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증서는 생각보다 얇았다. 두꺼운 양피지나 금빛 인장이 아니라, 왕실 서기의 검은 글씨와 소유 기록 취소 번호가 전부였다. 카일은 자기 이름 아래 찍힌 도장을 오래 보았다.
"이 종이가 없으면 다시 잡혀갑니까?" 기한이 물었다.
왕실 서기는 아니라고 답했다. 사람의 자유는 종이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며, 증서는 과거 장부를 취소하고 관청이 그 사실을 확인하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종이를 잃어도 등록 원본과 사본으로 다시 발급할 수 있었다.
기한은 증서를 받지 않고 사본 보관을 먼저 물었다. 서부 수도원, 성 기록실, 왕실 자유인 명부에 각각 보관된다는 답을 듣고서야 자기 몫을 접었다. 손에 든 한 장이 사라져도 이름까지 사라지지 않는 구조가 필요했다.
카일의 문서에는 과거 소유주 칸이 세 번 바뀐 흔적이 있었다. 다크스 부속 상단, 북방 수용소, 이안의 부대 잡역 명부. 왕실 서기는 마지막 항목이 노예 소유가 아니라 보호 등록이었다고 설명하려 했다.
카일은 문장을 고쳐 달라고 했다. 떠날 권리와 임금, 종료 날짜가 없었다면 보호라는 이름만으로 자유 고용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안도 정정에 동의했다. 원문은 남기고 '당사자 동의 없는 장기 보호 등록으로 이동 자유를 제한함'이 덧붙었다.
소유 기록 취소가 끝나자 생활 회의가 시작됐다. 아이들에게 지금 막사를 떠날지, 당분간 머물지, 작은 가정형 숙소로 옮길지 선택지가 제시됐다. 친족이 확인된 아이도 곧바로 보내지 않고 안전과 의사를 먼저 확인했다.
회의 표제에는 생활 지원이라고 적혔다. 증서 발급과 별도 예산으로 운영되며, 어느 이름을 고르거나 어디에 진술했는지에 따라 지원 자격이 바뀌지 않는다는 원칙이 첫 줄에 놓였다.
첫 아이는 강 건너 마을의 이모를 기억했다. 조사관이 친족 관계와 거주 환경을 확인하는 동안 연락 방식도 아이가 골랐다. 편지부터 보내고 답을 들은 뒤 만나기로 했다. 놀라게 하겠다며 갑자기 문 앞에 데려가지 않았다.
두 아이는 함께 살고 싶다고 했다. 왕실 구호원은 나이가 다르니 다른 시설이 맞다고 했지만, 미라는 수용소에서 서로를 지킨 관계도 가족처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둘은 성 안 작은 집에서 조리사 부부와 시험 거주를 시작했다.
기한은 막사에 남겠다고 했다. 문이 열리고 식량이 보장되는지 더 오래 보고 싶었다. 막사가 과거 비밀 통로 위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폐쇄할 계획이었으므로, 그는 옛 마구간 옆 새 숙소의 설계 회의에 참여했다.
창문 높이, 안쪽에서 여는 빗장, 밤에 불을 켤 수 있는 위치가 그의 요구였다. 건축가는 처음에 아이가 구조를 모른다고 웃으려 했으나 베른이 막았다. 그 공간에서 잠들 사람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구조였다.
생활비는 다크스 몰수 재산에서 모두 나온다고 발표하지 않았다. 몰수 확정과 채권 정리가 끝나지 않았고, 그 돈에만 기대면 항소 기간 동안 지원이 흔들릴 수 있었다. 성 예비비, 왕실 구호금, 상단 보상 기금을 나눠 여섯 달 예산을 확정했다.
미라의 아버지는 보상 기금에 거액을 내겠다고 했다. 미라는 돈으로 심리 책임을 끝내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기부는 받아도 조사와 상단 감독은 계속되고, 기금 운영권은 피해자 대표와 독립 회계인이 맡게 했다.
교육도 기사 훈련 하나로 묶지 않았다. 글을 배우고 싶은 아이, 목공을 하고 싶은 아이, 당분간 아무 수업도 듣고 싶지 않은 아이의 표가 달랐다. 선택은 한 달마다 바꿀 수 있었다.
카일은 아이들에게 검을 가르치면 강해질 것이라고 말하려다 멈췄다. 검을 들고 싶지 않은 사람이 약한 것은 아니었다. 훈련장은 희망자에게만 열고, 첫 수업은 무기보다 넘어졌을 때 일어나는 법과 위험할 때 도움을 부르는 법으로 정했다.
그날 오후, 이름을 임시로 '단'이라 적어 둔 아이가 서기실로 왔다. 레오가 그를 발견했을 때 빈칸을 피하려 잠깐 붙인 이름이었다. 서기는 새 이름 목록을 여러 장 보여 주지 않고, 어떤 소리를 좋아하는지부터 물었다.
아이는 긴 이름을 두 번 골랐다가 취소했다. 한 이름은 다크스 경비가 쓰던 것과 같아 싫었고, 다른 이름은 발음할 때 자기 것이 아닌 옷처럼 느껴졌다. 사흘 뒤 그는 처음의 임시 호칭으로 돌아왔다.
"단이라고 불렸을 때 내가 대답했어." 아이가 말했다. "레오가 정했지만, 이제는 내가 고를래. 당분간 단으로 살고 싶어."
서기는 '당분간'을 빼지 않았다. 공식 이름 칸에 단을 적고, 본인 요청으로 변경 가능하다는 문장을 바로 아래 붙였다. 레오는 입회인으로 서명하라는 제안을 거절했다. 처음 이름을 붙였다는 이유로 아이의 선택에 지분을 갖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네가 처음 써 줬잖아." 단이 말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네가 직접 쓰는 걸 보고 싶다."
단은 아직 글씨를 몰라 서기의 손을 따라 '단' 한 글자를 여러 번 그렸다. 마지막 것은 비뚤었지만 자기 손으로 완성했다. 레오는 종이 가장자리에서 박수를 치지 않고 웃었다.
카일의 자유 증서에는 성이 비어 있었다. 서기는 에드란과의 관계가 확인됐으니 베일을 넣을 수 있다고 했지만, 카일은 이름 하나를 유지했다. 상속 심사와 자유 등록은 별개의 절차였다.
그는 기사단 급료가 과거 잡역 기간까지 소급될 수 있는지도 물었다. 이안의 부대는 당시 급료 기록이 없다고 했다. 왕실 감사관은 정확한 노동 기간과 의식주 제공분, 이동 제한 피해를 따로 계산하겠다고 했다. 전액 보상을 즉석에서 약속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증서 수여식은 광장에서 열리지 않았다. 사진처럼 줄을 세우거나 군중에게 과거를 공개하지 않고 각자가 고른 자리에서 받았다. 어떤 아이는 미라와 함께, 어떤 아이는 혼자, 어떤 아이는 아직 받지 않고 보관을 선택했다.
저녁에 식탁 위에는 자유를 축하하는 큰 잔치 대신 평소와 같은 수프가 놓였다. 단이 자기 그릇 밑에 증서 사본을 숨기려 하자 기한이 젖는다고 말렸다. 둘은 보관함 두 번째 서랍을 함께 골랐다.
카일은 막사 문 앞에서 주소표를 새로 달았다. '구조 아동 임시 막사'라는 이름 대신 아이들이 고른 '열린 집'이라고 적었다. 임시라는 말이 사라졌다고 영원히 여기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떠날 때까지 자기 주소로 부를 수 있다는 뜻이었다.
기한은 벽의 네 줄과 점, 짧은 선을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새 집으로 옮길 때 벽돌 한 장을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과거를 기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건이 지켜지지 않을 때 다시 세지 않도록 기억하려는 것이었다.
자유 증서는 얇았지만 그 뒤에는 주소와 식량, 치료, 배움, 이름 변경표가 여러 장 이어졌다. 카일은 그 무게가 더 진짜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자유는 문을 열어 주는 한 번의 선언이 아니라, 열린 문 밖에서 굶지 않고 자기 길을 고를 수 있게 하는 매일의 구조였다.
일주일 뒤 첫 생활 점검이 열렸다. 새 숙소의 난로 연기가 방 안으로 들어오는 문제가 발견됐고, 건축가는 작은 일이라며 창문을 열면 된다고 했다. 기한은 겨울에도 창문을 열고 잘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카일은 자유 증서 수여식이 끝났으니 지원 업무도 끝났다고 하지 않았다. 굴뚝 수리를 맡기고 완료될 때까지 다른 방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생활 기반은 문서의 부록이 아니라 계속 점검할 책임이었다.
단은 글 수업 첫날 자기 이름만 쓰고 나왔다. 교사는 한 줄을 끝까지 채우라고 했지만 단은 오늘 목표를 스스로 정했다고 말했다. 교사는 다음 수업 계획표에 학생 선택 칸을 새로 만들었다.
기한은 여전히 다섯 번째 긴 선을 그리지 않았다. 카일은 자유 증서와 새 주소가 생겼다고 조건이 완성됐다고 재촉하지 않았다. 안전은 행정관이 닫는 항목이 아니라 기한이 살아 보며 판단할 시간이었다.
카일의 소급 급료 심사에서는 정확한 노동일을 모두 확인할 수 없다는 중간 결과가 나왔다. 그는 가능한 범위의 우선 지급과 추가 자료 제출 기한을 받았다. 미확정 금액을 포기하지도, 이미 전액 받은 것처럼 말하지도 않았다.
열린 집 저녁 식탁에는 각자의 새 계획이 붙었다. 떠날 준비, 남을 계획, 아직 모름이 같은 크기의 칸이었다. '아직 모름'이 지워지지 않은 것이 자유 다음의 주소를 가장 정확히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