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계 회의가 시작된 지 한 달째, 백도겸은 담소령에게 어머니의 약첩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계보에 없는 아이들이 어떤 집안병을 앓았는지 확인하면 남쪽 별원 후손을 더 찾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는 유골이나 흉터보다 치료 기록이 덜 위험한 증거라고 생각했다.
담소령은 약첩이 진료소 안에 있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거절했다. “환자 명단은 계보가 아닙니다.” 백도겸은 이름 전체가 아니라 청문 후손에게 나타나는 기맥 증상만 보겠다고 조건을 낮췄다. 그러나 희귀 증상과 마을을 함께 보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방계 노인들은 자신들의 아이를 살리려는 요청이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어린 후손 셋이 비슷한 손 떨림을 겪고 있었다. 담소령도 예방 지식을 나눌 필요는 인정했다. 문제는 도움에 필요한 증상 정보와 혈통을 증명하려는 이름 목록이 한 문서에 묶이는 일이었다.
그녀는 약첩을 세 부분으로 나눠 설명했다. 약재 배합과 일반 치료법, 이름을 가린 증상 경과, 환자 신원과 가족관계였다. 첫 부분은 교육용으로 공개할 수 있고, 둘째는 재식별 위험을 검토한 통계로 제공할 수 있었다. 셋째는 환자나 유족 동의 없이는 열 수 없었다.
백도겸은 죽은 환자의 비밀까지 지켜야 하느냐고 물었다. 담소령은 유족의 안전과 고인의 뜻, 기록 당시 약속을 함께 봐야 한다고 했다. 죽었다는 이유로 병력이 문파 재산이 되면 살아 있는 환자도 치료를 받으러 오지 않을 것이다. 신뢰는 한 세대 뒤 계보 감정보다 오래 영향을 미쳤다.
서진해는 약첩에 멸문 관련 단서가 있을 수 있다며 일부 열람을 제안하려다 멈췄다. 과거 복수를 좇을 때 담소령의 진료 기록을 증거처럼 사용하려 했던 자신을 기억했다. 그는 백도겸에게 거절을 받아들이자고 했지만, 담소령은 서진해가 대신 결론 내리지 말라고 했다.
“내 기록이고 환자들의 선택이니 내가 설명하겠습니다.” 담소령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다. 가까운 사람이 보호한다며 앞에 서는 순간 그녀는 다시 보조자가 될 수 있었다. 서진해는 한 걸음 물러나 회의 기록자로만 남았다. 담소령은 질문과 답을 자기 이름 아래 적게 했다.
대안 회의에는 방계 환자 둘, 기존 진료 이용자 대표, 독립 의원, 기록 보관자가 참여했다. 어떤 통계를 내면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 먼저 물었다. 손 떨림 시작 나이, 함께 나타나는 열감, 특정 호흡 훈련과의 연관성은 필요했지만 본관과 부모 이름은 치료 결정에 중요하지 않았다.
담소령은 기존 약첩에서 해당 증상 사례 수를 셌다. 열두 명 중 청문 연관을 스스로 밝힌 사람은 다섯, 관계없다고 한 사람은 넷, 기록하지 않은 사람은 셋이었다. 증상이 특정 혈통에만 나타난다는 가정부터 틀릴 수 있었다. 무공 호흡을 배운 경로가 더 강한 공통점이었다.
백도겸은 결과가 방계 정통성을 약하게 만든다고 불쾌해했다. 독립 의원은 통계가 계보를 지지하거나 공격하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했다. 예방 목적 자료를 권리 싸움의 승패로 읽으면 환자들이 다시 도구가 된다. 회의는 보고서 제목에서 청문이라는 말을 빼고 `호흡성 기맥 증상`이라 썼다.
그날 밤 진료소 창문 자물쇠가 긁혀 있었다. 약첩은 이중 보관함 안에 있어 사라지지 않았지만 누군가 들어오려 한 흔적이었다. 담소령은 백도겸 쪽을 바로 의심하지 않고 발견 시각과 출입 동선을 기록했다. 창밖 발자국은 진료소 약재 배달꾼 신발과 비슷했다.
배달꾼은 빚을 탕감해 준다는 말에 약첩 위치만 확인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자백했다. 부탁한 사람은 방계 문양을 달았지만 이름은 몰랐다. 백도겸은 자기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공작이라 주장했다. 담소령은 배후 확정과 접근 시도를 분리해 감독 서리에게 넘겼다.
진료소는 보안을 강화하면서 환자 출입을 더 어렵게 만들지 않으려 했다. 철문을 달자는 안 대신 보관함 위치를 진료 공간과 분리하고, 접근 기록을 두 사람이 확인하도록 했다. 창문을 막아 환자가 답답해하지 않도록 바깥 덧문에 흔적 실만 달았다.
백도겸은 공개적으로 약첩 무단 접근을 규탄했다. 지지자들은 진심을 증명하려면 의심받은 방계 사람을 모두 조사하자고 했다. 그는 집단 수색을 거절했다. 방계라는 이유만으로 방을 뒤지면 자기가 겪은 가짜 취급을 다른 사람에게 되풀이하는 일이었다.
익명 통계 보고서는 환자들에게 먼저 검토됐다. 사례가 적어 나이와 마을만으로도 자신을 알아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담소령은 연령을 넓은 범위로 묶고 지역을 세 권역으로 합쳤다. 정확도가 조금 줄어도 치료 지침에는 충분했고 재식별 위험은 낮아졌다.
방계 아이들의 진료는 계보 감정과 다른 날 열렸다. 아이들은 사문패를 보여 주지 않아도 접수됐고, 부모가 혈통 질문에 답하지 않아도 치료받았다. 담소령은 증상과 호흡 습관을 묻고 가족관계는 필요한 유전 위험 설명 범위에서만 들었다. 대답하지 않을 권리도 알렸다.
세 아이 중 둘은 잔화심결 흉내를 반복한 탓에 기맥이 무리한 것으로 보였다. 한 아이는 전혀 다른 영양 부족이 원인이었다. 혈통병이라는 소문이 아이들을 위험한 수련과 불필요한 두려움에 묶고 있었다. 치료는 호흡 중단, 식사, 가벼운 약재부터 시작됐다.
백도겸은 아이들이 낫자 약첩 덕분이라고 칭송하려 했다. 담소령은 약첩은 여러 자료 중 하나이고, 현재 환자를 직접 살핀 판단이 더 중요했다고 정정했다. 어머니의 이름을 권위로 세우지 않고 치료법의 근거와 한계를 공개했다. 계승은 숭배보다 다시 확인하는 일이었다.
방계 계보 감정에는 환자 통계가 사용되지 않았다. 대신 사문패, 필사본, 출입 장부, 당사자 증언이 근거로 남았다. 예방 보고서는 진료 교육실에 따로 놓였다. 같은 청문 이야기와 연결돼도 문서의 목적과 열람자가 섞이지 않았다.
무단 접근을 지시한 사람은 나중에 복권 재산 중개인으로 드러났다. 환자 이름을 확보해 가짜 후손 청구를 만들려 한 계획이었다. 그는 방계 문양을 돈 주고 사서 배달꾼에게 보였다. 혈통 보호를 내세운 요구가 실제로는 이름 거래의 문을 열 뻔했다.
백도겸은 자기 최초 요청이 중개인에게 구실을 줬다는 사실에 괴로워했다. 담소령은 요청한 것과 침입을 지시한 것은 같은 책임이 아니라고 했다. 다만 공개 자리에서 환자 명단을 계보 자료처럼 말한 결과를 돌아보고, 앞으로 다른 자료를 먼저 찾겠다는 약속을 기록하게 했다.
진료 이용자 대표는 담소령에게도 보관 권한을 혼자 갖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녀는 동의했다. 환자 신원함은 환자 대표와 진료 책임자 두 열쇠로 열고, 담소령이 자리를 떠나도 치료 기록이 안전하게 이어지도록 인수 규칙을 만들었다. 개인의 선의도 단독 통제가 되지 않았다.
서진해는 약첩 교육 시간에 맨 뒤에 앉았다. 자신이 아는 환자 사례를 말하려다 입을 다물고, 공개된 일반 호흡법만 배웠다. 담소령은 그를 특별히 칭찬하지 않았다. 기록 경계는 가까운 사람에게 적용될 때 비로소 규칙이 됐다.
백도겸은 아이들과 함께 예방 교육을 들었다. 본관을 쓰는 칸이 없자 처음에는 허전해했지만, 호흡 횟수와 통증 신호를 적는 칸에는 꼼꼼히 썼다. 자기 계보가 진짜라는 사실과 치료에 필요한 정보가 다를 수 있음을 손으로 배웠다.
수업 뒤 담소령은 약첩을 닫고 환자 이름함과 다른 선반에 놓았다. 서진해도 백도겸도 열쇠를 받지 않았다. 진료소 문밖에는 새 안내가 붙었다. `치료받은 사실은 혈통의 증표가 아니다.` 문장을 읽은 한 환자가 안으로 들어왔고, 자기 성을 말하기 전에 어디가 아픈지부터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