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 문 앞에는 네 종류의 명찰이 놓였다. 친족, 채권자, 직원, 거래처. 윤서린 이름은 어느 쪽에도 인쇄되지 않았다. 그는 `아르덴 운영 자료 책임자`라고 직접 써서 가슴에 달았다.
친족들은 가족회의에 외부 사람이 너무 많다고 항의했다. 윤종필의 지분과 부지를 어떻게 정리할지는 집안 문제라고 했다. 세탁 업체 대표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신이 기다린 대금도 집안 문제냐고 물었다.
서린은 누구의 말이 더 옳다고 판정하지 않았다. 오늘 다룰 항목을 세 줄로 제한했다. 윤종필 개인 채권, 호텔과 겹친 보증, 목적 신탁 편입 조건. 과거 감정과 용서 여부는 조정 대상이 아니라고 시작 전에 밝혔다.
윤종필은 친족석에 앉았다. 돌아온 뒤 처음으로 형제와 조카들을 한꺼번에 만났지만 인사를 길게 나누지 않았다. 자신의 차용 내역과 서명이 있는 문서를 먼저 탁자에 올렸다.
첫 친족 채권자는 2019년에 보낸 돈이 호텔을 살리기 위한 것이므로 호텔 수익에서 갚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금은 윤종필 개인 계좌로 들어갔고 같은 주에 아르덴 급여 일부가 지급됐다. 돈의 흐름은 겹쳤지만 약정 문구는 없었다.
재무 전문가는 확인된 흐름과 추정을 다른 색으로 표시했다. 친족은 서린이 아버지 사정을 알면서도 자신들을 의심한다고 화를 냈다. 서린은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증빙 기준을 적용한다고 답했다.
직원 대표는 급여가 지급됐다는 이유로 개인 채무를 직원이 갚아야 하는지 물었다. 윤종필은 자신이 개인 차용을 결정했으니 우선 개인 지분 배당과 재산에서 갚는 안을 받아들였다. 호텔이 실제로 받은 이익이 확인되는 범위만 별도 조정하기로 했다.
거래처 대표들은 자기 대금보다 가족 돈이 먼저 지급될까 우려했다. 서린은 지급 순서를 화면에 띄웠다. 급여와 필수 안전비, 현재 납품 대금, 확정된 과거 채권, 다툼 중인 가족 채권. 순서를 바꾸려면 운영위원회 공개 표결이 필요했다.
친족 한 명이 서린에게 가족을 설득해 달라고 했다. 서린은 그 역할을 거부했다. 자료를 설명하고 발언 시간을 지킬 책임은 있지만, 윤종필 대신 사과하거나 친족을 달래는 가족 대표는 아니라고 말했다.
장지민은 회의 녹화를 제안했다가 당사자 반대를 들었다. 대신 합의된 회의록을 작성하고 발언자가 자기 문장을 확인하도록 했다. 공개 요약에는 개인 주소와 건강 정보, 가족 사이의 사적 비난을 제외했다.
강도윤은 주방 운영책임자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는 서린 옆이 아니라 직원 대표 뒤에 앉았다. 식재료 업체 지급이 밀리면 메뉴를 줄여야 한다는 운영 영향을 설명했지만, 상속분이나 친족 채권의 정당성을 판단하지 않았다.
한 친족이 도윤에게 서린을 잘 설득해 보라고 말했다. 도윤은 웃지 않았다. 자신은 서린의 사업 판단을 대신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며, 주방 자료에 대해서만 답하겠다고 했다. 관계가 회의 밖 압력 통로가 되지 않게 했다.
오전 회의는 목소리가 높아진 채 중단됐다. 서린은 점심을 호텔에서 제공하지 않았다. 식사 제공이 회유처럼 보이지 않도록 각자 선택하게 했고, 재개 시각만 정확히 알렸다.
도윤은 서린에게 따로 밥을 먹자고 하지 않았다. 직원들과 지하 식당에 내려갔다. 서린은 변호사와 자료 오류를 확인했다. 둘은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저녁에 이야기하자고만 했다.
오후에는 토지 채권자가 참석했다. 그는 친족끼리 지분을 정리한 뒤 자기 담보가 뒤로 밀릴까 걱정했다. 신탁 편입 전 채권 순위를 보전하고, 새 소유 구조가 기존 권리를 임의로 줄이지 않는 문구가 추가됐다.
거래처 대표는 반대로 오래된 담보가 모든 운영 수익을 가져가면 현재 납품을 계속할 수 없다고 했다. 지급 우선순위와 담보권은 같은 문제가 아니었다. 법원 조정에서 사용할 별도 운영비 보호 계정을 제안했다.
회의 중 윤종필이 갑자기 피곤해 보였다. 친족은 휴회를 요청했고 서린은 받아들였다. 다만 아버지의 건강을 이유로 안건을 일괄 승인하지 않았다. 재개 여부와 서면 답변 기한을 모두에게 같은 방식으로 알렸다.
윤종필은 쉬는 동안 서린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서린은 지금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차용금 사용처를 더 확인할 자료라고 답했다. 부녀 대화는 차갑게 들렸지만 회의와 가족 감정을 분리하기 위한 경계였다.
마지막 안건은 윤종필 지분이 신탁에 들어갈 때 친족에게 남는 수익권이었다. 친족들은 상속 가능성을 완전히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서린은 제한된 수익권을 남기되 호텔 매각과 인사 의결권은 붙이지 않는 안을 제시했다.
직원 대표는 가족에게 수익이 가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임금과 안전비가 밀리는 달에도 배당이 나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친족 측도 지급 순서를 문서로 확인한 뒤 조건부로 받아들였다.
모든 다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친족 채권 두 건은 추가 계좌 추적에, 토지 담보는 법원 조정에 남았다. 회의록에는 합의보다 미합의 항목이 더 많았다. 서린은 그것을 실패로 지우지 않았다.
다음 회의 전 계좌 추적에서 친족 차용금 한 건은 호텔 급여가 아니라 윤종필 개인 세금에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 채권은 호텔 지급표에서 빠지고 개인 재산 조정으로 옮겨졌다.
다른 한 건은 실제로 급여 계정에 들어간 흔적이 있었다. 직원 대표는 그 때문에 호텔이 전액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고, 친족 측도 개인 책임과 법인 이익의 비율을 감정받기로 했다.
거래처 대표들은 미합의 기간에도 현재 납품 대금이 늦지 않는지 확인했다. 별도 운영비 계정에서 주 단위 지급이 계속됐고, 과거 다툼이 현재 거래를 인질로 잡지 못했다.
회의 발언 순서도 바뀌었다. 처음에는 친족이 먼저 말했지만 다음에는 직원과 거래처가 실제 운영 영향을 먼저 설명했다. 혈연 관계가 회의의 자연스러운 중심이 되지 않게 했다.
윤종필은 친족에게 개인적으로 합의하자는 요청을 받았지만 공용 조정 채널로 돌렸다. 가족끼리 밥을 먹는 일은 가능해도 채권 금액을 정하는 일은 기록 밖에서 하지 않았다.
서린은 회의 뒤 친족 한 명과 차를 마셨다. 호텔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하고 오래된 가족 사진만 봤다. 가족을 운영 안건에서 분리한다고 관계까지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회의를 마치며 각 집단은 다음 회의 자료 요청 목록에 서명했다. 친족만 먼저 볼 수 있는 사본도, 직원만 숨겨 가진 숫자도 없었다. 개인정보 범위를 제외한 같은 자료가 같은 시각에 배포됐다.
호텔 로비를 나가던 친족 한 명이 서린에게 그래도 가족 아니냐고 물었다. 서린은 가족이기 때문에 더 조심해서 다른 사람의 몫을 대신 결정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가족 관계를 끊겠다는 말이 아니었다.
밤에 도윤과 만난 서린은 회의에서 화가 났던 순간을 말했다. 도윤은 해결책을 제시하기 전에 들어도 되는지 물었다. 서린은 오늘은 들어 주기만 해 달라고 했다. 둘은 업무 결론이 같아야 가까운 사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
다음 아침 서린은 전날 감정을 회의록 수정 근거로 쓰지 않았다. 친족의 무례한 말과 실제 채권 증빙을 분리해, 불쾌했던 사람에게도 같은 제출 기한과 이의 절차를 보장했다.
가족회의가 아닌 이해관계인 회의는 화해 사진 없이 끝났다. 친족·채권자·직원·거래처는 서로를 좋아하게 되지 않았지만, 누가 어떤 돈과 권리를 요구하는지 같은 표 위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아르덴은 불편한 얼굴들을 지우지 않고 다음 회의 날짜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