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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4화]

밥 짓는 손, 칼 쥔 손

작성: 2026.03.24 08:33 조회수: 6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가상의 무협 세계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입니다. 작중 등장하는 무술, 비급, 문파 체계 등은 모두 허구이며, 폭력 묘사는 장르적 관습 안에서 다루어집니다.

새벽이 오기 전, 부엌의 아궁이에서 불씨가 먼저 깨어났다.

소령은 등짝의 열기 때문에 눈을 떴다. 정확히는 열기가 아니라 통증이었다. 어젯밤 기맥이 역류하며 온몸을 훑고 간 자리마다 근육이 쥐어짜인 듯 뻣뻣했고, 등에 새겨진 검결 문양이 있는 부위만 유독 뜨거웠다. 마치 누군가 인두로 살갗을 지지고 간 것처럼. 소령은 이를 악물고 상체를 일으켰다. 부엌 한쪽 구석, 가마솥 옆에 깔린 거적 위였다. 누가 여기까지 옮겨놓았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거적 위에 놓인 낡은 담요에서 마구간 건초 냄새가 났다.

아궁이 앞에 팽노가 쪼그려 앉아 있었다. 부지깽이로 불씨를 뒤적이는 손이 느릿했다. 등이 굽은 노인의 실루엣이 새벽 어스름 속에서 묘하게 컸다. 소령이 몸을 움직이자 팽노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일어났으면 물 떠 와라. 우물은 뒷마당이다."

소령은 대답 대신 일어섰다. 무릎이 후들거렸지만 벽을 짚지는 않았다. 짚으면 다시 눕게 될 것 같았다. 뒷마당으로 나가니 찬 공기가 폐를 찔렀다. 우물 두레박을 내리는데 팔뚝 근육이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해 줄이 두 번 미끄러졌다. 세 번째에야 물동이를 끌어올렸다. 물이 출렁이며 손등을 적셨다. 차가웠다. 그 차가움이 등의 열기를 잠시 잊게 해주었다.

부엌으로 돌아오니 팽노가 가마솥에 쌀을 씻어 넣고 있었다. 소령이 물동이를 내려놓자 팽노가 처음으로 소령의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주름 사이로 작은 눈이 날카로웠다.

"네 사부가 누구냐."

소령의 손이 멈췄다. 물동이 손잡이를 쥔 채로 굳었다. 사부. 그 단어가 가슴팍 어딘가를 눌렀다. 대답할 수 있는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을 입에 올리면 무언가가 무너질 것 같았다. 혹은 이미 무너진 것을 인정하게 될 것 같았다.

침묵이 길어졌다. 아궁이에서 장작이 톡, 하고 튀는 소리만 부엌을 채웠다. 팽노는 재촉하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돌려 솥 안의 쌀을 저었다. 그리고 선반에서 된장 단지를 내리고, 무를 썰기 시작했다. 칼질이 일정했다. 객잔 주인이 수십 년 해온 손놀림이었다. 소령은 그 칼질 소리를 들으며 입을 열지 못했다. 팽노가 다시 말했다.

"대답 안 해도 된다. 밥은 끓인다."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목을 조였다. 소령은 고개를 숙이고 물동이를 솥 옆으로 옮겼다.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그것뿐이었다.

국밥이 끓는 동안 소령은 부엌 구석에 앉아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어젯밤 기맥이 역류할 때 손끝까지 경련이 왔었다. 지금은 미세하게 떨리는 정도였지만, 이 손으로 검을 쥘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아니, 검 이전에 이 손으로 밥그릇을 제대로 들 수 있을지부터가 문제였다. 솥에서 김이 올라오며 된장과 무가 섞인 구수한 냄새가 부엌을 채웠다. 소령의 빈속이 소리를 냈다. 부끄러웠지만 감출 수 없었다.

팽노가 뚝배기에 국밥을 퍼 담아 소령 앞에 밀어놓았다. 밥알이 국물 위에 도톰하게 떠 있었다. 소령은 숟가락을 들었다. 첫 술을 떠넣는 순간 뜨거운 국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위장이 쪼그라들 듯 반응했다. 며칠째 제대로 먹지 못한 몸이었다. 두 번째 술, 세 번째 술. 먹는 속도가 빨라졌다. 팽노는 맞은편에 앉아 자기 그릇의 국밥을 천천히 떠먹으며 소령을 지켜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다그치는 말보다 무거웠다.

마당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가볍지만 정확한 보폭. 막리연이 부엌 문턱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새벽 찬 공기를 맞고 온 얼굴이 창백했고, 손에는 약초 보따리가 들려 있었다. 소령의 뚝배기를 보더니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밥은 먹을 수 있구나. 그럼 죽진 않겠다."

소령이 숟가락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막리연의 눈이 소령의 등, 정확히는 옷 아래 검결 문양이 있는 부위를 향해 있었다. 소령은 본능적으로 등을 의자 등받이에 붙였다. 막리연이 보따리를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 문양, 네가 원해서 새긴 게 아니지."

질문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소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국밥을 한 술 더 떴다. 막리연이 팽노를 보았다. 팽노는 국밥 그릇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였다. 두 사람 사이에 소령이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오갔다. 소령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숟가락 자루가 손바닥에 파고들었다.

막리연이 탁자 맞은편에 앉았다. 보따리를 풀자 마른 약초 사이로 쓴 냄새가 퍼졌다. 그녀가 약초를 하나씩 골라내며 말을 이었다.

"검결이 등에 새겨진 상태에서 기맥을 억지로 끌어쓰면 역류가 반복된다. 어젯밤처럼. 다음번엔 기절로 끝나지 않아. 경맥이 끊어지거나, 심하면 단전이 깨진다."

소령의 숟가락이 뚝배기 가장자리에 부딪혀 딸깍 소리를 냈다. 단전이 깨진다. 그 말의 무게를 모를 만큼 어리지는 않았다. 검을 쥘 수 없게 된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온전히 서 있을 수 없게 된다는 뜻이었다.

"기초 내공부터 다시 쌓아야 해. 검결이 요구하는 기의 흐름과 네 몸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맞추는 작업이 먼저야."

소령이 고개를 들었다. 막리연의 눈을 처음으로 똑바로 보았다.

"왜요."

짧은 한마디였다. 왜 도와주느냐는 뜻이었다. 막리연은 잠시 소령을 바라보다가 약초 줄기를 꺾었다. 마른 줄기가 부러지는 소리가 작게 났다.

"빚이 있어서."

누구에게 진 빚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팽노가 빈 그릇을 들고 일어서며 등을 돌렸다. 그 등이 평소보다 더 굽어 보였다. 소령은 두 사람의 침묵 속에서 자신이 모르는 과거의 윤곽을 어렴풋이 느꼈다. 도현진이라는 이름이 혀끝까지 올라왔다가 삼켜졌다.

소령은 뚝배기에 남은 국밥을 마지막 한 술까지 긁어먹었다. 빈 그릇을 내려놓는 손이 더는 떨리지 않았다. 아니, 떨림을 의지로 눌렀다. 소령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팽노가 설거지통 앞에서 고개를 돌렸다. 막리연이 약초 손질을 멈추고 올려다보았다.

"수련, 가르쳐 주십시오."

소령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처음으로 스스로 무언가를 청하는 말이었다. 밥을 달라는 것도, 잠자리를 달라는 것도 아닌, 자기 몸에 새겨진 것의 무게를 감당하겠다는 선택이었다. 막리연이 소령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짧게.

팽노는 설거지통에 손을 담근 채 창밖을 보았다. 동이 트고 있었다. 객잔 마당 너머로 붉은 기운이 번지는 하늘 아래, 팽노의 입술이 소리 없이 움직였다. 아무도 듣지 못한 이름 하나가 새벽 공기 속에 흩어졌다. 소령의 빈 뚝배기가 탁자 위에서 아직 김을 내뿜고 있었다. 국밥 한 그릇의 온기가 채 식기 전에, 소년은 다음 무게를 짊어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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