. 세 점포의 일 년 단위 계약은 완공 전에 같은 조건으로 갱신돼 있었다. 마틴은 공공상가의 수리점에 남았고, 최봉수도 새 단골이 생긴 자리를 택했다. 재봉 점포는 공동 배송 창구 옆에서 계속 영업했다. 세 사람의 잔류와 이주 선택은 그날 최종 확인서로 닫혔다.
오복순, 이정훈, 박 씨는 보강을 마친 남쪽 골목에 남았다. 선우는 서울로 돌아가지 않고 도시계획가 명함을 내세우는 대신 협동조합의 유급 기록 담당으로 주 삼 일을 일했다. 서미라와 마틴, 박 씨는 회의 진행을 계속 바꾸었고, 한 사람이 서류함 열쇠와 계좌를 동시에 맡지 않았다.
골목생활협동조합은 승인되지 않은 보조금을 수입으로 잡지 않았다. 공동창고는 실제 사용 면적으로 줄였고, 냉장 공간 이용료와 배송 수입, 장터 판매에서 임금과 임대료를 먼저 냈다. 공사 완료 뒤 첫 열두 달 결산은 적자도 과장된 흑자도 아닌 삼백육십만 원의 적립금으로 닫혔다. 이정훈의 인쇄와 마틴의 배송은 무상 봉사가 아니라 장부에 적힌 노동비로 지급됐다.
완공 다음 날 새벽, 복순은 떡 백이십 개 대신 평소 주문 예순두 개만 만들었다. 선우는 이번에는 솥뚜껑을 놓치지 않았다. 마틴은 수리점에서 고친 손수레로 떡 상자를 날랐고, 이정훈은 새 골목 지도를 찍었다. 지도에는 철거된 곳과 보존된 곳, 옮겨 간 가게와 남은 가게가 같은 크기의 글씨로 적혀 있었다.
빨간 딱지가 있던 유리문에는 영업시간과 협동조합 결산 공개일만 붙었다. 민재와 박인숙의 기록은 합의된 범위에서 닫혔고, 보상표의 모든 행은 지급 또는 0원 사유로 끝났으며, 공사는 고시한 범위와 날짜 안에서 완료됐다. 누구의 빈칸도 미결로 남겨 두지 않았다.
복순이 첫 손님에게 시루떡을 건넸다. 선우는 영수증을 끊고, 서미라는 그달 회의 순번을 마틴에게 넘겼다. 골목은 예전 모습 그대로 남지는 않았지만 사람을 지운 도면으로 바뀌지도 않았다. 떠난 사람은 자리를 골라 생활을 이어 갔고, 남은 사람은 감당할 수 있는 장부로 문을 열었다. 그렇게 동화4구역의 마지막 아침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구호가 아니라, 이미 정산되고 완공된 하루의 소리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