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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9화]

형이 치른 값

작성: 2026.07.16 02:16 조회수: 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무협 장르 창작물로, 등장하는 무공·문파·인물·사건은 모두 허구입니다. 작중 폭력 묘사는 장르 관습에 따른 것이며 현실의 폭력을 조장하지 않습니다.

비는 산을 내려온 뒤에도 그치지 않았다. 세 사람은 길가 사당에서 밤을 피했다. 지붕은 새지 않았지만 바닥은 차가웠다. 묘련이 젖은 약첩과 편지를 불에서 멀찍이 펴 놓았고, 담소하는 문가에 앉아 빗줄기를 보았다. 노경천은 가장 안쪽 기둥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누구도 먼저 묻지 않았다. 그러나 묘련 어머니의 편지에 적힌 한 줄이 사당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연비화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소하의 등을 열쇠 삼지 말라. 받지 못한 편지라 해도 형이 했던 선택과 너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담소하는 품에서 남궁의 뱀 명패를 꺼내 바닥에 놓았다. 쇳소리가 돌바닥 위에서 짧게 울렸다.

"남궁현을 언제 처음 만났습니까."

노경천은 빗소리를 듣는 얼굴로 대답했다.

"청문이 불타기 보름 전."

묘련의 손이 약첩 위에서 멈췄다. 담소하는 놀라지 않았다. 이제 놀라는 데 쓸 힘이 남지 않은 것 같았다.

노경천은 그날 남궁현이 먼저 사람을 보냈다고 말했다. 위무강이 숨긴 기록과 연비화의 행방을 넘기면 청문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제안이었다. 노경천은 거절하려 했지만, 남궁현은 연비화가 암부에서 발각돼 처분 명단에 올랐다는 증표를 보여 줬다.

"나는 시간을 사려고 했다. 연비화를 명단에서 빼고, 잔월십삼식 후반부가 든 죽간을 받는 대신 네가 살아 있다는 것과 등에 문양이 남았다는 사실을 알려 줬다. 위치는 말하지 않았어. 이름도 말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변명했다."

담소하는 빗속으로 왼손을 내밀었다. 차가운 물이 손바닥을 때렸다. 형이 처음 객잔에 왔던 날, 등을 확인하듯 바라보던 눈과 화상 자국을 그린 종이가 떠올랐다.

"그래서 형은 내 등을 확인하러 왔군요. 거래한 정보가 맞는지, 후반부와 이어지는지."

"너를 찾으러 온 것도 진짜였다."

"둘 다 진짜였겠죠."

담소하는 손을 거둬 옷자락에 닦았다.

"그래서 더 나쁩니다. 나를 아꼈다는 말로 이용한 일을 지울 수 없으니까."

노경천은 고개를 숙였다. 형이 무릎을 꿇거나 용서를 빌기를 담소하는 바라지 않았다. 그런 자세는 오히려 대화를 끝내는 쉬운 길일 수 있었다. 그는 형이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말을 하기를 원했다.

"남궁현이 약속은 지켰습니까."

묘련이 물었다.

"연비화 이름은 처분 명단에서 사라졌다. 죽간 후반부도 받았다. 다만 그것이 미끼였다는 걸 늦게 알았다. 후반부를 읽으려면 소하의 등에 숨긴 전반부와 연비화가 외운 장부 열쇠가 모두 필요했어. 남궁현은 우리 셋을 한곳으로 모으려 했다."

"청문 멸문도 거래 뒤에 일어났고요."

"그렇다. 내가 시간을 샀다고 믿은 보름 동안 저들은 불을 준비했다."

노경천의 손이 무릎 위에서 떨렸다. 담소하는 그 떨림을 불쌍히 여기지 않으려 애쓰지도, 일부러 외면하지도 않았다. 죄책감은 형의 몫이었다. 동생이 대신 들어 줄 짐이 아니었다.

"후반부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내 검집 안쪽에 있다."

노경천은 검을 풀어 바닥에 놓았다. 검집 안감을 뜯자 얇은 죽피 여섯 장이 나왔다. 잔월십삼식의 아홉 번째부터 열두 번째 식, 그리고 비어 있는 마지막 칸이 적혀 있었다. 담소하는 그것을 보고도 손을 뻗지 않았다.

"마지막 식은 비었군요."

"사부님도 완성하지 못했다. 남궁현은 네가 완성할 거라고 믿었지. 나도 그렇게 믿었다. 그래서 객잔에서 네가 다시 검을 잡도록 몰아붙였다. 흑풍채가 온다는 공포까지 이용해서."

묘련이 이를 악물었다. 그녀가 입을 열기 전에 담소하가 먼저 말했다.

"나는 이미 마지막 식을 만들었습니다. 형이 준 후반부 때문이 아니라, 내가 멈출 곳을 골랐기 때문에."

노경천이 고개를 들었다. 놀람 뒤에 기쁨이 스쳤다. 담소하는 그 기쁨도 형의 진심이라고 알았다. 그러나 진심이 책임의 자리를 비우게 두지는 않았다.

"그걸 형에게 보여 줄지는 내가 정합니다. 청문을 다시 세울지도 내가 혼자 정할 일이 아니고요. 연비화의 목숨을 구한다는 거래도 당사자 없이 다시는 하지 마십시오."

"알겠다."

"지금 알겠다는 말로 끝나지 않습니다. 남궁현의 거래를 밝힐 자리에서 형이 직접 말해야 합니다. 내 앞에서만 죄를 인정하고 강호에서는 의로운 사형으로 남는 건 안 됩니다."

노경천은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빗물이 처마 끝에서 줄을 이루어 떨어졌다. 불꽃이 바람에 눕자 묘련이 장작 하나를 더 넣었다.

"말하겠다."

형의 대답은 작았지만 분명했다.

"연비화 앞에서도, 네 앞에서도, 내가 거래로 얻은 것과 넘긴 것을 전부 말하겠다. 용서받으려고가 아니라, 기록에 남기려고."

그때 사당 밖 어둠에서 돌 구르는 소리가 났다. 담소하는 몸을 낮췄고 노경천은 검집을 집었다. 묘련은 편지들을 한 번에 모아 방수 천으로 감쌌다. 세 사람의 움직임이 동시에 끝났다.

문밖에서 쉰 목소리가 들렸다.

"남궁에서 온 편지를 전하오."

처마 아래로 젖은 봉투 하나가 던져졌다. 발소리는 곧 빗속으로 멀어졌다. 담소하는 쫓지 않고 봉투를 검 끝으로 뒤집었다. 겉면에는 남궁의 새, 뒷면에는 반달을 삼킨 뱀이 찍혀 있었다.

봉투 안에는 문장 하나가 적혀 있었다. 내일 자시까지 죽간과 의녀의 약첩을 폐염색장으로 가져오라. 그렇지 않으면 남궁세의 목이 먼저 떨어진다.

묘련은 겁먹는 대신 봉투 냄새를 맡았다.

"피 냄새는 없어요. 먹도 방금 쓴 게 아니고. 남궁세를 잡았다는 증거가 없어요."

"그래도 확인해야 합니다."

담소하는 후반부 죽피를 노경천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자기 품에 넣지도 않았다. 세 사람이 보는 앞에서 방수 천 속 약첩과 함께 묶었다.

"이번에는 누가 열쇠가 되고 누가 미끼가 될지 저들이 정하게 두지 맙시다. 장부도 약첩도 가져가지 않고, 사람부터 확인합니다."

노경천은 검을 다시 허리에 찼다. 형의 얼굴에는 오래된 계산 대신 처음으로 묻는 기색이 있었다.

"어떻게 할까."

담소하는 폐염색장의 출입구를 떠올렸다. 묘련이 파란 천으로 시야를 가렸던 길, 남궁세가 갓을 벗어 놓았던 마당. 그는 바닥의 뱀 명패를 집어 들었다.

"베지 않고 잡을 겁니다. 명령을 가져온 손을. 그리고 형은 내 뒤가 아니라 옆에 서십시오."

비는 새벽 가까이 돼서야 가늘어졌다. 세 사람은 사당을 나서기 전, 젖지 않은 종이에 노경천의 고백을 먼저 적었다. 싸움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말이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형이 치른 값은 동생의 등이 아니어야 했다. 이제부터 치를 값은 형 자신의 이름과 증언이었다.

묘련은 고백문의 끝에 증인으로 이름을 쓰지 않았다. 자기가 듣지 못한 과거까지 보증할 수는 없다고 했다. 대신 오늘 사당에서 노경천이 어떤 말을 했는지, 후반부 죽피를 어디서 꺼냈는지, 남궁 봉투가 언제 도착했는지만 따로 적었다. 담소하도 같은 방식으로 자기 눈으로 본 사실만 서명했다. 고백이 진실이 되려면 가까운 사람의 믿음이 아니라 다른 기록과 맞아야 했다.

노경천은 종이를 접기 전 한 줄을 더 보탰다. 담소하가 검을 다시 잡은 날 자기가 기뻐했던 감정은 진짜였고, 바로 그 진심 때문에 이용을 보호라고 착각했다고 썼다. 그는 악의가 없었다는 변명보다 선의도 남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담소하는 그 문장을 지우지 않았지만, 형의 자기평가라는 표시를 옆에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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