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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4-1화]

증거를 없앴다는 죄

작성: 2026.07.28 06:39 조회수: 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가상의 무협 세계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입니다. 작중 등장하는 무술, 비급, 문파 체계 등은 모두 허구이며, 폭력 묘사는 장르적 관습 안에서 다루어집니다.

공개 심문장은 파서진 광장에 다시 세워졌다. 설리항의 패배를 보았던 바로 그 자리였다. 달라진 것은 단상 뒤의 깃발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오방맹의 청황기 옆에 파서진 현청기, 남쪽 염창 인부들의 붉은 천, 약재상 조합의 흰 깃발이 나란히 걸렸다. 어느 한쪽이 문을 닫고 판결하지 못하게 하려는 배치였다.

한소령은 피고석에 혼자 서지 않았다. 팽노, 담여화, 막리연, 윤채, 주명한, 임계산이 같은 줄에 섰다. 증인과 피고를 한데 묶어 책임을 흐리려는 것이 아니었다. 천잔보감 후반부를 없애는 결정에 각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자기 입으로 말하기 위해서였다.

심문관은 위경필이었다. 이전 재판에서 설리항의 말을 좇았던 얼굴은 더 수척해져 있었다. 그는 탁자 위 소장을 펴고 첫 문장을 읽었다. "오방맹 소유의 중요 물증인 천잔보감 일부를 허가 없이 훼손한 죄."

광장 뒤편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사람들은 천잔보감이 힘을 주는 비급이라는 소문만 알았다. 한소령이 세상을 구할 힘을 태웠다는 말과, 자기 죄를 숨기려고 증거를 태웠다는 말이 함께 퍼져 있었다.

위경필이 물었다. "동판을 훼손했나?"

"그렇습니다."

"그 안의 글을 다시 읽을 수 없나?"

"수명과 경맥을 소모시키는 운용 지침은 읽을 수 없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증거를 없앤 사실을 인정하는군."

한소령은 벽에 붙였던 이름 사본을 펼쳤다. "없앤 것과 남긴 것을 함께 말씀해 주십시오. 사람을 태워 힘으로 바꾸는 법은 없앴습니다. 그 법 때문에 죽거나 묶인 사람의 이름, 운송 길, 지급처, 승인 인장은 남겼습니다."

막리연이 폐기 범위표를 내놓았다. 내용은 적지 않고 첫 장 위쪽 열두 줄, 둘째 장 전부, 셋째 장 혈도 표시처럼 위치만 기록한 종이였다. 이어 세 조각으로 나눈 동판과 굳힌 재의 봉함 무게표가 나왔다. 글을 복원할 수는 없지만 어떤 크기의 물건을 누가 언제 폐기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오방맹 측 서기가 비웃었다. "당신들끼리 서명한 종이를 어찌 믿나."

담여화가 앞으로 나왔다. "파서진 현청 아전 둘과 약재상 조합원 셋이 동판 성분 확인에 입회했습니다. 여기 손도장과 사용한 소금·식초 양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동판에 남은 봉인 안료는 수명을 깎는 약재 조합과 맞습니다. 필요하면 위험한 구결을 읽지 않고도 성분 검사를 다시 할 수 있어요."

주명한은 사슬을 단상 위에 놓았다. 고리가 탁자에 부딪혀 광장 끝까지 소리가 갔다. "이것도 맹의 소유라 하겠소? 내 손과 이 사슬 사이에서 떨어져 나간 살도?"

그는 오른손 흉터를 보였다. 뒤편의 보관자들도 차례로 손을 들었다. 같은 폭의 흉터가 열두 개 나타났다. 임계산은 자신이 문유백에게 기록을 팔려 했던 일까지 증언했다. 호적과 은자를 약속한 계약 초안을 함께 내놓았다.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을 뺀 증언이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기록의 무게를 더했다.

위경필은 소장을 내려다보다가 물었다. "천잔보감이 정말 사람의 수명을 내공으로 바꾸는지 어떻게 입증할 텐가. 지침을 없앴다면 재현할 수도 없지 않은가."

광장이 조용해졌다. 문유백이 노린 질문이었다. 재현하려면 누군가 일곱째 식을 써야 했다. 한소령의 몸을 다시 실험대에 올리는 요구였다.

"입증하지 않겠습니다."

한소령의 대답에 웅성거림이 커졌다. 그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사람이 죽는지 보려고 사람을 죽이는 재현은 증명이 아닙니다. 이미 남은 시신 기록, 경맥 손상 진료표, 지급 장계로 피해를 밝힐 수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부족하다고 적겠습니다. 제 몸을 열쇠라고 부르며 일곱째 식을 쓰게 하지는 못합니다."

오방맹 원로 한 사람이 다시 물었다. "그대가 직접 겪은 역류는 증언할 수 있지 않나. 상의를 벗고 봉쇄 흔적만 보여 주면 소문도 가라앉을 것이오."

담여화가 대답하려 했지만 한소령이 손을 들었다. "보여 주지 않겠습니다. 제 거절 때문에 의심이 남는다면 의심을 기록하십시오. 사람의 몸을 공개해야만 사실로 인정하는 규칙을 만들면, 다음 피해자도 상처부터 내보여야 합니다."

현령은 그 답과 함께 원로의 요구도 조서에 적게 했다. 누가 어떤 근거로 신체 공개를 요구했고 당사자가 왜 거절했는지를 남겼다. 위경필은 잠시 망설이다가 공개된 몸이 비급 모사에 악용될 위험도 조서에 덧붙였다. 그가 예전 재판에서 묻지 않았던 위험이었다.

담여화가 보관자 세 명의 맥진표를 내놓았다. 오래된 경맥 손상과 금속 중독, 강제 약물 사용의 흔적이 날짜별로 적혀 있었다. 윤채는 도현진에게 들은 봉쇄 설명을 자기 책임 진술과 함께 제출했다. 그의 말 하나만으로 사실을 확정하지 않고 다른 기록과 맞는 부분, 기억이 불확실한 부분을 구분했다.

열이 높아 폐염창고 바닥에 누워 있던 보관자 노치성이 지팡이를 짚고 증인석에 섰다. 그는 천잔보감의 힘을 본 적은 없다고 먼저 말했다. 다만 운송 전마다 검은 약을 먹었고, 약을 거부한 동료가 `운용 불가`로 기록된 뒤 돌아오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지급표의 날짜와 담여화가 본 오래된 내상 시기가 맞았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한 그의 말이, 무엇이 확인된 피해인지 경계를 세웠다.

오방맹 측에서 "비급이 아니라 광산 노동 때문에 생긴 병일 수 있다"고 묻자 노치성은 자신의 이전 일터와 운송 시작 날짜를 말했다. 담여화는 원인을 하나로 확정할 수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세 사람 모두 같은 약재 잔류와 같은 손목 압박 손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심문장은 단정 대신 겹치는 사실을 쌓아 갔다.

그때 오방맹 측 서기가 사본 한 벌을 들고 흔들었다. "피해자 명부라지만 여기에는 승인자 이름이 셋뿐이다. 원본 장계에는 다섯이라 하지 않았나?"

막리연이 종이를 받아 빛에 비췄다. 섬유 결이 달랐다. 누군가 현청 보관본을 심문장으로 옮기는 사이 바꿔치기한 것이었다. 그는 당황하지 않고 각 사본 마지막 장의 대조자와 빈 글자 수를 확인했다. 바꿔치기된 종이에는 그 표가 없었다.

"이것이 오늘 여기서 생긴 증거 인멸입니다."

막리연이 가짜 사본을 위경필 앞에 내려놓았다. 원본 함은 아직 열지 않은 채 세 사람의 인장 상태를 먼저 확인했다. 주명한과 현청 아전, 약재상 조합원이 차례로 봉함이 멀쩡하다고 말했다. 함을 열자 다섯 승인 인장이 그대로 나왔다.

서기는 뒤로 물러섰다. 도망치려 했지만 광장 가장자리의 철물점 주인과 수레꾼들이 길을 막았다. 칼을 든 것이 아니라 수레를 가로놓고 종을 울렸다. 현청 포졸이 서기를 붙잡아 품을 뒤졌고, 문유백의 작은 전각주 인장이 나왔다.

위경필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이전처럼 재판을 서둘러 닫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광장에는 서로 다른 깃발과 수십 쌍의 눈이 있었다.

"천잔보감 훼손의 적법성은 오방맹 단독으로 판단하지 않겠다. 피해 기록과 폐기 절차를 분리해 공동 심문으로 넘긴다. 오늘 확인된 사본 바꿔치기는 즉시 별건으로 조사한다."

위경필은 조서 요약을 광장 게시판에 붙이도록 명했다. `위험 지침은 재현하지 않음`, `피해 명부와 거래 장계는 보존`, `한소령의 신체 공개 거절을 불리한 증거로 삼지 않음`이라는 세 문장이 큰 글씨로 적혔다. 방청인이 서로 다른 소문을 가져가더라도 적어도 공식 기록의 문장은 같게 하려는 조치였다. 주명오는 그 앞에서 한 글자씩 읽고 빠진 말이 없는지 확인했다.

한소령은 무죄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 그 말이 급하지도 않았다. 위험 지침을 없앤 선택은 자신들이 설명하고 책임질 일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책임을 핑계로 피해자의 이름을 다시 지우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

심문이 끝난 뒤 한 노인이 한소령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 비급이 있으면 정말 천하제일이 될 수 있었나?"

한소령은 잠시 생각하고 답했다. "그럴 수도 있다는 말 때문에 사람이 사슬에 묶였습니다. 저는 그 말이 다시 사람보다 앞서지 않게 하려 합니다."

광장 깃발들이 저녁바람에 서로 부딪혔다. 증거를 없앴다는 죄는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무엇을 왜 없앴고, 무엇을 더 많이 남겼는지 묻는 자리가 생겼다. 한소령은 피고석에서 내려오며 여섯 식만 남은 검집을 바로 잡았다. 재현하지 않을 권리도 기록으로 지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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