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기병이 카르몬 북쪽 성벽에 나타난 날, 남쪽 피난 다리의 첫 밧줄이 끊어졌다. 얼음이 녹으며 불어난 강물이 교각을 때렸고, 사람을 태운 수레 스무 대가 다리 앞에 멈췄다.
성벽 종과 강변 종이 거의 동시에 울렸다. 바르논은 모든 병력을 성채로 불러들이라고 명령했다. 카르몬을 잃으면 북방 길 전체가 열린다는 판단이었다.
피난 담당자는 다리 보강 인력이 빠지면 해 지기 전에 건널 수 없다고 경고했다. 성 안으로 되돌아갈 길도 이미 수레로 막혔다. 두 장소가 같은 사람을 요구했다.
엘리안은 망루에 올라 적 진형을 봤다. 기병은 성을 포위할 숫자가 아니었다. 대신 오래된 왕실기를 크게 세우고 성벽 수비를 끌어내고 있었다. 상징을 노린 공격이었다.
바르논은 그래서 더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카르몬기가 내려가면 일곱 도시가 패배했다고 믿을 것이라고 했다. 요새의 이름이 실제 병력보다 큰 방벽이라는 주장이었다.
세라는 적 후방에 공성 수레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들은 성을 오래 차지할 준비가 아니라, 아군이 피난 다리에서 손을 떼는 시간을 원하고 있었다.
엘리안은 카르몬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하지 않았다. 지킬 대상을 다시 나눴다. 성벽 안 기록과 이동 가능한 군량, 치료소를 먼저 남쪽으로 빼고, 최소 수비대만 남겨 성문을 지연시키기로 했다.
“요새를 비우면 되찾는 데 피를 흘려야 하오.” 바르논이 말했다.
“다리가 무너지면 되찾을 사람부터 강에 남습니다.”
바르논은 자기 작전권을 들어 철수에 반대했다. 피난 담당은 다리 중단권으로 인력 이동을 막았다. 처음으로 두 권한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엘리안은 공개 조정 시각을 기록하고 두 사람의 근거를 들었다. 적 규모, 다리 잔여 시간, 성 안 인원, 강 건너 대체 방어선. 결정은 한 시간 동안 효력을 갖고 해 질 때 재검토하기로 했다.
최종안은 성을 지키는 병력을 절반으로 줄이고 공병과 민병대를 다리로 보내는 것이었다. 바르논은 반대 의견을 문서에 남긴 뒤 명령을 따랐다. 동의하지 않았다고 지휘 체계에서 쫓겨나지 않았다.
하르트는 카르몬 기록소의 상자 목록을 펼쳤다. 모든 원본을 옮길 수 없었다. 피난민 명부, 군량 인계, 포로·전사자 기록은 사본이 남쪽에 있었지만 토지·우물 원본 일부는 이곳에만 있었다.
그는 방화 상자에 원본을 넣어 지하에 숨기자는 제안을 거절했다. 적이 찾지 못해도 아군이 다시 위치를 모르면 단독 비밀이 된다. 상자 위치와 봉인 담당을 세 기록소에 전령으로 보냈다.
기록소 젊은 서기는 원본 상자를 남겨 두는 것이 배신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하르트는 모든 것을 가져가다 다리 위 사람 자리를 빼앗는 쪽도 배신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무엇을 두고 갔는지 숨기지 않아야 나중에 되찾거나 상실 책임을 물을 수 있었다.
그들은 상자마다 물에 젖어도 읽히는 금속 표찰을 달았다. 사본이 있는 자료, 원본만 있는 자료, 훼손돼도 재구성 가능한 자료를 색으로 구분했다. 병사 둘이 운반 우선순위를 자기 친족 문서에 맞춰 바꾸지 못하게 주민 기록자가 함께 확인했다.
마센은 곡식 전부를 가져가려는 병사들을 막았다. 수레 수가 부족해 사람과 포대가 같은 자리를 다퉜다. 하루분은 수비대에 남기고 나머지는 피난민 배급과 함께 건넜다.
강변에서는 두 번째 밧줄이 삐걱거렸다. 목수들은 수레를 한 대씩 보낼 수 없다고 판단해 바퀴 달린 짐을 풀었다. 사람은 걸어서, 식량과 약은 작은 썰매로 옮겼다.
다리 위에서는 몸이 느린 사람을 뒤로 보내자는 고함이 나왔다. 치료관은 이동 속도만으로 순서를 바꾸지 않고 추위 노출과 부상, 돌봄 관계를 함께 봤다. 한 노인을 먼저 보내면 그를 부축하던 두 사람이 함께 움직여 줄 전체가 빨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카르몬 민병대는 성벽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자기 집과 묘지가 안에 있다는 이유였다. 엘리안은 남으라고 강요하지 않고, 다리 보강에 필요한 최소 인원과 성에 남을 위험을 공개한 뒤 선택하게 했다.
민병대 여섯은 바르논 수비대에 합류했고 열넷은 다리를 택했다. 남은 사람은 배신자가 아니었고 건넌 사람도 겁쟁이가 아니었다. 각자 임무와 마지막 확인 장소가 명부에 적혔다.
성 안에서 철수한 치료소는 환자만 옮기지 않았다. 약품 사용표와 아직 보호자를 찾지 못한 부상자 이름을 함께 가져왔다. 침상 수가 줄어도 다음 치료관이 누구에게 무엇을 했는지 이어받을 수 있었다.
남쪽에 도착한 목수들은 즉시 새 다리 자리를 고르지 않았다. 강물 속 기존 교각이 어디서 부러졌는지 확인하고, 군대가 다시 한 번에 몰려도 버틸 폭을 계산했다. 탈출의 끝이 곧 다음 취약한 다리의 시작이 되지 않게 했다.
한 상인은 자기 금속 상자를 버릴 수 없다며 줄을 막았다. 주민 대표는 재산을 빼앗지 않고 무게와 다른 사람의 대기 시간을 보여 줬다. 상인은 상자 안 물건을 두 자루로 나눠 등에 지고 수레는 남겼다.
세라는 회색늑대를 다리 양쪽에 배치했다. 적을 죽이는 임무가 아니라 줄이 무너질 때 사람을 끌어내고, 뒤에서 오는 공포가 앞사람을 밀지 못하게 하는 일이었다.
성벽에서는 첫 화살이 오갔다. 적 기병은 수비가 줄어든 것을 보고 북문으로 몰렸다. 바르논은 남은 병사와 함께 바깥 성벽을 포기하고 안쪽 문으로 물러났다.
카르몬기가 내려가는 모습이 강변에서도 보였다. 피난민 줄에서 패배했다는 울음이 터졌다. 엘리안은 깃발을 다시 올리라고 거짓 명령하지 않았다. 성벽 상태와 다리 인원, 남은 시간을 큰 소리로 계속 알렸다.
다리 가운데 판자 하나가 빠지며 아이가 강 쪽으로 기울었다. 마렉이 밧줄에 몸을 감고 아래로 내려가 아이를 끌어올렸다. 뒤 줄은 중단패 소리에 멈췄고 누구도 빨리 건너라며 밀지 않았다.
마지막 치료 수레가 다리를 넘을 때 적 기병이 카르몬 바깥 성문에 자기 깃발을 세웠다. 그들은 승리 나팔을 불었지만 안쪽 창고에는 하루분 곡식과 빈 수레만 남아 있었다.
바르논은 마지막 수비대와 함께 남문으로 빠져나왔다. 그는 자기 요새를 버렸다는 수치에 말을 잇지 못했다. 엘리안은 잘한 선택이라고 위로하지 않고 부상자와 남은 병사부터 세었다.
해가 지기 직전 다리 마지막 줄이 끊어졌다. 이미 모든 사람이 건넌 뒤였다. 목수들은 다리를 강물에 완전히 내주지 않고 남쪽 밧줄을 잘라 일부 자재를 회수했다.
강 건너 대체 방어선에는 카르몬 기록 사본과 군량 수레, 피난민이 함께 도착했다. 요새 하나를 잃었지만 전선을 이어 갈 사람과 자료, 먹을 것이 남았다.
적은 카르몬 성벽에서 곡식을 찾지 못하자 주민 집을 수색했다. 남아 있던 사람은 없었고 우물은 파괴하지 않은 채 공동 잠금 장치로 닫혀 있었다. 차지한 성은 보급을 주지 않는 돌집이었다.
바르논은 반격을 제안했다. 엘리안은 즉시 허락하지 않고 강 건너 사람들의 숙영과 다리 대체로부터 정하자고 했다. 성을 빨리 되찾으려 또 사람의 퇴로를 빚으로 쓰지 않기 위해서였다.
피난민 대표는 자기들이 요새 때문에 구해진 것이 아니라 요새를 잠시 포기했기 때문에 건넜다는 사실을 기록해 달라고 했다. 하르트는 패전 보고 첫 줄에 그 문장을 그대로 넣었다.
다음 날 카르몬기는 성벽이 아니라 강 건너 수량판 옆에 세워졌다. 바르논은 처음에는 모욕이라 여겼지만, 그 아래에서 병사와 주민이 같은 이름표를 확인하는 것을 보고 깃발을 치우지 않았다.
엘리안은 잃은 것을 축소하지 않았다. 바깥 성벽, 무기 일부, 우물 통제, 병사들의 사기. 동시에 건넌 사람과 군량, 보존된 기록을 같은 장부에 적었다. 패배와 구조를 한 단어로 바꾸지 않았다.
밤이 되자 적의 승리 나팔은 빈 성에서 멀리 울렸다. 강 건너에서는 새 다리의 첫 말뚝을 박는 소리가 더 작게 이어졌다. 카르몬이라는 전선은 돌벽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남쪽으로 한 걸음 이동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