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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12화]

서명된 동맹

작성: 2026.07.07 20:52 조회수: 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오후 한 시 사십 분, 오복순의 떡집 뒷방 시계 초침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 서미라는 임시 거주 노인에게서 들은 말을 노란 메모지에 옮기다가 펜을 멈췄다. 박인숙, 은평 현장, 민재. 세 단어 사이에 선을 긋지 않았다. 지금 확인된 것은 노인이 박인숙을 알았다는 것과 사고 사흘 전 민재가 그 현장 하청 일을 맡았다는 말을 들었다는 데까지였다.

장하늘은 노트북을 닫았다. 세 시에 내보내려던 기사 창이 화면에서 사라졌다.

“오늘 기사에는 이 얘기 안 넣겠습니다. 박인숙 씨 본인 확인도 없고, 서미라 씨 동의도 아직 못 받았어요.”

서미라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안도한 얼굴은 아니었다. “나는 몰랐던 게 아니에요. 민재가 은평에서 일 받은 거 알고 있었어요. 다만 왜 그 명단에서 빠졌는지, 박도경 쪽이 어디까지 닿았는지는 몰라요.”

선우는 메모지 위쪽에 굵은 선을 그었다. 공동행동 접수 자료와 은평 사고 확인 자료를 나누는 선이었다. “두 묶음을 섞지 맙시다. 오늘 접수 시한 때문에 확인 안 된 이름을 밀어 넣으면, 나중에 둘 다 흔들려요.”

마틴이 창가에 기대 있다가 접힌 제안서를 폈다. 다섯 개 요구 아래 여섯 번째 항목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윤태식이 왜 빈칸을 남겼는지는 듣지 못했지만, 이제 그 자리에 무엇이 들어가야 하는지는 뒷방에 모인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이정훈이 휴대용 프린터를 떡 상자 위에 올렸다. “문장부터 정하죠. 길면 창구에서 요약하라고 할 겁니다.”

마틴이 천천히 읽듯 말했다. “명부에 없는 사람도 여기 사는 사람이면 같이 듣는다.”

서미라가 고쳤다. “듣기만 하면 또 참고인으로 밀려나요. 협의 당사자라고 해야 해요.”

선우는 빈칸에 썼다. ‘명부 밖 실제 점유자도 당사자로 포함.’ 짧은 문장이었지만 누구를 실제 점유자로 확인할지, 어떤 자료를 받을지, 그 확인이 곧 권리 인정이나 금액 결정을 뜻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별지에 붙였다. 명단에 없다는 이유로 문 앞에서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원칙과 최종 판단을 대신하지 않는 절차를 같은 종이에 남겼다.

“이걸 여섯째 항목으로 넣겠습니다.”

오복순이 보리차 주전자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박 씨는?”

아무도 곧바로 답하지 못했다. 박 씨는 전날 밤 집주인에게서 공동행동에 이름을 올리면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이 실제로 실행될지, 임대인이 그런 권한을 어디까지 갖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박 씨가 겁을 먹을 이유는 충분히 현실이었다.

서미라는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 “두 시까지 기다리기로 했어요. 그 뒤에는 박 씨 이름 없이 냅니다. 전화 더 안 할게요.”

선우가 서명란을 확인했다. 기존 서명과 자료 사용 동의는 서로 다른 칸에 있었다. 공동행동에 참여하더라도 모든 증언의 공개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고, 증언에 동의하더라도 공동행동 서명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박 씨 칸에 줄을 긋지 않고 ‘본인 보류’라고 적었다.

한 시 오십이 분에 박 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미라는 스피커를 켜지 않고 혼자 받았다. 짧게 듣고, “괜찮아요. 이유 말 안 해도 돼요”라고 답했다. 전화를 끊은 뒤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했다.

“오늘은 서명하지 않겠대요. 대신 자기 때문에 접수를 미루지 말라고 했어요.”

마틴이 제안서 가장자리를 눌렀다. “그 선택도 문서에 남겨요. 빠졌다는 말하고 거절했다는 말은 다르니까.”

이정훈은 ‘불참’ 대신 ‘서명 보류, 대리 서명 없음’이라고 인쇄했다. 서미라는 박 씨에게 그 문구를 문자로 보내 확인을 받았다. 박 씨는 잠시 뒤 ‘그대로 써 주세요’라고 답했다. 그 네 글자 뒤에 누구도 참여를 권하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두 시 정각, 다섯 사람은 떡집을 나섰다. 오복순은 가게를 비울 수 없어 접수 자료 목록에 자기 장부의 제공 범위와 반환 조건을 적어 건넸다. 이정훈은 출력물 두 부를 방수 파일에 넣었고, 마틴은 익명 진술서가 든 봉투를 가슴 쪽 가방에 따로 넣었다. 서미라는 공동행동 원본을 들었다.

구청 민원실에 도착했을 때 번호표 기계 앞 줄이 계단까지 이어져 있었다. 접수 마감까지 한 시간 남짓이었다. 선우는 줄을 지키고, 서미라는 첨부 목록을 다시 셌다. 장하늘은 카메라를 꺼내지 않았다. 접수가 되기 전 장면을 보도용 그림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 때문이었다.

창구 담당자는 여섯째 항목을 읽다가 눈을 들었다. “명부에 없는 분들을 당사자로 적으면 현재 조합 자료와 숫자가 안 맞습니다.”

선우는 준비한 별지를 내밀었다. “그래서 확인 절차를 요구하는 겁니다. 모두에게 권리가 인정됐다고 써 달라는 게 아닙니다. 현재 거주·영업 자료가 있는 사람을 협의에서 배제하지 말고, 확인 결과와 이유를 서면으로 남겨 달라는 요청입니다.”

담당자는 뒤쪽 책임자와 몇 분을 상의했다. 접수창 유리 너머에서 종이가 두 번 오갔다. 마틴은 손잡이를 쥔 채 움직이지 않았고, 서미라는 원본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결국 담당자는 본문과 별지에 같은 접수 도장을 찍었다. 여섯째 항목을 삭제하지 않은 채였다.

접수증 아래에는 ‘내용 검토 및 당사자 범위 확인 예정’이라고 적혔다. 그것은 실제 점유자 인정이나 철거 중단을 확정한 문장이 아니었다. 다만 명부 밖 사람을 확인조차 하지 않던 이전 문서와는 달랐다. 그들을 검토 표 안으로 불러들이는 첫 문장이었다.

민원실 밖 벤치에서 장하늘은 사람별 확인표를 꺼냈다. 이름 공개, 업종 공개, 음성 인용, 자료 사진 사용, 보도 전 문장 확인을 각각 나눠 물었다. 마틴은 이름과 수리점 사진 사용에 동의했지만 집 주소는 빼 달라고 했다. 이정훈은 인쇄소 이름 대신 ‘세입자 대표’라고 써 달라고 했다. 서미라는 공동행동 접수 사실은 공개하되 민재와 은평 얘기는 보류한다고 표시했다.

“반대 의견도 적어 주세요.”

서미라가 말했다. “다 같이 서명한 것처럼 쓰면 박 씨가 더 위험해져요.”

하늘은 박 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기사를 쓰기 위한 통화라고 먼저 말하고, 통화 내용은 허락 없이 인용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자기 이름과 집주인의 말을 기사에 싣지 말아 달라고 했다. 대신 공동행동에 서명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써도 된다고 했다. 하늘은 통화를 마친 시각과 비보도 범위를 확인표에 적었다.

그날 저녁 하늘은 동화4구역 조합과 가람개발, 구청에 같은 질문을 보냈다. 명부 밖 실제 점유자를 협의 대상에 포함할지, 개별 접촉과 계약 갱신 압박을 어떻게 막을지, 여섯째 요구에 언제 답할지를 물었다. 조합은 명부 기준을 재검토하겠다고 답했고, 가람개발은 임대차 갱신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구청은 접수 자료를 검토해 현장 확인 일정을 알리겠다고 답했다.

기사는 그 답변이 도착하고 당사자들이 자기 문장을 다시 본 뒤에야 게시됐다. 장하늘은 그 과정을 취재원 동의와 사업자 반론 확인이라고 기록했다. 제목에는 승리도 합의도 없었다. ‘동화4구역 공동행동 접수, 명부 밖 점유자 확인 요구’라고만 적혔다. 본문에는 박 씨의 이름도, 은평의 민재도 나오지 않았다. 서명 보류자가 있었고 대리 서명 없이 접수했다는 사실은 들어갔다.

밤 아홉 시가 넘어 떡집 문이 닫힐 무렵, 박 씨가 혼자 찾아왔다. 그는 공동행동 원본을 다시 열어 보지 않았다. 대신 서미라에게 작은 봉투를 건넸다. 집주인에게서 받은 갱신 관련 문자를 자신이 허락할 때만 쓰라는 조건으로 보관해 달라는 메모가 들어 있었다.

“오늘 서명 안 한 거, 미안하다고는 안 할게요.”

서미라가 봉투를 자료함의 비공개 칸에 넣었다. “하지 마요. 우리가 지키려는 게 그 말을 안 해도 되는 자리니까.”

선우는 제안서 사본의 여섯째 항목을 다시 읽었다. 서명된 동맹은 전원이 같은 선택을 했다는 뜻이 아니었다. 함께 행동하는 사람들이 한 사람의 ‘아니오’를 지워 버리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날 골목이 얻은 것은 도장 하나보다, 빈칸을 누구의 이름으로도 함부로 메우지 않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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