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덴의 등기 서류를 한 장씩 펼치자 호텔이 한 덩어리가 아니라는 사실부터 드러났다. 객실과 로비가 들어 있는 건물은 운영 법인 명의였지만, 정문 아래 부지와 후문 하역로 일부는 윤종필 개인 명의였다. 주방 환기 설비가 지난 작은 조각 땅에는 오래된 담보가 남아 있었다.
공동운영 신탁이 가진 것은 영업권과 일부 지분 의결권이었다. 직원들이 출근하고 손님이 자는 공간을 운영할 권리는 있었지만, 그 공간이 딛고 선 땅을 계속 쓸 수 있다는 약정은 일 년 단위 임시 사용 승낙서뿐이었다.
독립 수탁자는 이 상태로 큰 수선을 시작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배관을 교체한 뒤 토지 채권자가 사용을 막으면 공사비만 남을 수 있었다. 반대로 토지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모든 안전 공사를 멈추는 것도 손님과 직원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일이었다.
윤서린은 건물 도면 위에 세 가지 색을 칠했다. 운영 법인 소유, 윤종필 개인 소유, 담보권 확인 필요. 한소희가 로비 동선과 하역 차량 길을 그 위에 겹쳤다. 법률 문서의 작은 구획선 하나가 세탁물과 식재료, 휠체어가 실제로 지나가는 길을 가르고 있었다.
“정문은 호텔 것처럼 보이는데 땅은 아니라는 거네요.” 직원 대표가 말했다.
서린은 맞다고 답했다. 감추면 손님은 모르고 지나갈 수 있었지만 직원들은 공동운영의 주인이라고 불리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위험을 모르게 된다. 운영위원회는 부지 현황과 담보 범위를 내부 공개 자료에 올렸다.
윤종필은 정문 부지를 신탁에 무상으로 넘기겠다고 했다. 빠른 해결처럼 보였지만 친족 채권자의 가압류 이의가 걸려 있었다. 소유권을 급히 옮기면 채권자를 피하려는 처분으로 다퉈질 수 있다는 변호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서린은 아버지의 선의가 다시 지름길이 되지 않게 했다. 토지 이전은 법원과 채권자 확인 뒤에 하고, 그전까지는 장기 사용권을 등기할 수 있는지 검토하기로 했다. 사용료는 상징적인 금액이 아니라 감정한 범위 안에서 지급해 가족의 호의가 운영 비용을 가리지 않게 했다.
강도윤은 주방 환기구가 걸친 구획을 보다가 조리팀 확장안을 접었다. 새 오븐을 넣으려던 자리가 바로 담보 확인 구역이었다. 그는 주방이 매출을 만든다는 이유로 먼저 공사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오래된 오븐의 온도 편차와 환기량을 다시 측정했다. 안전 기준 안에서 몇 달 더 쓸 수 있는지, 교체를 미루면 노동 시간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숫자로 제출했다. 땅의 불안이 주방 직원의 무급 수고로 가려지지 않게 했다.
도윤은 서린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도 도면 이야기를 꺼냈다가 멈췄다. “지금 물어도 돼요?”라고 먼저 물었다. 서린은 십 분만 호텔 얘기를 하고 그 뒤에는 다른 이야기를 하자고 답했다. 둘은 시간을 재듯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서린은 자신이 정문 부지를 개인적으로 넘겨받으면 해결이 빠를 수 있다는 자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도윤은 찬반을 대신 정하지 않았다. 다만 개인 소유와 운영 책임이 다시 한 사람에게 모이면, 다음 위기 때 서린이 모든 문을 혼자 지켜야 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음 날 토지 채권자와 현장 확인이 진행됐다. 채권자는 호텔을 없애고 싶어서 온 사람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담보 이자를 받지 못했고, 윤종필이 사라진 뒤 누구와 협의해야 하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아르덴의 감성을 이유로 기다림을 더 요구할 수는 없었다.
그는 후문 하역로를 막겠다고 위협한 적은 없지만,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한 것도 아니었다. 운영위원회는 그 차이를 기록했다. 상대를 악역으로 만들지 않아야 실제 협상 가격과 기간을 볼 수 있었다.
협상안에는 세 갈래가 들어갔다. 정문과 하역로에는 십오 년 사용권을 설정하고, 담보 원금 일부는 윤종필 개인 지분 처분 대금에서 갚으며, 호텔이 사용하는 동안의 수선 책임은 운영 신탁이 부담한다. 토지 소유자는 영업 의결권을 얻지 않는다.
직원 대표는 사용료가 오르면 임금이 줄어드는지 물었다. 재무 전문가는 최악의 현금 흐름표를 다시 띄웠다. 사용료는 경영진 성과급과 비필수 장식비보다 앞서지만 급여와 법정 안전비 뒤에 두는 지급 순서를 제안했다.
한소희는 하역로를 단순 통로로만 보지 않았다. 꽃과 세탁, 식재료 업체가 같은 시간에 몰려 서로 기다리는 문제가 있었다. 토지 사용권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시간표와 안전선을 새로 그려, 기다린 시간에도 정해진 비용을 지급하도록 했다.
윤종필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부지 앞에서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호텔을 지킨다며 땅을 개인 명의로 남겨 둔 일이 오히려 공동운영을 흔들고 있었다. 그는 사용권 설정과 담보 상환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되 운영회의에는 표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다시 확인했다.
법원 확인 전까지는 임시 협약이 체결됐다. 토지 채권자는 하역로와 정문 사용을 막지 않고, 호텔은 새 담보나 대규모 공사를 하지 않으며, 안전상 긴급 수선은 공동 입회 아래 진행한다. 어느 쪽도 영구 승리라고 부르지 않았다.
임시 협약 첫날, 식재료 트럭이 새로 그린 노란 선 안에 멈췄다. 기사에게 대기 시간을 묻는 표가 생겼고, 프런트 직원은 정문 턱의 흔들림을 시설팀에 바로 올렸다. 소유 문서가 실제 노동 동선으로 번역되는 순간이었다.
서린은 로비 공개판 아래에 작은 지도를 붙였다. 건물·부지·영업권의 주체가 다르다는 사실, 현재 사용권이 어디까지 확보됐는지, 다음 확인일이 언제인지 적었다. 손님에게 불필요한 개인 채무는 가렸지만 운영 중단 가능성은 숨기지 않았다.
측량 결과 정문 경사로 끝부분도 개인 부지 경계에 걸쳐 있었다. 휠체어 이용 손님이 우회해야 할 가능성이 생기자 임시 사용 협약에 접근권 조항을 추가했다. 소유 분쟁 중에도 이동권을 협상 뒤로 미루지 않았다.
시설팀은 긴급 수선과 가치 상승 공사의 기준을 나눴다. 흔들리는 경사로와 가스 배관은 즉시 고치고, 객실 확장과 외관 공사는 장기 사용권 확정 뒤로 뒀다. 같은 망치질도 목적에 따라 다른 승인을 받았다.
토지 채권자는 월별 사용료가 제대로 예치되는지 볼 수 있었지만 객실 매출 원본까지 요구하지는 못했다. 필요한 재무 확인과 영업 비밀의 경계를 계약서에 넣었다.
한 달 뒤 첫 사용료가 지급되자 윤종필은 자기 계좌로 들어온 돈을 곧바로 호텔에 돌려주려 했다. 독립 수탁자는 개인 채권 상환표에 따라 처리하라고 했다. 돈이 한 바퀴 돌아 다시 호의와 영향력이 되는 길을 막았다.
도윤의 주방 안전 측정에서는 오래된 오븐을 여섯 달 더 쓸 수 있지만 예열 시간이 길어 추가 노동이 생긴다는 결과가 나왔다. 운영위원회는 교체 전까지 준비 시간을 근무표에 넣고, 공짜 조기 출근으로 메우지 않았다.
서린은 다음 임기 운영자가 이 지도를 읽을 수 있도록 등기·사용권·실제 동선 번호를 연결했다. 개인 기억으로만 아는 경계가 사라져야 땅이 사람을 붙드는 권력이 되지 않았다.
공동운영의 땅은 누구 한 사람의 선의로 공짜가 된 땅이 아니었다. 채권자에게는 값을 지급하고, 직원에게는 위험을 알리며, 가족에게는 권한의 한계를 두어야 계속 밟을 수 있는 자리였다.
그날 밤 도윤은 주방 문을 닫기 전 서린에게 새 오븐 계획서를 다시 보여 줬다. 공사 시작일은 비어 있었고 안전 측정일만 적혀 있었다. 서린은 승인 대신 검토 표시에 서명했다. 둘은 서로의 선택을 서두르지 않은 채 같은 건물의 불안한 바닥을 함께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