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는 종탑에서 돌아온 뒤에도 장갑을 벗지 않았다. 회의실 화로가 충분히 뜨거웠는데도 손가락을 접은 채 창가에 섰다. 카일은 그가 다리우스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오른손 엄지를 감추는 버릇을 처음으로 알아보았다.
베른 대위가 진술서 첫 장에 날짜를 적었다. 레오가 요청한 자리는 심문실이 아니라 작은 지도실이었다. 문은 열려 있었고 복도에는 서기 한 명만 대기했다. 레오는 이안도 들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했지만, 먼저 말을 끊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기한이 벽에 네 줄을 그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레오가 말했다. "그 줄이 날짜가 아니라는 걸요."
카일은 질문을 삼켰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은 이미 여러 사람에게 너무 쉽게 던졌다. 베른이 고개를 끄덕이자 레오는 장갑의 끈을 풀었다. 오른손 엄지 아래에 가느다란 검은 흉터 네 개가 나란히 있었다.
다리우스와 레오가 변경 순찰대에 배속된 첫해, 두 사람은 불탄 농가를 살피다 검은 기수단의 습격을 받았다. 보고서에는 다리우스 실종, 레오 단독 귀환이라고만 적혔다. 레오는 숲에서 길을 잃었다고 진술했고, 당시 상관은 귀족가 자제가 포로가 됐다는 소문을 막으려고 그 설명을 받아들였다.
실제로 레오는 사흘 동안 폐광 안 우리에 갇혀 있었다. 첫날 밤 그라스가 물 한 그릇을 내려놓으며 벽에 네 줄을 그었다. 문이 안에서 열리는가, 먹을 것이 대답과 바뀌지 않는가,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맞지 않는가, 잠든 사이 다른 곳으로 옮겨지지 않는가. 네 가지가 모두 확인되기 전에는 구조자라는 말을 믿지 말라고 했다.
"그가 아이들을 살리려고 가르친 겁니까?" 이안이 물었다.
"아닙니다." 레오는 즉시 잘랐다. "붙잡힌 사람이 말을 빨리 하면 옮길 값이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오래 버티는 법을 알려 주고, 버틴 사람을 더 비싼 곳에 넘겼습니다. 살아남게 한 것과 살려 준 것은 다릅니다."
그라스는 레오의 귀족 반지를 보고 몸값을 계산했다. 다리우스는 반지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덤볐고, 레오가 보는 앞에서 끌려 나갔다. 그 뒤 어둠 속에서 한 번 비명과 금속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레오는 죽음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라스가 돌아와 다리우스의 칼끈을 내던지며 "한 명은 계산을 망쳤다"고 말했다.
사흘째 밤, 수레를 옮기는 혼란 속에서 레오는 배수구로 빠져나왔다. 그는 성으로 돌아오자마자 집안 관리인에게 먼저 발견됐다. 관리인은 포로가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기사단 진급과 혼담이 모두 끝난다며 입을 다물게 했다. 레오는 다리우스를 찾으러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혼자 갈 용기도 없었다.
"나는 다리우스를 버렸습니다." 레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 말을 농담처럼 흉내 냈습니다. 남보다 먼저 약한 곳을 찾으면 내가 다시 우리 안에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요. 카일에게 했던 말들도 그랬습니다."
카일은 훈련장에서 들었던 모욕을 떠올렸다. 노예의 몸으로 기사 흉내를 낸다는 말, 주인이 바뀌었을 뿐이라는 말. 그것은 레오가 겪은 일을 설명했지만 없애지는 않았다. 그는 그 차이를 분명히 말했다.
"당신이 갇혔던 일은 당신 잘못이 아니오. 하지만 나와 다른 사람에게 한 말은 당신 책임이오. 둘을 한 줄로 적지 맙시다."
레오는 처음으로 카일을 똑바로 봤다. "그렇게 적어 주십시오."
기한은 진술 자리에 부르지 않았다. 레오의 기억을 확인하려고 소년에게 같은 일을 다시 말하게 할 이유가 없었다. 대신 베른은 네 줄의 뜻이 서로 일치한다는 사실만 별도 비교표에 남기고, 기한의 기존 진술을 새 문서에 복사하지 않았다.
레오가 그라스의 말을 아는 이유는 이제 숨은 공모의 증거가 아니었다. 포로였던 경험과 그 뒤의 침묵이었다. 하지만 그라스의 행방에 관해 레오가 더 알고 있는지는 별개의 질문이었다. 베른은 마지막으로 북방 전투 뒤 그라스를 본 시점을 물었다.
"카일과 싸운 날, 그라스는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어깨에 상처를 입고 절벽 아래 통로로 후퇴했습니다. 나도 그가 빠져나가는 걸 봤습니다." 레오가 말했다. "그 뒤 두 번 쪽지를 받았습니다."
그는 장화 안쪽에서 작은 가죽 조각 두 장을 꺼냈다. 첫 장에는 '네 친구의 자리를 알고 싶으면 혼자 와라', 둘째에는 옛 통행세 징수소의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레오는 혼자 가지 않았지만 쪽지를 보고도 보고하지 않았다. 다리우스의 죽음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과 자신이 포로였다는 사실이 드러날 두려움이 얽혀 있었다.
베른은 쪽지의 발견 경위를 적고 봉인했다. 지연 보고는 징계 검토 대상이라고 알려 주었다. 동시에 레오가 포로였다는 사실을 이용한 협박에 대해서도 보호 절차를 붙였다. 책임을 묻는 일과 다시 협박당하지 않게 하는 일은 함께 할 수 있었다.
미라는 가죽 조각 가장자리의 기름을 살폈다. 검은 기수단이 말안장 방수를 위해 쓰는 송진과 같은 냄새였다. 통행세 징수소는 다크스 상단의 폐창고와 하루 거리였고, 베른하르트 장부에 없는 지점이었다. 그라스가 자기 길을 따로 마련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안은 레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그가 진술을 마칠 때까지 듣고 나서야 자신이 당시 실종 보고를 너무 빨리 종결했다고 인정했다. 다리우스의 집안이 조용한 처리를 원했고, 이안은 부대의 명예를 지킨다는 이유로 현장 수색을 사흘 만에 줄였다.
"당신도 보호한다는 말을 썼군요." 레오가 말했다.
이안은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공식 진술에서 말하겠다. 지금 네 말을 덮는 방식으로 내 책임을 섞지는 않겠다."
지도실 밖에는 저녁 훈련 종이 울렸다. 레오는 장갑을 다시 끼려다 멈추고 흉터가 보이는 손으로 진술서에 서명했다. 귀족 성보다 자기 이름을 먼저 썼다. 서기는 사본 한 부를 레오에게 건넸다.
카일과 레오는 함께 막사로 걸었다. 기한은 창가에 올려 둔 돌을 만지며 둘을 보았다. 레오는 네 줄을 아는 척하지 않았고, 자기 흉터를 증명처럼 내밀지도 않았다. 다만 문이 열린 쪽에 앉아도 되는지 물었다.
기한이 고개를 끄덕인 뒤에야 레오는 문턱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그라스가 살아 있으며 옛 통행세 징수소로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짧게 말했다. 그라스가 남긴 생존 규칙이 그의 죄를 덜어 주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살아 있으면 물을 수 있겠군." 기한이 말했다.
"그래." 카일이 답했다. "우리가 원하는 답을 주지 않아도, 그가 한 일을 살아 있는 사람의 이름으로 기록할 수 있어."
그날 벽에는 다섯 번째 줄이 생기지 않았다. 대신 레오의 진술서 끝에 새로운 문장이 붙었다. 그라스는 전투에서 후퇴해 생존했고, 다리우스 사건과 운송망에 관해 공식 조사가 필요한 인물이다. 소문 속 죽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의 책임이 처음으로 종이 위에 놓였다.
레오는 진술 사본을 접어 장갑 안에 넣지 않았다. 개인 보관함과 기사단 기록실에 각각 한 부를 두고, 협박 쪽지는 별도 봉인했다. 또 숨길 수 있는 자리보다 다른 사람이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를 골랐다.
다음 훈련에서 그는 카일에게 모욕했던 말을 공개적으로 반복해 사과하지 않았다. 듣지 않은 견습들에게 피해 내용을 퍼뜨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출신을 이유로 상대를 낮춰 부른 사실과 관련 징계 심사를 받겠다고 필요한 범위만 알렸다.
카일은 그 공지를 화해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레오가 무엇을 더 하는지, 다리우스 수색과 기한의 경계를 어떻게 지키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레오도 기다려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그라스의 생존이 확인되자 북방 전투 보고서도 정정됐다. 기존의 '적 지휘관 제압'은 '부상 후 퇴로로 이탈'로 바뀌었다. 카일의 공적 점수는 줄었지만, 그는 정정란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정확한 실패와 미완의 추격이 거짓 승리보다 다음 판단에 쓸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