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 아홉 시, 아르덴 로비 자동문이 열리자 법원 송달 직원이 젖은 서류 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투숙객 이름을 묻는 목소리와 달리 그는 호텔 이름이 아니라 윤종필의 현재 주소부터 확인했다. 프런트 직원은 서린에게 전화를 건 뒤 서류를 임의로 받지 않고 접견실을 안내했다.
봉투는 모두 세 개였다. 하나에는 윤종필이 연락 두절 상태였던 동안 신청된 재산관리 절차의 종료 심문 통지가, 다른 하나에는 그 절차에서 제외됐다고 주장하는 채권자의 이의서가 들어 있었다. 마지막 봉투 겉면에는 굵은 글씨로 소송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윤종필은 호텔 밖 상담 주거에서 변호사와 함께 왔다. 여섯 달 전 돌아온 날보다 얼굴은 편안해졌지만, 봉투를 여는 손은 느렸다. 그는 첫 장을 읽은 뒤 서린에게 넘기려 했다. 서린은 받지 않고 자기 몫의 사본을 달라고 했다.
“아버지 문서를 내가 대신 읽고 결론 내리면, 다시 같은 방식이 돼요.”
윤종필은 손을 거두었다. 변호사는 귀환 신고가 됐다고 해서 부재 중 이뤄진 관리 행위가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관리인이 지급한 비용과 보류한 채무, 호텔 지분에 붙은 가압류를 하나씩 확인해야 했다. 돌아온 사람의 얼굴이 문서의 후과를 지워 주지는 않았다.
첫 번째 이의를 낸 이는 오래된 세탁 설비 업체였다. 윤종필이 사라지기 전 교체를 약속했지만 계약금만 받고 공사가 중단됐고, 재산관리 목록에서는 개인 채무인지 호텔 채무인지 분류되지 않았다. 업체는 이자까지 포함해 지급을 요구했다.
두 번째 채권자는 친족이었다. 윤종필에게 빌려준 돈이 아르덴을 위한 것이었다며 가족 목적 신탁의 수익에서 먼저 돌려 달라고 했다. 차용증에는 용도가 적혀 있지 않았고 입금일은 2019년 장부 정정 시기와 겹쳤다.
서린은 모두를 배성재 사건의 잔여 음모로 묶지 않았다. 확인된 법적 절차와 가족의 주장, 호텔 운영 기록을 서로 다른 표에 놓았다. 장지민은 공개판에 올릴 수 있는 항목과 당사자 동의 없이는 가려야 할 항목을 색으로 나눴다.
강도윤은 주방에서 올라와 회의실 문 앞에 멈췄다. 서린은 들어오라고 하지도, 기다려 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도윤이 먼저 물었다. “운영 쪽에 영향을 주는 부분만 같이 봐도 됩니까?”
서린은 세탁 설비 계약과 객실 판매 중지 가능성이 있는 항목만 건넸다. 가족 차용금과 윤종필의 개인 주소는 가렸다. 연인이라는 이유로 모든 문서를 공유하지 않고, 주방 책임자라는 역할에 필요한 범위를 정하는 일이었다.
도윤은 설비 업체의 주장을 읽고 낡은 세탁기의 가동 시간을 확인했다. 공사가 정말 멈췄다면 린넨 외주 비용이 이중으로 잡혔을 수 있었다. 그는 누가 거짓말했는지 추측하지 않고 당시 세탁물 반출 기록부터 요청했다.
오후에는 재산관리인이 사용했던 별도 계좌 내역이 도착했다. 객실 안전 보수비 일부는 지급됐지만, 윤종필 개인 지분 배당은 법원 허가를 기다리며 묶여 있었다. 호텔 직원이 아버지의 귀환을 반길지 묻기 전에 임금과 업체 대금이 어디에서 막혔는지 볼 수 있는 숫자였다.
윤종필은 자기 개인 예금에서 세탁 업체 채권을 먼저 갚겠다고 했다. 서린은 즉시 동의하지 않았다. 다툼의 액수를 빨리 지급하면 조용해질 수는 있었지만, 호텔 채무와 개인 채무의 경계가 다시 흐려질 수 있었다.
“좋은 뜻으로 먼저 내는 것도 기록 없이 하면 나중에는 경영 참여 근거가 돼요.” 서린이 말했다. “아버지가 돈을 냈으니 다시 표를 달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해요.”
윤종필은 고개를 숙인 채 지급 제안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대신 독립 관리 계정에 조건부로 예치하고, 채무 성격이 확정된 뒤 책임 범위에 따라 집행하는 안을 받아들였다. 돈을 내는 행위와 권한을 얻는 행위를 문서로 분리했다.
채권자들과 첫 조정 회의가 열렸을 때 서린은 가족석에 앉지 않았다. 아르덴 운영 자료를 제출하는 책임자 좌석에 앉았고, 윤종필은 자기 대리인 옆에 앉았다. 두 자리 사이에는 빈 의자 하나가 있었다.
세탁 설비 업체는 수년간 전화를 받지 못한 일을 먼저 말했다. 윤종필은 배성재와 차우진을 이유로 들기 전에 자신이 연락 창구를 끊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자료를 보호하려 했다는 사정이 거래처의 기다림을 동의로 바꾸지는 못했다.
친족 채권자는 가족끼리 해결하면 될 일을 왜 외부 운영위원회까지 알리느냐고 따졌다. 서린은 가족 돈이 호텔 지분과 신탁 수익을 요구하는 순간 이해관계인이 된다고 답했다. 가족이라는 말이 검토를 생략하는 통행증이 되지 않게 했다.
조정은 그날 끝나지 않았다. 세탁 업체 채권 중 계약금과 실제 보관 비용은 임시 인정됐지만 손해액은 감정을 거치기로 했다. 친족 차용금은 사용처가 확인될 때까지 가족 지분 배당에서만 보전하고 호텔 운영비에서는 지급하지 않는 잠정안이 나왔다.
회의가 끝난 뒤 윤종필은 회색 봉투를 가방에 넣지 못하고 들고 있었다. 서린은 대신 들어 주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앞까지 함께 걸었지만 호텔 밖 상담 일정은 각자 달력에 따로 적었다.
도윤은 주방에서 남은 직원 식사를 두 그릇 포장해 나왔다. 하나를 서린에게 건네며 아버지 이야기를 묻지 않았다. 대신 세탁 설비 공사가 멈출 경우 주방 린넨을 며칠 버틸 수 있는지 계산해 뒀다고 말했다.
서린은 포장 용기를 받아 들고 오늘 저녁은 호텔 밖에서 먹자고 했다. 회의 내용을 더 말하고 싶으면 자신이 먼저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도윤은 “알겠어요”라고 답하고 시간을 정했다. 기다리겠다는 말로 선택을 빼앗지 않았다.
다음 날 로비 공개판에는 소송의 자극적인 제목 대신 절차와 영향만 올라갔다. `실종자 재산관리 종료 심문 진행 중`, `기존 채권 분류 확인 중`, `급여·필수 안전비 집행 영향 없음`. 모르는 부분은 모른다고 표시했다.
며칠 뒤 세탁물 반출 기록을 대조하자 공사가 중단된 뒤에도 장비 보관료가 매달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업체가 청구한 전액과는 차이가 있었다. 아르덴은 확인된 보관료부터 지급하고 나머지는 감정 결과를 따르기로 했다.
친족 차용금 일부는 실제로 직원 급여 계정으로 흘러갔지만, 다른 일부는 윤종필 개인 법률 비용에 쓰였다. 두 돈을 한꺼번에 호텔 채무로 만들지 않았다. 계좌 흐름마다 책임 주체를 다시 적었다.
직원 설명회에서는 왜 이제야 이런 채무를 알게 됐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서린은 과거 문서가 흩어졌다는 말만 하지 않고, 공동운영 보고에서도 재산관리 자료를 충분히 대조하지 않은 자기 판단을 인정했다.
운영위원회는 이후 귀환·퇴임·대표 변경이 생길 때 확인할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개인 보증, 자동 참조 계정, 미결 소송, 거래처 구두 약속을 한 사람의 기억이 아니라 두 부서가 교차 확인하도록 했다.
윤종필은 설명하지 못한 항목을 `기억 없음`으로 끝내지 않고 당시 회계 담당자와 외부 장부를 찾는 데 동의했다. 연락을 원치 않는 전 직원에게는 두 번 이상 요청하지 않았다. 사실 확인도 타인의 평온을 무한히 요구할 권리는 아니었다.
서린과 도윤은 그 주 토요일 약속을 지켰다. 식사 중 호텔 얘기는 십 분을 넘겼지만, 둘 중 누구도 시간을 어긴 일을 상대의 무관심으로 읽지 않았다. 다음에는 업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다시 묻기로 했다.
윤종필의 소송장은 돌아온 아버지를 다시 악인으로 만드는 종이가 아니었다. 사라져 있던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이 대신 결정하고 기다리고 손해 본 흔적을 한 줄씩 돌려주는 문서였다. 아르덴은 그날 문을 닫지 않았지만, 누구의 귀환도 자동 면책으로 받지 않는 첫 아침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