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천 회의 날 당문 의약전에는 의자 스물네 개가 반듯하게 놓였다. 당문 원로 열둘, 독재고 기술자 여섯, 호위 무사 넷, 가문 서기 둘의 이름표가 있었다. 해독제를 실제로 마신 사람과 공동 진료소 외부 의원의 자리는 하나도 없었다. 치료 개방을 말하는 방 안에 치료받는 사람이 빠져 있었다.
당소연의 이름표는 정문 가까운 첫째 줄에 놓였다. 당문은 돌아온 적녀에게 발언 우선권을 주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그녀가 환자 대표 둘과 의원 둘도 함께 들여보내 달라고 하자 문지기는 초청장이 없다고 막았다. 한 사람의 높은 자리가 네 개의 빠진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
당소연은 이름표를 집어 들지 않았다. 문밖 돌계단에 앉아 참가 명단과 거부 사유를 기록했다. 회의를 부수거나 원로들을 가두자는 요구도 하지 않았다. 안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당사자 없는 결정이라는 한계를 분명히 남기기로 했다.
진무백에게는 매화맹 입회석이 따로 준비돼 있었다. 원로들은 당소연이 고집을 부리니 그가 공동 진료소 의견을 대신 말해 달라고 했다. 그는 환자에게 위임받지 않았고 처방을 다루는 의원도 아니라고 답했다. 매화맹의 이름으로 빈 의자를 채우지 않았다.
진무백은 자기 초청장 뒤에 불참 이유만 썼다. 환자·외부 의원의 출석 요구가 거부된 시각, 당소연이 대리 발언을 맡기지 않았다는 사실, 자신이 대표권 없이 참석하면 왜곡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그 문서를 당문 서기와 바깥 기록자에게 한 장씩 건넸다.
원로 당학경은 회의를 시작했다. 닫힌 문 안에서는 처방을 세 등급으로 나누고 공개 범위를 당문이 결정하자는 안이 빠르게 통과됐다. 환자에게는 완성약만 주고 부작용 자료와 제조 이유는 보이지 않겠다는 조항도 있었다. 치료받는 사람은 자기 몸에 든 약을 물을 수 없게 됐다.
돌계단에서는 다른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당소연은 바깥 사람끼리 즉석에서 맞불 결정을 내리면 안쪽과 같은 배제 구조가 된다고 했다. 그들은 요구문을 정리하고 질문을 모았다.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일과 정당한 의결을 가장하는 일을 구분했다.
환자 대표 연화는 자기 몸의 반응 기록을 누가 소유하는지 물었다. 외부 의원은 약재 이름을 모르면 부작용을 다른 지역에서 알아볼 수 없다고 했다. 옛 약동 대표는 창고에서 일하는 아이들이 위험을 알아야 한다고 적었다. 각 질문은 전문 용어 대신 실제 행동과 위험으로 쓰였다.
안쪽에서는 빈 의자를 치우라는 명령이 나왔다. 젊은 서기 하나가 당소연 이름표를 내려다보다 그대로 두었다. 그는 불참자를 지우면 처음부터 초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당학경은 빈 의자가 회의 권위를 해친다고 꾸짖었다.
서기는 이름표 뒤에 `동반 출석 거부로 불참`이라고 적었다. 그 문장은 회의록 첫 장에도 들어갔다. 작은 기록이 결정을 무효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누가 왜 없었는지는 남겼다. 권위가 온전한 척하는 것을 막는 첫 틈이었다.
오전 회의가 끝날 무렵 공동 진료소에서 급한 전갈이 왔다. 밀봉 처방의 안전 단계를 쓴 환자 둘에게 예상치 못한 발진이 생겼다. 당소연은 돌계단 논쟁을 멈추고 진료소로 돌아가려 했다. 당문 원로들은 회의 중 퇴장은 가문 모욕이라고 했다.
당소연은 환자에게 가는 것이 회의 거부의 연극이 아니라고 답했다. 외부 의원 한 명과 약동 대표가 함께 수레에 올랐다. 연화는 남아 빈 의자 요구를 이어 갔다. 당사자 참여가 당소연 한 사람의 움직임에 매달리지 않게 역할을 나눴다.
발진은 처방 자체보다 새 약병의 옻칠 때문에 생긴 것으로 드러났다. 당소연은 처방 성공을 지키려고 용기를 탓하지도, 당문을 공격하려고 약을 탓하지도 않았다. 약병 재료와 환자 피부 반응을 따로 기록하고 모든 옻칠 병을 임시 회수했다.
의약전 안에서는 그 소식이 `외부 제조 실패`로 전달됐다. 당학경은 공개 제조가 위험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진료소 서기가 보낸 원문에는 제조가 아니라 용기 반응이라 적혀 있었다. 안쪽 회의록은 원문과 대조되기 전 확정하지 않도록 보류 표시를 받았다.
진무백은 전달자를 심문하지 않았다. 그는 원문 사본과 회의 발언 시각을 나란히 붙였다. 누가 고의로 바꿨는지는 이후 조사할 일이지만, 확인되지 않은 요약으로 정책을 정하려 한 사실은 지금 멈출 수 있었다. 정보의 오류를 새 음모 이름으로 부풀리지 않았다.
오후 회의에는 당명서가 의약전 안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환자 반응을 잘못 읽은 채 처방 등급을 정할 수 없고, 빈 의자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결정을 집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원로 셋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지만 남은 사람들도 표결을 강행하지 못했다.
당학경은 환자 대표가 의학을 모르니 참석해도 소용없다고 했다. 연화는 자신이 배합량을 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몸에서 일어난 변화와 설명받을 권리를 말하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외부 의원도 당문 비방을 훔치려는 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재현 가능한 안전 기준을 확인하려는 것이라 했다.
당소연이 돌아왔을 때 의약전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그녀는 들어갈 기회를 다시 받았지만 혼자 들어가지 않았다. 발진 원인과 회수 조치를 문밖에서 먼저 공개했다. 자신의 출석을 미끼로 다른 사람의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해 질 무렵 원로회는 절충안을 내놨다. 환자 대표와 외부 의원을 방청석에 앉히되 발언은 당소연을 통해서만 하라는 안이었다. 당소연은 질문을 자기 입으로 번역하면 불편한 말이 줄거나 달라질 수 있다고 거부했다. 발언 시간과 의학 범위를 정할 수는 있어도 목소리를 한 사람에게 통과시키지는 않았다.
긴 논쟁 끝에 의약전이 아닌 옛 곡물창고에서 다시 모이기로 했다. 당문 상석이 없는 곳이며 원형 탁자를 놓을 수 있었다. 환자 대표 둘, 외부 의원 둘, 약동 대표 하나가 각각 자기 이름으로 발언하고 기록을 확인하기로 했다. 기술 표결과 생활 안전 이의도 칸을 나눴다.
첫 회의에서 이미 통과된 세 등급안은 폐기하지 않고 `당사자 검토 전 초안`으로 낮췄다. 누가 찬성했는지도 그대로 남겼다. 잘못된 절차를 지운 듯 가장하면 같은 사람이 책임 없이 다시 제안할 수 있었다. 무효화와 기록 보존을 함께 했다.
새 독천 회의의 첫 의제는 처방 공개 범위가 아니었다. 누가 무엇에 영향을 받으며 어떤 결정에 표결할지를 정하는 일이었다. 환자는 공격 독 제조법에 표결하지 않고 치료 설명·부작용·관찰 규칙에 동의권을 가졌다. 외부 의원은 안전 검증에 참여하되 당문 인사권을 갖지 않았다.
진무백은 새 자리에서도 표결권을 청하지 않았다. 매화맹은 회의록 사본의 외부 보관과 환자 이동 안전만 맡았다. 당소연과 의견이 같을 때도 별도 서명했고, 다를 때는 차이를 숨기지 않기로 했다. 동행이 대리권으로 바뀌지 않았다.
원형 탁자에는 처음 의약전에서 가져온 빈 의자 하나가 놓였다. 아직 오지 못한 중증 환자와 먼 지역 의원의 이의를 위한 자리였다. 실제 사람이 없을 때는 그 자리를 이용해 찬성표를 늘리지 못하게 했다. 빈칸은 권한이 아니라 미도착한 목소리의 표시였다.
당학경은 끝내 새 회의에 참석했지만 첫 발언권을 갖지 못했다. 추첨으로 약동 대표가 먼저 창고 냄새와 야간 이동을 설명했다. 원로의 지식은 사라지지 않았고 순서만 독점하지 못했다. 회의의 권위는 가장 높은 사람의 첫마디가 아니라 서로 확인 가능한 기록에서 시작됐다.
밤이 되자 돌계단의 당소연 이름표는 공동 기록함에 들어갔다. 뒷면에는 출석 거부가 아니라 `동반 자리 없는 단독 출석 거부`라고 쓰였다. 독천 회의의 빈 의자는 다음 날 실제 사람들로 채워졌고, 그제야 누구도 당소연에게 모두를 대신 말하라고 요구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