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오전 열 시 이십칠 분, 임도현은 예약보다 삼 분 먼저 도착했다. 처음 상담 때와 같은 시간이었다. 이번에는 커피를 권하기 전에 먼저 물 한 잔을 요청했다.
도현우는 테이블에 기존 계약 요약과 공식 약관 사본, 확인 질문 목록을 놓았다. 상품 비교안은 가져오지 않았다. 임도현이 궁금해한 것은 기존 특약을 없애도 되는지였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원칙적으로 복원이 어렵다고 하셨죠." 임도현이 물었다. "그 예외가 뭔지 알아봤습니까?"
현우는 회사 고객센터와 계약관리 부서의 회신을 나눠 보여 줬다. 해당 특약을 해지하면 같은 계약 안에서 단순 복원하는 절차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착오 처리나 정해진 철회 기간 같은 별도 제도가 있을 수 있어 모든 상황을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 실수로 없애도 다시 못 살리는 건가요?"
"현재 계약에서 임의 해지한 뒤 원상복구가 보장되는 절차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구체적인 사정이 생기면 공식 문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지금 불확실한 상태에서 없애는 선택은 권하지 않습니다."
임도현은 약관의 한 문장을 가리켰다. 보장 변경에 관한 문구였지만 특약 해지와 감액의 차이가 분명하지 않았다. 현우도 한 번 읽고 바로 해석을 확정하지 않았다.
"이 문구는 제가 설명으로 채우기보다 계약 번호와 질문을 붙여 공식 답을 받겠습니다. 문의 범위는 이 특약의 변경 가능 절차와 해지 뒤 처리입니다. 다른 병력이나 동료 계약은 포함하지 않습니다."
임도현은 공식 문의에 동의했다. 문의 결과는 본인에게 업무용 이메일로 교부하고, 오진수나 강준혁에게는 공유하지 않는 범위를 확인했다.
"강준혁 씨는 어떻게 했습니까?" 임도현이 물었다.
현우는 웃지 않고 답했다. "다른 고객의 상담 여부와 선택은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임도현 님의 질문만 보겠습니다."
임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 대리가 정말 아무것도 안 알려 준다고 했는데, 똑같네요."
"서로 경험을 나누신 건 각자의 선택입니다. 제가 파일 사이를 연결하지 않는 것이 제 책임입니다."
두 사람은 현재 특약을 유지하는 경우와 없애는 경우를 표로 봤다. 현우는 유지가 무조건 유리하다고 쓰지 않았다. 현재 보험료와 계약 목적, 향후 필요를 함께 확인해야 했다.
임도현은 지금 보험료가 감당 가능하고, 특약을 없애야 할 급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새 계약으로 대체할 계획도 없었다.
"그럼 일단 유지하고 공식 답만 받아보죠. 답이 와도 자동으로 변경되는 건 아니죠?"
"네. 문의는 설명을 받는 절차입니다. 변경 신청과 전자서명은 별도이고, 요청하지 않으면 계약 내용은 바뀌지 않습니다."
현우는 '기존 특약 유지, 공식 문의만 진행, 변경 신청 없음'을 큰 글씨로 적었다. 임도현이 문장을 읽고 맞다고 확인했다.
공식 문의서에는 고객이 왜 걱정하는지 심리 추정을 넣지 않았다. 약관 조항, 현재 계약 상태, 알고 싶은 절차, 답변 희망 방식만 있었다.
임도현은 문의서 사본의 페이지 수를 확인했다. "이런 걸 물으면 나중에 보험금 받을 때 불리해지는 건 아닙니까?"
현우는 단정하지 않았다. "질문했다는 사실만으로 향후 지급 결과를 제가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문의 내용은 계약 절차 확인이고, 실제 지급은 사고 사유와 계약 내용, 공식 심사에서 따로 판단됩니다."
그 답이 만족스러운지 임도현의 표정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그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질문한 내용이 그대로 적혔는지 다시 봤다.
"지난번에 제가 강준혁 씨 이름을 물어서 많이 의심했죠?" 임도현이 말했다.
현우는 잠시 생각했다. "서로의 일정을 알고 계셔서 하나의 목적이 있다고 추측했습니다. 오진수 님에게 직접 확인했고, 같은 안내문을 봤지만 상담 목적은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우리는 점심 먹으면서 누가 먼저 갈지만 얘기했어요. 설계사를 평가하러 간 건 아니고요."
"확인했습니다. 제가 고객 정보는 말씀드리지 않은 것도 그대로 유지하겠습니다."
그 대화는 상담 메모의 핵심 사실로 넣지 않았다. 소개 경로 확인 기록에만 당사자 설명 범위로 연결했다.
오전 열한 시 십 분, 공식 문의가 접수됐다. 답변 예정일은 다섯 영업일 뒤였다. 현우는 그 날짜를 임도현에게 보여 주고 지연되면 이유를 안내받을 창구도 적었다.
임도현은 새 상품 자료가 없는지 확인했다. "오늘은 뭘 권하지 않네요."
"기존 특약을 없앨지 확인하는 자리에서 대체 상품부터 보여 드리면 선택 순서가 바뀝니다. 새 비교를 원하시면 별도로 요청해 주세요."
"지금은 됐습니다."
현우는 그 말을 후속 제안 보류로 기록했다. 영구적으로 어떤 보험도 필요 없다는 뜻으로 확대하지 않았다.
상담이 끝난 뒤 임도현은 오진수에게 전할 말을 남기지 않았다. 현우도 묻지 않았다. 악수는 첫날보다 조금 길었지만 그 온도를 신뢰 점수로 기록하지 않았다.
아라는 문의 번호를 확인했다. "고객이 유지하기로 했는데도 회신 뒤 또 전화할 거야?"
"문의 결과 전달 한 번에 동의했습니다. 그 통화에서 변경이나 새 계약은 고객이 먼저 요청하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습니다."
다섯 영업일 뒤 회신이 도착했다. 약관상 해당 특약의 임의 해지 뒤 자동 복원 절차는 없고, 계약 변경은 별도 신청과 회사 확인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인 예외 상황은 사실관계별로 심사한다고 적혀 있었다.
현우는 문의 번호와 계약 번호, 회신 담당 부서가 처음 접수한 범위와 같은지 먼저 대조했다. 다른 특약이나 건강 정보에 관한 답이 섞이지 않았고, 회신 날짜도 예정일 안에 있었다. 그는 한 문장만 떼어 고객에게 보내지 않고 질문과 답, 확인 한계가 함께 있는 원문 사본을 준비했다.
시스템의 계약 변경 이력도 확인했다. 문의를 접수한 날부터 회신일까지 해지·감액·전자서명 기록은 없었고 현재 특약 상태는 유지로 표시돼 있었다. 문의 창구의 답이 운영 화면에서 변경 신청으로 잘못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아라가 별도 계정으로 다시 봤다.
"회신을 읽었다고 유지 신청을 또 해야 합니까?" 임도현이 물었다.
"현재 유지 상태를 바꾸는 신청을 하신 적이 없습니다. 오늘은 답을 받은 사실과 기존 선택이 그대로인지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임도현은 기존 선택을 유지한다고 답했고, 현우는 새 계약 없음과 변경 신청 없음이라는 상태를 함께 읽어 줬다. 그 표현은 앞으로 어떤 선택도 못 한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 이 상담에서 새 절차가 생기지 않았다는 확인이었다.
수령 확인 뒤 회신 링크는 정해진 기간만 열리게 했다. 소개자에게 전달하는 버튼은 없었고, 후속 일정에는 보존기간 관리 외 영업 알림이 남지 않았다. 공식 문의가 끝난 자리에 판매 절차가 자동으로 생기지 않도록 닫는 일까지가 현우의 마지막 확인이었다.
현우는 임도현에게 공식 문구와 확인 한계를 그대로 설명했다. 임도현은 현재 특약 유지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추가 질문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 여기서 끝내 주세요. 필요하면 제가 연락하겠습니다."
현우는 문의 결과 교부와 수령 확인 뒤 후속 알림을 닫았다. 특약은 없어지지 않았고 새 계약도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모호했던 질문은 담당 부서와 날짜가 있는 답으로 바뀌었다.
파일 마지막 상태에는 세 줄이 있었다. 기존 특약 유지. 공식 문의 회신 교부. 새 계약·변경 신청 없음. 강준혁과 같은 안내문을 봤어도 선택은 전혀 같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