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수현 회당에는 의자가 부족했다. 증인과 방청인이 몰려오자 사람들은 창문턱과 계단, 마당의 돌 위에 앉았다. 단상에는 오방맹 원로 셋과 현령, 보관자 대표 주명한, 파서진 시장 대표가 같은 높이로 자리했다. 누구도 가장 높은 의자에 앉지 않았다.
막리연은 순찰사 도복을 입지 않았다. 취선객잔 헛간에서 지낼 때 입던 낡은 포의 차림이었다. 허리에는 검도 없었다. 그가 들고 온 것은 종이함 하나와 인수표, 그리고 자기 손으로 쓴 책임 진술이었다.
"이름과 전직을 말하시오."
"막리연. 오방맹 순찰사였습니다. 아직 명부에서 지워지지 않았으나 오늘 이 자리에서 직위를 내려놓습니다."
그는 순찰사 패를 단상 위에 두었다. 원로 한 명이 만류하려 입을 열었지만 현령이 손을 들었다. 직위 사퇴와 책임 판단은 별개이니 우선 증언을 들으라고 했다.
막리연은 멸문 두 달 전 첫 원보고부터 읽었다. 청명산 주변에 신분을 감춘 무사들이 모였고 염철 상단 수레가 밤마다 산길을 오르며, 설리항 직속 서기가 길을 확인했다는 내용이었다. 보고는 `근거 부족`으로 돌아왔다. 둘째 보고에는 보관자 한 명의 사망과 사슬 자국이 추가됐지만 `관할 외`로 밀렸다. 셋째 보고는 반송조차 되지 않고 전각주 기록고에 묶였다.
"나는 세 번 보고했습니다."
막리연은 거기서 멈췄다. 회당 사람들이 숨을 죽였다. "그리고 네 번째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도현진에게 직접 경고할 길이 있었고, 맹주에게 규정을 넘어 보고할 수도 있었습니다. 파면당할까 두려웠고 내가 틀렸을 가능성을 핑계로 삼았습니다. 세 번 했다는 말로 네 번째를 하지 않은 책임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한소령은 방청석 첫 줄에서 그 말을 들었다. 우물가에서 처음 고백하던 밤보다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덜 아픈 말도 아니었다. 사부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굳었다.
도현진에게 직접 경고할 길이 무엇이었는지도 질문이 나왔다. 막리연은 파서진 술상인에게 맡기던 암호와 청명산 남쪽 돌탑의 위치를 밝혔다. 사적인 연락망을 공개하면 과거 동료가 위험해질 수 있어 현령에게 이름은 봉함으로 제출하고, 돌탑을 함께 확인할 입회자 셋을 정했다. 막연한 `길이 있었다`가 아니라 실제로 사용할 수 있었던 길임을 검증하되 관련 없는 사람의 이름은 광장에 흩뿌리지 않았다.
한소령은 그 암호를 기억했다. 사부가 가끔 주문하지 않은 술 한 병을 받고 오래 들여다보던 날이 있었다. 막리연의 말이 과거의 작은 장면과 맞물렸다. 연락은 가능했다. 오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는 그 사실을 가볍게 만들지 않으려고 눈을 감지 않았다.
막리연은 거래 장계를 펼쳤다. 원보고의 수레 날짜와 문유백의 지출 날짜가 일치했다. 사슬에 묶인 보관자가 사라진 날에는 `부속 인력 교체비`가 지급됐다. 청명문 멸문 전날에는 다섯 방주 중 둘이 `질서 회복 특별비`를 승인했고, 그 돈이 설리항 서기를 거쳐 문유백의 상단으로 들어갔다.
장계 한 장은 오른쪽 귀퉁이가 잘려 있었다. 오방맹 원로가 훼손된 문서를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지적하자 막리연은 억지로 온전하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대신 같은 날의 금고 출납부와 상단 수취표를 나란히 놓았다. 잘린 자리의 액수는 두 문서로 확인됐지만 승인 목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지급 사실은 확인, 목적은 미확인`이라고 조서에 적게 했다. 빈 곳을 추측으로 채우지 않는 태도가 다른 장계의 완전한 인장을 더 믿게 했다.
당시 기록고 부서기였던 노인이 증인석에 불려 나왔다. 그는 문유백이 막리연의 셋째 보고를 직접 가져가는 것을 보았으나 내용은 읽지 못했다고 했다. 막리연은 자신에게 유리한 말을 끌어내지 않았다. "내가 항의하는 것을 보았습니까?" 노인은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 뒤 내가 기록고에 다시 찾아왔습니까?" 역시 아니라고 했다. 막리연은 두 답까지 원보고 뒤에 붙였다.
오방맹 원로가 물었다. "그 두 방주가 천잔보감 탈취를 안다는 문구는 없지 않은가. 비용 항목만으로 공모를 단정할 수는 없소."
"단정하지 않습니다."
막리연은 답했다. "승인 사실, 반복된 경고, 돈의 흐름을 따로 적겠습니다. 무엇을 알았는지는 당사자 심문과 다른 기록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몰랐다는 이유로 감독 책임이 사라지는지도 함께 물어야 합니다."
그는 과장하지 않았다. 문유백과 설리항의 이름이 함께 찍힌 문서는 함께라고 말했고, 도장만 있는 사람은 승인자라고만 불렀다. 기억과 추정을 구분했다. 그렇게 할수록 확실한 사실은 더 선명해졌다.
주명한이 일어나 삼십칠호라고 적힌 지급표를 보였다. "이 사람이 접니다. 막 순찰사의 둘째 보고에 나온 손목 부상자도 저입니다. 그때 이 보고가 제게 닿았다면 도망칠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막리연은 고개를 숙였다.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확실하다고는 말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보고가 멈춘 뒤 당신을 찾지 않은 것은 확실합니다."
주명한은 용서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자리로 돌아가며 "그 문장도 보고서에 넣으시오"라고 했다. 막리연은 즉시 적었다. 증언은 좋은 사람을 만드는 이야기가 아니라 빠진 책임을 채우는 일이었다.
다음으로 문유백의 최근 계약 초안과 사본 바꿔치기 인장이 제시됐다. 문유백이 설리항 패배 뒤에도 보관자들의 호적을 미끼로 기록 회수를 지시했고, 한소령의 일곱째 식 발현을 유도하라고 명령한 사실이 연결됐다. 오방맹의 문제는 이미 쓰러진 부맹주 한 명에게 묻어 둘 수 없었다.
막리연은 마지막 함에서 자신의 책임 진술을 꺼냈다. "나는 이 기록을 찾았다는 이유로 공을 청하지 않습니다. 원보고가 묵살됐을 때 침묵했고, 멸문 뒤 삼 년 동안 조직 안에서 자리를 지켰습니다. 최근 반출 과정에서 규정을 어긴 부분도 조사받겠습니다. 다만 원본은 인수표에 따라 공동 보관으로 넘겼으니 내 처분과 문서의 진위를 섞지 말아 주십시오."
현령이 물었다. "원하는 처분이 있소?"
"내가 정할 일이 아닙니다. 다만 다시 오방맹의 감찰이나 순찰을 맡지 않겠습니다. 내가 옳았다는 확신으로 남을 감시하는 자리보다, 내가 빠뜨린 것을 확인받는 자리에 있겠습니다."
한소령은 그 말을 듣고도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았다. 막리연이 벌을 받는다고 청명문의 재가 돌아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가 영웅으로 돌아가는 결말을 거부한 것은 옳았다.
회당 뒤에서 한 젊은 순찰사가 일어났다. 자신도 문유백의 지시를 받고 폐염창고 위치를 조사했다고 고백했다. 사람을 해치지는 않았지만 명령의 목적을 묻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다른 서기 하나가 지급표의 검은 네모가 `회령상단`의 옛 표식이라고 증언했다. 막리연의 보고서가 다른 입을 열게 했다.
현령은 새 증언을 곧바로 막리연의 보고서에 합치지 않았다. 젊은 순찰사와 서기를 서로 다른 방에서 다시 묻게 했고, 시간과 장소가 맞는 부분만 별지에 붙였다. 회령상단 표식도 낡은 상단 계약 두 건과 대조했다. 공개된 자리라고 검증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막리연은 기다리는 동안 한 번도 두 사람에게 답을 맞추라고 눈짓하지 않았다.
별지에는 서로 어긋난 대목도 남았다. 순찰사는 폐염창고 지시가 보름 전이었다고 기억했고, 서기는 열이틀 전이라 했다. 현령은 날짜를 확정하지 않고 범위로 적었다. 책임을 묻는 기록은 빈틈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보다 서로 다른 기억을 그대로 견뎌야 했다.
심문관들은 원본을 즉시 세 곳으로 다시 봉했다. 오방맹 원로가 단독으로 가져가지 못하고 현청, 보관자 대표, 시장 대표가 각각 열쇠 하나를 맡았다. 막리연은 열쇠를 받지 않았다. 자기 보고서의 주인이 되는 대신 공개 기록의 한 증언자로 남았다.
해가 기울 무렵 현령이 낭독했다. 문유백과 관련 승인자를 공개 소환하고, 막리연의 직위를 정지한 채 별도 책임 심문을 연다. 보관자 실명 명부에 대한 삭제나 반출을 금한다. 증인에게 위해를 가한 자는 어느 문파 소속이든 공동 포졸대가 붙잡는다.
회당을 나서며 막리연은 한소령에게 물었다. "보고서, 이 정도면 됐냐?"
"빠진 것이 생기면 다시 쓰셔야 합니다."
"역시 국밥보다 까다롭네."
"국밥도 처음에는 짰습니다."
막리연이 피식 웃었지만 곧 표정을 거뒀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걷지 않고 반 걸음 떨어져 계단을 내려갔다. 빚은 갚았다는 말로 끝나지 않았다. 보고서는 완성본이 아니라 고칠 수 있도록 열린 책임의 시작이었다. 막리연의 이름도 그 안에서 지워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