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전, 도현우는 전날 통화기록을 다시 열었다. 임도현의 말을 전한 뒤 오진수가 남긴 대답은 '그렇군요' 한마디였다. 현우는 그 침묵에 자신이 그려 넣은 삼각형이 사실인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그는 오진수에게 짧은 문자를 보냈다. 상담 결과를 묻는 것이 아니라 소개 경로와 연락처 전달 범위를 직접 확인하고 싶으며, 점심시간에 만날 수 있는지 물었다.
오진수는 회사 근처 카페를 제안했다. 답장은 빠르지 않았고 변명도 없었다. 현우는 수첩에서 세 사람 이름을 새 페이지로 옮기지 않았다. 오늘은 추측 목록을 늘리러 가는 자리가 아니었다.
서아라는 복귀 뒤 쌓인 서류를 정리하다가 현우의 외출 일정을 봤다. "오진수 씨 만나러 가?"
"네. 왜 소개받은 분들이 서로 일정을 알고 있었는지 직접 묻겠습니다. 상담 내용은 말하지 않고요."
아라는 잠시 펜을 멈췄다. "내가 감사 지원에서 그 회사 복지상담 안내문을 본 적은 있어. 개인 이름은 없었고, 상담 연락처 하나가 적힌 문서였어."
현우가 고개를 들었다. "왜 진작 말 안 했어요?"
"그 문서가 네 고객들과 같은 경로인지 확인하지 못했고, 감사 지원 자료를 마음대로 꺼낼 수도 없었어. 다만 일반 경로가 있다는 사실까지 늦게 말한 건 내 판단이 부족했어. 오늘 당사자에게 확인해."
아라는 미안하다는 말로 현우의 질문을 닫지 않았다. 현우도 지금 따져야 할 범위를 메모했다. 안내문 출처, 연락처를 공유한 사람, 소개받은 사람이 서로 알게 된 경로, 각자가 요청한 목적.
카페에는 오진수가 먼저 와 있었다. 회사 출입증은 재킷 주머니에 넣었고 테이블 위에는 휴대전화만 놓여 있었다. 그는 현우가 앉자 커피를 권하기보다 바로 물었다.
"소개받으신 분들 때문에 오신 거죠?"
"네. 제가 몇 사람을 같은 의도로 묶어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확인된 사실부터 듣고 싶습니다."
현우는 수첩을 펼치되 상담 결과 페이지는 보이지 않게 덮었다. "김정호 고객님에서 박미경 님, 오진수 님, 강준혁 님과 임도현 님으로 연락이 이어진 경로를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오진수는 물컵을 한 번 돌렸다. "김 이사님이 회사 복지게시판에 보험을 정리하고 싶은 사람은 도현우 설계사에게 직접 문의해 보라고 올렸습니다. 회사가 계약을 맺은 상담도 아니고, 참여해야 하는 프로그램도 아니었어요."
안내문에는 현우의 업무용 번호와 '기존 계약을 차분히 정리해 준다'는 문장이 있었다. 상품이나 가입 혜택, 회사 지원금은 적혀 있지 않았다.
"제 번호를 게시해도 된다는 확인은 누가 했습니까?" 현우가 물었다.
"김 이사님은 명함에 있는 업무용 번호라 괜찮다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저는 그 게시물을 보고 연락했고요. 별도 동의를 받은 기록은 못 봤습니다."
현우는 잘못이라고 단정하기 전에 그 사실을 적었다. 공개된 업무용 연락처여도 어느 범위로 배포되는지는 별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박미경은 다른 부서에서 그 게시물을 봤다. 김정호가 직접 예약을 도왔지만, 실제 목적은 기존 계약의 목록과 갱신 시기를 정리하는 것이었다. 오진수는 그의 상담 결과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박미경 님이 저를 시험해 보겠다고 했다는 얘기는 없었습니까?"
오진수는 눈썹을 조금 올렸다. "그런 얘기는 못 들었습니다. 박 과장님은 원래 말이 짧고 서류를 직접 확인하는 사람입니다."
현우는 상담실에서 들었던 '칭찬은 아직 아니다'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 문장을 비밀 점검의 단서로 키운 것은 자신이었다. 박미경의 말투와 목적은 당사자에게 다시 확인해야 했다.
오진수 자신은 여러 계약의 갱신 구조를 이해하고 싶어 연락했다. 상담 뒤 같은 팀에 안내문을 공유하면서, 신입이지만 모르면 확인해서 답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강준혁 씨와 임도현 씨에게 동시에 연락하라고 시킨 건가요?"
"아닙니다. 단체 대화방에 업무용 연락처를 올렸고 두 사람이 각자 연락했습니다. 강 대리는 첫 암보험을 비교하고 싶다고 했고, 임도현 씨는 기존 특약을 건드려도 되는지가 궁금하다고 했어요."
강준혁과 임도현은 같은 프로젝트 회의에서 서로 상담 날짜를 이야기했다. 그래서 강준혁은 임도현의 예약을, 임도현은 강준혁이 먼저 다녀간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분들이 제 반응을 같이 평가한 건 아닙니까?"
오진수는 고개를 저었다. "점심시간에 보험 얘기를 한 건 맞지만 감사나 평가를 부탁한 적은 없습니다. 제가 임도현 씨를 까다롭다고 말한 건 질문을 꼼꼼히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괜히 사람을 미리 규정한 건 미안합니다."
현우는 '비밀 감사 아님'이라고 쓰지 않았다. 대신 오진수가 요청하거나 조직한 평가가 없었고, 동료들이 일정과 경험을 자발적으로 공유했다고 기록했다. 다른 대화가 전혀 없었다고 넓혀 단정하지 않았다.
"임도현 님이 오진수 님에게 잘 부탁한다고 전해 달란 말은 무슨 뜻이었습니까?"
오진수는 한동안 생각했다. "프로젝트에서 제가 자료를 늦게 주는 일이 있어서 그 말을 한 것 같습니다. 상담과는 상관없는 농담에 가까웠는데, 현우 씨는 맥락을 모르셨겠네요."
현우는 웃지 않았다. "고객 사이 업무 농담을 제가 전달하면서 상담 관계를 추측했습니다. 앞으로는 전달 목적을 물어보겠습니다."
오진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동료들에게 상담 결과를 자신에게 알려 달라고 한 적이 없고, 현우에게도 다른 사람의 결과를 묻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우는 안내문 사본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오진수는 회사 게시판 문서라 인사 담당자 승인 없이 전달할 수 없다고 했다. 대신 제목과 게시일, 작성 부서, 현재 게시 상태를 적어 주었다.
"지금도 게시돼 있습니까?"
"네. 다만 연락처 공유 동의가 없었다면 내리는 게 맞겠죠. 인사 담당자에게 확인하겠습니다."
현우는 즉시 삭제하라고 명령하지 않았다. 안내문 보존과 중지 여부는 회사 담당 절차에서 결정해야 했고, 앞으로의 연락 방식은 자신의 동의 범위를 명확히 하면 됐다.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네 명의 실제 목적을 다시 읽었다. 기존 계약 정리, 갱신 구조 확인, 첫 가입 비교, 기존 특약 유지 여부. 같은 안내문에서 출발했지만 같은 결론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김정호 고객님이 제 상담을 회사 차원에서 시험하려 한 건 아니군요."
"개인적으로 추천했을 뿐입니다. 회사는 장소도 비용도 지원하지 않았어요." 오진수가 말했다. "그래도 게시판에 올리는 과정이 너무 가벼웠던 건 맞습니다."
현우는 김정호에게 옛 계약이나 가족 이야기를 묻지 않았다. 이미 끝난 상담을 소개 경로 확인 때문에 다시 열 필요는 없었다. 업무 연락처를 게시한 경로만 별도 운영 사실로 남겼다.
카페를 나가기 전 오진수는 물었다. "그럼 동료들 상담은 잘된 겁니까?"
현우는 대답했다. "각자 확인할 일이 남아 있고 결과는 당사자에게만 말씀드립니다. 오늘은 경로를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진수는 잠깐 멈췄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질문이 자연스러운 궁금증이어도 답할 범위는 달라지지 않았다.
지점으로 돌아온 현우는 수첩의 삼각형을 지우지 않았다. 대신 옆에 실제 경로를 새로 그렸다. 복지게시판 안내문, 당사자 직접 연락, 동료 간 일정 공유. 추측 그림과 확인 그림이 나란히 있어야 자신이 어디서 앞서갔는지 볼 수 있었다.
아라는 그 페이지를 보지 않고 물었다. "확인됐어?"
"같은 안내문은 맞았습니다. 하지만 목적은 네 사람 모두 달랐고, 감사나 시험을 부탁받은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연락처 배포 동의와 상담 결과 비공유 기준은 다시 정해야 합니다."
아라는 자신이 본 안내문 제목과 오진수가 말한 제목이 같음을 공식 공유 가능한 범위에서 확인했다. 그 이상의 감사 자료는 고객 파일에 넣지 않았다.
현우는 네 사람 이름 사이에 그었던 선을 지웠다. 소개는 사실이었고 서로 아는 관계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 선이 곧 하나의 의도나 결말을 뜻하지는 않았다. 선을 긋기 전에 물었더라면 더 빨리 알 수 있었던 평범한 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