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별 협약 시험이 끝난 날 매화맹 운영자 스물셋이 진무백 앞에 맹주패를 가져왔다. 뒷면에는 `생전까지`라는 새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풍운맹 편입을 막고 그림자길을 낮길로 바꾼 공을 이유로 종신 맹주가 되어 달라는 청이었다.
진무백은 패를 바로 밀어내지 않았다. 누가 제안했고 어떤 두려움에서 나왔는지 물었다. 운영자들은 그가 떠나면 오대 세력이 다시 표와 장부 열쇠를 요구할 것이라 걱정했다. 규칙보다 한 사람의 존재가 방벽이라고 믿고 있었다.
피해자 대표 일부도 종신안을 지지했다. 진무백은 자신이 피해자 신뢰를 얻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뢰가 임기 제한을 없애는 표가 되면 다음 지도자에게 같은 견제를 요구하기 어려웠다. 좋은 사람을 예외로 만드는 규칙이 나쁜 사람에게 문이 될 수 있었다.
매화맹 출범 첫해 문서에는 조정자 임기와 신임 투표가 적혀 있었다. 진무백 자신도 지장을 찍었다. 위기가 길었다는 이유로 그 약속을 미루면 첫 합의가 전쟁 때만 쓰는 장식이 됐다. 그는 원본을 꺼내 모든 사람 앞에 놓았다.
운영자는 지금은 비상시기라고 주장했다. 진무백은 어떤 조건이 끝나야 비상이 끝나는지 물었다. 흑야루 명령망은 해산됐고, 번호패 생활 문제는 공개 길로 전환됐으며, 풍운맹 편입안도 철회됐다. 남은 위험이 있다는 사실은 영구 비상의 근거가 아니었다.
당소연은 진무백이 남아 주면 편할 것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같은 길을 오래 걸었고 그의 판단을 믿었다. 그래도 자기 독재고 위원회에서 당주직을 거절한 이유와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가까운 사람의 애착이 종신 권한을 정하지 않았다.
남궁현은 경쟁할 기회라며 웃지 않았다. 그는 후계 후보 사퇴 뒤 가주 없는 운영회가 버틴 경험을 말했다. 자리가 비면 드러나는 느림과 오류가 있지만, 그것을 고칠 사람이 늘어난다고 했다. 진무백 없이도 작동할 항목을 시험하자고 했다.
혜륜은 종신안을 반대하되 진무백이 즉시 떠나라고 하지 않았다. 인계 기간과 신임 투표를 정해 책임을 넘겨야 했다. 영웅적 사퇴로 혼란을 남기는 것도 권력의 마지막 사용일 수 있었다.
청연도인은 현재 임기 종료일과 새 전갈 체계를 공개판에 적었다. 구칠은 후보 정보가 한 사람 손에 모이지 않도록 각 후보 경력과 이의 기록을 공용 형식으로 만들었다. 측근만 준비된 선거가 되지 않게 했다.
후보 자격은 무공과 문파 크기가 아니었다. 호송·구호·기록 중 하나의 실제 운영 경험, 이해 충돌 공개, 단독 열쇠 없음, 월별 질문 출석이 기준이었다. 피해자·마을·현장 노동자가 추천할 수 있었다.
후보 보호 규칙도 만들었다. 과거 피해와 실수를 공개하되 가족 거처와 진료 기록은 가리고, 반대 운동이 협박으로 바뀌면 외부 경비가 개입했다. 공개 검증이 후보의 사생활 전부를 값으로 내는 절차가 되지 않았다.
진무백은 자신도 신임 투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종신 조항 없이 남은 임기만 평가받는다. 사람들은 그가 재출마하면 결국 계속 맹주일 것이라 말했다. 그는 재출마하지 않고 인계 책임만 맡겠다고 밝혔다.
그 선택을 고결한 은퇴로 포장하지 않았다. 장기간 조정자로 있으면서 연락과 관계가 자기 주변에 모인 책임이 있었다. 자신이 후보를 추천하면 측근 승계가 될 수 있으므로 추천권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질문에는 답하되 표 방향을 주지 않았다.
투표지는 후보 이름만 적지 않고 선택 이유와 기권 사유를 별도 선택으로 받았다. 글을 모르는 표결자는 서로 다른 입회자 둘 앞에서 뜻을 확인했다. 진무백 지지 여부를 묻는 칸은 없었다.
종신안을 만든 운영자들은 패 새김 비용을 누가 냈는지 공개했다. 기능 협약 기여금 일부를 쓴 사실이 나왔다. 승인 없이 정치 상징에 쓴 비용은 반환됐다. 좋은 뜻으로 만든 패도 공동 재원을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맹주패의 `생전까지` 글자는 갈아내지 않았다. 제안 기록과 거절 이유를 남기기 위해 그대로 보관했다. 현직 패로 쓰지 않고 실패·유혹 기록함에 넣었다. 권력 유혹도 없었던 일처럼 감추지 않았다.
신임 투표는 기존 운영 평가와 함께 진행됐다. 진무백의 구호 연결, 감호 공개, 협약 조정은 긍정으로 적혔다. 연락 집중과 일부 회의 지연, 개인 이름에 의존한 외부 협상은 개선 항목이었다. 칭송표가 아니라 구체적 행동표였다.
피해자 한 명은 진무백이 곽연수를 베지 않은 선택 때문에 믿는다고 했다. 다른 이는 그 선택이 자기 가족 분노를 대신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두 의견이 같은 회의록에 남았다. 과거 명장면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의미는 아니었다.
투표 결과 진무백은 남은 임기 신임을 받았다. 종신안은 큰 차이로 부결됐지만 찬성표도 적지 않았다. 그는 반대표만 존중한다고 말하지 않고 찬성한 이들의 불안을 인계 계획에 반영했다. 다음 지도부 방어 규칙을 더 분명히 했다.
인계 목록은 장부 열쇠, 전서구 노선, 외부 협약 연락, 감호소 질문 일정, 실종자 대조였다. 어느 항목도 한 사람에게 모두 가지 않았다. 호송 조정, 기록 보관, 대외 연락을 서로 다른 운영자가 맡았다.
인계 시험에서는 진무백이 하루 동안 모든 연락을 받지 않았다. 수레 지연 하나가 두 담당 사이에서 늦게 공유됐고, 다음 시험부터 공용 시간판을 두었다. 종신 지도자가 없으면 생길 결함을 실제로 찾아 고쳤다.
진무백은 사적 연락처까지 조직에 넘기지 않았다. 공적 협약에 필요한 연락만 당사자 동의를 받아 새 운영자에게 전달했다. 친구 관계와 조직 관계가 인계 명목으로 합쳐지지 않았다.
오대 세력은 진무백이 물러나면 협약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기능 협약에는 지도자 변경이 해지 사유가 아니라는 조항이 이미 있었다. 제공자는 이의를 낼 수 있지만 새 사람이라는 이유로 곡식과 약을 멈추지 못했다.
당소연은 진무백에게 떠난 뒤 무엇을 할지 물었다. 그는 전서구 길과 공동 진료 호송을 도울 생각이라고 했다. 맹주가 아니어도 역할은 남았다. 당소연은 자기 열쇠를 주지 않겠다고 웃었고 그는 같은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다.
진무백은 밤에 빈 허리춤을 만지며 두려움을 인정했다. 맹주패가 없으면 사람들이 자기 말을 듣지 않을까가 아니라,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 될까 두려웠다. 그는 그 감정을 임기 연장 사유로 숨기지 않고 당소연에게만 말한 뒤 다음 인계표를 고쳤다.
후보 공개 질문 날 진무백은 상석이 아니라 기록자 옆에 앉았다. 질문이 자기 업적 비교로 흐르면 후보의 실제 경험으로 돌렸다. 누구도 `진무백이 원하는 답`을 묻지 못하게 했다. 침묵도 지지 신호로 해석하지 않았다.
종신 맹주를 요구했던 운영자 하나가 끝에 사과했다. 진무백은 사과보다 왜 한 사람 없이는 무너질 거라 느꼈는지 평가표에 남기자고 했다. 그 두려움은 조직 훈련 부족을 보여 주는 자료였다.
임기 종료일까지 석 달의 인계 시간이 정해졌다. 매달 지도부 없는 하루를 시험하고 새 조정자가 다른 기능과 충돌을 조정했다. 진무백은 실패 때만 개입하고 이유를 기록했다. 떠날 준비가 새 사람을 몰래 훈련하는 일이 되지 않았다.
저녁에 맹주패는 공동 금고로 돌아갔다. 진무백 허리에는 아무 표식도 달리지 않았다. 종신 맹주를 거절한 선택은 자리를 버리고 달아나는 장면이 아니었다. 첫해 약속대로 평가받고, 남은 임기 동안 여러 손으로 권한을 정확히 옮기는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