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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3화]

은평의 하청 명단

작성: 2026.08.03 19:46 조회수: 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박인숙은 수요일 오전 열한 시에 골목으로 들어왔다. 셔터에 자기 이름이 붙었다는 말을 들은 지 닷새 만이었다. 회색 모자를 깊게 눌러썼고, 손에는 오래된 지퍼 파일 하나를 들고 있었다. 서미라는 떡집 앞에서 그를 알아보고도 바로 이름을 부르지 못했다.

“내 이름, 누가 썼어요?”

박인숙이 먼저 물었다. 마틴은 셔터에 다른 이름들을 쓴 것은 자신이지만 박인숙의 이름은 자신이 쓰지 않았다고 다시 말했다. 임시 거주 노인도 아니었다. 누가 붙였는지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 이름부터 떼야 할까요?” 장하늘이 물었다.

박인숙은 잠시 셔터를 보고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오늘까지는 둬요. 대신 사진 쓰기 전에 나한테 물어봐요.”

사람들은 오복순의 떡집 뒷방으로 들어갔다. 복순은 문에 ‘재료 정리 중’이라는 종이를 붙여 손님이 바로 열지 않게 했다. 하늘은 녹음기를 탁자 위에 놓되 전원을 켜지 않았다. 증언의 목적, 보관자, 공개 범위와 철회 가능 시점을 설명한 뒤 박인숙이 동의표에 표시할 때까지 기다렸다.

박인숙은 실명 기록에는 동의했고 주소와 가족 정보는 빼 달라고 했다. 기사에 직접 인용할 문장은 원고를 보고 다시 정하기로 했다. 그는 지퍼 파일에서 작업일지 사본과 종이 사진 두 장, 안전화 구매 영수증을 꺼냈다.

“우리 남편이 은평 현장 배관팀에 있었어요. 민재 씨는 그 팀에 일을 나눠 주는 하청 반장이었고.”

서미라의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굳었다. 박인숙은 미라를 보며 말을 늦췄다. “사고 사흘 전, 민재 씨가 명단이 자꾸 바뀐다고 했어요. 내가 직접 들은 건 거기까지예요. 누가 바꾸라고 했다는 말은 못 들었어요.”

박인숙의 작업일지에는 민재 이름 옆에 은평 현장 동쪽 통로 보수와 작업 시각이 적혀 있었다. 종이 사진 한 장에는 같은 날짜 안전교육판과 작업자 헬멧이 보였다. 사진 속 얼굴만으로 민재를 특정할 수는 없었지만, 서미라가 가지고 온 민재의 작업복 번호와 헬멧 스티커가 일치했다.

윤태식은 한 시간 뒤에 도착했다. 그는 가져온 노트북을 인터넷에서 분리하고, 은평 자료 봉투의 인수번호와 파일 목록부터 맞췄다. 원래 하청 배치표에는 민재와 박인숙 남편의 이름이 있었다. 사고 다음 날 작성된 수정본에는 민재 이름이 빠지고 작업 구역이 ‘외부 협력 일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선우가 두 문서를 나란히 놓았다. 원본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서버에서 보존된 전자서명 기록이 있는 배치표였다. 수정본에는 윤태식의 업무 결재 표식과 전송 시각이 남아 있었다.

“이걸 당신이 보냈습니까?”

“네.” 태식은 피하지 않았다. “상급 현장책임자가 사고 보고에서 계약 관계가 불분명한 사람은 빼라고 했습니다. 나는 원래 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수정본을 조합과 외부 협의선에 보냈어요.”

“박도경이 시켰어요?”

서미라의 질문이 뒷방을 갈랐다.

윤태식은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한테 직접 지시받은 적은 없습니다. 의원실 보좌 인력이 사고 뒤 전화해 ‘외부 협력자로 정리된 게 맞느냐’고 물은 적은 있어요. 녹음은 없고 내 통화 기록만 있습니다.”

통화 기록에는 박도경 지역사무실 대표번호에서 걸려 온 시각과 통화 길이가 남아 있었다. 대화 내용은 태식의 진술뿐이었다. 선우는 표에 ‘통화 사실 확인’과 ‘대화 내용 단독 진술’을 따로 적었다.

장하늘이 기존 사진 파일의 촬영정보를 열었다. 사고 이틀 전 은평 현장 방문자 명부에 박도경 이름이 있었고, 같은 날 촬영된 사진에서 비슷한 배지가 아니라 그의 얼굴과 수행 인력이 확인됐다. 의원실도 안전 간담회 참석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나 사고 당일 현장에 있었다는 자료는 없었다. 수정 명단을 지시했다는 문서나 녹음도 없었다. 의원실이 사고 요약 보고를 전자우편으로 받은 기록은 있었지만, 박도경 본인이 읽었는지와 어떤 답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박인숙은 사진을 오래 들여다봤다. “나는 저 사람이 간담회에서 나오는 건 봤어요. 말은 못 들었어요. 민재 씨도 그날 멀리 서 있었고.”

그 증언은 방문 사실을 보탰지만 지시를 입증하지 않았다. 하늘은 질문표에서 ‘은폐 지시’라는 표현을 지우고 ‘명단 변경 보고를 언제, 누구에게 받았는가’로 바꿨다.

서미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떡집 주방 안쪽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작은 금속 상자를 들고 돌아왔다. 민재의 유품을 넣어 둔 상자였다. 그는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았던 수첩과 급여 정산 사본을 탁자에 올렸다.

“나도 이 명단 알고 있었어요.”

미라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민재가 사람을 데려간 것도 알아요. 안전 통로가 막혔다고 항의한 뒤에 명단 다시 쓰는 일을 거부했다는 메모도 봤어요. 그런데 이걸 내면 민재가 피해자이기 전에 하청 반장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날까 봐 숨겼어요.”

수첩에는 작업자 네 명의 이름과 ‘동쪽 통로 개방 전 투입 안 됨’이라는 문장이 있었다. 민재가 실제로 투입을 중단시켰는지, 그 지시가 지켜졌는지는 별도 확인이 필요했다. 급여 정산 사본은 그가 은평 하청 업무를 맡았다는 사실과 기간을 보탰다.

“민재가 잘못한 게 있으면 그것도 써요.” 서미라가 말했다. “사람을 데려가 일하게 한 책임도, 위험하다고 남긴 말도 같이. 좋은 사람으로만 남기려고 진실을 반으로 자른 게 내 잘못이에요.”

오복순이 미라 앞에 물을 밀어 놓았다. 위로나 충고는 하지 않았다. 박인숙이 먼저 손을 뻗어 미라 손등 위에 잠깐 올렸다가 뗐다.

사고 기록 대조는 오후 내내 이어졌다. 구급 출동 기록의 장소와 시각, 병원 이송 기록, 하청 배치표, 민재 수첩, 박인숙 작업일지의 날짜가 맞았다. 민재가 은평 현장에서 하청 업무 중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은 여러 자료로 결속됐다. 그를 ‘외부 협력 일정’으로 바꾼 수정본이 사고 다음 날 전송된 사실도 확인됐다.

책임 표는 세 줄로 나뉘었다. 첫째, 윤태식은 원 배치표를 알고도 수정본을 전송했고 그 행위를 인정했다. 둘째, 하청업체와 가람개발은 안전 통로와 작업자 관리, 사고 보고 경위를 설명해야 했다. 셋째, 박도경 측은 현장 간담회 참석과 사고 요약 보고 수신 경로에 답할 책임이 있었다.

미확정 표에는 박도경 개인의 명단 수정 지시, 현장 협조비와 사고 은폐의 직접 연결, 상급 현장책임자의 지시가 의원실에서 왔는지가 남았다. 개인의 형사 책임이나 손해 책임은 조사기관과 법적 절차가 판단할 일이었다.

윤태식은 자기 진술서 마지막 줄을 직접 썼다. ‘지시를 받았다는 이유로 확인한 이름을 삭제한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신변 위험 때문에 주소 공개는 거부했지만, 공식 조사에서 신원을 확인하는 데 동의했다.

장하늘은 기사 초안을 ‘확인된 사실’, ‘당사자 증언’, ‘답하지 않은 질문’ 세 부분으로 나눴다. 박인숙과 서미라에게 인용문을 다시 보여 줬고, 윤태식에게도 인정 문장이 정확한지 확인했다. 박도경 의원실과 가람개발, 하청업체에는 같은 자료 목록과 답변 시한을 보냈다.

의원실은 박도경이 안전 간담회에 참석하고 사무실이 사고 요약을 받은 것은 맞지만 명단 변경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가람개발은 하청업체가 인력 명단을 관리했다고 했고, 하청업체는 당시 담당자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답변은 사실 표가 아니라 반론 칸에 그대로 들어갔다.

기사가 공개되기 전, 박인숙은 셔터 앞에 다시 섰다. 하늘이 이름 종이를 촬영해도 되는지 물었다. 박인숙은 종이만 찍고 주변 점포 번호는 나오지 않게 해 달라고 했다.

“내 이름을 피해자 가족이라고만 쓰지 마세요.”

“어떻게 남기면 좋을까요?”

“명단을 보관한 사람. 그리고 본 걸 본 만큼 말한 사람.”

하늘은 그 문장을 기사 첫머리가 아니라 증언 범위를 설명하는 대목에 넣었다. 민재의 이름도 영웅이나 공모자로 단정하지 않았다. 사람을 현장에 데려간 하청 반장이었고, 위험을 기록했으며, 사고를 당했고, 이후 명단에서 빠진 사람이라고 썼다.

해가 질 때 구청 감사 창구에 자료 보존과 사실 확인 요청이 접수됐다. 선우는 접수증 아래에 네 줄을 적었다. 현장 배치와 사고는 확인. 수정 전송과 윤태식 행위는 확인. 박도경 측 방문과 보고 수신은 확인. 개인의 수정 지시는 미확정.

서미라는 그 네 줄을 읽고 자기 이름으로 보충 진술서에 서명했다. 그 서명은 남편을 깨끗한 이야기로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민재가 했던 일과 당한 일, 자신이 숨긴 시간을 한 기록 안에 두겠다는 선택이었다. 은평의 하청 명단은 처음으로 사람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라, 빠진 이름을 책임과 함께 돌려놓기 위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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