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땅이 처음 울린 것은 새벽 종이 세 번 치기 전이었다. 성벽 아래 물그릇에 동심원이 생기고, 마구간 말들이 한꺼번에 뒷발을 찼다. 엘리안은 침상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두 번째 진동을 느꼈다. 이번에는 바닥 돌 틈에서 붉은 빛이 실처럼 새어 나왔다.
루키안이 맨발로 복도를 달려왔다. 왼팔 붕대가 풀린 채였다. 팔꿈치에서 손목까지 번진 검은 봉인흔이 마치 뜨거운 쇠를 댄 것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북쪽 보조 봉인이 깨졌어요. 저절로 무너진 게 아닙니다. 바깥에서 역문을 밀어 넣었어요."
성탑의 경보 뿔나팔이 울렸다. 거의 동시에 북문 정찰병이 피 묻은 어깨를 붙잡고 들어왔다. 봉인 기둥 셋 가운데 둘이 폭발했고, 회색 망토를 걸친 병사들이 기록석을 깨고 있다는 보고였다. 그들이 타고 온 수레 축에는 베도르 수송대의 세 갈래 홈이 파여 있었다.
세라는 투구 끈을 당기며 안마당으로 나왔다. "기병 열둘이면 지금 따라붙을 수 있어. 기록석을 깨는 놈들을 먼저 잡아야 해."
그 순간 북쪽 낮은 마을에서 불기둥이 솟았다. 봉인 아래 갇혀 있던 열기가 지층의 틈을 타고 우물과 아궁이로 뿜어져 나온 것이다. 지붕에 얹힌 젖은 짚이 증기를 뿜었고, 돌담 하나가 안쪽으로 무너졌다. 사람들의 비명이 바람을 타고 성까지 올라왔다.
엘리안은 북쪽 길과 마을을 번갈아 보았다. 추격대를 먼저 보내면 기록석 일부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수레가 다니는 넓은 길은 하나뿐이었다. 기병이 그 길을 차지하면 주민들은 좁은 밭둑으로 흩어져야 했다.
"추격은 여섯 명만 보냅니다. 나머지는 마을로. 수레를 비우고 노인과 아이부터 태우십시오."
세라의 눈이 가늘어졌다. "증거를 놓칠 수 있어."
"사람을 놓치면 증거를 지킬 이유도 없어집니다."
세라는 더 묻지 않았다. 회색늑대 대원과 로벨 경비병을 섞어 두 줄로 세웠다. 마렉은 수레의 군량 포대를 길바닥에 내려놓고 주민을 태울 자리를 만들었다. 하르트는 창고지기들에게 포대를 젖은 천으로 덮게 한 뒤, 피난민 명부를 들고 북문에 섰다.
아델린은 예배실 문서함 앞에서 원본을 챙기려는 서기들을 막았다. "문서보다 사람입니다. 사본은 네 곳에 있습니다. 지금 들고 나갈 것은 마을 가구 명부와 약품뿐이에요." 그녀는 치맛자락을 무릎까지 묶고 직접 아이 둘을 수레에 올렸다.
북쪽 마을 어귀에서는 땅이 숨 쉬듯 들썩였다. 갈라진 틈 아래로 거대한 비늘 같은 빛이 한 번 지나갔다. 용이 깨어난 것은 아니었다. 봉인 속에 수백 년 쌓인 마력이 짐승의 형상을 빌려 몸부림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열기만으로도 우물 테두리가 깨지고 벽돌이 검게 익었다.
루키안은 첫 번째 봉인 기둥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남은 기둥 하나로 세 갈래 균열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는 흙 위에 원을 그리다가 손을 멈췄다.
"한곳에 다시 묶으면 오늘 밤 또 터집니다. 일곱 곳으로 나눠야 해요. 성벽, 우물, 제분소, 북문, 두 창고, 예배실 기초. 각 지점에서 누군가 문양을 붙들어야 합니다."
"마도사가 일곱 명 필요합니까?"
"아니요. 문양을 읽을 사람 일곱이면 됩니다. 대신 처음 길을 여는 건 제가 해야 합니다."
루키안은 붕대를 완전히 풀었다. 검은 봉인흔이 손바닥까지 내려와 있었다. 빙설 협곡에서 금지식을 열었을 때 생긴 자국이었다. 그가 손바닥을 깨진 기둥에 대자 살 타는 냄새가 났다.
엘리안이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대가가 뭡니까."
"운이 좋으면 흉터. 나쁘면 왼손 감각. 더 나쁘면 제가 세던 숫자를 다른 사람이 이어 세면 됩니다."
루키안은 농담처럼 말했지만 웃지 않았다. 엘리안도 손을 놓지 않았다. 혼자 희생하는 방식으로 다시 봉인을 세우는 것은 마도회가 해 온 일과 다르지 않았다.
"일곱 문양을 모두 공개하십시오. 오늘 잡는 사람들에게 순서와 중단 신호까지 가르칩니다. 당신 혼자 끝까지 붙들지 않습니다."
루키안이 잠깐 엘리안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흙바닥에 문양을 크게 그렸다. 마렉과 제분소 주인, 창고지기 마센, 회색늑대 대원 둘, 로벨 경비병, 아델린이 각 거점으로 달렸다. 누구도 마도사가 아니었지만 루키안이 외치는 숫자에 맞춰 봉인석 조각을 돌렸다.
첫 번째 파동이 지나갈 때 북문 위 돌가루가 비처럼 떨어졌다. 두 번째에는 우물물이 허공으로 한 길이나 솟았다. 루키안의 왼팔에서 붉은 선이 어깨까지 번졌다. 엘리안은 그의 등을 받치고 숫자를 함께 외쳤다.
"여섯, 멈춤. 셋, 오른쪽. 하나, 놓습니다."
일곱 거점의 답신 깃발이 차례로 올라왔다. 마지막은 북쪽 창고였다. 마센이 떨리는 손으로 흰 깃발을 올리자 땅의 울림이 조금씩 낮아졌다. 붉은 틈이 어두워지고, 마을 지붕 위를 훑던 비늘 모양의 빛도 사라졌다.
대피 수레가 성문을 지날 때마다 하르트는 가구 명부에 점 하나를 찍었다. 점이 아니라 이름을 읽으라는 엘리안의 말에 그는 처음부터 다시 불렀다. 서로 흩어진 가족들이 목소리로 답하면서, 누가 아직 마을에 남았는지가 그제야 정확히 드러났다.
그때 세라가 기록석 쪽에서 돌아왔다. 갑옷 옆구리가 찢어져 있었고 칼끝에는 검은 재가 묻었다. 그녀는 살아 있는 공격자 둘과 깨진 석판 반쪽을 끌고 왔다. 나머지는 불을 붙인 뒤 산길로 달아났지만, 추격대는 왕실대로 이어지는 표식까지 확인하고 돌아왔다.
깨진 석판 뒷면에는 오스렌 카르딘의 개인 봉인과 지급 부호가 새겨져 있었다. 지급 부호는 전날 밀랍통에서 발견한 베도르 수송 숫자와 일치했다. 공격자 한 명의 주머니에서는 '기록석 제거 후 북부 균열 유지'라는 명령 쪽지가 나왔다. 주민 피해가 우연이 아니라 증거 삭제의 일부였다는 뜻이었다.
피난민을 모두 세고 나서야 엘리안은 피해를 물었다. 돌담에 깔린 주민 셋이 다쳤고 집 다섯 채가 불탔다. 한 명은 팔이 부러졌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빈 수레를 먼저 보낸 선택이 몇 분만 늦었어도 달라졌을 숫자였다.
루키안은 봉인 기둥 옆에 앉아 왼손을 내려다봤다. 엘리안이 손가락을 눌렀지만 새끼손가락과 약지에는 반응이 없었다. 손바닥의 봉인흔은 검은 유리처럼 굳어 있었다.
"당분간입니까?"
"모르겠습니다."
루키안은 오른손으로 왼손을 접었다. "그래도 일곱 명이 문양을 기억합니다. 다음에는 제가 없어도 첫 파동은 막을 수 있어요. 그건 남은 셈이군요."
해가 뜰 무렵 주민들은 성 안마당에 모여 담요를 둘렀다. 하르트는 이름을 한 줄씩 불러 빠진 사람을 확인했다. 세라는 석판과 명령서를 서로 다른 수레에 실었다. 아델린은 부상자 곁에서 자신이 외운 문양을 종이에 다시 그렸다.
엘리안은 검게 탄 북쪽 하늘을 바라봤다. 용의 봉인은 왕국을 지키는 벽이 아니라, 누군가가 쥐고 흔들 때 가장 약한 집부터 태우는 무기가 되어 있었다. 그날 새벽 봉인을 붙든 것은 왕도 귀족도 아니었다. 이름을 겨우 쓰는 창고지기와 용병, 제분소 주인, 기록에서 지워진 왕실의 딸이었다.
"깨진 기둥을 그대로 두십시오."
엘리안이 말했다. "누가 다시 세웠는지도 곁에 새깁니다. 루키안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일곱 사람의 이름을 전부."
루키안이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 왼손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오른손으로는 여전히 숫자를 셀 수 있었다. 봉인의 대가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이제 그 대가를 한 사람에게 숨겨 떠넘기는 시대가 끝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