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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5화]

골목의 대안 도면

작성: 2026.08.21 19:02 조회수: 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공개회의 사흘 뒤, 시장 공동창고 바닥에 골목 도면이 펼쳐졌다. 이정훈이 인쇄소 대형 출력기로 뽑아 온 종이를 세 장 이어 붙인 것이었다. 건물선은 반듯했지만 그 위에 놓인 사람들의 의자와 장바구니, 오토바이 부품 때문에 도면은 금세 구겨졌다.

서미라는 출입문에 안내문부터 붙였다. ‘이 조사는 보상 자격 확인이 아니라 생활계획 선택을 위한 자발적 조사입니다.’ 이름을 쓰지 않아도 됐고, 대답하지 않아도 명부나 협의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적었다.

스물아홉 명이 조사에 응했다. 영업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 열일곱, 주거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 열둘이었다. 당장 옮길 곳이 필요한 사람은 일곱, 두세 달 준비가 필요한 사람은 열둘, 안전과 협의 절차가 갖춰질 때까지 현재 자리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은 열이었다. 합계는 권리자 수가 아니라 그날 동의한 응답 수였다.

선우는 숫자를 도면 가장자리에 적었다. “이걸 전체 골목 의견이라고 부르면 안 됩니다. 응답하지 않은 사람과 중복 필요가 있어요. 영업과 주거가 같이 필요한 사람은 세부표에서 따로 봐야 하고요.”

마틴이 자기 수리점 위치에 작은 금속 너트를 올렸다. “나는 바닥층이어야 해요. 오토바이를 계단으로 들 수는 없으니까. 집은 멀어도 되지만 수리점은 골목에서 너무 멀면 손님이 끊겨요.”

오복순은 떡집 자리에 붉은 팥 한 알을 놓았다. “냉장고 옮기는 날하고 장사 쉬는 날을 따로 잡아. 하루에 다 옮긴다고 쓰면 떡도 버리고 손님도 버린다.”

이정훈은 인쇄기와 재단기의 무게, 전기 용량, 환기 조건을 적었다. 서미라는 영업을 멈출 수 있는 최대 일수를 사람마다 물었다. 누군가는 이틀, 누군가는 일주일이라고 답했고, 하루도 어렵다는 사람도 있었다. 평균 하나로 묶지 않고 각자의 한계를 일정표에 표시했다.

첫 번째 안은 골목생활협동조합 준비모임이었다. 재개발 사업의 조합과 이름이 섞이지 않도록 문서 첫 줄에 별개 조직이라고 썼다. 가입은 자발적이고 한 사람 한 표, 출자금 미납을 이유로 생활계획 협의에서 빼지 않으며, 임대차 권리나 보상 청구를 협동조합에 넘기지 않는 구조였다.

“다 같이 돈 넣으면 건물 살 수 있다는 말은 빼요.”

박 씨가 말했다. 그는 아직 공동행동 서명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생활계획 조사에는 직접 왔다. “그 말 들으면 못 넣는 사람은 또 밖에 서게 돼요.”

서미라는 초안에 있던 ‘공동 매입’ 문장을 지웠다. 협동조합의 첫 역할은 건물을 사는 것이 아니라 공동 배송, 냉장창고, 법률·회계 상담과 임시 영업공간 운영으로 줄였다. 나중에 매입을 검토하더라도 별도 동의와 자금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두 번째 안은 공공임대와 빈 공공상가의 임시 사용이었다. 구청 담당자는 인근 후보 공간 여덟 곳을 알려 줬지만 바로 쓸 수 있는 곳은 세 곳뿐이라고 했다. 두 곳은 전기 용량이 부족했고, 세 곳은 수리와 별도 심의가 필요했다. 누구에게 배정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마틴은 후보지 세 곳을 직접 돌아보고 경사로 폭과 출입 높이를 쟀다. 이정훈은 전력 규격을 확인했고, 오복순은 새벽 배달차가 들어올 길을 걸어 봤다. 지도에서 가까운 공간이 실제 장사에는 가장 먼 곳일 수 있다는 게 현장에서 드러났다.

세 번째 안은 단계 이주였다. 냉장·중량 장비가 있는 점포, 재고를 나눠 옮길 점포, 주거 이전이 먼저 필요한 사람을 세 묶음으로 나눴다. 열 주 동안 한꺼번에 셔터가 내려가지 않도록 주차별 이동 순서를 짰고, 남은 가게가 안내와 공동 배송을 맡는 방식이었다.

최봉수는 자기 가게 앞에 파란 단추를 놓았다. “나는 두 번째 묶음. 그런데 이주 준비금이 안 나오면 첫 달 임대료 두 군데를 못 냅니다.”

그 말 때문에 재정표가 바뀌었다. 초기 초안은 지원사업 보조금과 조합의 이주 준비금을 예정 수입처럼 적어 두고 있었다. 외부 재정 검토자는 아직 승인되지 않은 돈을 현금으로 계산하면 첫 달부터 계획이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검토 결과, 보조금을 빼면 공동창고와 임시 영업공간 유지비에서 매달 육백팔십만 원이 모자랐다. 서미라는 숫자를 보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선우는 부족액을 작게 보이게 나누지 않았다. 벽 한가운데 그대로 적었다.

“이 정도면 못 하는 거 아닌가요?” 누군가 물었다.

오복순이 대답했다. “못 하는 걸 알아야 덜 망하지. 되는 척하고 시작하는 것보다 낫다.”

사람들은 비용을 다시 쪼갰다. 공동창고 면적을 줄이고, 냉장 공간은 필요한 점포만 실제 사용량대로 부담하기로 했다. 인쇄와 배송은 이정훈과 마틴이 시장 단가보다 낮은 임시 비용을 제시하되 무상 노동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선주문 판매와 공동 장터 수입은 보수적으로 잡고, 공공 지원금은 승인될 때까지 수입표 바깥에 두었다.

독립 법률 검토자는 더 까다로운 질문을 했다. 협동조합 준비모임이 사람들의 임대차 협상권을 대신 행사할 수 없고, 개인 보증금을 공동계좌에 모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조합과 임대인이 제공하는 이주 합의서를 협동조합 가입서와 한 번에 받는 것도 금지 문안에 넣었다.

박 씨가 손을 들었다. “그럼 내가 여기 가입해도 재개발 합의는 따로 결정하는 거죠?”

“그렇습니다.” 검토자가 답했다. “가입은 장사와 생활을 같이 준비하는 선택이고, 개별 권리 판단이나 합의 서명은 별도입니다.”

박 씨는 그날 가입하지 않았다. 대신 일주일 뒤 다시 설명을 듣겠다고 했다. 서미라는 빈 가입란을 그대로 뒀다. 빈칸을 빨리 채우지 않는 일이 이제 회의의 규칙이 됐다.

장하늘은 계획 회의를 기사로 쓰기 전에 참여자들에게 숫자의 의미를 확인했다. 스물아홉 명을 ‘골목 전체’라고 부르지 않았고, 공공상가 세 곳에 이미 들어갈 수 있다고 쓰지도 않았다. 재정 부족액과 독립 검토에서 삭제된 낙관적 수입도 함께 보도했다.

회의 둘째 날 오후 갑자기 비가 내렸다. 공동창고 지붕 한쪽에서 물이 새 도면 위로 떨어졌다. 마틴이 장터 때 썼던 클램프와 비닐을 가져와 임시로 받쳤고, 선우와 이정훈은 도면을 들고 옆으로 뛰었다. 종이 한 귀퉁이는 젖었지만 사람들의 단추와 너트, 팥알은 그대로 남았다.

“도면부터 방수해야겠네.”

마틴이 웃자 처음으로 회의장에 긴 웃음이 번졌다. 서미라는 젖은 부분을 잘라 새 종이를 붙이지 않았다. 빗물 자국 옆에 ‘공동창고 지붕 보수비 누락’이라고 적었다. 실제 생활에서 생긴 비용 하나가 다시 재정표에 들어갔다.

수정안은 네 묶음으로 완성됐다. 자발적 협동조합 운영규칙, 공공임대 후보지별 조건, 열 주 단계 이주표, 보조금 없이 계산한 기본 재정표였다. 별지에는 법률·재정 검토 의견과 아직 답이 없는 항목을 붙였다.

구청과 재개발 조합, 가람개발이 참석한 검토 자리에서 선우는 철거를 영원히 막는 도면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이건 사업 찬반표가 아닙니다. 어떤 결론이 나도 사람들이 장사와 집을 같은 날 잃지 않기 위한 대안입니다.”

조합 측은 단계 이주와 임시 영업공간 협의를 검토하겠다고 했고, 구청은 공공상가 세 곳의 안전·용도 심사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가람개발은 공동 배송 비용 부담 여부에 답하지 않았다. 채택이 확정된 것은 없었지만, 각 기관의 답변 기한과 담당 부서가 회의록에 들어갔다.

저녁에 사람들은 도면 위 물건을 하나씩 거뒀다. 오복순은 팥알을 손바닥에 담았다가 떡 반죽 통 옆 작은 병에 넣었다. 마틴은 너트를 다시 공구 주머니에 넣었고, 최봉수는 파란 단추를 일정표 두 번째 묶음에 테이프로 붙여 두었다.

선우는 젖은 도면을 인쇄소 벽에 걸었다. 완벽해서 걸어 둔 것이 아니었다. 숫자가 어디서 왔고, 무엇이 부족하며, 누가 아직 선택하지 않았는지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골목의 대안은 멋진 조감도가 아니라 사람마다 버틸 수 있는 날의 수를 틀리지 않게 적는 일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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