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오후 두 시, 강준혁은 상담실에 앉자마자 두 개의 명함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하나는 자기 회사 명함이었고, 다른 하나는 회사 복지 담당자 연락처였다.
도현우는 지난 상담에서 요청받은 비교표를 꺼냈다. 두 상품의 납입기간과 갱신 여부, 주요 항목, 확인해야 할 조건을 같은 순서로 적었다. 보험료 숫자에는 산출 기준일이 붙어 있었다.
"이게 오늘 가입할 수 있는 금액인가요?" 강준혁이 물었다.
"오늘 기준 예시입니다. 실제 신청과 심사를 거치기 전에는 계약이나 보장이 확정된 금액이 아닙니다. 건강 관련 질문도 공식 절차에서 본인이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강준혁은 비교표 첫 장보다 마지막 장을 오래 봤다. 마지막에는 '현재 확인되지 않은 자료'라는 칸이 있었다. 직장 단체 보장의 기간, 항목, 퇴직·부서 이동 때 유지 여부.
"회사에서 암 관련 지원이 있다고 들었는데, 정확히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르더라고요. 오 대리도 그냥 복지포인트 화면만 봤다고 하고."
현우는 오진수의 상담 내용을 확인해 주지 않았다. "복지 담당자에게 본인에게 적용되는 공식 안내를 요청하실 수 있습니다. 동료가 가진 정보가 같다고 가정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강준혁은 회사 명함을 뒤집어 복지 담당 번호를 적었다. 현우가 대신 전화해 주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단체 보장 정보도 강준혁의 동의와 회사 절차 안에서 받아야 했다.
"그걸 확인하고 나면 부족한 만큼만 들면 되나요?"
"단순히 금액을 빼는 방식으로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보장기간, 적용 조건, 개인 계약을 유지할 목적과 예산을 함께 보셔야 합니다. 오늘은 확인할 질문을 정할 수 있습니다."
현우는 질문 목록을 만들었다. 현재 가입 대상인지, 보장 기간이 언제까지인지, 개인이 청구하는 절차인지, 퇴직 뒤 종료되는지. 실제 지급은 사유와 공식 심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문장도 붙였다.
강준혁은 비교표를 다시 펼쳤다. "오진수 씨는 뭐가 낫다고 했어요?"
"오진수 님의 상담 내용이나 선택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같은 팀이어도 예산과 기존 계약, 목적은 다를 수 있습니다."
강준혁은 기분 나빠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임도현 씨가 고객 정보라서 아무 말 안 해 준다고 하던데, 진짜였네요."
그 말로 세 사람이 상담 대응을 서로 이야기했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현우는 그것을 평가 조직의 증거로 키우지 않았다. 각자가 자기 경험을 말한 것이었다.
"서로 경험을 공유하실 수는 있습니다. 다만 제가 다른 분의 파일을 확인해 드리거나 결과를 전하지는 않습니다."
강준혁은 첫 상담 때 오진수가 가입했는지 묻고 말을 비껴갔던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팀이라면 비슷한 선택을 해도 되는지 궁금했지만 직접 캐묻는 게 어색해 말을 줄였다고 했다.
현우는 그 설명을 고객 성향 메모로 남기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준혁 자신의 결정이었다.
두 사람은 월 예산을 다시 확인했다. 강준혁은 처음 말한 금액보다 실제 감당 가능한 범위가 작다고 했다. 최근 이사 비용이 생겼고, 고정 지출을 먼저 정리하고 싶었다.
현우는 보험료를 맞추려고 중요한 항목을 임의로 빼지 않았다. 예산 안에서 다시 설계할 수 있지만, 단체 보장 확인 전에는 비교 기준 자체가 불완전하다고 말했다.
"그럼 오늘은 안 하는 게 낫겠네요." 강준혁이 말했다.
현우는 아쉬운 표정을 감추는 대신 선택을 정확히 물었다. "신규 신청을 보류하고, 회사 자료를 직접 확인하신 뒤 필요할 때 다시 연락하시겠다는 뜻입니까?"
"네. 비교표는 가져가고, 먼저 전화는 하지 말아 주세요. 제가 확인하면 연락하겠습니다."
현우는 후속 연락 범위를 '당사자 재연락 전 권유 중지'로 바꿨다. 비교표 전달 확인 문자 한 건 외에 일정 알림이나 상품 안내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강준혁이 물었다. "자료 확인 기한 같은 건 없습니까?"
"이 비교표의 보험료 기준일은 있습니다. 나중에 다시 보실 때는 조건과 금액을 새로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 안에 신청해야 할 의무나 제가 정한 마감은 없습니다."
그는 비교표 각 장의 확인 시점을 표시했다. 강준혁이 가져간 자료가 미래의 보장 약속처럼 남지 않도록 했다.
강준혁은 신청서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전자서명 화면도 열리지 않았다. 수령 확인에는 '비교 자료 수령, 신규 신청 보류'라고 적혔다.
"상담을 두 번이나 했는데 계약 안 하면 불편하지 않으세요?" 그가 물었다.
현우는 실적판을 떠올렸지만 솔직하게 답했다.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확인하지 않은 정보를 채운 채 진행하는 것보다 지금 선택을 그대로 남기는 게 제 일입니다."
강준혁은 비교표를 반으로 접었다가 다시 펼쳐 파일에 넣었다. 종이를 접으면 숫자가 가려져서라고 했다. 작은 동작이었지만 현우는 재촉하지 않았다.
상담실을 나가기 전 강준혁은 오진수에게 결과를 말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현우는 그것은 강준혁 자신의 선택이지만, 현우가 대신 말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그럼 제가 알아서 할게요. 아마 안 물어볼 겁니다."
그가 떠난 뒤 아라는 파일 상태를 확인했다. "보류를 진행 중으로 잡았어?"
"아니요. 신규 신청 없음, 당사자 재연락 전 후속 권유 중지로 닫았습니다. 나중에 연락하면 새 기준일로 다시 시작합니다."
아라는 비교표 생성 이력과 신청서 미생성 상태를 함께 보라고 했다. 말로 보류했다고 해도 시스템에 서명 대기 문서가 남으면 자동 연락이 갈 수 있었다.
현우는 초안 설계 두 건을 '고객 비교용 교부 완료, 신청 아님'으로 잠갔다. 자동 후속 일정도 제거했다. 삭제하지 않은 이유는 전달한 내용과 기준일을 나중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민재는 발송 대기함에 남은 안내가 없는지 확인했다. 비교표 링크 만료 안내 한 건만 있었고, 상담 예약이나 신청 마감처럼 읽히는 문장은 없었다. 현우는 그 안내도 고객이 요청한 교부 관리 범위를 넘지 않는지 아라에게 다시 검토받았다.
회사 복지 담당자에게 보낼 질문은 강준혁이 직접 작성했다. 현우는 단체방 명단이나 동료의 계약 정보를 받지 않았고, 본인 적용 여부와 기간을 확인하는 항목만 정리했다. 회신은 강준혁에게 먼저 가며 현우에게 공유할지는 그가 다시 선택하기로 했다.
"회사 답이 오면 비교표 그대로 쓰면 되죠?" 강준혁이 물었다.
"기준일이 지나거나 조건이 달라지면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지금 표는 신청서가 아니고, 회신이 와도 자동으로 새 절차가 시작되지는 않습니다."
현우는 공식 자료를 받은 뒤 스스로 다시 연락한다는 조건을 상태표에 적었다. 확인 기한을 판매 마감처럼 만들지 않았고, 아무 연락이 없어도 동의나 거절의 이유를 추측하지 않기로 했다.
오후 늦게 강준혁에게 교부 확인 문자가 한 번 발송됐다. 답장을 요구하지 않았고, 링크 만료일과 개인정보 문의 창구만 있었다.
현우는 계약 수 표에 숫자를 더하지 않았다. 대신 고객 선택 기록에 '단체 보장 공식 확인 전 신규 신청 보류'가 남았다. 계약이 없는 선택도 이유와 경계가 있으면 완성된 상담 기록이 될 수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강준혁이 잠시 접었다 편 자국이 남은 비교표 사본이 있었다. 현우는 그것을 새 고객에게 재사용하지 않고 해당 파일에 보관했다. 같은 회사에서 온 사람이라도 같은 표의 답을 물려받지 않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