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뒤 겨울, 아르덴의 객실 점유율은 육십팔 퍼센트였다. 만실이라는 현수막을 걸 만큼 높지 않았고, 폐업 회의가 열리던 때보다는 충분히 나아진 숫자였다. 로비 공개판에는 점유율과 함께 누수 공사 객실 세 곳, 다음 달 현금 보유 예상치도 적혀 있었다.
윤서린의 직함은 총지배인이 아니라 공동운영 책임자였다. 임기는 이 년, 운영위원회 분기 평가 대상. 그녀는 매주 화요일 직원 대표와 예산을 보고 금요일에는 거래처 지급 순서를 확인했다. 자기 사무실 문에는 가족 지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이해상충 안내가 붙어 있었다.
강도윤은 주방 운영책임자와 교육 담당을 맡았다. 루셀 협업 메뉴는 계절마다 두 개씩만 유지했고, 이름을 빌려 지점을 늘리자는 제안은 거절했다. 대신 조리 보조 세 명이 자기 이름으로 메뉴 하나씩을 내도록 훈련 시간을 만들었다.
장지민은 홍보팀 벽에 '관계자라는 말만으로 기사 만들지 않기'라는 문장을 붙였다. 아르덴이 내는 자료에도 출처와 수정 시각을 표시했다. 화제가 될 만한 사진보다 잘못된 객실 안내문 정정을 먼저 올리는 날이 많아졌다.
한소희는 꽃 납품업체 대표 자리와 로비 플로리스트 일을 겸하지 않기로 했다. 표결이 있는 날에는 다른 업체가 로비 꽃을 공급했다. 대신 지역 상점과 함께 작은 겨울 시장을 기획했고, 아르덴은 장소 비용과 정산 기준을 공개했다.
배성재 지분 문제는 독립 평가와 손해 회복 합의를 거쳐 정리됐다. 확인된 손해액은 지분 매각 대금에서 먼저 상계됐고, 남은 지분은 공동운영 신탁과 지역투자자 기금이 나눠 인수했다. 배성재는 운영과 의결에서 완전히 물러났지만 별도 법적 책임 절차는 기록대로 이어졌다.
차우진의 체인 인수안은 공식 폐기됐다. 그는 그룹 내부 징계를 받고 아르덴 관련 업무에서 배제됐다. 윤종필 은닉이 불법 강요였는지에 대한 조사는 증거 범위 안에서 계속됐고, 그 결과를 호텔 홍보에 유리하게 단정하지 않았다.
윤종필은 호텔 경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장부 분류 변경과 실종 기간에 대해 조사받았고, 개인 지분 배당은 피해 회복 계정으로 들어갔다. 그는 한 달에 두 번 서린과 상담실에서 만났다. 아버지와 딸의 대화는 운영 회의가 끝난 뒤, 호텔 밖에서만 했다.
처음 만난 날 윤종필은 오래된 총지배인 열쇠를 가져왔다. 서린은 받지 않고 운영위원회 기록 담당자에게 반납하게 했다. 그 열쇠는 아르덴 역사 보관함에 들어갔고, 누구도 다시 쓰지 못하도록 잠금핀이 제거됐다.
김명진의 정정 기사는 원문과 같은 주소에 연결됐다. 기사 하나로 도윤의 이름에서 검색 결과가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다. 다만 아르덴 자료 페이지가 함께 노출됐고, 도윤은 더 이상 매일 순위를 확인하지 않았다.
서린과 도윤은 토요일 저녁 약속을 세 번 지켰고 두 번 미뤘다. 미룰 때는 누가 왜 미루는지 먼저 말했다. 싸움도 있었다. 도윤이 지역 행사 메뉴를 운영위원회 승인 전에 약속한 날, 서린은 연인으로가 아니라 운영 책임자로 안을 돌려보냈다. 저녁에는 그 일 때문에 화가 났다고 다시 말했다.
둘의 관계는 아르덴 공식 계정에 올라가지 않았다. 손님이 알아보고 사진을 요청하면 각자 판단했고, 호텔 계약과 연결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평범한 사생활을 지키는 일이 화려한 공개보다 더 많은 연습을 필요로 했다.
12월 마지막 금요일 밤, 엘리베이터 한 대가 7층에서 멈췄다. 시설팀이 즉시 운행을 중지했고 프런트는 고층 손님들에게 계단과 다른 엘리베이터를 안내했다. 예전 같으면 서린이 직접 수리 기사 옆에서 밤을 샜을 것이다. 지금은 야간 시설 책임자가 권한대로 업체를 부르고 경과를 운영 채널에 올렸다.
서린은 로비에서 그 보고를 읽고 '확인' 표시만 남겼다. 자신이 모든 문을 열어야 호텔이 돌아간다는 믿음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도윤은 자정이 가까워지자 주방 마감을 끝내고 남은 채소 수프로 직원 식사를 만들었다. 음식물 기록표에 수량을 적고 야간 프런트로 두 그릇을 보냈다. 유명 셰프의 특별 서비스가 아니라 근무 교대 식사였다.
밤 열한 시 오십칠 분, 유리문이 열렸다. 젖은 여행 가방을 끄는 여성과 졸린 아이가 들어왔다. 기차가 연착돼 체크인이 늦었다고 몇 번이나 사과했다. 프런트 직원은 사과를 받을 이유가 없다며 예약 이름부터 확인했다.
배정 객실은 913호였다. 조사와 배관 공사를 마치고 일반 객실로 돌아온 방이었다. 귀중품 보관함 흔적은 기록실로 옮겨졌고 옷장 안에는 새 금고와 사용 안내가 붙어 있었다. 과거를 지우지 않았지만 손님이 편히 자야 할 방의 역할도 되찾았다.
아이의 운동화가 비에 젖어 바닥에 작은 발자국을 남겼다. 소희가 겨울 시장에서 들여온 천 슬리퍼를 건넸고, 도윤은 알레르기 여부를 확인한 뒤 따뜻한 수프 한 그릇을 준비했다. 지민은 이 장면을 사진으로 찍지 않았다.
서린은 객실 카드가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다가 손님의 질문을 받았다. "체크아웃은 몇 시인가요?"
"정오입니다. 늦게 쉬신 만큼 한 시간 연장해 드릴게요. 추가 비용은 없습니다."
체크아웃 없는 호텔은 아니었다. 손님은 떠나고 객실은 비워져야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아르덴에 남은 사람들도 영원히 머물겠다고 맹세한 것이 아니라, 오늘 맡은 일을 끝내고 내일 다시 올지를 계속 선택했다.
손님이 엘리베이터에 오른 뒤 로비가 조용해졌다. 고장 난 엘리베이터에는 수리 중 표지가 정확히 붙었고, 다른 한 대가 9층까지 올라갔다. 프런트 화면에서 913호 상태가 '체크인 완료'로 바뀌었다.
도윤이 수프 냄비를 들고 로비로 나왔다. "직원 식사 한 그릇 남았어요."
서린은 시계를 봤다. 자정이 이 분 지나 있었다. "내일 아침 회의 있는데."
"그래서 지금 먹어야죠. 내일로 미루면 또 식어요."
둘은 로비 끝 작은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예전처럼 식은 커피를 들고 다음 위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따뜻한 수프를 먹으며 고장 난 엘리베이터 수리 예상 시간과 토요일 저녁 약속을 함께 확인했다. 일과 관계를 섞지 않는다는 말은 두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었다.
새벽 한 시, 시설팀에서 수리 완료 예상 시각이 왔다. 서린은 야간 책임자의 판단에 맡긴다고 답했다. 도윤은 빈 그릇을 주방으로 가져갔다가 다시 로비로 돌아왔다. 퇴근 방향은 달랐지만 유리문 앞까지 같이 걸었다.
밖에는 가벼운 눈이 내리고 있었다. 서린이 우산을 펴자 도윤이 한쪽 손잡이를 잡았다. 둘은 누가 먼저 머무르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내일도 각자의 이름으로 출근하고, 만나고 싶은 날에는 직접 묻기로 한 대답이 이미 있었다.
등 뒤에서 프런트 전화가 울렸다. 913호 손님이 아이용 물을 더 부탁하는 전화였다. 야간 직원이 받았고, 객실 담당이 물을 들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서린은 돌아가지 않았다. 호텔은 자신 없이도 정상적으로 다음 일을 이어 갔다.
아르덴의 밤은 더 이상 체크아웃 직전의 마지막 밤이 아니었다. 떠나는 사람에게는 정해진 인사를 하고, 남기로 한 사람에게는 혼자 짐을 지우지 않으며, 늦게 도착한 새 손님에게 다시 문을 여는 평범한 밤이었다. 로비 화면의 작은 글씨가 조용히 빛났다. 체크인 완료.
그 평범함이 아르덴이 끝내 되찾은 가장 오래가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