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관이 온다는 소식에 막사 아이들은 아침 식사를 절반도 먹지 못했다. 식탁 아래로 발이 모였고, 문 쪽 자리를 두고 아무도 다투지 않았다. 카일은 회의실이 아니라 식당 바깥 뜰에서 설명을 시작했다.
"오늘 말하지 않아도 식사와 잠자리, 치료는 그대로다.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되고, 다른 아이 대신 대답할 필요도 없다."
왕실 조사관은 검은 법복 대신 평범한 회색 외투를 입었다. 그러나 옷을 바꿨다고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기 이름과 역할, 기록이 어디에 보관되는지 먼저 말하고, 네 장의 선택표를 탁자 위에 놓았다.
첫 장은 직접 말하기, 둘째는 믿는 사람이 대신 읽기, 셋째는 나중으로 미루기, 넷째는 거절하기였다. 글을 모르는 아이에게는 그림이 붙었다. 입을 벌린 얼굴, 종이를 든 두 사람, 해가 넘어가는 그림, 닫힌 손바닥이었다.
조사관은 닫힌 손바닥 그림이 단순한 비협조 표시가 아니라 말하지 않을 권리를 고르는 표라고 설명했다. 어느 표를 택하든 생활 지원의 순서와 양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문장도 네 장 모두 뒷면에 적혀 있었다.
기한은 네 장을 모두 뒤집어 보았다. "거절하면 다시 묻지 않소?"
"오늘은 묻지 않는다." 조사관이 답했다. "나중에 네가 먼저 요청하지 않으면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묻지 않는다. 다만 새 위험이 생겨 안전 확인이 꼭 필요하면 왜 묻는지 먼저 설명하겠다."
기한은 닫힌 손바닥 그림을 자기 앞에 뒀다. 다른 아이 셋도 같은 장을 골랐다. 두 아이는 나중으로 미루기를 택했고, 가장 어린 아이는 단에게 대신 읽어 달라는 그림을 골랐다. 단은 자기가 읽을 수 없다고 솔직히 말했다.
서기는 그 선택을 실패나 비협조로 적지 않았다. '진술 거절 선택', '연기 선택'이라고 각각 적고 다음 확인일을 비워 뒀다. 날짜를 정하는 일도 아이가 원할 때 하기로 했다.
카일은 조사 자리에 자동으로 앉지 않았다. 기사이고 구조 작전에 참여했지만, 아이들이 자신을 믿는다고 해서 대리인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각자 원하는 동행자를 고르게 하자 한 아이는 부엌의 나이 든 조리사를, 다른 아이는 미라를 골랐다.
기한은 식당 문을 나섰다가 점심 무렵 돌아왔다. 닫힌 손바닥 그림 대신 나중으로 미루기 그림을 집었다. "한 가지는 오늘 말하겠소. 나머지는 내가 고를 거요."
조사관은 한 가지를 말하면 더 물어도 된다는 뜻인지 확인했다. 기한은 아니라고 했다. 자신이 정한 장면만 말하고 질문은 문장 확인에 필요한 범위에서만 받겠다고 조건을 붙였다. 조건은 진술서 첫 줄에 적혔다.
기한이 선택한 장면은 수용소의 밤이었다. 검은 기수단이 아이들을 두 줄로 세우고 손목 부호를 확인하던 때, 그라스가 다크스의 붉은 밀랍 명령서를 읽었다. 그 문서에는 '이름을 묻지 말고 숫자로 옮길 것'이라는 문장이 있었다.
"그라스가 직접 읽었소?" 조사관이 물었다.
"그가 종이를 들었고 목소리를 들었소. 글자가 같은지는 내가 읽지 못해 모르오."
서기는 '문서 내용을 확인했다'고 쓰지 않고 '그라스가 그렇게 읽는 것을 들었다'고 적었다. 기한은 그 차이를 두 번 소리 내어 확인했다. 기억과 종이 원본 사이에는 아직 검증할 거리가 남았다.
기한은 명령서를 읽은 뒤 그라스가 아이들 손목을 다시 천으로 가리게 했다고 말했다. 이유는 몰랐다. 부하들이 서로 값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려 했는지, 추위를 막으려 했는지, 다른 계산이 있었는지는 보지 못했다.
카일은 그 행동을 자비로 해석하지 않았다. 조사관도 동기를 채우지 않았다. 보인 행동과 모르는 이유를 다른 칸에 적었다. 기한은 자신이 모른다고 말해도 문장이 약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진술이 끝났을 때 조사관은 서명 대신 어떤 표시를 남길지 물었다. 기한은 벽의 네 줄을 그리지 않았다. 네 줄은 생존 조건이지 자기 이름이나 도장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창턱에 두었던 돌의 모양을 작게 그렸다.
"이 그림도 원하면 나중에 취소할 수 있소?"
"이미 말한 사실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공개 범위를 바꾸고 추가 설명을 붙일 수 있다. 잘못 적힌 부분은 원문을 지우지 않고 정정 이유와 함께 고친다."
기한은 그 답을 듣고 그림 옆에 짧은 선을 하나 더했다. 진술서 사본은 그에게 돌아갔고, 읽지 못하는 문장은 미라와 조리사가 차례로 읽어 줬다. 둘의 읽기가 다르면 즉시 멈추기로 했다.
오후에는 아이들의 생활 계획 회의가 따로 열렸다. 조사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잠자리, 겨울옷, 치료, 글 배우기, 친족 찾기는 진술실과 다른 장부에 적혔다. 누가 말을 했는지 여부가 물자 배분표에 표시되지 않도록 했다.
베른은 성 예산만으로 장기 지원을 약속할 수 없다고 밝혔다. 왕실 구호금, 몰수 재산, 상단 보상 기금의 법적 근거가 각각 달랐다. 확정되지 않은 돈을 이미 있는 것처럼 말하지 않고, 당장 두 달 치 식량과 난방은 성 예비비로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기한은 지원이 끊길 수 있다는 말에 얼굴이 굳었다. 카일은 빈 약속으로 안심시키지 않았다. 두 달 뒤 계획이 미정이라는 사실과, 그 전에 아이들과 함께 대안을 검토할 날짜를 적어 벽에 붙였다. 알 수 없는 시간을 숨기지 않는 것도 안전 조건이었다.
단은 자기 이름이 기록표에 이미 올라간 것을 보고 손을 들었다. "이건 내가 고른 게 아니야. 레오가 잠깐 쓰자고 한 거야."
서기는 곧바로 '단'을 확정 이름 칸에서 지우지 않았다. 원래 적힌 흔적을 남긴 채 '임시 호칭, 당사자 선택 보류'라고 옆에 붙였다. 아이가 새 이름을 고르거나 단을 계속 쓸 때까지 행정 편의를 이유로 닫지 않기로 했다.
저녁 배식에서 말한 아이와 말하지 않은 아이는 같은 줄에 섰다. 그릇의 크기도 같았다. 기한은 자기 몫을 받아 자리에 앉은 뒤 처음으로 조사관에게 빵 한 조각을 건넸다. 조사관은 선물로 기록하지 않고 감사하다고만 말했다.
카일은 뜰 끝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진술 한 장으로 아이들이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었다. 다크스가 체포되지 않았고, 이름을 되찾지 못한 아이도 많았다. 그러나 오늘 누구도 밥을 얻기 위해 기억을 내놓지 않았다.
밤에 기한은 벽으로 돌아가 짧은 점 옆에 작은 선을 그었다. 카일이 뜻을 묻자 소년은 "말하지 않아도 문이 열려 있었던 날"이라고 답했다. 다섯 번째 조건이 완성됐다고 선언하지는 않았다. 다만 자기 말과 침묵을 모두 자기 손에 쥔 날을 표시했다.
다음 아침 조사관은 성을 떠나기 전에 아이들에게 결과 통지 방법을 물었다. 법정이 열릴 때 찾아와 직접 들을지, 믿는 사람이 요약해 줄지, 아무 소식도 받지 않을지 선택표가 다시 놓였다. 진술 선택과 결과 통지 선택은 같은 답을 강요하지 않았다.
기한은 결과 요약을 미라에게 읽어 달라고 했다. 단, 자기 말이 판결문에 인용되면 그 부분을 먼저 보여 달라는 조건을 붙였다. 조사관은 공개 심리 전에 비공개 검토 기회를 주겠다고 적었다.
한 아이는 어떤 소식도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서기는 사건이 끝나면 마음이 바뀔 수 있도록 봉인된 안내서만 보관하고 직접 전달하지 않기로 했다. 알 권리에는 당장 알지 않을 권리도 포함됐다.
카일은 기존 구조 보고서에서 '아이들이 협조했다'는 문장을 발견했다. 실제로는 일부만 말했고 여러 명은 거절했다. 그는 '각자 선택에 따라 진술함 또는 진술하지 않음'으로 정정 요청을 냈다. 침묵을 집단의 동의로 포장하지 않았다.
생활 회의에서는 두 달 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주간 지출표를 아이 눈높이에 맞춰 만들었다. 남은 식량 주머니와 장작 수를 그림으로 표시하고, 부족 신호가 보이면 어른들만의 비밀 회의 전에 열린 집 회의에서 알리기로 했다.
기한은 식량이 줄어드는 그림을 보는 일이 무섭다고 했다. 카일은 진실을 보여 주는 것이 늘 좋은지 되물었고, 기한은 숫자를 보고 싶은 날만 보겠다고 했다. 투명성도 강제 관람이 아니라 접근 가능성으로 마련됐다.
저녁에는 거절 그림을 골랐던 아이가 조리사에게 수용소 이야기가 아닌 오늘의 악몽만 말했다. 조리사는 조사 진술로 옮기지 않고 치료 기록에도 필요한 범위만 남겼다. 모든 말이 법정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