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는 밤새 장부를 읽지 않았다. 먼저 세 권을 같은 탁자 위에 놓지 않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라스에게서 나온 원본은 왕실 기록관이 맡고, 미라가 북방에서 지켜 낸 상단 원장은 베른 대위의 서기가 맡았다. 비교용 사본만 가운데 넓은 탁자에 펼쳤다.
카일이 새벽에 기록실로 들어갔을 때 벽에는 세 가지 색 실이 걸려 있었다. 검은 실은 검은 기수단 장부, 푸른 실은 미라 상단 원장, 흰 실은 성문 출입 기록을 뜻했다. 같은 수레 번호가 만나는 곳마다 매듭이 하나 생겼다.
"숫자가 같다고 같은 짐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미라가 말했다. "누가 적었고, 봉인이 언제 바뀌었고, 빈 수레로 돌아왔는지까지 맞아야 해요."
그녀는 첫 번째 수레의 길을 따라갔다. 상단 원장에는 겨울 밀가루 스무 자루, 북문 기록에는 들어갈 때 스무 자루와 나올 때 열아홉 자루, 그라스 장부에는 낙인 부호 두 개가 적혀 있었다. 얼핏 보면 밀가루 한 자루 자리에 사람 둘을 숨긴 셈이었다.
하지만 미라는 그렇게 결론 내리지 않았다. 당시 수레꾼이 살아 있는지, 자루의 평균 무게가 얼마였는지, 중간 창고에서 다른 수레로 바뀌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그녀는 표 옆에 '의심 경로'라고 쓰고 '확정 운송'이라 쓰지 않았다.
두 번째 수레에서는 더 분명한 흔적이 나왔다. 미라 아버지의 상단 봉인은 출발할 때 온전했지만 성문 검사표에는 봉인 왼쪽이 깨졌다고 적혀 있었다. 임시 봉인을 허가한 서명이 다크스의 물자 담당관 것이었고, 같은 날 옛 마구간 출입대장에 야간 인부 여덟 명이 들어갔다.
그 여덟 명의 이름은 모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세금 장부와 병역 명부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베른하르트의 대조표에서 여덟 개 낙인 부호가 같은 날짜에 만들어졌다. 사람을 인부로 적고, 다시 짐의 부호로 바꾼 이중 기록이었다.
카일은 선을 따라가다 자기 부호를 발견했다. 반쪽 칼 옆에 숫자 일곱이 붙어 있었다. 수레가 아니라 생포 우선순위를 뜻하는 숫자였다. 손목이 뜨거워지는 듯했지만 그는 원장을 자기 앞으로 끌어오지 않았다.
"내 기록이니 내가 보관해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카일이 말했다. "다만 이름이 연결되면 알려 주십시오. 공개 여부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기준으로 정하고 싶습니다."
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혈통이 조사 권한을 늘려 주지 않았고, 피해 기록이라는 이유로 모든 사람 앞에 펼쳐질 필요도 없었다. 이름 대조표는 별도 방에서 열람 신청을 한 사람에게만 보여 주기로 했다.
정오에는 미라의 아버지가 소환됐다. 그는 병든 얼굴로 상단 지팡이를 짚고 들어왔다. 딸이 자기 원장을 조사 자료로 내놓았다는 사실에 먼저 화를 냈다. 다크스가 왕실 명령서를 보였고, 상인은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미라는 원장의 한 줄을 가리켰다. '봉인 확인 생략, 물자 담당관 요청.' 그 문장은 아버지의 필체였다. 한 번이 아니라 열두 번 반복됐다. 명령서가 진짜인지 확인한 흔적도, 수레꾼에게 짐을 물은 기록도 없었다.
"아버지가 아이들을 봤다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미라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낮아지지 않았다. "보지 않는 편을 선택했다는 걸 말하는 거예요. 비용이 줄고 통행이 빨라졌으니까."
상단주는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다크스의 부하가 거래를 끊겠다고 협박한 사실, 세 번은 봉인을 확인하자고 했다가 세관에서 마차를 일주일씩 세워 둔 사실을 진술했다. 협박은 실제였지만 이후 모든 확인을 포기한 선택까지 대신 설명하지는 못했다.
베른은 상단주를 다크스와 같은 혐의로 묶지 않았다. 적극 가담, 중대한 묵인, 부주의, 강요 아래 행동을 나눠 조사하기로 했다. 미라는 그 구분 때문에 아버지가 풀려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같은 칸에 넣지 않는다고 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징수소 습격자에게서 압수한 화살과 장부 종이를 살폈다. 종이 섬유는 다크스 성내 사무실에서 쓰는 값싼 삼베지와 같았지만, 그 사실만으로 누가 썼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반면 접힌 방향과 잉크 번짐은 세 번째 장부가 최근에 한 번 물에 젖었다는 것을 보여 줬다.
그라스는 장부를 몇 년 동안 몸 가까이 지녔다고 했지만 물에 젖은 일을 말하지 않았다. 서기가 다시 묻자 그는 다크스의 부하에게 빼앗겼다가 되찾았다고 진술을 바꿨다. 미라는 변경 전후의 문장을 지우지 않고 나란히 남겼다.
"거짓말을 한 사람이 내놓았다고 장부가 전부 거짓은 아니죠." 그녀가 카일에게 말했다. "반대로 맞는 숫자가 많다고 그 사람 말이 전부 진실도 아니고요. 그래서 서로 다른 기록이 필요해요."
베른은 성 안 협조자로 보이는 세 직책에 대해 비밀 체포부터 하지 않았다. 먼저 근무표와 열쇠 인계표를 복사하고 원본 보존 명령을 내렸다. 대상자들이 기록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임시 직무 배제하되, 아직 혐의가 확정된 사람으로 공표하지 않았다.
그중 한 사람은 이미 사흘 전 휴가를 내고 떠난 상태였다. 추적조는 가족을 압박하지 않고 공식 행선지와 말 대여 기록을 따라갔다. 카일은 검을 든 추격보다 종이에 남은 시간 차이가 더 빨리 사람을 좁히는 광경을 보았다.
기한과 다른 아이들의 이름은 중앙 비교표에 쓰지 않았다. 필요한 경우 봉인 번호로 연결하고, 당사자가 원하면 나중에 자기 기록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구조 사실을 증명하려고 아이들의 과거를 회의실 벽에 걸어 둘 필요는 없었다.
저녁이 되자 세 색 실은 열일곱 군데에서 만났다. 그중 여섯은 운송 경로가 충분히 확인됐고, 일곱은 추가 증언이 필요했으며, 네 개는 우연히 같은 번호를 쓴 다른 수레일 가능성이 남았다. 미라는 숫자를 줄이지도 부풀리지도 않았다.
카일은 완성된 비교표 아래에 자기 이름을 입회인으로 적었다. 미라가 작성했고, 왕실 기록관이 원본과 대조했으며, 베른의 서기가 사본 봉인을 확인했다. 누구 한 사람의 기억이 무너지더라도 경로 전체가 사라지지 않게 한 증거 사슬이었다.
미라는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원장을 덮었다. "이걸 내 상단을 살리는 서류로 쓰지 않을 거예요. 누가 실었고 누가 못 본 척했는지 밝힌 다음,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먼저 보여 줄 겁니다."
카일은 그녀가 상단을 버리겠다는 말도, 물려받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음을 알았다. 선택은 조사 결과 뒤에 남겨 뒀다. 오늘 그녀가 지킨 것은 가문의 명예가 아니라 원본과 사본 사이의 길이었다.
기록실 문이 닫힐 때도 세 권의 장부는 서로 다른 보관함에 있었다. 그러나 수레 번호와 봉인, 성문 시각이 만든 길은 분리되지 않았다. 그 길은 다크스의 서명으로 향했고, 동시에 그 길을 가능하게 한 여러 손을 하나씩 드러내고 있었다.
다음 날 미라는 비교표를 작성하지 않은 다른 기록관에게 표본 검사를 부탁했다. 열일곱 매듭 중 세 개를 무작위로 골라 원본에서 다시 따라가게 했다. 한 곳에서 성문 시각이 한 시간 잘못 옮겨진 것이 발견됐다.
미라는 완성된 표를 숨기지 않고 정정선을 그었다. 오류 이전 사본을 회수해 버리지 않고 번호를 붙여 보관하고, 새 사본에는 누가 언제 무엇을 고쳤는지 적었다. 자기 작업의 실수도 증거 사슬 일부였다.
한 시간 차이를 바로잡자 성 안 협조자 후보 한 명은 해당 근무 시간에 다른 문을 지키고 있었음이 확인됐다. 의심 명단에서 제외된 사실도 공개 기록에 남겼다. 조사에서 빠지는 사람의 명예 역시 침묵이 아니라 근거로 회복돼야 했다.
카일은 실 한 가닥이 풀리는 것을 보며 성급한 체포가 얼마나 많은 책임을 섞을 수 있었는지 깨달았다. 다크스를 놓치지 않는 것과 무관한 사람을 억지로 길에 묶지 않는 일은 같은 정확성에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