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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11화]

전화기를 들기 전에

작성: 2026.06.24 09:08 조회수: 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보험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며 실제 상품 추천이나 보장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오후 한 시가 조금 넘었다. 상담실 문은 닫혀 있었고, 임도현이 앉았던 의자는 아직 조금 당겨진 채로 있었다. 현우는 그 의자를 제자리로 밀어 넣으려다 손을 멈췄다.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뭔가를 건드리기 전에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상담이 끝난 뒤에도 사람이 앉았던 흔적은 잠깐 남는다. 의자 등받이에 살짝 눌린 자국, 테이블 위에 남은 종이컵. 커피는 반쯤 남아 있었다. 임도현은 마지막 말을 꺼내면서 컵을 내려놓았고, 그 뒤로는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수첩을 폈다. 오진수, 강준혁, 임도현. 세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나란히라고 해봐야 볼펜으로 줄 두 개 그어놓은 게 전부였지만, 현우 눈에는 그 간격이 점점 좁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엔 각자 다른 페이지였다. 이제는 한 페이지 안에 다 들어왔다. 현우는 펜 끝으로 오진수라는 이름 위를 가볍게 두드렸다. 두드리다 멈췄다. 뭔가를 결정하려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손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밥은 먹었어?"

문 너머에서 아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현우는 수첩을 덮고 상담실 문을 열었다. 아라는 자기 자리에서 도시락 뚜껑을 열면서 이쪽을 보지도 않은 채 물었다. 현우는 아직 아무것도 안 먹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배가 고픈지도 몰랐다. 그게 조금 이상했다.

"아, 깜빡했어요."

"깜빡한 게 아니고 생각이 많았던 거지."

아라가 젓가락으로 반찬 하나를 집으면서 말했다.

"오전 상담 끝나고 상담실에서 나온 거 봤는데, 표정이 그랬어."

현우는 잠깐 멈칫했다.

"표정이 어땠는데요."

"뭔가 더 있는 사람 표정."

아라가 짧게 말했다. 설명을 더 붙이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더 정확하게 들렸다. 현우는 뭔가를 반박하려다 그냥 뒀다. 맞는 말이었으니까.

탕비실에서 컵라면을 하나 꺼내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물을 붓고 기다리는 동안 다시 수첩을 펼쳤다. 뜨거운 김이 얼굴 쪽으로 올라왔다. 임도현이 마지막에 꺼낸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됐다. 오진수 씨한테 잘 부탁한다고 전해달라. 그 말의 방향이 문제였다. 오진수에게 전해달라는 건지, 오진수를 통해 누군가에게 전해달라는 건지. 임도현의 어조는 어느 쪽으로도 읽힐 수 있었다. 그리고 강준혁의 이름을 꺼낸 타이밍. 상담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게 자연스럽지 않았다. 현우가 먼저 꺼낸 이름이 아니었다.

컵라면을 먹으면서 오진수의 명함을 꺼냈다. 수첩 뒤표지 안쪽에 끼워두었던 것이었다. 명함 가장자리가 조금 구겨져 있었다. 전화를 걸어야 하는 건 분명했다. 임도현이 직접 전해달라고 했으니까. 그런데 그 전에 확인하고 싶은 게 생겼다. 현우는 면이 다 불어버린 라면을 그냥 먹었다. 맛이 어떤지는 잘 몰랐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사무실이 다시 채워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키보드 소리, 전화 받는 목소리, 누군가 의자를 끄는 소리. 일상적인 소음들이 돌아왔다. 현우는 그 소음 안에 앉아서 모니터를 켜놓고 아무것도 입력하지 않았다. 화면에 커서만 깜빡이고 있었다. 아라가 현우 자리 옆을 지나치면서 멈췄다. 잠깐만, 하는 표정이었다. 현우는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그 사람, 임도현 씨 맞지."

아라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물어보는 건지 확인하는 건지 경계가 불분명했다.

"네. 오전에 다녀갔어요."

"어땠어."

현우는 잠깐 생각했다.

"무난했어요. 근데 이상하게 무난했어요."

아라가 뭔가를 더 말하려다 멈췄다. 그 멈춤이 꽤 길었다. 아라의 눈이 현우 책상 위 수첩을 한 번 스쳤다가 돌아갔다.

"그 사람이 여기 온 게 이번이 처음이야?"

"네."

"그럼 됐어."

아라가 짧게 말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됐어, 라는 말이 안심의 뜻인지 그 반대인지 현우는 알 수 없었다. 아라는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었다. 충분히 말했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남들보다 일찍 왔다. 현우는 아라의 뒷모습을 잠깐 봤다가 다시 수첩으로 시선을 내렸다.

오후 두 시가 넘어서 현우는 수첩을 다시 꺼냈다. 세 이름 아래에 화살표를 그렸다. 오진수에서 강준혁, 강준혁에서 임도현, 임도현에서 다시 오진수. 삼각형이 만들어졌다. 현우는 그 삼각형을 한참 봤다가, 볼펜으로 가운데에 물음표를 하나 찍었다. 이 구도가 실제로 있는 건지, 자기가 만들어낸 건지. 그것부터 확인해야 했다. 현우는 볼펜을 내려놓고 손을 한 번 폈다 오므렸다. 손바닥이 약간 땀이 나 있었다.

전화를 걸기로 했다. 오진수에게. 임도현의 말을 전하는 게 맞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있을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라는 말이 조금 찜찜했지만,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수첩을 들고 상담실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았다. 아까 임도현이 앉았던 의자는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 있었다. 언제 밀어 넣었는지 기억이 없었다. 현우는 반대편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 오진수의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두 번 갔다. 세 번째 신호음 직전에 전화가 연결됐다.

"여보세요."

오진수의 목소리는 약간 낮고 바빠 보였다. 밖에 있는 것 같은 소음이 뒤에 깔려 있었다. 바람 소리인지, 차 소리인지.

"안녕하세요, 오진수 씨. 저 박현우인데요. 통화 괜찮으세요?"

짧은 침묵이 있었다. 그 침묵이 이상하게 한 박자 길었다.

"아, 네. 괜찮아요."

소음이 조금 줄어들었다. 자리를 옮긴 것 같았다. 현우는 수첩 위의 삼각형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짚으면서 말했다.

"오늘 임도현 씨 상담이 있었거든요. 마치고 나가시면서, 오진수 씨한테 잘 부탁한다고 전해달라고 하셔서요."

이번엔 침묵이 더 길었다. 현우는 그 침묵 안에서 숨을 참았다. 상담실 안이 조용했다. 아까 임도현이 마시다 남긴 종이컵이 아직 테이블 위에 있었다. 커피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렇군요."

오진수가 말했다. 그게 전부였다. 감사하다거나, 알겠다거나, 어떤 맥락도 붙이지 않았다. 현우는 그 빈 공간에 뭔가를 채워야 할 것 같았지만, 채우지 않기로 했다. 침묵도 대답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았다. 예전의 현우였다면 "혹시 두 분이 아시는 사이세요?" 같은 말을 바로 꺼냈을 것이다.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그냥 기다렸다. 오진수도 아무 말을 더 하지 않았다.

전화가 끊겼다. 현우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수첩을 봤다. 삼각형 가운데의 물음표는 그대로였다. 오진수의 그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임도현의 전언이 어느 방향을 향한 것이었는지. 아직 몰랐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이 세 사람 사이에 현우가 모르는 선이 하나 더 있다. 그리고 그 선의 끝은, 지금 현우가 서 있는 이 상담실 안으로 이미 들어와 있었다. 현우는 수첩을 덮지 않은 채 잠시 그대로 앉아 있었다. 뭔가를 전했는데 오히려 더 많은 것이 쌓인 느낌이었다. 그게 이상하지 않았다. 그게 더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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